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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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버려진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350만 대학생을 위한 국내 1위 대학생 서비스 에브리타임!’

‘전국 398개 캠퍼스 재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대학생들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이다. 에타를 통해 대학생들은 시간표 작성, 같은 캠퍼스의 학생들 간의 익명 커뮤니티, 학교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하는 등 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 또한 매우 많다. 2011년에 출시된 에타는 전국 398개 캠퍼스를 지원하며 현재까지 449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 게시글 수만 해도 7억 8천만 개를 넘어가고 있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 씨 역시 에타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 A 씨는 주로 학점 계산기, 시간표 작성, 커뮤니티 기능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A 씨는 에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타의 여러 기능이 유용한 것은 맞지만, 에타에서 익명의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그냥 배설해요. 마치 ‘변기’ 같아요.”

 

 

완벽한 익명 시스템과 자율?
앞서 A 씨가 ‘익명의 사람들은’이라고 말한 것처럼 에타의 거의 모든 소통은 익명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완벽한 익명 시스템’은 에타가 강조하는 기능 중 하나로, 작성된 게시물이나 댓글, 1:1 대화 내용 등은 모두 쉽게 익명처리 된다. 익명 처리된 작성자의 이름, 닉네임, 학교, 학번 등의 정보는 이용자나 게시판 관리자에게 보이거나 전달되지 않는다. 

 

에타는 익명성과 함께 폐쇄적인 특징도 가진다. 학교 인증을 거친 재학생과 졸업생만 에타 커뮤니티 글을 작성하고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에브리타임은 규정상 관련 게시글의 유출도 금지하고 있다. 유출 방지 시스템 규정에 따르면 커뮤니티 이용 시, 게시물을 복사, 스크린샷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에타 게시물 유출이 적발될 경우, 5년간 에타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게시판의 운영도 자율적이다. 대표적으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자유게시판과 비밀게시판 같은 경우는 별도의 관리자 없이 운영된다. 학생들이 직접 게시판을 개설하고 운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관리자는 학생이 되는데, 관리자는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삭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관리자의 선택 사항일 뿐, 게시판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글이 올라와도 관리자가 삭제하지 않으면 그대로 유지된다.

 

이러한 에타의 모습은 이전에 활성화됐던 페이스북의 ‘OO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와는 큰 차이가 있다. 대나무숲은 발화자의 익명이 보장되긴 하지만 페이지의 관리자에 의해 글의 게시가 통제된다. 관리자의 판단하에 글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면 게시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페이스북이라는 SNS에서 이뤄지는 소통이기에 댓글에 실명이 노출된다는 점과 외부인 역시 해당 글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등 에타와 차이가 있다.

 

완벽한 익명 시스템, 그리고 각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만 이용할 수 있다는 폐쇄성.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에타는 대나무숲 이후 전국 많은 대학생들이 찾는 가장 인기 있는 커뮤니티가 됐다. 양 방향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은 지금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수많은 혐오가 잠재하고 있다.

 

 

자율 속 방치된 혐오
A 씨는 “이태원 동성애 클럽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 됐을 때 에타에 ‘게이가 문제다. 게이를 때려죽여야 한다. 착한 게이는 죽은 게이다.’ 등의 이런 말들이 엄청나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시점에 클럽을 갔다는 점이 아닌 성 소수자 자체에 대한 비난이 커뮤니티에서 난무하고 있던 것이다.

 

특정 대학에 한정된 일도 아니다. 실제 에타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러한 혐오 표현이 담긴 내용의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에타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에타를 이용하고 있는 67명 중 63명(94%)은 에타 게시판을 이용하며 소수자 및 성별 갈등, 단체 비하 등 혐오를 부추기는 게시글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7월 6일(월)부터 8월 5일(수)까지 한 달간 진행됐으며 총 76명이 참여했다. 

 

완전한 익명에 보호를 받은 발화자의 혐오는 사회 전반을 향한다. 혐오 게시글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한 63명이 본 혐오 게시글의 종류는 페미니즘 관련이 90.5%, 성 소수자 관련이 58.7%, N번방 관련이 57.1%, 외국인 유학생 관련이 41.3%, 세월호 관련이 25.4%로 다양했다. 그 외로 종교적, 정치적, 지역적 혐오 발언을 본 적이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에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성별을 나눠 혐오를 조장하고, 특정 단체나 소수자 집단에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같은 재학생인 중국인 유학생을 혐오하고 있었다.

