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교수님, 채점표 좀 보여주세요!

상대평가 비율 변경으로 A등급은 늘었다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채점표
대학 성적 평가의 목적은 교육인가, 점수 매기기인가?
성공회대학교 현행 성적 평가 제도의 공백을 짚었다

이 기사는 2023년 3월에 발행한 회대알리 16호 지면에 수록한 기사입니다. 

 

학생에게는 성적 평가 과정을 명확히 알 권리가 있다


2023년 1학기 성적 평가부터 성공회대학교의 상대평가 비율이 변경된다. A등급의 비율은 기존 25%에서 30%로, A+B등급의 비율은 기존 65%에서 70%로 확대된다. 성공회대학교 교무처(이하 교무처)는 “타 대학에 비해 낮았던 우리 대학의 등급 비율을 완화하여 외부에서 평점으로 경쟁하게 되는 경우에 보다 유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상대평가 등급 비율 조정 이유를 밝혔다.


상대평가 비율은 변화했지만, A등급과 A+B등급 내에 든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기준은 여전히 ‘교수 자율’이다. 제도상 등급 비율에 든 모든 학생에게 플러스 점수를 주거나, 반대로 모든 학생에게 제로 점수를 주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강생에게 성적을 부여하는 것은 교수 권한이고, 대학의 특성상 모든 강의에 같은 기준을 둘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에게는 평가 비율과 배점, 답안과 채점, 점수 분포 등 성적 평가 과정 전체를 명확히 알 권리가 있다.


고등교육법 28조에 따르면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이다. 성공회대학교의 현행 성적 평가 제도에는 빈틈이 존재한다. 교수자에 따라 시험과 과제에 대한 피드백 여부가 극과 극으로 다르고, 이로 인해 학생들은 자신의 보완점 및 장단점을 파악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A+등급을 받아도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면 지금의 경험을 발판 삼아 나아가기 어렵다. 대학의 성적 평가는 학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성적 평가 제도는 교육의 취지보다 성적 부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성공회대학교의 성적 평가 기준

 

성공회대학교는 상대평가와 등급제로 성적을 평가한다. 평점을 부여하는 강의는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여 9등급으로 구분한다. 이중 F등급은 강의를 이수하지 못했다고 판단될 때 부여하며, F등급을 받은 강의는 취득학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2023년 1학기를 기준으로 A등급은 수강인원의 30% 이내, A와 B등급의 합은 70% 이내에서 부여할 수 있다. 수강인원에 비율을 적용했을 때 소수점 이하일 경우 ‘올림’하여 인원수를 계산한다. B등급 미만 성적의 비율과 플러스(+)와 제로(0)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불분명한 세부 성적 기준
성공회대학교의 성적 평가 기준이 명확한지 묻자, G학우(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22)는 “분명하지 않다. 특히 플러스를 부여하는 기준이 전부 교수자 재량으로 맡겨지는 점이 그러하다”고 답하였다. A+등급(평점 4.5)부터 D0등급(평점 1.0)까지 총 여덟 단계로 부여되는 우리 대학의 상대평가 등급은 평점으로 변환했을 때 각 0.5점 차이를 가진다. 그러나 이중 A등급과 A+B등급의 비율만이 정해져 있다. 상위 30%, A등급 내에 속한 학생이 평점 4.5를 받을지 4.0을 받을지 구분하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고, A등급을 포함하여 상위 70%에 속한 학생의 평점 기준 또한 마찬가지로 부재하다. 더욱이 B등급 미만, 평점 2.5부터 1.0까지 네 단계의 등급 부여는 비율 제한과 가산점 여부 모두 온전히 교수 재량에 맡겨진 상황이다.


세부적인 성적 비율을 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교무처는 “평가 결과가 등급별로 고루 분포되지 못하는 경우 학생들의 성적이 불가피하게 하향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간시험 30점 기말시험 35점… 도합 95점, A등급 받았지만 이유는 몰라요
교무처에 따르면 강의의 평가 방식과 평가 기준은 각 강의의 담당 교수가 결정한다. 수강생은 강의계획서 혹은 강의의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교수자가 설정한 평가 비율과 항목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성적을 확인할 때는 다르다. 교수에게 평가를 진행한 기준과 방식을 고지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항목별 점수만 제시하는 경우도 파다하다. 교수가 부여하는 성적 평가와 그 기준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여러 학우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H학우(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20)는 “(교수가 기준을) 설명해 주지 않고, 이 때문에 납득할 수 없으니 합당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교수 재량이고, 성적을 주는 사람이 그렇게 줬다니 넘어가는 것뿐”이라며 현재 성적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임을 비판했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는 평가 기준 없이 점수만 제시하는 강의와 교원이 명확한 평가 기준을 두고 피드백을 주는 강의가 모두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 수강생은 수행한 시험과 과제가 전체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율만 알 수 있다.

 

플러스 점수 받는 방법, 후한 교수님의 강의 듣기?
한 전공 탐색 강의의 교수는 “내 수업에서는 등급에 든 모두에게 플러스를 준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모든 전공 탐색 강의에서 A등급 비율에 든 수강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학에서는 전공 진입 이전에 공통으로 교양필수 네 과목과 대학생활세미나 1, 2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 이때 동일한 과목이지만 수강 신청, 분반, 소속 학부에 따라 다른 담당 교수에게 강의를 듣는다. 교양 필수 수업이 아니어도 연구년, 퇴임과 같은 사유로 과목명과 과목 코드가 동일한 강의의 담당 교수가 변경되는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학칙상 성적 평가의 전 과정은 해당 학기 담당 교수가 결정하기 때문에, 교양 필수 과목을 포함하여 과목명이 같은 강의들의 평가 기준은 각기 다르다.

