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고전독서 4대 비극

고전독서 4대 비극

'창조적 상상력과 가치관 생성 및 지혜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독서교육은 대학교육에 부과된 시대적 요청이라 하겠다. 전공과정에서 지식을 얻는다면, 이번 독서교육에서 지혜를 얻는 지름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학생들의 창조적 사고를 함양시킬 수 있는 효율적 인문학 교육의 방안으로서 세종대학교만의 특색 있는 인문교육 강화를 위해 본 강좌를 개설하였다.'

-세종대 고전독서 인증소개-

 

세종대에 고전독서 인증제도나 등장한 것은 2012년. 세종대만의 특색있는 인문 교육이라는 문구를 달고 패기 있게 등장했다. 그런데! 고전독서에 대한 불만 여론이 끊이지 않는다. 13년에는 고전독서를 비판하는 <세종대신문>의 기사가 보도됐고, 15년에는 총학생회가 진행한 교육환경개선캠페인에서도 고전독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이 나왔었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고전독서 인증을 받으려면 별도의 수강신청 절차 없이, 자신이 선택한 책의 인증 시험 신청을 하고 50점 이상의 성적으로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주어진 99선의 도서는 4개의 분야로 나누어져 있고 분야마다 통과해야 할 권수가 정해져 있다. 이렇게 총 10권을 합격하면 1학점이 나온다. 대체 과목으로는 서양고전강독, 동양고전강독, 동서양고전문학강독이 있다.

분야별로 나누어진 것이 좀 까다롭기는 하다. 그러나 3년 동안 천천히 시험 보면 되고, 별도의 수강신청도 없이 그때마다 시험을 치르면 된다. 꽤나 합리적으로 보인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요, 지식의 보고이니 학교에서 책 좀 읽으라고 하는게 대체 뭐가 불만일까?

 

짜라투스트라는 어떻게 말했나

우선, 시험이 좀 어렵다...? 아니 황당하다.

나는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다. 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해괴한 곤충으로 변하고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고 죽어가는 명작. 기괴하고 비현실적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에 공감도 하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도 고민하면서 책을 읽었다. 정독하고 시험 신청을 했다. 자신만만하게 독서당에 앉아 시험문제를 보니 주인공에게 사과를 던질 때 막았던 인물에 관해 묻는다. 어, 왜 기억이 안 나지?

다음날 성적을 확인해보니 40점. 내가 책을 대충 읽었나 보다. 느낀 것은 많았는데 왜 이렇게 허무하지? 그래도 다행히 재시험 기회를 주니, 시험을 다시 보기 위해 책을 펼친다. 이제 어떤 유형이 나오는지 대강 아니까 읽는 방식이 달라진다. 주인공의 대사, 행동 하나하나 구체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한 번 떨어졌다는 생각에 마음만 조급하다. 나, 이 책 왜 읽고 있는 거지?

                   

문항 자체가 책을 자세하게 읽지 않으면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다. 수강편람에 고전독서 인증제도 부분에는 문항이 도서를 꼼꼼하게 제대로 읽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식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나와 있다. 이는 학생들이 책을 안 읽고 줄거리만 알고 풀어도 맞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름이나 주인공의 친구 이름을 묻는 문항들이 많고 단순한 문제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실제로 책이 가진 의미나 가치를 판단하기 힘들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교양학부 이태하 교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학생들이 지엽적인 내용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실상은 소설, 시, 희곡과 같은 문학작품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언어란 의미를 전하는 상징체계이다. 그러나 의미를 전하는 상징은 언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표정, 몸짓, 옷차림 등 수많은 것들이 의미를 전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

과연 주인공에게 던진 사과를 막은 사람의 행동에 어떤 상징성이 있는 것일까? 학생들이 이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다. 단지 책을 읽고 이런 상징성을 파악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정말로 상징성이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이런 지엽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고전독서 불만 사항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이룬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실제로 세종대 학생들의 고전독서 인증 시험 합격률은 저조하다. 교양학부 합격자 통계를 보면 14년도까지 갈수록 합격자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15년도 2학기부터 합격 기준이 60점에서 50점으로 바뀐 이후, 합격 비율은 살짝 올라갔다. 그런데 15년도의 응시 횟수는 대략 15,000번. 15년도 세종대학교 재학생 수는 만 명이고, 그 중, 6학기 이하로 재학중인 학생은 대략 7,500명이다. 3년 동안 10권을 이수해야 하니 1년에 약 3권을 이수해야 한다고 하면 한 해 응시 횟수는 3만 번에 가까워야 한다. 대체 학생들은 어떻게 고전독서를 이수하고 있는 것일까?

 

수강신청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고전강독은 고전독서의 대체과목이다. 수업마다 다루는 책이 다르고 수업에서 시험을 통과하면, 수업에서 다룬 책이 인증이 된다. 분야별로 수업이 나누어져 있고, 서양고전강독을 들었다면 동양분야는 인증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쉬운 강의 형태이고 수업 한 번만 들으면 2~4권의 책이 인정이 된다. 한 학기 동안 책 끌어안고 끙끙거릴 바에는 수업을 듣는게 낫다. 이건 산수 좀 하는 세종대 학우들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양고전강독, 동양고전강독, 그리고 동서양고전강독은 수강신청 날 단 몇 초 만에 수강인원이 가득 차는 인기교양과목이다. 매번 관심과목에 담아 놓으면 뭐 하나. 왜 늘 실패하는지 모르겠다.

