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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학내노동자] 중단된 셔틀버스, 누군가의 지워진 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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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학년도 1학기는 거의 모든 대학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학교 내 학생 식당과 같은 편의시설들은 코로나19 예방을 목적으로 모두 영업이 중단되었다. 학생 식당이 문을 닫고, 셔틀버스 운영이 중단되고, 학교 안에서 커피를 사지 못하는 건 불편하다. 학교의 이러한 조치는 학생들에겐 불편함일 뿐이다.

 

 대부분은 누군가의 일자리가 당연하게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행동들은 암묵적 동의 하에 자행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누군가의 생계는 배제됐다.

 

 

# "서로서로 도와 이겨내자며" … 셔틀버스 노동자 이야기

 

 좁은 공간에 여러 학생이 이용하는 셔틀버스는 감염위험구역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교육 시설이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셔틀버스 운영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2월 말 이후 학교, 학원 등을 비롯한 여러 교육 시설들은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운행을 안 하니 운전사의 급여 지급은 자연스럽게 끊겼다. ‘무급휴가’라는 얄궂은 이름이 붙었다. 급여의 30%에서 50% 정도를 일부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후 방학이나 특강 수업 때 무상 추가업무를 조건으로 지급되었다.

 

 이처럼 갑자기 생계에 타격받은 이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것은 특수고용자, 자영업자, 무급휴직자를 묶어 월 50만 원씩 3개월을 지원하겠다는 지원책이다. 지원 규모는 93만 명 정도이다. 그러나 수요와 비교해 복지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이하 셔틀노조)에서 파악한 셔틀버스 노동자만 해도 30만 명이다. 셔틀노조 총무국장의 홍정순 씨는 “해당 정부 지원에 대한 신청이 7월 20일에 완료되었으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원금은 입금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셔틀버스 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특수고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셔틀버스 운영의 경우 차 소유가 본인 명의로 되어 있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셔틀버스 노동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로 정의된다.

 

 

 셔틀버스 노동에는 다양한 고용 형태가 존재한다. 1997년 이전에는 교육 시설에서 차량을 가지고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IMF를 겪으면서 고용 형태가 변화되었다. 현재는 차량은 시설 소유로 하고 기사들만 채용하는 교육 시설이 있는가 하면, 전세버스업체와 계약 후 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차량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교육 시설도 있다. 2015년 이후에는 ‘자가용 유상운송’ 관련 법이 허용되어 ‘자가용 유상운송’의 방식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교육 시설도 존재한다. 이때 ‘자가용 유상운송’은 어린이 통학버스만 허용된다. 유아들부터 중고생, 대학생의 통학 그리고 직장인들의 통근까지 담당하고 있는 셔틀버스 운영 실태와 비교해 턱없이 비좁은 법망이다.

 

 이번 사태의 경우, 셔틀버스 노동자들의 시위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이들을 정책지원대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셔틀버스 노동자의 노동자성은 여전히 불안하다. 셔틀버스 노동은 IMF 상황을 지나면서 전속성과 종속성, 즉 노동자성이 다분한 일자리이다. 그러나 차 소유자가 본인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1인 사용자가 된다.

 

 고용 상황이 불안해지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이에 대해 미리 협의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는 상식을 넘어 근로기준법(제24조 ③항) 상으로도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는 명목으로 이러한 상식은 사라졌다.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를 함께 이겨내자’라는 배려는 누군가에겐 부재한다. 셔틀노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찰청에 등록된 합법적인 셔틀버스는 10만여 대이다. 이 중 교육 시설 자체 운영 셔틀버스는 1~2만 대, 전세버스업체 운영 버스는 수천 대, 나머지는 자가용 유상운송 차량에 해당한다. 나머지 20만 대 차량의 경우 불법 차량 운행이다. 다 합치면 ‘30만 대’라는 적지 않은 수이다.

 

 대부분의 셔틀버스 노동자는 셔틀버스 전세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교육 시설들은 셔틀버스 기사가 아니라 이 전세업체와 계약을 한다. 즉, 셔틀버스 노동은 간접고용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셔틀버스 노동자는 전세버스업체에 내는 지입료, 4대 보험료 등 운영 시 필요한 비용을 100% 부담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손 소독제 구매비용도 여기 포함된다.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비용은 노동자의 주머니에서 나오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그들의 수입은 0에 가깝다. 가장 심각한 건 이들의 늘어나고 있는 빚이다. 셔틀버스 노동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매달 대출로 해소되었고, 대출은 대부분 고금리의 제2금융권에서 이루어졌다. 매달 이자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셔틀버스 노동자들은 ‘조금만 더 기다리면’ 곧 일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지입료와 보험료를 납부했다. 후에 셔틀버스 운행이 재개되면 여유는 없을지라도 부채 해소 정도는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교육 시설들은 셔틀버스 노동자의 이러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업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해직 통보나 무기한 운행 중단을 강행했다.

