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대학알리

오피니언

[한림알리 오피니언] 총학생회의 정의는 무엇인가

 

학생들이 원하는 총학생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매년 이루어지는 선거마다 갑론을박이 이루어진다. 누군가는 ‘복지’에, 누군가는 ‘교육’에 신경 써주기를 바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학교 일에 관심이 없다’며 그저 취업 관련 공약에 집중해주기를 바란다. 대학 사회란 변화무쌍한 사회에 나가기 전 대학생으로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는 ‘연습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들이닥치는 과제와 팀플 전쟁, 취업 준비에 허덕이며 바쁜 탓에 막상 ‘한림대학교’라는 작은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심 갖기 어렵다. 이런 불가피한 한계 속에서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까.

 

 

定義 ;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사학비리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상지대의 학생들은 학교에 대항해 투쟁했던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아 얼마 전 영화 ‘졸업’을 개봉했다. 당시 총학생회장이었던 박주환 씨는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과의 인터뷰에서 “총학생회의 역할은 매년 바뀌어왔다고 생각한다. (총학생회가) 군부독재 시절에는 민주화를 위해서 되게 많이 활동했다. 근데 그런 사회적인 민주화가 실현됐다”며 “이제는 내가 속한 곳의 민주주의, 삶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게 지금 총학생회의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학내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자 최전선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총학생회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학 사회에서 ‘총장 직선제’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도 불구,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대학 총장은 ‘인사와 학사에 관하여 최종 결정권을 갖는 자’다. 인사와 학사는 학내 구성원인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요소지만, 학생들은 총장의 선출 과정에서 제외된다. 전적으로 이사회의 결정에 맡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되지 않고 있다. 타 대학의 사례를 보면 얼마 전 숙명여대에서는 총학생회장이 44일간 총장 직선제를 촉구하는 노숙 농성을 진행했고, 같은 강원권 대학인 상지대와 강릉원주대 또한 총학생회의 선두적인 노력으로 지난해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이러한 문제를 모두 총학생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부족이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 대표로서 학교와 학생 간의 깊은 문제들을 발견하고, 공론화해 학생들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매년 ‘소통’ 공약을 중점적으로 내놓았던 총학생회는 예결산 내역 공개와 같은 당연한 사업보다 깊은 고민을 통해 ‘필요한’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학생들이 직접 학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거나, 총학생회와 학생 간의 주기적인 간담회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는 전체학생총회와 같이 오프라인에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3년간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는 평균적으로 지각률이 높고, 분위기 또한 적극적이지 못했다. 총학생회가 추구해야 하는 ‘소통’은 단순히 공약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학내 행사를 공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이 우선인가. 시대를 읽을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무엇이 결여돼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총학생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학교도, 학생도 움직이지 않는다. 학생들과 같이 학교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총학생회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正義 ;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

 

올해 총학생회 SUM(숨)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관련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1월 한림알리는 <”J 교수의 자질이 의심돼요”…예고 없는 휴강에 개인 업무 지시까지?>를 보도했다. 해당 사건의 피해 학생들은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공론화를 위해 직접 한림알리에 제보했고, 총학에 도움을 요청했다. 뜸했지만 일정 기간 동안은 지속적인 연락이 오갔다. 그러나 피해 학생들은 총학과 학교의 논의 과정에 대해 빠르게 공유받지 못했다. 또 총학생회장으로부터 구체적인 논의 후의 만남을 제안받았지만,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피해 학생의 답장 이후 ‘논의가 끝났다’라거나 ‘만남 약속을 잡자’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학우들의 의견을 대변하겠다는 약속은 임기 초반부터 금이 갔다.

 

SUM(숨)도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러나 학교에 대항해 강력히 요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피해 학생들의 입장을 끝까지 전달해야 했다. 당장 학교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도 받지 못했던 피해 학생들의 마음을 더 헤아려야 했다. 더 이상 같은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학교의 약속을 받아내야 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렸고, 사직 여부에 대해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또한 SUM(숨)은 현 사회, 특히 대학 사회의 감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정 여론이 일었던 대동체 초대 가수 논란에서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인식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와 축제준비위원회가 한 달간의 초대 가수 섭외 과정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단순히 ‘몰랐다’는 말로는 충분한 변명이 되지 않는다. ‘강간’이라는 단어를 적나라하게 가사로 쓴 래퍼를 초대 가수로 부르고, 그 흔한 사과문조차 올리지 않은 것은 분명 질책받아 마땅한 일이다. 1학기에 축제를 진행해 기획에 있어 시간적 한계가 있었지만, 총학생회장단이 주 결정을 맡았던 만큼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는 신중함이 필요했다.

 

 

 

 

통학버스 사태에 대한 피드백이나 정류장 지붕 설치, 남학우 휴게실 신설, 쏘카존 설치 등 학생들의 필요를 반영하는 행보는 칭찬받을 만 하나, 학생들에게 결여돼있는 것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것 또한 총학생회의 역할이다. 점점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면서, 총학생회 또한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 총학생회는 대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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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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