 

       

고전독서 인증제도의 대체 강의는 총 9반이 개설된다. 서양 4반, 동양 3반, 동서양 2반(2016-2학기 기준)이다. 총 1,800명이 한 학기에 고전독서 인증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만약 한 학기에 두 강의 이상을 신청한 학생이 있다면 이보다 더 적을 것이다. 2015년도 기준, 세종대학교 재학생 수는 거의 만 명이다. 여기서 고전독서를 이수하지 않아도 되는 11학번 이상, 6학기 이상 수업을 들은 재학생들을 제외한다고 하면 대체 강의를 필요로 하는 인원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5,000명이 넘는다.

 

          

만일 학생들이 시험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수업을 각기 다른 분야로 (서양고전강독, 동양고전강독, 동서양고전강독) 3개를 신청해야 한다. 이런 상황들을 배제하고 각각 한 분야의 수강 신청만 한다고 해도, 한 학기 수강신청자는 5,000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한 학기 1,800명의 수강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 1,800명의 인원도 매년 증가하여 온 결과이다. 고전독서 제도 초반에는 서양고전강독, 동양고전강독 2반씩 800명 정원이었다.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수업이 추가로 개설되어 온 것이다. 이렇게 수업을 개설하는 것보다, 시험 형태를 더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 아닐까.

 

도덕적인간과 비도덕적사회? 비도덕적인간과 도덕적사회?

고전독서 기사를 준비하다가 족보의 존재를 들었다. 그래서 바로 수업을 들은 학생을 수소문했고, 어렵지 않게 서양고전강독 족보를 얻을 수 있었다.족보가 없더라도 힘들이지 않고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족보까지 있으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그런데 족보를 보는 것, 양심에 찔리지 않을까? 왜 고전독서 하나 때문에 비도덕적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야 하는가.

고전강독에 족보가 있다는 것. 보면 꽤 구체적인 문항으로서 학생들 사이에 돌고 있다. 사실 몇몇 전공 수업이나 교양과목도 족보가 돌아다닌다. 이는 물론 학생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다. 그러나 족보를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수업을 좋은 수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 시작했던 고전독서가, 전공과 같은 난이도의 수업이 아니다. 단순히 책만 읽고 통과 가능한 제도인데 족보가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이미 고전독서의 취지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의산 - 고전독서는 개선될 수 없을까?

위와 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학생들은 고전독서 인증제도에 대한 개선을 원한다. 그러나 13년도부터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서 개선된 것은 고전독서 시험 통과 기준이 60점에서 50점으로 하락했다는 점밖에 없다. 계속해서 지적당해왔던 지엽적인 문제 유형, 취지를 살릴 수 없는 고전강독 강의에 대한 개선은 없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작았나 보다. 아니, 작으나 크나 어디선가 막혀 있는 벽이 있을지도 모른다.

        

총학생회는 교육환경개선 캠페인을 통해 고전독서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후의 개선점은 없었다. 총학생회 공식 홈페이지 '위하세'에는 교내 교육환경 불편사항 사진공모전 포스터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따로 코너는 왜 설치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또한, 올해 지음 총학생회 역시 이번에도 교육환경개선 캠페인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달라질 바 없을 거란 예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고전인증 어떻게든 통과해야 하지 않겠어?

 

고전인증, 더는 미룰 수 없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통과해야 한다.

근데 어떤 책을 읽을까? 너무 두껍고 딱딱한 책은 정말 질색이다.

적어도 이해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어렵지 않은 고전들을 소개한다.

분량과 내용을 기준으로 나름대로 신중하게 도서를 선택했다.

다른 고전들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껌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책들을 확인했으면 지금 당장 학정원에 가서 책을 빌려보자.

세종알리를 읽는 다른 친구가 먼저 대출할 수도 있으니까.

 

⋇ 주의 - 추천도서가 매우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군주론

영역 = 서양의 역사와 사상

분량 = 230p

레벨 = * * *

쓸모 = *

기자의 한마디 - 군주를 위한 자기계발서다.

부록에 설명이 충분하고, 내용에 따라 소주제별로 구분이 잘 되어있다.

덕분에 이해하기에 어렵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나중에 군주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국화와 칼

영역 = 서양의 역사와 사상

분량 = 400p

레벨 = * * *

쓸모 = * * *

기자의 한마디 - 각종 사례와 설명 덕분에 일본 공부하기에 나름대로 쓸모(?)가 있는 책이다.

내용이 딱딱하지 않고 어려운 단어도 별로 없다.

분량이 많은 게 흠이지만 여러분의 전공책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목민심서

영역 = 동양의 역사와 사상

분량 = 320p

레벨 = * *

쓸모 = * *

기자의 한마디 - 오늘날로 치면 지방공무원들을 위한 실무서에 해당하는 책이다.

조선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이 시시콜콜할 정도로 자세히 나온다.

동양고전 중에서 징비록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도서관에서 대출이 많다.

자주 등장하는 한자는 쿨하게 무시해버리자.

 

세일즈맨의 죽음

영역 = 동서양의 문학

분량 = 180p

레벨 = *

쓸모 = * *

기자의 한마디 - 문학 중에서 상당히 짧은 편에 속한다.

등장인물도 별로 없다.

가족과 갈등을 겪고, 직장에서 해고당한 불쌍한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사실 내용은 별로인데 분량이 적어 선택했다.

궁금하면 읽어보시길...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