 

 전세버스업체와 연결된 노동자들은 상황이 더 어렵다. 셔틀버스의 구매는 오롯이 운전사의 자비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버스의 명의는 운전사가 아닌 전세버스업체 앞으로 되어있다. 전세버스업체는 이 차량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는다. 회사 역시 돈이 궁하다는 이유다. 버스를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관행처럼 여겨졌으니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

 

 현재 셔틀버스 업계는 전반적인 상황 악화로 인해 빚만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셔틀버스 운영을 포기하고 차를 파는 노동자들도 대거 발생했다. 홍정순 총무국장은 인터뷰 도중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를 같이 이겨내자는 배려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를 두고 노조 측은 정부에서 저금리/무이자 대출 지원책이라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는 휴원 명령을 내린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교사들의 급여를 포함한 근로자들의 생계비를 제공하는 지원책을 제시했으나 거기에 셔틀버스 노동자의 몫은 없었다. 기껏해야 시설유지관리비 지원의 일부를 운전사의 몫으로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아지는 듯 보였던 상황은 최근 시작된 2차 대유행으로 또 한 번 좌절되었다. 교육부에서는 학원을 제외한 모든 교육 시설들이 9월 20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운영할 것을 명령했다. 이로 인해 재개되었던 셔틀버스 운행은 다시 전면중단됐다.

 

 반복되는 코로나19와 온라인 수업으로 셔틀버스 노동자의 생계는 무너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부재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생계에 타격을 겪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무급으로 계속되는 셔틀버스의 무기한 연장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결정이다. 서로 함께 이겨내자던,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깝자던 이들은 어디로 갔나.

 

 

# 셔틀버스 노동자: 가해자의 표상, 그 뒤에 숨겨진 고충

 

 셔틀버스 노동자들은 주목받는 자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반짝 올라갈 때가 있다. 어린이 통학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이다. 이들은 2013년 청주 ‘세림이법’과 최근 ‘민식이법’과 같이 어떤 사고가 발생해야만 언론에 등장할 수 있다.

 

 대개 이런 사건들에서 보이는 셔틀버스 노동자에 대한 표상은 부정적이다. 무책임한 어른, 부주의한 어른으로 그려진다. 셔틀버스 노동과 관계된 교육 시설, 전세버스업체, 제한적인 법체계는 조명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근로기준법상 이들은 ‘사용자’이다. 셔틀버스 노동자는 사용자로서 해당 사건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두고 정부는 ‘공동소유제’를 제안했다. 셔틀버스에 적용되는 공동소유제란 교육 시설에서 어떤 차량을 셔틀버스로 운영하겠다고 하면 해당 차량을 교육 시설과 운전사의 공동소유 차량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차량이 운전사 자비로 마련된 차량이라는 데 있다. 사유재산을 공동소유로 등록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벗어난 일이다. 공동소유제의 논리는 사고 발생 시, 1%의 책임을 시설에 물을 수 있다는 것인데, 1%의 책임을 위해 개인소유의 차량을 시설과의 공동소유로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복잡한 공동소유제의 신고 절차 역시 문제다. 공동소유를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서류 업무는 모두 운전사가 담당한다. 공동소유 신고를 위해서는 교육 시설과 운전사 모두의 서류가 필요하다. 이같이 복잡한 행정처리는 관공서와 교육 시설 모두 기피 대상이다. 게다가 셔틀버스 운영의 경우 교육 시설 운영과 운전사 개인의 상황에 따라 일자리를 옮겨야 할 상황이 빈번하다. 하지만 운전사는 일자리를 바꿀 때마다 이와 같은 행정절차를 반복해서 밟아야 한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불합리하고 한정적인 법체계의 문제다.

 

 또 하나의 고질적인 문제는 셔틀버스 노동 관련 일자리를 합법적으로 알선해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셔틀버스 노동자들은 불법 브로커로부터 소개비를 주고 일자리를 구한다. 그런데 이 소개비라는 것이 정해진 액수가 없다. 좋은 조건의 일자리일수록 소개비가 더 드는 게 당연하다. 한 달 치 월급을 요구하는 예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셔틀버스 노동의 경우 고용 유동성이 높아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소개비를 내야 하는 처지다.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30만 대의 셔틀버스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하지만 사회에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연대가 필요하다. 지난 20~30여 년간 이들의 목소리는 사회에서 들을 수 없었다. 정부가 이들을 두고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제멋대로 정책’을 운영하는 건 당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5년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이 개설됐다. 이후 셔틀노조에서는 셔틀버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셔틀버스 노동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의 8대 요구를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셔틀노조는 높지 않은 조직률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국 30만 명의 셔틀버스 노동자 중 조합원은 소수이다, 조직이 커질수록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노조 결성 자체가 어렵다. 이는 다른 특수고용노동 업종도 마찬가지다. 셔틀노조는 민주노총의 특수고용단과 협력하고 있으나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기존 태도는 완강하다.

 

 

 여태껏 셔틀버스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그저 가해자의 표상으로만 존재해왔다. 그 누구도 '권리'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셔틀버스 노동에 대한 문제는 비단 운전기사들의 권리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 이들의 노동은 '우리의 이동'이다. 셔틀버스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누군가 희생되어야만 조명되는 안전과 이동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노동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때 우리의 안전 역시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