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얼어붙은 취업시장, 금쪽같은 인턴 자리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했는데, 경험이 있어야 뽑힌다”
“기업은 채용연계형 인턴 중 상당 비율의 지원자를 전환해야 해”
얼어붙은 취업시장 속 청년들의 고군분투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인턴은 ‘금턴’으로 통한다. 인턴 기회가 금보다 귀하다는 뜻이다. 2021년 7월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취준생 13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복수응답) 응답자 92%가 ‘ 금턴'이라는 신조어에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인턴 경험은 실무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바로 실무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게 됐고, 이는 수시 채용의 확대로 이어졌다. 기업은 대규모 공채를 통해 필요한 인재를 골라내는 방식보다 실무에 즉각적으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수시로 뽑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5대 기업(현대자동차, LG, SK, 롯데, 삼성) 중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 뿐이다. 이러한 수시 채용의 트렌드 속에서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인턴 자리에 취준생들의 지원이 몰리며 인턴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외대알리는 ‘금턴시대’ 속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애환을 들어봤다.

 

Q. 인턴을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대학 소속 K씨>

진로취업지원센터 특강에서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서는 직무 적합성을 파악하고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가장 필요한 스펙은 공공기관 인턴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공기업에서 총 2회 인턴십을 진행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소속 L씨>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앞서 어떤 직무가 내게 맞는지 직접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 외국계 기업 RA(Research Assist) 직무 인턴십에 지원했다. 요즘은 인턴 경험 자체가 스펙이기 때문에 자소서 소재로 활용하고자 지원한 부분도 있다. 

 

Q. 인턴 경험이 직무 적합성 파악에 도움이 됐는가?

 

< K씨> 

공기업 체험형 인턴을 통해 직무 적합성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기업에 따라 맡는 사업이 조금씩 달라질 뿐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 자체는 딱히 특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 체험형 인턴은 잡무를 주로 맡아 인턴 경험만으로는 직무적합성을 파악하거나 실무 경험을 쌓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L씨> 

직무 적합성 파악에 도움이 됐다. 실무에 투입되면서 전반적인 기업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고, RA가 어떤 직무인지 배울 수 있었다.

 

Q. 취업시장에서 인턴 경력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K씨> 

그렇다. 주변을 둘러보면 취업한 사람들은 대부분 인턴 경험이 있다. 인턴을 하며 만난 현직자들 역시 해당 기업의 인턴 경험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L씨> 

몇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학력이나 학점 등 정량적인 요소를 많이 봤는데, 이제는 업무와 관련된 경험을 최우선으로 보는 것 같다. 특히 인턴이라는 직함을 달고 사내에서 공식적인 업무를 맡아봤는지를 가장 중시하는 것 같다.

 

 

                      

최근 인턴 경험이 가장 중요한 스펙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기업의 채용경향성이 변했기 때문이다. 고성장기에는 기업들이 지원자를 선발할 때 성장가능성을 중시했다면, 성장이 둔화되고 인력 수준이 높아진 현재는 처음부터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원하게 되었다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 상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인재 채용 시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로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이 20.4%로 가장 높았고, 직무 이해도가 19.1%로 뒤를 이었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유관 업무 경험의 중요성을 높이면서, 취준생들은 ‘경력있는 신입’이 되기 위해 인턴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Q. 인턴 합격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K씨> 

인턴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면접장에서 받는 질문이 대부분 경력 사항과 관련된다. 인턴 경험이 있어야 면접장에서 대답할 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

 

<L씨> 

아이러니하게도 인턴 합격을 위해서는 인턴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소개서에서도 개인의 잠재력보다는 관련 업무 경력이 있는지를 더 중시한다고 느꼈다.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하는 인턴 자리인데, 경험이 있어야 붙는 것 같다. 

 

Q. 높은 인턴 경쟁률을 체감하는가?

 

<L씨>

과거보다 요즘 인턴 경쟁률이 높아진 것 같다. 지원할 때 기존 합격자들의 수기를 찾아봤는데, 당시 경쟁률이 100:1이었다. 대학교나 채용 커뮤니티만 살펴보더라도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 올라오는 모집 공고 자체가 확연히 줄었다. 공고는 줄었는데 인턴을 희망하는 인원은 그대로거나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레 경쟁률이 치솟는 것 같다. 인턴 공고가 올라와도 채용 인원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채용 규모를 예측하기도 어렵고, 정원도 모르는 채로 서류를 난사하게 된다. 뽑힐지 안 뽑힐지 가늠조차 어려운 불확실함이 가장 힘들다. 

 

실제로 지난 6월 14명을 채용하는 시몬스 침대의 ‘2023 대학생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에는 1085명이 지원해 77: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얼어붙은 취업시장 속 ‘금턴’ 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높은 경쟁률과 더불어 채용 규모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함은 취준생들을 더욱 한숨 짓게 만든다.

 

한편 인턴은 체험형 인턴과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 나뉜다. 체험형 인턴은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고용관계가 소멸되는 반면, 채용 연계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계약하게 된다. 채용 연계형 인턴의 경우 기업이 제시한 요건을 충족하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더욱 치열하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채용 연계형 인턴에 합격하더라도 안심하기는 힘들다. 정규직 전환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기업에서 일방적으로 채용 취소를 통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Q. 정규직 전환이 보장된 채용 연계형 인턴 중 채용 불발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K씨> 

사기업에서 채용 전환을 보장받고 몇 개월 간 근무하다가 최종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불발된 사례를 봤다. 기업에서 제시한 요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채용 취소를 통보받았다고 들었다. 사기업의 채용연계형 인턴은 이런 불확실성이 큰 것 같다.

 

채용포털사이트 사람인이 2019년과 2020년 기업 386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은 70.2%에서 56.7%로 하락했다. 애초에 정규직 전환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2021년 기업 164곳이 계획한 정규직 전환율 역시 평균 35%로 저조했다. 

 

              

 

늘어나는 인턴 수요, 인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

 

취업시장 속 인턴 경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턴 수요의 증가는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인턴에 합격해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기업별 업무의 차이, 정규직 전환 실패 등 다양한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인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종선 전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를 통해 이득을 얻는 만큼 상당 비율의 지원자를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엄격한 기업 채용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현재처럼 기업의 인턴 채용이 증가하는 시점일수록, 업무 경험 프로그램의 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지윤 기자(kate7443@naver.com) 

장유민 기자(kell1786@naver.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8호: '청년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은'에 실린 기사로, 2023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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