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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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없는 ‘도서정가제’... 이제는 효과적인 운영안을 논의해야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도 동네 서점은 죽어가고 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니 책 값이 너무 부담돼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7월 '도서정가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도서정가제가 다시 한번 출판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헌재는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인한 간행물 유통 질서의 혼란을 방지함으로써 출판 문화산업 생태계를 보호·조성"하겠다며 "종이 출판물 시장에서 자본력, 협상력 등의 차이를 그대로 방임할 경우 지역 서점과 중소형 출판사 등이 현저히 위축”될 수 있고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적 다양성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지역 서점과 중소 출판사들을 보호하고 독자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제공한다는 점을 도서정가제 합헌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소비자들의 도서 구매의 불합리, 동네 서점의 불만, 출판계의 볼멘소리 등은 여전하다.

 


‘도서정가제’ 본 목표와 방향성은?


 

현 도서정가제는 2014년에 개정된 제도이다. 당시 기대했던 바는 대형⋅온라인 서점의 할인 공세로부터 동네 서점들을 지키고 온⋅오프라인 서점이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22 한국서점편람>을 참고해 2019년보다 2021년 동네서점이 208개(+0.9%) 늘어난 점을 근거로 제안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도서정가제 찬성 측은 웹툰과 웹소설 등 전자 출판물 또한 도서정가제 안에서 공정한 콘텐츠 경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헌재가 도서정가제 합헌 결정을 내리며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만 심판 대상 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종이 출판산업이 쇠퇴”할 것이라며 "전자출판물 시장에서도 소수의 대형플랫폼이 경제력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해 전자 출판물도 또한 도서정가제에 포함될 여지를 남겨 두었다.

 


‘도서정가제'의 이면과 부작용…독자와 서점 모두 불만


 

독서 문화를 즐기는 독자들은 오히려 ‘도서정가제'로 인해 소비자가 더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말한다.

 

독서모임회원인 A씨는 “도서정가제 전후로 책값의 변화가 적어 보여도 실제로는 도서정가제 이전 20~30%씩 할인하던 것을 생각하면 책값이 많이 올랐다”며 불만을 표했다.

 

대학교 1학년인 B씨도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책을 사려고 했더니 한 권에 4~5만 원이라 학생 입장에서 부담된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의 주요 효과로 소위 ‘돈 되는 책', ‘잘 팔리는 책' 뿐만 아닌 다양한 분야의 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한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헌재가 말하는 합헌 근거이지만,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여전히 ‘자기 계발 서적', ‘힐링 에세이'나 ‘주식, 부동산' 등을 다루는 ‘경제' 서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베스트셀러 20위권에는 자기 계발 서적 4권, 경제 서적 3권이다. 이 책들은 베스트 셀러 20권에서 어린이 서적을 제외한 16권 중 과반수가 넘는 수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과 노벨 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서적 외에 다른 인문학 소설은 순위권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역대 베스트셀러 20위 목록에 자기 계발, 경제, 힐링 에세이가 아닌 인문학, 소설 분야는 동일한 책을 제외하면 단 7권으로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인 2009년부터 12년까지인 12권에 비해 줄어들었다.

 

정말 도서정가제가 ‘문화적 다양성’을 증대시켰을까. 소비자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소재 서점 주인 C씨는 “인터넷 서점들이 워낙 많이 파니까 도서정가제 이후에도 많은 동네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본인 서점처럼 학원가에 위치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이 동네 서점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온라인 서점과 동일하게 자체적으로 할인하다 보니 이윤을 남기기 힘들다”며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음에도 동네 서점이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2022 지역서점 실태조사>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원특별자치도와 인천광역시처럼 대도시에서 마저 서점 소멸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초기 목표였던 ‘문화적 다양성’과 ‘중소 서점 회생’이라는 효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도서정가제는 책값 상승의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동네 서점曰 “도서정가제는 지켜지지도 않아”


 

‘수많은 철학 서적을 제공하는 <소요서가>는 철학 마니아층을 겨냥하고, 강사들을 초청해 북토크, 독서 모임, 강의나 세미나를 진행하는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서점이다.

 

도서정가제에 대해 <소요서가> 점주는 “실상 도서정가제는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인터넷 서점의 10% 할인정책은 오히려 동네 서점의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덧붙여 “도서정가제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 예외를 둘 경우 동네 서점은 도서 판매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고, 만약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계속 10% 할인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면 동네 서점은 그들과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가 그 제도 안에서 예외를 만들며 현 상황처럼 운영된다면, 일부 동네 서점은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서점과 동일하게 정가의 10%를 자체적으로 할인하여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높은 매입률(공급률)과 임대료, 인건비를 고려하면 사실상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이어 “동네 서점들은 도서 판매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북토크, 독서 모임, 강의, 공간대여 등 추가 사업을 통해 별도의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형편”이라고 한탄했다.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동네 서점이 그들과 가격경쟁을 할 수 없으니, 기존의 '문화행사 지원사업'을 축소할 게 아니라 유지⋅강화하는 게 동네 서점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람을 밝혔다.

 

현 도서정가제에 대해 독자층과 동네 서점 모두 불만을 느끼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합헌 여부보다 그 운영 효율성과 변화 방향성을 재고해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

 


동네 서점 회생, 다른 방안은?


 

대전광역시는 지역화폐인 ‘온통 대전'을 이용한 캐시백 이벤트로 지역 서점 활성화를 도모했고 실제로 효과를 봤다.

 

또 서점 주 C씨는 코로나 기간에 집중적으로 진행한 수원시 지역화폐 ‘수원 페이’를 통해 기존에 서점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던 10% 할인에 더해 6~10% 추가 할인이 적용되니 훨씬 많은 고객이 찾아 주셨다며 그 효과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2 지역 서점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서점 운영자들이 생각하는 지역 서점 활성화에 필요한 정책으로 '지역 서점의 문화행사 개최 지원 확대', '지역 서점 이용 촉진 홍보 마케팅'이 각각 29.1%, 24.8%로 과반수가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동네 서점 운영자들은 금융지원보다 지역 주민들이 동네 서점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

 

또 독립 서점, 동네 서점 등 전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서점을 소개하는 정부 및 지자체의 방안은 오히려 도서정가제보다 중소 서점 회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전국의 숨겨진 독립 서점을 소개하는 ‘동네서점’ 홈페이지는 서점별 분위기나 서점에서 진행하는 독서 모임, 북토크, 전시 등의 정보를 제공해 많은 독서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더불어 <소요서가>의 사례처럼 ‘매니아' 층을 겨냥하는 방법은 동네 서점 살리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도서정가제의 미래는?


현 도서정가제는 독자층에 책값 상승이라는 불만 요소를, 동네 서점에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을 위한 예외를 제공해 실질적인 효용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도서정가제가 합헌으로 인정된 만큼 이제 도서정가제의 존폐가 아닌 효율적 적용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인 듯하다.

 

독자층과 동네 서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안으로 운영되기 위한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 또한 필요해 보인다.

 

<소요서가> 점주는 "서점의 발전은 독자의 성장과 함께 간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올바른 독서 문화 함양을 위해 제도, 출판사나 대형 서점과 중소서점 간 협력과 대화, 그리고 독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박찬빈 기자(nova_ae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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