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2014 퀴어문화축제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외대알리| 퀴어 퍼레이드의 장소 승인이 취소되어 성명서를 받고 있던 때, 알리는 성명서에 참여하는 대신 퍼레이드 취재기사를 쓰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보았다. 퀴어에 대한 기자의 지식은 웹툰 ‘어서 오세요 305호에’가 전부였으나, 행사 전날까지도 ‘반대 집회가 열리니 조심하라’는 주위의 걱정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무식’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수레가 흥겹게 출발한 지 십 분 만에 멈췄다. 아저씨들이 수레 앞에 드러눕고,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며 독려(?)하기도 했다. 옆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할머니들과 여자 한 명이 다투고 있었다. 경찰이 제지하기까지 기자는 조금 떨어져서 가만히 지켜봤다. 할머니 한 분이 내게 이리 오라고 손짓하며 소리를 질렀다. 물론 위협을 느낀 기자는 가지 않았고, 곧 다섯 명의 할머니들이 내게 욕설을 퍼부었다. 사진을 찍은 것도, 째려본 것도, 말을 한 것도 아닌데….

1시에 ‘용감’하게 탑승한 하이힐은 네 시간 뒤 충동구매한 쪼리로 바뀌었다. 작아진 키 때문에 높은 곳을 올라다녀야 했는데, 폴리스라인도 생기고 대치 상황이 길어질 것 같아 기자는 근처 2층의 작은 맥줏집에 들어갔다. (기특하게도 기자는 취재 중인 것을 잊지 않고 사과주스를 마셨다.) 그렇게 대치는 계속됐다. 한 시간, 두 시간 ….

“저 사람들은 왜 길을 막나요?” 옆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던 눈이 파란 언니가 말을 걸었다. 한국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무지한가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기에 내 영어는 짧았다. “그들이 크리스천이라서 그래요.” 금발 언니는 내가 이상한 말을 한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요? 나는 크리스천이고, 레즈인걸요.” 기자는 그제야 이 축제가 어느 정도의 의의가 있을 수 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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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추정 15,000명, 주최 측 추정 30,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근처 건물 옥상에 올라가 내려다본 연세로 사거리는 색색의 풍선과 깃발을 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왜 퍼레이드인가?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성적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자긍심을 담아 도심을 당당하게 행진하는 것을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라고 부른다. 이 퍼레이드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성적소수자들의 자긍심을 축하하고 지지하며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시가행진으로, 미국 스톤월 항쟁(1969년 뉴욕의 게이바였던 ‘스톤월’에 대한 경찰의 탄압을 반대하며 일어난 항쟁)을 기념하며 매년 6월에 열린다. 퀴어문화축제의 한 프로그램인 퀴어퍼레이드는 이러한 ‘성적 소수자들의 자긍심 행진’이며, 성적소수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지하는 어느 누구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퀴어퍼레이드는 2000년부터 시작하여 올해 15회를 맞았다.

퍼레이드의 목적은 성 소수자들의 자존감 고양에 있다.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했던, 혹은 드러내면 비난받았던 성 소수자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모여 행진을 하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었던 성 소수자들에 대한 담론들을 양지로 꺼내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하며 덮어두는 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과 외로움, 죄책감을 느낀 많은 성 소수자-특히 청소년들이 세상을 떠났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양지로 드러내고 상담과 연계해주는 것은, 홀로 힘들어하고 있을 성 소수자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한편 퍼레이드는 성 소수자들의 법적인 권리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대개 합법적인 결혼이 불가능해서 침해를 받는 권리들이 많은데, 여기에는 배우자의 의료결정권, 공동으로 재산을 소유할 권리와 한 자녀의 같은 부모가 될 권리들이 포함된다. 한 가정을 이룰 수 없다. 퀴어 퍼레이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양지로 끌어내어 침해받는 권리들을 공론화 시키는 역할을 하며, 퀴어 문화축제의 일부인, 퍼레이드 전 부스행사에서는 가족사진 찍기 등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에 관한 법률단체의 조언으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떤 부스가 있었나

퀴어 문화축제에 참가한 다양한 분야 부스들이 신촌역 2번 출구부터 유플렉스까지 이어져 있었다. 양 길가로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받고 있었다. 첫 시작점은 동성애인권연대 부스였는데, 세월호 서명운동을 돕기도 하고, 퀴어 문화축제 후원을 위한 배지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 옆은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 프로젝트’ 부스였다. 청소년 성 소수자들을 상담해주고 의지할 쉼터를 제공해주려는 목적을 가진 부스였다. 그 옆에는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교인연대’ 부스가 있었다. 보수기독교단체들이 동성애를 탄압하고 죄악시하는데 맞서서 동성애자도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자식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한 부스는 기독교 종파에 두세 개 더 있었다.

