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7 (화)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옛 영화 다시보기

 

지금 충무로에는 많은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었던 옛 영화의 재개봉 열풍이 불고 있다. 2015년 말,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성공적인 재개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쇼생크 탈출', '비포 선라이즈', '냉정과 열정 사이' 등의 명작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만들어진 후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작이라는 것이다. 재개봉 영화의 연이은 흥행은 옛 영화의 깊이와 분위기를 그리워 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오늘은 그리운 마음을 담아 올해 상영된, 그리고 이제 상영할 재개봉 영화 두 편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낭만이 가득한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영화 '비포 선라이즈'와, 몽환적인 프랑스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다.

 

<비포 선라이즈: 해 뜨기 전까지>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주연: 에단 호크 (제시), 줄리 델피 (셀린느)

◆장르: 드라마, 로멘스

◆원개봉일: 1996년 3월 30일

◆재개봉일: 2016년 3월 30일

◆로튼 토마토 지수: 100%

◆제 4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수상

'비포 선라이즈'라는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해가 뜨기 전의 밤과 새벽의 시간만이 제시 (에반 호크)와 셀린느 (줄리 델피) 에게 허락된 시간이다. 제시와 셀린느는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기차 안에서 셀린느에게 매력을 느낀 제시는 그녀와 시간을 더 보내고 싶은 마음에 비엔나에 함께 내릴 것을 제안한다. 셀린느 또한 제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어 응하고, 아침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영화는 동이 트기까지 그들이 나눈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각자의 인생, 관심사, 사랑 등 많은 것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장소를 옮겨 가며 다양한 주제들로 서로를 알아 가고, 낭만적 분위기와 함께 사랑에 빠지게 된다.'비포 선라이즈'는 화려한 영상이나 웅장한 배경 음악이 거의 없고 모든 장면들이 셀린느와 제시가 나누는 '수다'로만 이루어졌다. 딱 우리 나이 또래인 그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은 우리가 현재 고민하는 것과 닮아 있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볼 때 단순히 보는 행위에서만 그치지 않고, 이들이 던지는 의미 있고 때때로는 무거운 질문에 대해서 곱씹으며 영화 속 대화에 빠져 들어가 보자.

<이 영화의 포인트>

1. 이 영화의 여주인공 셀린느는 카페에서 제시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아주 귀여운 방식으로 고백한다. 여 학우 분들은 나중에 고백할 때 이 방식을 쓰면 괜찮을 것 같기도...

2. 이 영화는 화려한 촬영 기법이 쓰이지 않았고 대부분의 장면들이 롱 테이크 방식을 사용해서 촬영됐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 간의 교감을 나도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더욱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3. 노란색 레코드 방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서로를 몰래 쳐다보는 장면은 이 영화의 손꼽히는 명장면 이다.

4.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걱정 마시라! 이 영화는 3부작 이기 때문이다. 일명 '비포 시리즈'라고 불리는데,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구성되어 있다.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2004년에 개봉한 '비포 선셋'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감독: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주연: 이렌느 야곱 (베로니카/베로니크)

◆장르: 드라마, 로멘스, 판타지

◆원개봉일: 1991년

◆재개봉일: 2016년 5-6월 중

◆로튼 토마토 지수: 85%

◆제 4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중생활'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에로 영화들의 제목이 떠올라 괜히 부끄러워지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것은 번역의 과정 중 일어난 단어 선택의 오류라는 점을 명확히 해 두고 싶다. 실제로도 영화 평론 사이트에서도 한글 제목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제는 'The Double Life of Veronique'로, '베로니카의 두 개의 삶' 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같은 모습, 같은 이름을 가지고 각각 프랑스와 폴란드에서 살아가는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도플갱어'가 이 영화의 소재인 것이다. 이 두 여인은 서로의 존재 사실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어딘가에서 자신이 느끼고 있는 고통과 행복을 나누고 있으며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며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이 영화의 주제가'삶을 더욱 신중하게 사는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1 두 여인은 똑같은 신체적 조건에 (심지어 심장 질환이 있는 것도 같았다.) 음악적 소질이 있다. 하지만 두 명은 완벽히 다른 삶을 살았다. 이 영화를 보면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찰 것이다. 배우의 표정과 움직임은 몽환적이고 화면은 많은 의미를 담은 듯 의미심장하다. 또한 테마 곡은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듯하다.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직접 말한 주제 외에도 분명히 의도한 이야기 거리가 많음이 분명해 보인다. 직접 보고, 감독의 심오한 작품 세계에 대해 느껴 보는 편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 영화의 포인트

1. 19금이다 (샤샤샤)

2. 영상에 대체로 노란색/초록색 필터를 사용한 것도 영화의 분위기를 몽환적이게 한 요소이다. 취향에 따라서는 졸릴 수도 있다.

3.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영화관이 확실한 감독이다. 그의 영화들은 대체로 상징성이 강하고 아방가르드 하다. 실제로 감독에 대한 분석과 논문이 굉장히 많기도 하다. 감독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다면 올해 6월에 재개봉 할 예정인'세가지 색: 블루, 화이트, 레드'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4. 세가지 색 시리즈 중 레드 편에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주인공, 이렌느 야곱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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