2024.03.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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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구로마을대학 수어 교실에 다녀오다

구로마을대학 수어 교실에 다녀오다

5월 1일부터 29일까지 구로마을대학에서 ‘수어 교실’이 열린다. 구로마을대학과 이곳에서 가르치는 수어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구로마을대학 학생활동가 하승민 씨(사회과학부 17)를 만나보았다. 

Q: 구로마을대학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구로마을대학은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의 일원으로 만들어졌고 재작년부터 성공회대학교가 운영하고 있어요. 지역의 인근 대학을 이용해 구민들이 다양한 배움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에요. 구로구는 외국인노동자의 비율이 다른 구에 비해 많고 “다문화” 가정이 많아요. 그래서 구로마을대학에서도 다문화중도입국청소년들의 교육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 했어요.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 말고도 사회적 경제 분야로 창업 등을 지원하기도 해요. 수어교실도 구로마을대학 사업 중 마을문화양성 프로젝트의 일부로 정부 지원을 받아 기획 했습니다.

 

Q: 수어 교실을 주최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재작년에 들은 ‘마을 만들기’라는 수업에서 이 논의를 시작했어요. 마을 만들기 수업은 구로마을대학을 통해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활동가를 찾기 위한 수업이었어요.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인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농인, 그러니까 듣는 것과 말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농인들은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에 비해 외관상으로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잖아요. 그 이유 때문인지 실제로 지체, 시각장애인 등에 비해 지원을 받는 비율이 높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기획한 수어교실에서는 수어만 배우지 않아요. 농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개선, 포괄적인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어 교실에서 수어를 가르치는 김현숙 수어통역사

Q: 수어 교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수어를 가르치나요?

A: 우선 저희는 따로 강사 분을 모셨어요. 삼성 소리샘 복지관을 통해 자문을 많이 구했어요. 원래는 복지관에 계시는 통역사분이나 강사 분을 모시려고 했는데,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프리랜서 수어통역사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회사가 있고 월급을 받는 분보다는 프리랜서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분들에게 부탁을 드리게 되었어요.

저희가 올해 상반기에 벌써 세 번째 수어교실을 열었어요. 첫 번째 기획에서부터 꾸준히 수어를 가르쳐주시는 분이 계세요. 프리랜서 수어통역사로 활동을 하고 계시는 김현숙 수어통역사 분이세요. 성격 자체도 굉장히 유쾌한 분이셔서 정말 쉽고 재미있게 수어를 가르쳐주셔요. 보통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를 수어로 조금 알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잖아요. 저도 물론 수어를 제대로 배우기 전에는 그랬고요. 정말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우리가 언어 배울 때 가나다, abc부터 배우듯이 수어를 배우는 것에서도 ‘지문자’, ‘지숫자’를 먼저 배워요. 말 그대로 손으로 가나다와 123을 표현하는 것이에요. 손으로 자음모음을 배우면 단어를 손으로 쓸 수 있어요. 직접 자기 이름 혹은 단어를 손으로 써보고 발표도 하고 그래요. 지문자와 지숫자들 어느 정도 익히고 난 다음에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000입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괜찮아요’ 같은 기초적인 인사를 배워요. 그리고 직접 옆 사람과 수어로 대화도 해보고요.

또 수어교실에서는 수어로 노래를 배우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첫 번째 교실에서는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를 배웠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아서 지금 노래 틀어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두 번째 교실에서는 위키드라는 경연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노래인데 오연준의 ‘바람의 빛깔’을 배웠어요. 지난 수어교실은 두 시간이었기 때문에 노래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짧았는데 이번 교실은 세 시간이라 노래를 더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벌써 기대가 되네요.(웃음)

 

Q: 수어와 수화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수어와 수화는 같은 말이에요. 가장 처음 등장한 농인의 언어를 칭하는 단어는 ‘수화’였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전통적인 의미를 갖고 있어요. 다들 수어라고 하면 뭔지 잘 모르는데 수화라고 하면 아는 것처럼 말이에요. 수어는 단어 뜻대로 농인의 ‘언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한국어, 영어처럼 어(語)의 의미를 그대로 살린 단어에요. 지금 용어 사용의 흐름이나 인식도 그러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수어’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전통적으로, 그리고 사람들이 널리 ‘수화’라 하더라도 농인의 언어인 만큼 사실 초점은 농인에게 맞춰져있어야 하거든요.