의료분야와 관련된 부스들도 꽤 많았다. 콘돔과 윤활제를 무료로 배부해주는 부스나, HIV 감염인 커뮤니티, 에이즈 등의 질병 검사를 익명․무료로 시행해주는 부스도 있었다. 각 대학교의 성 소수자 동아리들이 연 부스도 많았다. 외대의 성 소수자 동아리 ‘Q사디아’는 부스를 운행하지 않았지만, 이화여대, 서강대, 중앙대 등의 대학 내 동아리들이 부스를 꾸렸다.

성 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라든지, 인권법률 공동체 두런두런 등 성 소수자들의 법적 권리 보장을 위한 부스들도 있었다. 또, 미국·독일․프랑스 대사관이 부스로 퀴어 문화축제에 참여하여 퀴어에 관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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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이 공존하는 6색무지개(남색 제외)무지개는 퀴어를 상징한다.

빨: 퀴어문화 축제의 옆에서는 세월호 서명운동이 이루어졌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서명운동을 도왔다.

노: 미·프·독 대사관이 축제에 참여했다. 사진은 미국 대사관 부스.

초: 무료로 콘돔배부 및 에이즈검사를 제공한다.

파: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교인연대

보: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 프로젝트’는 청소년 성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어떤 사람이 참가했나

퀴어 문화축제에 가기위해 준비한 것은 세 가지다. 하나, 카메라 배터리를 챙기고 프레스카드 발급받기. 둘, 부스위치설명서, 행진 경로 약도 챙기기. 셋,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리기! 대상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얕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라인의 두께만큼, 신었던 하이힐의 굽 높이만큼, 퀴어들에게서 거리를 두고 싶어 한 것 같다. (뭐, 남자보다 못생길까봐 신경 쓴 마음도 아주 조금 있다.) 잔뜩 기합을 넣고 도착한 신촌은, 생각과는 다르게(?)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또 외국인이 무척 많아서 영어는 준비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기자를 당황하게 했다.

십자가를 들고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꺼져!”하고 소리를 지르는 흥분한 아저씨도,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하고 울먹이는 학생도, ‘I`m gay.’라는 문구가 써진 커플티를 입은 동성애커플도 모두 지하철에서 한 번쯤 같은 칸에 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했다. 별로 차별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실제로 마주하니 ‘저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퀴어일 수 있구나’하는 느낌을 새롭게 받았다. 팬티 한 장을 입고 돌아다니던 남성이나, 여자 속옷을 입은 트랜스젠더들의 노출은 물론 낯설었지만 낯뜨겁지는 않았다.

일반인들과 퀴어들이 뒤섞여 떠드는 연세로는 평범했다. 일반인들과 참가자들, 퀴어들과 호모포비아들이 뒤섞여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거리가 점점 어색하지 않아졌다. 하이힐에서 내려와 쪼리로 갈아 신었다. 아이라인을 짙게 그리지 않아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6월 7일의 연세로는 평범하고, 또 자유로웠다.

퀴어 문화축제가 열리기까지

5월 14일,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는 6.7일 저녁 5시 반부터 7시까지 서대문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고, 서대문구청에 10시부터 준비를 하겠다는 행사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서대문구청은 27일 돌연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 정서’를 이유로 행사 승인을 취소 통보했다. 축제주최 측은 행사 승인을 세월호 사고(4.16) 이후 받았는데 이제 와 세월호를 이유로 취소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대문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행사 개최를 반대하는 민원으로 2주간 시달렸으며, 이런 민원이 승인 취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청 직원들에 의하면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당선 다음날 전화로 퀴어 퍼레이드를 막으라 지시했다고 한다. 문석진 구청장은 보수 일간지에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는 글을 독자투고 한 바 있다.

퀴어 문화축제 주최 측은 서대문경찰서에 미리 집회신고를 한 상태라 그대로 신촌 연세로에서 행사를 개최하기로했다. 이후 서대문경찰서는 축제와 같은 날 신촌에서 5시 반(행진 시작시각)까지 열릴 ‘세월호 죽음 및 동성애 반대 시민대회’의 집회를 허가했다. 경찰은 ‘아무 문제 없도록 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들은 누구를 지키려는 걸까

