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하면 뭐하니? [1편] 경인일보 한달수 기자
외대알리에서 활동했던 언론 현직자들과의 만남, 알리하면 뭐하니?
(1) 경인일보 한달수 기자
‘외대알리를 떠난 선배들은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이 궁금증을 시작으로, 외대알리 기자들은 몇 달 전 경인일보에 입사했다는 선배를 무작정 찾아가봤습니다. 좁디 좁은 언론사의 문, 수천수백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선배들은 대체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을까요. 그 문 너머에서 어떤 생활을 보내고 있을까요. 언론 현직자들의 생생한 인터뷰, <알리하면 뭐하니?> 1편, 지금 시작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3년 한국외대 경영정보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외대알리에서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기자 및 부편집장으로 활동을 했고, 대학알리에서도 편집장으로 반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올해 4월에 경인일보에 입사해서 지금은 인천 본사의 사회부 수습기자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달수님은 기자가 되기 위해 어떤 걸 준비하셨나요?
많은 걸 준비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어느 회사든 비슷하듯이 토익은 기본적으로 준비했고, 언론사에서는 KBS 한국어능력시험이 필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외에는 외대알리 활동을 오래 했었고, 작년에는 대학알리에서도 편집장을 반년 정도 했습니다. 2018년도에 외대알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KTV 국민방송에서 국민 기자단을 모집해서 그때 1년 정도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취재도 하고, 섭외와 인터뷰, 방송 나가는 원고를 쓰고 녹음하는 등의 활동을 했었습니다.
또 작년에는 외대알리 구성원들과 스터디도 하며 논술, 상식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저는 본격적으로 스터디를 시작하고 6개월 만에 입사를 했으니 빠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지 같은 경우에는 좀 더 경쟁이 센 편이니, 언론고시 준비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운도 작용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요새는 언론사도 그렇고 방송사도 그렇고 기자를 많이 뽑는 추세가 아니다 보니까 언론대학원을 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윤세영 저널리즘 스쿨에서 활동하다 온 동기도 있고, 인턴 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인턴이 "언론사 입사 보증수표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회사마다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잘 맞겠다’하는 판단 기준이 있는 것 같아서, 분명히 운이라는 게 좀더 작용한다 생각합니다.
기자 시험 전형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특히 실무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언론사는 서류 심사, 필기시험 다음에 실무평가를 거치게 됩니다. 모든 언론사에서 실무 평가는 반드시 실시하기 때문에, 대학 생활을 할 때 취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짧게든 길게든 꼭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무현장 갔을 때 어떤 제시어가 나오든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감이 조금 생기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실무평가는 기사를 리드부터 결론부까지 완벽하게 쓰는 등의 완성도를 보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수습 기간 동안 시키는 일을 얼마나 잘 수월하게 수행을 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경험들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수습기자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아침 6시에 기상해서 경찰서로 출근을 합니다. 사쓰마와리*라고 하는데, 7시~7시 반 사이에 도착해서, 취재가 끝나면 거의 9시쯤 경찰서에서 나옵니다. 사무실까지 가는데 40분 정도 걸려서 보통 9시 반에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수습기자들은 어느 언론사든 상관없이 사회부에 소속되기 때문에 10시에 사회팀 아침 회의를 합니다. 선배들의 경우 각자 오늘 취재해서 기사 쓸 내용을 간단하게 메모해서 데스크(편집부), 팀장한테 설명합니다. 수습기자도 아이템을 내는데 선배들이 괜찮다고 하면 취재를 시작하게 되죠. 아니면 선배들의 아이템에 붙어서 자료조사, 현장 취재 보조를 합니다. 중간에 점심 한 시간 빼고는 거의 일하는 시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오후 3시경 편집국장과 각 부서장 데스크 지면 회의를 할 때쯤이 서서히 기사를 써서 다음날 나갈 기사를 마감하는 시간입니다. 보통 3시부터 6시까지인데 저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려는 편이라 보통은 5시~5시 반 사이에 퇴근하기는 합니다.