수화(手話)는 ‘손으로 말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말하다’라는 표현은 구어를 사용하는 청인이 만든 이데올로기에 갇힌 말이라고 생각해요. ‘말’의 사전적 풀이에 ‘음성기호’라고 적시되어있기도 해요. 실제로 농인이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청인(농인의 반대말)은 입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농인은 손으로 의사소통을 하니까 수어라고 하는 것이 맞겠죠.

그리고 부가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이와 같은 논의의 선상에 있는 것이 ‘농인’과 ‘농아인’이에요. 여기서 농(聾)은 귀먹을 농이고, 아(啞)는 벙어리 아예요. 그래서 농아인 이라는 표현은 귀가 들리지 않고 입으로 말하지 못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보여요. 하지만 이 말을 조금 생각해보면 ‘벙어리’라는 것, 말하지 못 하는 것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요. 청인의 언어인 음성으로 말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말하잖아요.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농인은 ‘수어’라는 ‘언어’가 있죠. 그러니까 ‘농아인’이라는 말 자체가 청인에 초점이 맞춰져 모순이지요. 청인의 이데올로기예요. 농인의 언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 들어있다는고 해석 할 수 있죠. 현재 활동 중인 농인협회도 이름이 “농아인협회”로 지정이 되어있는데, 협회명을 바꿔야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Q: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수어 교실을 운영할 계획이 있나요? 그렇다면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지속적인 지원이 있다면 계속 운영할 생각이에요. 1년마다 예산을 받아서 운영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까지는 확실히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수어교실이 교육 차원 프로그램이고, 인건비가 필요한 사업이라 예산이 편성 되지 않으면 운영하기가 어려워 질 수 있어요.

그리고 수어교실 신청자가 1년 동안 듣는 것이 아니고 매 기수마다 수어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서 오기 때문에 중급이나 실전반으로 넘어가기 힘들기도 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어를 이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간단한 수어를 이해하는 수업으로 기획했어요.

 

A: 구로마을대학 수어교실 외에도 진행 중인 수업이 있나요?

A: '마술가게'라고 사회복지과 사람들이 주가 되어서 하는 소시오드라마학회도 있고, 다문화중도입국청소년의 교육을 지원하는 수업 등 많은 수업이 있어요. 대부분이 학생들이 주가 되어 기획하고 운영하는 수업이라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수어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나요?

A: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에 비해 농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낮은 것 같아요. 하지만 농인은 청인과 함께 우리 일상 속에 늘 존재합니다. 다른 장애인도 마찬가지고요. 우리 생활은 정말 다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저는 왼손잡이인데, 지하철 개찰구나 가위의 모양, 컵에 무늬가 보이는 방향 등 당연하게 오른손에 맞춰져 있는 게 많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왼손잡이들이 차별받는지 모른 채 익숙해지고 있으니까요.

농인에 대한 인식도 이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게 없으니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눈이 보이니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 등 많은 것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을 비롯한 다른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엘레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 계단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의 경우 이용 시 모두가 고개를 돌리게 될 정도의 큰 소리가 나고 고장도 자주 날 뿐만 아니라 안전장치가 부실해 떨어져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시각장애인의 경우 대개 점자를 많이 이용하는데 콜라에 적혀있는 점자와 웰치스, 오렌지주스 등 모든 음료에 점자가 전부 ‘음료’라고 적혀있습니다. 지금 나열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겠지요. 다만 저희 수어교실은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개중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우리가 한국어를 사용하고, 해외 국가들도 각국의 구어(口語)가 있잖아요. 수어(手語)도 다르지 않습니다. 농인들이 있기 때문에 농인들의 언어가 있는 거예요. 수어에 대한 낯섦은 한국인이 외국어를 배울 때의 낯섦과 같은 것입니다. 수어라고 해서 거리감을 느끼지 말고 그냥 외국어를 배울 때처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수어가 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하승민 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다른 사람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구로마을대학의 ‘수어교실’ 수강생 모집은 마감되었지만, 수어를 배울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데 두려움을 갖지 말고 수어에 도전해보자.

 

취재=권나연 기자, 김지원 기자, 박희영 기자, 이지원 기자

글=박희영 기자

사진=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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