 

A 씨는 “에브리타임에서 나오는 여성혐오는 페미니즘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아니라 단순히 감정 소비로 귀결되는 것 같다”며 “이러한 게시글들이 본질적으로 서로의 감정 소모를 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심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B 씨는 단순 혐오를 넘어서 심지어 범죄 행위에 가까운 글도 봤다고 전했다. B 씨는 “특정 단체 책임자의 개인정보를 ‘얘는 무슨 학과 몇 학번 누구인데 얘 여자친구는 무슨 학과 몇 학번 누구다’라며 관련 책임자에게 패륜적 농담을 하거나 그 사람의 여자친구 개인정보까지 공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학교에서는 존중을 가르치는데 에타에서는 존중이 없고 배려도 없다”고 전했다.

 

 

관리자의 부재 속 유명무실 신고제도
물론 에브리타임은 자체적으로 커뮤니티 이용 규칙을 가지고 있다. 에브리타임 커뮤니티 이용 규칙에 따르면 타인 또는 특정 단체·지역에 대한 욕설,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행위, 과도한 정치·종교 연관 행위,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행위, 음란물이나 신체 사진, 초상권 및 저작권 침해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 등에 해당하는 게시물과 게시판 개설을 금지하고 있다. 

 

 

이용수칙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신고 제도도 마련돼 있다. 신고는 자동 신고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다. 에타 자체적인 심의 없이 신고가 일정 수 이상으로 누적되면 내용과 무관하게 자동으로 삭제, 중단, 변경 등 제재가 이뤄질 수 있으며 신고를 당한 해당 회원은 자격 및 권한을 제한, 정지, 박탈당할 수 있다. 신고에 따른 제재 여부는 제재를 받은 이용자에게만 안내가 이뤄져 신고한 이용자는 이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신고가 이뤄져도 실제 삭제조치까지 이뤄지는 경우 자체도 드물다. 말 그대로 신고가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문제를 느껴 신고해도 즉각적인 제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신고해본 적 있다는 24명의 응답자 중 삭제됐다는 응답한 사람은 7명(24.1%)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응답자들은 게시글 신고 이후 해당 게시글에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한, 에타는 커뮤니티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자동신고 제도 이외의 방침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개인정보 침해, 명예훼손,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법적 조치 대응과 관련해, 에타의 문의 사항에는 ‘법적 조치는 에브리타임에서 처리되기 어렵습니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실 경우, 수사기관에 직접 의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규율은 있으나 제재를 가하는 관리자는 없다. 에브리타임은 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물론 다른 수많은 커뮤니티에서도 에브리타임과 같이 욕설이 난무하거나 혐오 발언은 있다. 그러나 관리자의 존재와 신고 제도에서 크게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에서는 이용자가 혐오 발언을 작성한 댓글을 신고할 경우 자체적으로 확인 후 삭제 조치를 한다. 또한, 에타와 달리 신고자에게도 신고 결과에 대해 안내하며 삭제 이유까지 밝혀주고 있다. 설령 삭제되지 않았을 때도 혐오 발언을 차단해 커뮤니티 이용을 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행위에 신고가 들어올 경우 자체적으로 확인 후 조치를 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Instagram은 긍정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커뮤니티 문화를 조성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위협이나 혐오 발언을 포함한 콘텐츠, 특정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수치심을 주는 콘텐츠, 금전 갈취 또는 괴롭힘을 목적으로 한 개인 정보 노출, 원치 않는 반복적인 메시지를 삭제 조치하고 있습니다. 인종, 민족, 국적, 성별, 나이, 성 정체성, 성적 취향, 종교, 장애 또는 질병을 이유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폭력을 조장하는 행위는 결코 허용되지 않습니다.’

 

실제 관리자의 제재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지난해 10월 국내 포털 업체 중 최초로 연예 뉴스 댓글 폐지와 혐오 표현 신고제도를 도입하며 댓글 정책을 개편한 다음카카오는 악성 댓글 신고 및 조치가 증가했고 욕설 및 혐오 표현이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치된 혐오가 만든 피해자들, 에타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물론 에타의 글들을 학교 전반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하긴 어렵다. B 씨는 에타에 올라오는 의견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30분의 1도 안 되는 사람들의 공감 숫자만으로 에타의 올라오는 글을 학교의 전반적 여론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B 씨는 “익명에 가려져 자기들 개인적인 감정으로 비난을 하는데 그런 욕으로 상처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에타 익명 시스템 또는 신고 시스템의 본질적인 관리자 개입이 없다면 피해자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에타에서 이러한 혐오성 발화가 발생하는 것을 특정 세대의 타락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회의 혐오는 악성 댓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미 이전부터 만연했다. 본질적인 문제는 에타라는 커뮤니티가 혐오 발언의 무법지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에타가 ‘완전한 익명성’을 자신들의 강점으로 내놓았다면, 익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건강한 공론장이란 무조건적인 익명과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형성되지 않는다. 결국, 에타는 표현의 자유만 보장되고 사회적 책임은 전무한 무법지대로 전락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서 만연하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에타의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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