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일본 맛집 여행기-하

1편에서는 오사카 위주의 맛집이었고 이제부터는 오사카 근교 혹은 교토 맛집으로 이동해보자~~ 1편에서는 디저트가 즐비했다면 2편에서는 육류 파티다! 다들 침 한번 삼키고 스크롤 내리시길 바란다.

 

하나나

 

이곳은 알고 찾아 간 맛집이 아니다. 대나무 숲을 가기 전에 출출해서 즉흥적으로 돌아다니다 발견했다. 음식점이 천에 다 가려져있어서 음식점인지도 몰랐는데 오픈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길래 ‘현지인 맛집인가보다.’ 하고 들어갔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나나는 오차즈케 전문점으로, 특히 도미 오차즈케가 유명한데 먹는 방법은 조금 생소할 수 있다. 먼저 도미 사시미를 그대로 먹는 방법도 있고 쯔케동처럼 밥 위에 도미 사시미와 소스를 얹어서 같이 먹을 수 있고 그 후 마지막으로 뜨거운 오차즈케용 차를 부어서 말아먹는 즉 오차즈케를 먹는 방법이 있다. 그냥 다 맛있었다. 도미 오차즈케 is 뭔들 내가 시킨 도미구이 정식도 너무 맛있었다. 무엇보다도 기본인 밥이 윤기가 나면서 고슬고슬한게 진짜 맛있었다. 반찬도 아기자기 하면서 다 맛있었다. 마지막에 나온 인절미 녹차 떡의 맛도 잊을 수 없다. 그냥 여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 부모님모시고 오기 딱 좋은 곳이다.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여긴 강추다. 이곳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준 미경이에게 감사를 드린다.

 

하나나 (鯛匠, HANANA)

비용 : 타이오차즈케(도미오차즈케) 2060엔

주소 : 26-1 Sagatenryūji Setogawachō, Ukyō-ku, Kyōto-shi, Kyōto-fu 616-8376 일본

웹사이트 : http://www.hanana-kyoto.com/

 

+돌아다니면서 먹은 디저트들

녹차 소프트 아이스크림, 간장 당고, 형형색색 당고, 녹차팥 젤라또

 

홋쿄쿠세이

홋쿄쿠세이는 1925년 세계 최초로 오므라이스를 개발한 오므라이스의 탄생지이다. 치킨, 버섯, 포크, 비프 등의 소재의 맛을 살려 낸 오므라이스 위에 특제 토마토소스를 얹어준다. 일본식 정원과 다다미가 깔린 좌식 형태로 일본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최초라는 말이 되게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에 비해 음식은 소소하지만 깊이가 있었다. 나는 치킨 오므라이스를 먹고 미경이는 포크 오므라이스를 먹었는데 둘 다 다른 매력으로 맛있었고 우와 맛있다 감탄의 연속! 이런 건 아니지만 기본이 충실한 맛이었다. 우린 한 그릇을 10분 만에 뚝딱 먹어치웠다.

홋쿄쿠세이 신사이바시 본점 (北極星 心斎橋本店)

비용 : 치킨오므라이스 690엔

주소 : 2 Chome-7-27 Nishishinsaibashi, Chūō-ku, Ōsaka-shi, Ōsaka-fu 542-0086 일본

웹사이트 : www.hokkyokusei.jp

 

카츠큐

명색이 일본에 왔는데 규카츠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 하며 규카츠를 먹으러 갔다. 홍대에서 규카츠를 먹어봤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일본에서도 또 실망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에 가기를 주저했다. 그래도 원조는 다를 것이라고 굳게 믿고 힘차게 발걸음 했다. 처음에는 일반 외국산 소고기 카츠를 시켰다. 먹고 나서 오오! 동공확장 진짜 맛있다며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이번엔 조금 더 업그레이드해서 일본산 소고기로 만든 규카츠를 먹었는데 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맛있었다. 성이 안차 좀 더 더 업그레이드 된 특급 흑돼지 규카츠를 먹었는데 포크를 떨어뜨릴 만큼 너무 맛있었으며 와 대박...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리가 너무 많이 시켜서 그런지 더 시킬 때마다 정말 더 시키는 것이 맞느냐고 우리의 배를 걱정하시며 연거푸 확인하시던 직원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그만큼 맛있다구요...