특별히 기획취재가 붙거나 마감을 해야 하면 늦게까지 있을 때도 있는데 그런 경우 조금 일찍 퇴근하는 날도 만들어줍니다. 주말에 나갈 일이 생기면 평일 (근무일을) 하루 빼주기도 하고요. 다른 언론사도도 그렇게 옛날처럼 (수습기자들을)세게 돌리지 않긴 한데, 저희 회사가 수습기자들을 많이 배려해주는 편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감염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사쓰마와리: 각 경찰서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을 돌며 취재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 경찰기자를 의미하는 일본어 표현 ‘察廻’에서 유래했다.
기자는 하루종일 사방팔방 뛰어다닌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 기자의 워라밸(work life balance)은 어떤가요?
기자도 기본적으로 9 to 6입니다. 당연히 6시는 넘어가지만, 그래도 7시 반에는 퇴근하는 것 같아요. 일과가 힘들다기보다는, 신문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가기 때문에 일요일에도 기자가 출근을 해야 합니다. 일~목까지 일하고 금·토를 쉬는 형태인데, 일요일에는 다들 쉬기 때문에 취재에 제약이 많아서, 금요일에 취재를 미리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일요일에 조금 늦게 출근해서 기사를 마감하는 식으로 근무 일정을 조정하죠.
지금 근무하고 계신 곳은 어떤 곳인가요?
경인일보는 기본적으로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뉴스를 다루는 회사입니다. 사회부는 사건사고를 다루는 부서로, 주 출입처는 경찰서, 검찰, 법원 등입니다. 언론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경인일보 사회부에서는 특히 인천이 환경 관련 이슈들이 많다 보니 해당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그밖에도 복지나, 노동 등의 주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사건사고를 취재하지만, 넓게 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수습기자들을 사회부에 배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여러 사람, 여러 분야를 경험하며 다양한 사람들한테 질문 던지는 연습도 하고 세상 공부를 하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지역지 기자로 활동하며 느꼈던 지역언론의 특색은 어떤 것인가요?
중앙지보다는 지역 이슈를 크고 깊게 다룹니다. 중앙지는 아동학대, 흉악범 이슈 등 뉴스에 걸릴 만한 건이 아니면 지역 이슈를 세세하게 다루지는 않아요. 설령 중앙지에서 다루더라도 전체적인 그림만 보여주지 디테일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데, 지역지는 지역의 이슈를 다뤄야 하다 보니 사건의 뒷이야기를 좀 더 밀착해서 다룰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동학대 사건이 터졌을 때, 중앙 언론들은 아이를 학대한 혐의를 받는 부모들의 사건 당시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워낙 많은 뉴스들을 다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기사 하나를 깊숙이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그 부모가 어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접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동학대’하면 무조건 가해자들을 욕하고 비판하는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야 재발하지 않는지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 발 나아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온정의 손길을 전달하기도 하고요. 얼마전에 있었던 인천 모텔 여아 학대 사건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도 그렇고 부모도 굉장히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보니까, 인천 시민들이 이 가족을 후원하고 싶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중앙 언론이 다 못 담아내는 내용들을 지역 언론이 한발짝 더 자세히 보여주면서 의미 있는 기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지역언론의 특색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직에서 일하며 보람을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간혹가다 인천공항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인천대교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시는 분이 있어요. 한강으로 치면 마포대교 같은 곳이죠. 다달이 있는 건 아닌데 가끔 그런 사고가 몰리는 해가 있습니다. 한동안 되게 잠잠했는데 5월에 세 건이 연달아 있었어요. 인천대교가 워낙 다리가 길어서, 마포대교처럼 난간을 높이거나 그물을 달거나, 생명의 전화 같은 걸 설치하기 힘든 구조예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인천시 등에 대책을 묻는 기사*를 써서 냈는데, 그후에도 사고가 두세 건이 더 발생했습니다. 제 기사를 보고 이 장소가 유명해진 건 아니지만, 마음이 아팠고 극단적인 (소재의) 기사를 다룰 때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해당 기사를) 쓰고 나서 그제야 다른 언론사들도 (관련 사안을) 집중 조명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인천대교 쪽에 물었을 때 (대책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지만,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는 여론이 거세져서 그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빠르게 대책을 내놓으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기사 하나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변화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인천대교 줄잇는 투신사고… '구원의 손길' 깊어지는 고민, 경인일보, 2021.6.22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10622010004231
