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 학내상권이 위태롭다 (2) 글로벌캠퍼스
어문관 매점과 프랜차이즈 매장, 복사실과 인문경상관 매점, 후생관 내 편의점 외 모든 매장들, 백년관 매점, 각 건물 내에있는 자동판매기들은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모든 곳들의 운영주체는 학교 내 후생복지관련 비영리법인인 한국외국어대학교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다. 생협이 학내 상권, 학생들의 복지 전반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현재 생협은 학내 매점들의 운영을 중단하고, 편의점 등의 매장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외대 본부는 2020년 3월 개강부터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비대면 화상강의를 중심으로 학기를 운영해왔다. 새내기배움터, OT부터 동아리와 같은 오프라인 활동을 전면중단하고 학내 시설들의 이용을 금지하면서, 교통이 좋지않은 외대 글로벌캠퍼스를 찾는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특히 학생들의 이용이 학내상권의 이윤과 직결되는 만큼, 학내 매점·식당·편의점 등 상권들은 지금 최대의 위기에 놓여있다.
외대알리는 글로벌캠퍼스 내 식당과 매점, 편의점 등 대부분의 후생복지를 총괄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생활협동조합 김영희 학생위원장(사학과 18학번)을 인터뷰하고, 현재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들어보았다.
Q. 생협은 어떤 활동을 하는 기구인가요?
김 : 생협은 학내에서 학생과 직원, 교수들이 자신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협동조합을 세운 것입니다. 1980-90년대에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표출하기 위해서 만들기 시작한 단체인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 상업화가 가속화되며 학내 복지매장의 물가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등록금 외에도 학교 내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나머지 부대 비용을 모두 다 부담하도록 미루게 되는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이런 순환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생협입니다. 그렇기에 생협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품들의 원가, 세금 등을 제외한 순이익을 다시 학생들의 근로장학금, 생협장학금이나 학식재료비, 학교 발전기금, 학생위원회 활동기금으로 사용하여 조합원들에게 환원합니다. 따라서 학내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캠퍼스는 생협이 후생복지를 담당하고, 서울캠퍼스는 학교가 직접 후생복지를 담당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이후 생협상황은 어떤가요?
김 : 코로나19 이후, 생협 저축금을 이용해서 글로벌캠퍼스 후생복지를 운영해왔는데, 현재 남아있는 저축금을 모두 사용하여 학생위원의 활동비를 삭감해도 재정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생협 내부 운영방식 기틀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제휴하고 있던 매장들의 운영시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특히 작년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학내 매점의 운영을 중단했고, 다른 매장들도 영업시간을 단축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장 운영자와 식당 근로자 모두 생협에서 직접 고용한 사람들인데, 코로나 이후로 생협에서 관리하는 매장들의 수익이 80% 이상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매장 자체를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서 단축 근무나 매장 운영 중단 등의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힘들어지다 보니 생협을 운영하기 위해 지금까지 모아둔 저축 비용들을 다 쓰게 되었기 때문에 매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이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을 생협 측에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다시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Q. 매장 운영이 중단된 이후, 매장 점주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김 : 코로나19 이후 많은 생협 직원들이 정리해고가 되셨습니다. 생협 내부 상황이 좋아지면 재고용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다시 매장을 여는 것에 대한 초기비용은 감수할 예정입니다.
또한 우리 학교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방학 중 매출 감소에 따른 프랜차이즈 업체의 빈번한 계약 파기와 업체의 교체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따로 임대를 통해 매장을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업체가 코로나19로 인해 방학보다 더 매출이 감소하게 되자 대부분 우리 학교와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비어있는 매장들은 학교 운영의 정상화 이후 공개입찰을 통해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하기에 아직까지는 전망이 어두운 상태이긴 합니다.
Q. 각 가게 점주님들이 이야기하시는 공통적인 애로사항이 있나요?
김 : 한 매장 근로자분이 코로나 이전에는 생협에서 근로장학생을 선정해 매점,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형식으로 일을 하게 했는데, 코로나 이후 매출이 없어져 근로장학금을 부담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수 없어 매장 운영을 점장님께서 혼자 부담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노동시간이 증가하게 된 것이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또 코로나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인데, 후생관 2층 카페나 맘스터치에서 일하시는 근로자분들의 경우 휴게공간이 없어 쉬는 시간에 그냥 매장 안이나 근처에서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이번년도에는 휴게공간 설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Q. 학교 측에서 생협 혹은 점주들을 위한 방책을 마련했나요?