카츠큐 교토역점 (勝牛 京都駅前店, Kyoto cattle cutlet Katsuushi Kyoto shop)

비용 : 2인분 약 2700엔

주소 : 211 Maoyachō, Shimogyō-ku, Kyōto-shi, Kyōto-fu 600-8211 일본

웹사이트 : http://katsugyu-kyoto.com/

 

밤 in 숙소

 

만제

‘만제'는 타베로그 돈가스 부문 전체 1위를 달리는 가게다. 오사카 지역뿐만이 아니라 일본 전체 중에서도 1위다. 예약이 불가하고 기본 웨이팅만 2~3시간이 소요되는데 주말은 4시간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꼭 유명한 곳이 찾아가기가 힘들더라. 정말 돈가스를 먹기 위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하철, 기차를 총 세 번 갈아타면서 우린 만제를 향해 여정을 떠났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아깝지 않았고 가는 내내 설레었다. 도착하자마자 1시간 웨이팅은 각오하고 갔는데 30분만 기다려도 된다는 말에 쾌지나 칭칭나네를 불렀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두툼한 돈가스의 웅대한 자태에 침을 삼키고 말았다. 우리는 2~3인용 모듬 돈가스를 주문했다. 가격은 약 5만 원으로 우리가 먹었던 음식 중에서 제일 비쌌다. 만드는 방식은 두툼하게 썬 생 돼지고기를 고기 망치로 얇게 편 뒤 유기농 달걀 물과 빵가루를 정성스레 입혀 기름에 튀기는데 장인처럼 보이시는 분이 전두지휘 하는 모습이 되게 인상 깊었다. 오픈주방이어서 돈가스를 튀겨내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주문한 모듬가츠가 드디어 나왔다. 부위별로 깃발을 꽂아서 어떤 부위인지 알 수 있었지만 일본어라서 뭔지 모르고 그냥 입속으로 직행했다. 씹는 식감이 살아있는 등심 가스, 부드러워 더 맛있는 안심 가스, 등심 부위 중 최상급 특 등심가스였다고 검색해보니 알게 되었다. 장인으로 추정되는 할아버지(?)께서 소금이 골고루 뿌려져 있는 납작한 접시를 건네주시면서 찍어먹으라고 하셨다. 겨자 소스도 딸려 나왔는데 그것도 돈가스와 매우 잘 어울렸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아.. 이래서 사람들이 기다림을 감수하고도 먹는구나.‘ 싶었다. 돼지고기가 미디움레어로 잘 익었고 튀김옷은 바삭바삭하고 잡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제일 황홀했던 건 고기의 두께였다. 내가 스테이크를 먹는 것인지 돈가스를 먹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씹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육즙이 쫙 흘러나오는데 특히 비계부분이 안 비리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비싼 고기 맛은 다르다.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양이 엄청났지만 모조리 해치웠다. 이 풍부한 육즙가득 돈가스의 맛을 잊을 수 있을까. 다시 찾아가기에는 엄두가 안 나지만 한번이라도 간 우리가 너무 장하다. 박수를 두 번 아니 세 번 쳐주고 싶다.

 

좋은 건 크게 한 번 더~!

만제 (マンジェ, Manje)

비용 : 2~3인용 모듬 돈까스 한화로 대략 5만원

주소 : 2 Chome-3-24 요코엔 야오 시 오사카 부 일본

웹사이트 : http://www.manger.co.jp/

 

하나다코

공중정원을 갔다오고 나서 일본에 왔으면 타코야키는 먹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우메다역 근처에 있는 하나다코를 갔다. 여기 타코야키는 좀 특별한 게 위에 파채와 마요네즈를 듬뿍 토핑한 네기마요가 명물이다. 냄새부터 사로잡는 게 빵은 부드럽고 촉촉한데 안에 큰 문어가 씹히는데 술안주로 딱이다. 맥주 한 캔과 하나다코 네기마요 타코야키를 같이 먹는다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릴 삘이다. 타코야키를 먹었으니 오코노미야끼를 먹으러 가려고 65년 전통의 오코노미야끼를 파는 오카루 (おかる, Okaru)를 갔는데 왜인지 영업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문이 닫혀서 못 먹고 아쉬움을 달래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하나다코 (はなだこ, Hanadako)

비용 : 네기마요 6알 520엔

주소 : 일본 〒530-0001 Ōsaka-fu, Ōsaka-shi, Kita-ku 国道176号線

 

 

편의점의 천국


나는 개인적으로 로손 편의점을 제일 좋아한다. 디저트 끝판왕 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롤케익... 우유크림이 하나도 안 느끼하고 진하면서 너무 맛있다. 가격도 착하고 말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걸 팔지만 이런 맛도 아닐 뿐더러 좀 더 비싸다.