반대로, 기자가 되고 나서 느꼈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현장에서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를 해야 할 때,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한 두분이 그냥 지나가시면 괜찮은데 가끔 여러 분들께 요청을 드려도 잘 안해주시면 마음이 급해지고 스스로 위축될 때가 있죠. 뭔가 멋지게 문제점을 찾아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은데, 가장 기본이 되는 현장 인터뷰가 잘 안될 때면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 스스로 자책감을 느낄 때가 있었어요. 그래도 이런 과정들 또한 더 좋은 기자로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길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외대알리의 활동이 어떤 점에서 현직 생활에 도움이 됐나요?
실무 때도 그랬고, 현장에서 뛰는 기자가 되어도 공무원이나 주요 취재원들은 학교 직원들을 인터뷰할 때와 같은 강도겠구나, 하고 예상을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컸던 것 같습니다. 방금 말한 건 기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스킬 같은 건데, 그외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외대가 학교 특성상 다양한 관점이 그래도 많은 학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직되어 있지 않고 비건, 성 소수자 이슈에 있어서도 예민하게 공론화하는 학우들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외대알리가 외대 안의 역사를 기록하는 기록자기 때문에, 캠퍼스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학생들의 생각을 접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관점이 많이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외대알리에 들어오는 기자들이 기본적으로 좀더 다양한 생각, 특히 약자와 사각지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분들이세요. 그러다 보니 기성 언론과 방송에서 못 보는 걸 같이 활동하는 외대알리 기자나 동기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기사만 봐도 외대알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오며, 어떤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실무적인 것과 가치관에서 관점의 다양성을 넓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외대알리 구성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까지 언시생이었던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붙고 떨어지는 건 전적으로 ‘운’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분야나 직군을 막론하고 특히 최종면접까지 가서 불합격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기도 하는데, 사실 마지막에 붙고 안붙고의 차이는 그 사람의 실력이 부족해서는 아닌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이 사람을 뽑는 것이기에 주관도 반영될테고, 회사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조직문화도 있고,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죠. 쉽진 않겠지만,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설령 결과가 좋지 않다면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고 ‘내가 지원한 회사가 나를 품을 그릇이 안되는 곳이구나’ 생각하면서 자신을 믿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빠르게 원상복귀해서 다음 기회를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들 어떤 길을 걸으시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자님에게 ‘외대알리’란 어떤 존재인가요?
인터뷰 요청을 받아 무척 반가웠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든, 외대를 떠나서 언시생으로 있을 때도 외대알리 시절을 돌아보면 자극제가 많이 됐었어요. 기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습기자 과정에서도 좌절하는 순간들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외대알리에서 활동했던 기억을 돌아보면 자극이 많이 됩니다. “이런 기사도 썼었고, 이런 사람들도 만나봤고, 이런 것들도 다뤄봤구나” “그래도 난 기자가 될 자격이 없지는 않구나. 기자 하기를 잘 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로서 커리어를 어디까지 이어나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학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생활 첫발을 기자로 디디면서 힘이 됐습니다. 한마디로 “외대알리는 자극제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리하면 뭐하니?> 2탄은 스브스뉴스 박원희 PD와의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박시은 기자 sini0418@hufs.ac.kr
조시은 기자 ohno282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