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342일째인 지난 10월 5일, 성공회대학교 미가엘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성공회대학교 유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성공회대학교 기억실천단(이하 기억실천단)은 10월 5일부터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인 10월 29일까지 25일간을 기억주간으로 정했다. 이에 기억실천단은 유가족 간담회를 열고 기억 공간을 마련했다. 새천년관 정문에 준비된 기억 공간은 10월 한 달간 상시 운영한다.
이번 간담회를 비롯한 기억주간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모든 학부가 공동주관으로 참여한 추모 사업이다. 사회융합자율학부 제6대 비상대책위원회 ‘새로’, 인문융합자율학부 제7대 학생회 ‘한울’,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제6대 학생회 ‘닿음’, IT융합자율학부 제8대 비상대책위원회 ‘it’s(잇츠)’, 성공회대학교 제33대 동아리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온화’, 성공회대학교 제7대 인권위원회 ‘등대’가 주관 단위로 참여했다.
인권위원회의 최보근 위원장은 “10.29 참사 유가족이 촉구하는 특별법 제정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지 입장을 냈다”며 10.29 참사를 인권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우리 학교에도 희생자가 나온 만큼 인권 문제에 더욱 연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관 단위로 함께한 이유를 전했다.
간담회 진행을 맡은 송영경 성공회대학교 기억실천단장은 사전 인터뷰에서 참사 후 1년이 다가오도록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이번 간담회는 1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께하는 학우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송 단장은 “인터넷에서 10.29 참사를 두고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점을 바탕으로 질문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간담회는 10.29 참사 유가족 두 명이 자리했다. 송 단장은 준비한 질문으로 간담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질의응답은 크게 ▲10.29 참사 후 지난 1년의 시간과 힘들었던 순간 ▲10.29 참사 특별법 제정 이야기 ▲10.29 참사와 유가족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가진 의미 ▲1주기를 앞둔 요즘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이루어졌다.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10.29 참사 유가족 유정 씨는 “지금은 남의 일일지라도 언제든 나 또는 가족의 일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참사를 기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같이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간담회는 현장에 참석한 학우들의 질의로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윤영우 미콘학부 ‘닿음’ 정학생회장은 10.29 참사를 추모하는 뜻에서 이태원과 이번 핼러윈 축제를 두고 둘러싼 엇갈린 두 의견을 예로 들며 “참사를 기억하고 기억을 표하는 데 있어 의견이 다른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유 씨는 “핼러윈 축제를 하는 것에 대해 유가족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사람이 모이는 것은 막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유 씨는 “희생자를 기리는 장소에 가서 마음을 표하는 것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연대하는 가장 효과가 뚜렷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간담회는 참석 학우 질의 후 기억실천단 23학번 학우들의 발언과 참가자 단체 사진 촬영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학우(사회, 22)는 “녹사평역 분향소 지킴이를 한 경험이 있다”며 “10.29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10.29 참사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궁금했다”는 참석 이유를 전했다.
더 안전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간담회가 끝나고 인터뷰에 응한 송 단장은 "더 나은 내일", "더 안전한 내일"을 여러 차례 입에 올렸다. 10.29 참사 20대 희생자는 전체 희생자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또래 청년들은 10.29 참사라는 아픈 기억이 있다. 송 단장이 말하는 ‘계속해서 기억하고 추모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서 시작한다. “유가족을 직접 만나는 것, 더 나아가 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우리 대학에서 큰 아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왜 아픈 기억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곧 ‘우리 세대는 왜 이 아픔을 겪어야 했는가’로 이어진다.” 송 단장은 다시는 이런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10.29 참사가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아프지 않은 내일을 위해 이 참사를 잊거나 놓쳐서는 안 된다.”
송 단장이 말하는 "더 나은 내일", "더 안전한 내일"은 계속해서 추모해야 하는 이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새천년관을 드나들며 추모 공간을 보게 될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송 단장은 추모의 의미도 함께 말했다.
“우리가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여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내일로 가야 비로소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다. 우리의 추모는 왜곡되거나 다른 뜻이 있지 않다.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만들어 가는 더 안전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추모이다.”
끝으로 송 단장은 “이 공간을 지나가실 때 이 추모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며 10.29 참사를 한 번 더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취재 : 고은수 기자, 권동원 기자, 유지은 기자, 장채영 기자, 정인욱 기자, 정하엽 기자, 황바우 기자
글 : 고은수 기자
사진 : 고은수 기자, 권동원 기자,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디자인 : 장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