 

편의점에서 푸딩도 종류별로 사고 타피오카 펄이 들어간 밀크티도 사고 맥주도 사고 호로요이도 사고 와사비과자도 사고 명란젓 삼각김밥도 사고 녹차과자도 사고 야끼소바빵도 사고 메론빵도 사고 그중에 제일은 유부우동 컵라면이었다. 면은 칼국수와 라면 사이인 되게 찰박찰박했고 무엇보다 국물이 진짜 맛있었다. 이 컵라면 엄청 생각날 거 같다. +밀크티도

 

+그외 먹은 것들

 

하브스 크레이프 케익, 멜론빵, 사진엔 없지만 따끈한 식빵, 과자, 음료수 등등

계획을 짜고 실제로 여행을 다녀와 음식점에 찾아가고 먹고 나서 진짜 리얼 나의 깨달은 점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였다. 꼭 그 곳을 가야한다는 강박증이 여행할 때 그리 좋게 작용하지 못하였다. 안되면 말지라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또 가지려해도 이성이 결국 날 이기진 못하였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에 얽매일수록 실타래는 꼬이고 또 꼬이기만 한다.

힘들게 찾아갔는데 막상 가보니 휴무일이 아닌데도 자체 휴무일로 지정한 두툼한 돈가스 숨은 맛집, 비행기 시간이 안돼서 눈앞에 두고 떠난 몽실몽실한 머랭 팬케이크 맛집, 매장 수리로 인해 잠시 휴업한 닭 육수와 돼지 육수가 환상의 비율로 만들어졌다는 현지인이 바글바글한 라멘 맛집. 브레이크 타임 때문에 시간이 도저히 안나 못 간 명실공히 자타공인 1위 우동 맛집,,.

실패하지 않기 위해 업데이트 된 정보를 찾고 또 찾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됐다 싶었는데도 이렇게 실패(?)를 하니까 허탈했지만 연달은 사건들이 내가 한 군데에만 치우쳐서 다른 걸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게 다가 아닌데, 마음속에 꽉 쥐고 있던 응어리가 탁 내려앉으면서 이 상황을 여유로이 받아들이는 성숙함을 배웠다.

“여행은 편견, 완고함, 편협함에 치명타를 날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여행이 몹시 필요하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광범위하고 건전하며, 너그러운 견해를 일생 동안 지구의 한 작은 구석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다.” – <마크 트웨인의 여행기>, 마크 트웨인

부족한 맛집 파인더 덕에(?) 고생한 여행 메이트에게 애썼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다음부터는 못하는 일본어라도 전화를 해서 확인하고 가야겠다.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정보도 100% 신뢰하지 않겠어.(비장)

 

개인적으로 여행을 다녀와서 맛집의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나는 단순히 ‘음식의 맛’에 집중했다면 맛이 다가 아니라는 걸 배웠다. 그 외 여러 요소들이 더 많이 작용한다는 것을, 그날따라 해가 쨍쨍했는지, 바람이 불어 선선했는지, 걷는 것조차 힘들만큼 발이 아프다든지, 갑자기 우동이 먹고 싶다든지, 땀을 좀 식히고 싶다든지,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쉬고 싶다든지, 다른 낯선 여행객들을 만나 맥주한잔 하며 수다를 떨고 싶다든지, 뭐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날의 컨디션이나 그 곳의 공기, 냄새는 전날에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냥 그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며 하하 호호하면 되는 것인데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며 걱정만 했었다.

처음 하는 여행이니만큼 더 완벽하고 싶은 나의 욕심이 어쩌면 당연할 수 있지만 같이 하는 여행일수록 서로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 날짜가 지날수록 느낀 거지만 여행을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건 그날의 대화 같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른다. 소소한 이야기든, 깊은 이야기든 상관없다. 묻어두지 말고 그때그때 피드백하며 소통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플러스로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상대의 기분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알싸한 따뜻함이 여행을 더욱 여행답게 해준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 속에 사원 앞에 서서 구름과 태양과 바람이 한순간 산들과 어울려 노니는 것을 바라보았다. 꾸뻬는 이것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것보다 새로운 배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클로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진짜 타서 녹아버릴 거 같은 날씨가 제일 먼저 기억에 나긴 하지만 청량미가 물씬 품기는 푸르른 공원에서 디저트를 먹고 동공확장이 되어 행복해했을 때, 태연의 를 들으며 햅파이브 관람차 꼭대기에서 난리쳤을 때, 에어비앤비로 간 숙소가 모두 성공했을 때, 친절한 영국인 호스트를 만났을 때, 밤늦게 호로요이를 사와서 다다미 위에서 수다를 떨 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잘 나와서 서로 감탄했을 때, 잠자기 전에 등불 하나 켜놓고 누워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할 때, 별 것도 아닌데 웃겨서 웃을 때, 예상치 못한 맛집 발견에 신이 났을 때, 지하철에서 웃지못할 일이지만 웃겨서 난처했을 때, 뭐 되게 사소하지 않은가? 이러한 소소한 행복이 쩌리짱처럼 여행의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다음번에는 맛집을 이런 식으로 찾으려고 한다.