 

 

“성적 부여는 담당 교수만의 권한”, 하지만 어디까지?
현재 성공회대학교에서는 성적 평가 제도에 플러스 점수 여부를 규정하고 있지 않음으로써 가산점을 온전히 교수의 몫으로 두고 있다. A+등급과 A0등급, B+등급과 B0등급은 각각 알파벳에 차이를 두지 않았지만, 명백히 다른 평점이다.


성적 부여와 관련된 사례를 묻자, I학우(인문융합자율학부 18)는 “(교수님이) 강의계획서에 없었던 평가 기준을 학기 말에 갑자기 추가했다.”며 교수자가 사전에 공고된 강의계획서와 다른 기준을 통해 수강생을 평가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 “추가된 기준에 대해 문의하는 메일을 보냈더니 A0를 A+로 올려 주었다. 지각과 결석을 많이 했던 다른 학우의 점수도 A0에서 A+로 올려 줬다”며, 수강생에 대한 평가를 교수가 마음대로 부여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짚었다.
제도상으로 세부적인 성적 평가 기준을 두게 되면, 학업의 평가가 지나치게 수치화되거나 교무처의 우려대로 수강생들이 하향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행 성적 평가 방식은 너무 많은 부분을 교수자 재량에 맡기고 있다. 수강생들에게 평가 기준을 밝히지 않는 강의도 다분하다.

 


 

[성공회대학교 학부] 이의신청 문의드립니다


성공회대학교의 ‘학사에 관한 시행세칙’ 제31조(성적 확인 및 이의신청)에서는 “성적처리 기간 중 특정한 기간을 정하여 해당 학기 예정 성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의가 있는 경우 해당 교과목 담당교수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문장을 통해 학생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성적 확인 및 이의신청 기간(이하 이의신청 기간)은 성적이 이관되기 전 수강생이 성적을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이의신청 기간에 수강생은 성공회대학교 종합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성적을 조회할 수 있고, 성적 평가에 관해 문의하거나 점수에 대해 이의제기할 수 있다. 성적 입력에 실수나 오류가 있을 경우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는 일도 이의신청 기간에 이루어진다. 이후 같은 시스템을 통해 교수자의 설명과 성적 정정 여부를 확인한다. 이의신청 기간 이후 성적 이관 과정을 거쳐 성적이 확정되면 수정이 불가능해진다.

 


30시간 안에 이의신청 전 과정 끝내기
현재 우리 대학은 이의신청을 위해 공식적으로 종합정보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교수가 이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 수강생이 교수의 연락처를 통해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야 한다. 문의한 이후에도 교수가 연락을 확인한 후, 답안 및 과제물을 재확인하거나 기준을 고지하고, 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성적 정정 요청을 승인하거나 거절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성공회대학교의 2022년도 2학기 이의신청 기간은 12월 22일 목요일 9시부터 12월 23일 금요일 17시까지였다. 약 1.5일, 시간으로 환산하면 30시간 안에 이 모든 일을 끝마쳐야 하는 셈이다.


회대알리가 진행한 ‘대학 성적 부여 기준 조사’에 따르면 우리 대학을 포함한 17개 대학의 이의신청 기간은 최소 2일에서 최대 7일, 평균 4.2일이다. 성공회대학교의 이의신청 기간은 설문에 응답한 대학 중 가장 짧았다. 다음으로 짧은 대학과 비교하더라도 절반 수준이다.


교무처는 이의신청 기간이 사전에 정한 학사 일정에 따른 것으로, 우리 대학에서는 매 학기 2~3일 사이로 이의신청 기간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 “교수님들께도 성적 입력 기간을 충분하게 드리고 있지 못하다”며 학사 일정상 현재의 이의신청 기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의신청 기간의 중요성과 달리 실제 이의신청 과정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다. 이의신청과 성적 정정이라는 목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이의신청 기간이 충분한지 묻자, H학우(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20)는 “(이의신청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번 이의신청 기간에도 답변은 확인하지 못하고 끝났다”고 답했다. 교무처에서 그동안 성적 정정 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성적 평가 기준과 이의신청 기간, 학생들의 권리임에도 충분하지 않다면


적절한 이의신청 기간에 대한 질문에 J학우(사회융합자율학부 18)는 “만족할 수 있는 이의신청 기간을 명확히 수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평가 기준도 모르고, 교수님들은 답장도 안 하는 상황에서는 한 달을 줘도 충분하지 않다”며 성적 부여 기준과 이의신청 기간이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또한 성공회대학교의 성적 평가 기준에 관한 물음에는 “교수님마다 너무 상이하다. 정해진 기준이 없으니 가장 나쁜 예를 접하며 내가 언제든 저런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하다.”며, “그런데 학생에게 명확한 성적 부여 기준을 고지받을 권리가 당연히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2023년 1학기 강의계획서 중에도 세부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한 강의와 그렇지 않은 강의가 있었다. 후자의 경우 앞으로 수업이 진행되며 명확한 평가 기준이 제시될지 의문이다. 강의를 들으며 학업 방향을 짚어주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을지, 이의신청 기간에 교수님의 답장을 받을 수 있을지, 이번 학기의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취재, 글=유지은 기자

사진, 디자인=강성진 기자, 유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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