김 :학교에서 생협을 위한 지원은 크게 없었습니다. 다만 학교 측에서 식대를 지원하는 등 많은 학생들의 복지를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복지매장을 더 많이 이용해야 하니까, 학교 측에서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학교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김: 생협은 독립법인으로 운영이 되기에, 교직원 식당의 경우에는 학교의 지원이 충분치 않아 학생들의 부담이 있는 편입니다. 생협이 아무리 독립법인이라고 해도 학생들의 후생복지를 위해서 운영이 되기 때문에 학교가 어느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협이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학교의 더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더불어 점주님들을 위해서 학생들이 이용하는 식당 등의 재료비 지원이나, 공과금 지원등을 더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외대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씀이 있나요?
김 : 학생분들이 조합원 가입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입할때 출자금 최소 1만원 정도만 필요하고, 이또한 탈퇴시 환불해드리니 편하게 가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합원은 학생회처럼 자치활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합원이 되면 가입증을 받고, 생협운영 매장에서 적립금과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생협장학금과 근로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혜택을 이용하는 것이 우리 학생이 학교의 주인임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직접 학생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생 복지매장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내고, 감사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매장에서 적립과 같은 혜택을 받고 싶으면 조합원에 자유롭게 가입하면 되는 것이어서, 많은 학생들이 생협에 관심을 가지고 가입을 해 주시고, 또 감시를 통해 더욱더 투명한 생협이 될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침체된 대학 내 매장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글로벌캠퍼스의 경우 다른 수도권 내 학교에 비해 버스 노선이 많지 않고, 지하철 또한 지나지 않아 찾아가기 쉽지 않다. 정문에서 백년관까지, 백년관에서 경상대학까지 약 1km의 거리가 있는 점을 생각했을 때, 건물의 위치가 서로 떨어져 있어 비교적 접근성이 좋지 않아 특히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생협의 정상적인 운영을 통해 각 건물 내의 매장들이 더 활발히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생협 운영상황이 매우 어렵다. 복지매장의 임대료 문제가 그 예다. 현재 글로벌캠퍼스 내의 복지매장은 생협에서 직접 관리하기에 가게 수익의 일부를 수수료 형식으로 받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수익이 발생하기 힘든 상황이면, 자금의 출처는 없어지다시피 한다. 게다가 복지매장을 운영하는 생협은 독립적으로 후생복지를 관리하기에, 매출의 감소는 생협이 관리하는 모든 운영자금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어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일자리를 잃은 점주들에 대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이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매장 점주들과 식당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근로자는 기약 없이 재고용 약속만을 가지고 학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엄연히 직원들의 노동권 침해이며, 학내 상점 노동자들의 부재는 학생복지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학생들의 권리마저 침해되는 결과를 낳는다.
학내 상권에 대한 학교의 무관심, 우리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코로나19 이후 학내 상권이 침체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건 학교와 학생이다. 특히 글로벌캠퍼스의 경우 생활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편이 아니기에 학내 상점의 운영 유무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직결된다. 하지만 현재 학교는 생협이 독립적인 기구라는 이유만으로 글로벌캠퍼스 후생 복지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생활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무관심 속에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내 후생복지 지원은 곧 학생 복지와도 직결되기에, 학교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
2021년 2학기 또한 9월 22일까지 비대면 수업이 유지되는 만큼, 대면수업 여부가 또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내 매장에 대한 관심은 곧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이다. 학내 복지매장의 수익은 다시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생협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학생을 위해 다시 쓰이게 되기 때문이다. 학내 상권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금, 학생들은 조합원에 가입을 하는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내 상권 살리기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현재 학내 상권이 처한 위기뿐만 아니라, 미래에 생길 다양한 위기도 함께 극복하는 힘이 될 것이다.
취재 및 기사 작성
김인겸 기자 doctok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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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은 기자 ohno282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