몇몇 진보적인 기독교 단체는 퀴어 퍼레이드를 지지하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퀴어 퍼레이드를 축복했다. 퍼레이드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연설이 이어졌다. “이제 우리는 무지개와 함께 행진을 시작하려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불안감으로 인한 혐오는, 그것에 대한 반대는 우리들의 축복과 연대로 함께 막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호모포비아들이 우리를 괴롭혀도 우리는 오늘 이렇게 모였듯이, 내년에도 모일 것입니다. 우리는 또다시 혐오에 반대하고, 차별을 반대하고, 평등을, 자긍심을 노래할 것입니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그러나 결국 이날 모두가 예상했던 불미스런 상황은 벌어졌다. 그러나 정작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무지갯빛 행진은 20여 미터도 채 가지 못한 채 멈춰서야 했다. 보수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된 선봉대 30여 명은 퍼레이드 선두를 이끌던 손수레에 달려들어 물을 뿌리고, 손잡이를 붙잡고 밀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수레 밑에 들어가 눕기도 했다. 경찰이 제지하며 폴리스라인을 세웠지만, 이들은 라인 안으로 들어와 20여 분간 행진을 방해했다. 경찰이 이들을 폴리스라인 바깥으로 내보내어 수레는 다시 10여 미터 정도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번엔 300여 명의 보수 교인들이 스크럼을 짜 드러누웠다.

참가자들은 인신 모욕과 욕설은 물론, 물세례를 맞거나 뺨을 맞기도 했다. 보수단체가 경로를 막아 변경했으나, 변경한 경로까지 점거당하여 네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길에 드러누운 사람들을 향해 불법집회이니 해산하라는 경찰의 경고방송을 했지만, 광화문 시위에서 들었던 단호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해산하라는 방송만 열 번, 스무 번 넘게 흘러나왔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연행하라고 외쳤지만, 경고방송 세 번만에 미란다원칙을 말하며 연행하던 경찰은 그곳에 없었다.

어버이연합이 들고 나온 자극적인 피켓(‘아이들을 잊었느냐 동성애는 죄악이다.’등)은 너무 거북했다. 세월호와 동성애가 하나의 피켓에 담긴, 논리적이지도 못한 주장에 아이들은 이용당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우리 아이들’은 누구일까.

퀴어 문화 축제, 어떻게 보였나?

성 소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성 정체성이나 자신들의 성적 욕망을 억눌러야 한다. 그러나 축제는 조금 다르다.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에 의하면 축제는 ‘억압되고 간과되었던 감정 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된 기회(하비 콕스)’다. 억압된 감정의 표현에 성적 코드가 포함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라는 ‘성 담론’에 대한 축제이고, 성 담론을 다루는 축제에 성적 코드가 삽입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현대의 축제 대부분은 특정한 조직에 의해 ‘기획’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참여자들은 적극성을 요구받았던 전통적 축제와 달리 ‘관중’으로 바뀌고, 축제의 퍼포먼스들은 ‘구경거리(스펙터클)’로 변했다. 퀴어 퍼레이드 역시 퀴어의 쟁점에 대해 공감하거나 이해할 생각이 없는 관중들에게는 단순히 ‘타자적 구경거리’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같이 놀고 싶었어

너무 퀴어들만을 위한 축제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쉽게 일반인들이 부스에 접근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해야하나... 퍼레이드가 단순히 퀴어끼리 노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랑이 혐오보다 강하다는 슬로건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거라면 일반인들이나 이런 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이해할 수 있게끔 더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A학우)

이제까지의 퀴어 퍼레이드는 감추며 생활하던 성 소수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해방의 날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이번 퍼레이드에서 볼 수 있듯 축제의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다. 사회인식이 성 소수자를 수용하는 쪽으로 변화함에 따라 앞으로 축제에 참가하는 일반인들의 비중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퀴어 퍼레이드는 퀴어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이해를 심화시키는 역할도 놓쳐서는 안 된다. 또한 성 소수자들이 침해받고 있는 법적 권리를 알리고 부당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역할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퀴어가 아닌 사람들도 ‘구경꾼’으로 흘러가버리지 않도록 붙잡을만한 콘텐츠가 필요해 보인다.

그들은 왜 벗어야 했을까?

전 동성애라는 개념이 좋고 싫고 자체를 떠나서 오늘 축제했다는 현장 사진을 보니까 정은 안 가요.. 이 축제를 통해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오해와 억압에 맞서겠다는 취지로 열렸다는데 왜 티팬티 같은 거 하나 걸치고 돌아다니고 다니는 걸까요? 그게 동성애자, 동성애 억압과 오해에 맞서고 자신들의 억눌린 삶을 대표할만한 퍼포먼스인가?? 동성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저로서는 그냥 노출증 환자 같고 눈살만 찌푸려지던데... 이 축제뿐만 아니라 어느 문화축제였어도 똑같이 보기 싫을 거 같아요 (B학우)

퀴어 퍼레이드 이후 인터넷엔 참가자들의 노출이 화제가 되어, 대부분의 기사들이 선정적인 시선으로 사진들을 게재하였다. 사람들은 그러한 노출에 불편함을 느끼며, 불필요함을 주장했다. ‘성 소수자들은 성에 지나치게 개방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는 인식이 대중적인데, 성 정체성을 표현하는 다른 방식을 택할 수는 없었을까? 또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언론에서 악의적으로 이용할 것임을 주최 측은 예측하지 못했을까?