첫 번째, 여행 동선 내에서 너무 힘들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곳

두 번째, 그 곳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현지음식을 파는 곳

세 번째, 가격대비 훌륭한 곳

네 번째, 이름만 유명한 곳이 아닌 진짜 맛있는 곳

제일 중요한 다섯 번째는 마음가짐인데 이 맛집에 감정을 실어 넣지 말기! 이다.

 

준비할 때는 하던 대로 늘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되, 여행할 때는 속박되지 않은 모습으로 자유롭게 여행한다면 더욱 성장한 캡숑짱인 여행이 될 것이라 되뇌어본다. 혼자 여행도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선 혼자 여행을 왔으면 배우지 못할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나를 더 잘 알려면 거울속의 나뿐만 아니라 타인 속의 나를 알아야 진정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4박 5일 짧은 시간 동안, 다 아는 줄만 알았던 서로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고,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도 겪고 대화를 통해 풀면서 안정감이라는 기름을 마음에 가득 채웠다. 그대의 현명함으로 우리의 여행의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잘 찍었느니라. 고맙고 또 고맙다. 반짝반짝한 스무 살을 함께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서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감사하다. 앞으로 더 멋진 날들을 기약하자.

“관점은 여행을 떠나야 비로소 변화한다. 길이 아주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하게, 변명의 여지도 없이 아주 단호하게 방향을 틀거나 급경사로 바뀔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을 보게 된다.” – <산 위에 가서 말하라>, 제임스 볼드윈

+

고베를 여행하면서 되게 신기하고 기묘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지금도 생각하면 약간 아찔하고 오싹하다. 밤 10시, 하버랜드 모자이크에 가는 길이었다. 야경을 보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는데 표지판인 호빵맨을 찾아가는 길에 정말 단 한명의 사람도 없었으며 놀랍게도 어딜 가나 있다는 한국인 또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늦게 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날 지진이 일어났다고 해도 그렇게 한명도 없을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장난스레 내가 빌려서 사람들이 모두 없다.’라고 했지만 어떻게 개미 한 마리도 안 보이는지 썰렁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지하철에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눈앞을 본 순간 소름이 돋았다. 높이가 3층 정도 되어 보이는 엄청 긴 에스컬레이터에 소위 넥타이족이라고 불리는 샐러리맨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가방을 든 채 거의 30명 남짓이 계단에 한 칸씩 서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너무 신기해서 그 광경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샐러리맨이었다. 사람 한명도 안보이다가 어디서 그렇게 우르르 나타난 건지 경로가 너무나 궁금했다. 옷을 똑같이 맞춰서 입고 우리를 위해 서프라이즈를 한 것 같았고, 이 시간에 퇴근하시는 어느 한 가정의 아버지들이 존경스러웠다.

우리가 통째로 빌린(?) 고베 야경을 모두 감상한 후 막차시간 11시 46분이 다가와 지하철을 향해 쉬지 않고 뛰어갔다. 그때는 거의 미친자들이었다. 숨이 차 헉헉대며 지하철을 겨우 탔는데 지하철 안이 너무 한적한 것이다. 탄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딱 한명 있었나.. 그래서 ’일본인들은 막차를 잘 안타고 집에 빨리 들어가는구나.. 우리나라 막차는 늘 핫한데...’ 하고 떠들고 사진을 찍다가 정신이 팔려 내려야 하는 역에 내리지 못하고 한 역을 더 가고야 말았다.

잘못 내려서 숙소까지 걸어가야하나 싶었지만 진짜 막차가 하나 더 플랫폼에 뜨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다렸다. 곧 익숙한 안내소리가 들리고 지하철이 오는 순간 정말 기겁을 했다. 그때는 뭔가 일본 에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빨려 들어가 행인1,2가 된 것 같았다. 놀랍게도 지하철 안에 사람이 빽빽이 꽉 차있었다. 시간도 그리 길지도 않아서 더 소름끼쳤다. 마치 우리를 놀래려고 다음 차를 탄 것 마냥 사람들 표정이 전부다 연기를 하는 것처럼 태연했다. 우리가 잘못 내릴 걸 예상했다는 듯이... 우린 서로 닭살 돋았다며 난리를 쳤고 술 냄새가 그득한 지하철을 타며 스릴러 영화를 찍었다.

“여행은 문과 같다. 우리는 이 문을 통해 현실에서 나와 꿈처럼 보이는 다른 현실, 우리가 아직 탐험하지 않은 다른 현실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것이다.” – 소설가, 기 드 모파상

 

아참,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사먹은 로이스 녹차 초콜릿까지!

 

진짜 끝이다!

“무언가를 발견하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으려는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려는 여행이다.” –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또 다른 여행을 위하여,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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