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설립자의 친일 행위를 미화해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동덕여대는 지난달 28일에 열린 2023학년도 입학식 연혁 보고에서 설립자 조동식의 친일 행위를 미화했다. 학교는 조 씨의 창학 목적을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계몽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여성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입각”한 것으로 표현했다. 같은 달 21일 동덕여대 새내기 배움터에서 배부된 ‘2023 학교생활 가이드북’ 창학정신에는 학교가 “일제의 가혹한 탄압과 질곡 속에서도, 조국과 민족을 위난으로부터 구제하여 국가의 사업과 민족적 과업에 기여했다”는 내용이 수록됐다. 조 씨는 친일 인명사전과 친일반민족행위 704인에 올라가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 씨는 일제 침략전쟁 협력을 위한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동덕고등여학교 교장으로 재임 중이던 1942년 3월, 『매일신보』에 징병제도 실시에 부응해 조선의 여성들이 ‘군국의 어머니’가 돼야 한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1944년 1월에는 같은 매체를 통해 내선일체와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덕여대 제56대 총학생회 '파동'(이하 총학)은 대학 측에 ‘2023 학교생활 가이드북’에 실린 설립자의 친일 행위 미화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교 측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다가 제작 직전에 총학생회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완성본을 전달했다. 총학이 반발하자 이미 업체에 제작을 의뢰해 내용 변경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에 지난달 7일, 총학은 학교 측의 설립자 친일 행위 미화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조 씨의 동상과 학교 본관에 ‘친일 미화 규탄한다’, ‘역사를 잊은 동덕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적힌 피켓을 부착했다. 학교 측은 설립자 친일 행위 미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동덕여대 김서원 총학생회장은 “(설립자의 친일 행위 미화가)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올해 안에 최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