일본, 캐나다, 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퀴어 퍼레이드’는 공통적으로 노출 퍼포먼스를 포함한다. 인류학에서는 이렇게 ‘노출’과 같은 금기를 넘어서는 경험을 통해 참가자들 사이의 자유, 평등, 동료애, 동질성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더구나 참가자들에게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충족시켜주고 다시 성 정체성과 성적지향을 은폐하기를 강요당하는 '일상'을 ‘버틸 수 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유식하면 용감하다

에벌린 비어트리스 홀은 볼테르의 삶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하지만, 난 당신이 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성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그 견해들과 관계없이 성 소수자들은 인간으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성 소수자가 아닌 이들이 갖는 것과 동일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퀴어 문화축제는 우리와 그들이 다르지 않음을 표현하는 의의가 있다.

참가자 인터뷰

그냥 음악 듣고 웃고 즐기는 축제였는데 반대 단체에서 집회를 열면서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했어요.

- 김지민 (가명, 축제참가자)

 

Q.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성 소수자 인권 생각 안하고 왔고 순전히 놀러 왔어요. 퀴어 퍼레이드가 운동으로서의 담론이 아니라 모두가 거리로 나와 즐기고 웃는 축제로 끝나기를 바라요.

Q. 참가해보시니 어떠셨나요?

A. 재미있었고요. 연애하고 싶어요....

- 김현우 (서울대 언어학과)

시민 인터뷰

Q. 오늘 행사 있는지 알고 오신 건가요?

A. 아니요 약속 있어서 나왔는데 사람이 많아서...

Q. 무슨 행사인지 알고 계세요?

A. 네. 퀴어 퍼레이드라고...

Q. 퀴어 퍼레이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A. 퀴어 자체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일 년에 한번 쯤 있는 행사라니 그 정도는 자유롭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면 외국인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인권의식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응원하고 싶어요.

Q. 지금 앞에 보수단체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지금 저 쪽 주장은 세월호를 앞세운 허울 좋은 변명 같아요. 저분들이 세월호에 대해 얼마나 지원하고 그러시는지 몰라도 굳이 왜 이런 축제에만 나타나서 막으니까... 속이 보이는 시위 같아요. 그리고 저기 애를 들고 나오신 분도 있는데 저건 진짜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그런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은 선택권을 뺏는 거죠. 또 외국인들도 많은데, 지금 제 친구(외국인)만 봐도 오늘 서울에 처음 온 거거든요. 외국인에게 저런 모습을 보이면 첫인상이 나쁠 거 같아요.

- 한수정 (가명, 친구와 저녁 먹으러 온 회사원)

LGBT? Queer? 그거 먹는 건가요?

■ 엘지비티(LGBT)

성적소수자 관련 글들을 읽다보면 LGBT 혹은 GLBT 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이
것은 L - lesbian(레즈비언, 여성동성애자) G - gay (게이, 남성동성애자), B - bisexual (바이섹슈얼, 양성애자), T - transgender (트랜스젠더, 성전환
자) 라는 4개 단어의 앞머리를 따서 만든 것이다. 즉,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모두 총칭하고자 할때 간단히 쓸 수 있는 약어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LGBTQ 또는 LGBTQQ 라고 쓰는 이들도 있다. 이것은 LGBT 에 Questioning
/ Queer 까지 포함해서 부르는 것이다. Questioning 은 자신의 성 정체성(Sexual Identity)이나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 사람 을 가리킨다.

■ 퀴어(queer)

이성애적이지 않은 모든 성적 소수자.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동성애자’의 다른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퀴어는 원래 ‘이상한, 기묘한’이란 뜻으로 이성애자들
이 동성애자들을 비하하고 모욕을 줄 때 쓰던 말이다. 이런 퀴어란 단어를 1980
년대 동성애자 인권 운동에 새로운 경향이 생기면서 오히려 당당한 단어로 바꾸
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그래, 나 이상하다. 그래서? 어쩔래?’ 라는 식으로 오
히려 억압받는 소수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해방감을 얻는 것이다.

출처: 성적소수자사전 (Copyright (C)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002-2004)

글/사진=이은빛 기자 chyo55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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