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7 (토)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10월] 철컹철컹 징계파티-외대 징계 규정 문제

징계파티가 열렸다. 점거를 진행했던 총학생회장단과 동아리연합회장이 모두 5주 정학 이상의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 이유도 논란이 있으나, 더 큰 문제는 작년 징계 관련 학칙의 개정을 약속했던 학교 측이 개정되지 않은 기존의 징계 규정으로 학생 대표자들을 징계했다는 것이다. 왜 학교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까지 현 총학 대표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린 것일까? 
 

1.   징계 규정, 개선을 요구하다 

총학 징계는 작년에도 있었다. 2015년 가을 대동제에서 총학생회는 주점을 강행하다 음주를 금지한 학교의 방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그리고 총학 집행부 관계자들과 중운위 위원들까지 정학과 근신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징계 대상 학생들은 징계 과정에서 징계위원회가 언제 어떻게 열리는지도 연락 받지 못했고, 주점과 상관 없는 총학 집부원들까지 연대 책임식으로 징계를 받아야 했다. 게다가 소명기회와 재심 청구권도 없었던 기존 징계 규정에 의해 징계를 받았다. 작년 총학생회는 이에 반발하여, 학교에 징계 규정 시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징계 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작년 12월 있었던 2015학년도 9차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는 김시홍 당시 학생처장을 소환해 학생징계 관련 규정의 개정을 논의했다. 김동규 전 총학생회장은 징계규정의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김 학생처장은 학생처 내부의 논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 밝혔다. 대학평의원회에서는 학생처장이 제시한 개정안과 김 전 총회장의 문제제기를 조율해 평위원회의 의견을 학교 본부 측에 공문으로 보냈다. 김 전 총회장은 외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징계 규정 개정은 작년에 학생처와의 협의가 끝난 사항” 이라고 밝혔다. 


▶작년 12월 29일 대학 평의원회에서 김시홍 당시 학생처장은 총학생회에서 학생징계 관련 규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여 학생처에서 내부 논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며, 요지는 다음과 같다고 밝혔었다. 1) 징계위원회 위원수 확대 및 위원장을 부총장으로 격상 2)징계위에 학과장을 위원으로 추가 3) 소명기회 부여와 관련된 규정 문구를 " 소명기회를 부여할수 있다"에서 "부여한다"로 수정. 그러나 징계 규정은 개정되지 않았고, 김시홍 학생처장은 작년을 끝으로 임기를 마쳤다.

 

당시 김동규 전 총학생회장이 지적한 우리 학교 징계관련 학칙들의 문제점 
 

2.   학칙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논의는 징계 규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징계 관련 학칙 개정은 작년 총학이 징계를 받기 전인 2015년 9월 24일이 마지막이었다. 비대위장단과 동아리연합회장은 작년 총학 징계의 근거가 되었던 학칙을 그대로 적용 받아 징계를 받았다. 비대위장단과 동연장은 징계위원회가 언제, 어떻게 열리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공지를 받지 못했으며, 한 달 이상의 정학 징계인데도 소명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총학 측은 점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고, 작년 징계 규정 논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명기회 없는 징계가 유감이라며 징계 조치에 반발했다. 여전히 재심 청구 규정이 학칙에 없어, 총학이 학교에 이의를 제기하고 징계를 철회하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을 거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작년에 똑같은 부분에서 협의를 진행했었는데, 이번에 소명기회가 없었던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김동규 전 총학생회장은 외대알리의 인터뷰에서 징계 규정이 개정되지 않은 것은 학교의 약속불이행이라고 말하며 학교를 비판했다. 

3.   점거에 화가 난 학교. 

학교의 강경한 징계 처분은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김인철 외대 총장은 총학생회의 총장실 점거 진행 중 교수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학사 업무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학교의 위상이 실추된다면 학칙에 의거하며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징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서신은 지난 8월 16일 이메일을 통해 외대 교수들에게 전달되었다. 같은 달 24일에 교무위원회가 총학생회에 발송한 공문에서는 총학생회의 점거와 교육부 감사 요청이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자기 파괴적 해교 행위”라고 거칠게 규정하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 외에도 학교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건든 하이라이트는 바로 지난 9월 12일 박철 전 총장 퇴임식장 앞에서 있었던 총학의 침묵시위였다. “박철 전 총장의 교외 정년퇴임식 행사에서 길거리 피켓시위를 진행해 학내 문제를 외부에 부정적으로 노출하여 학교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 이는 학생 징계 결과 통보문에 쓰여진 징계 이유 중 하나였다. 학교 본부가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 문제를 외부에 알리려는 총학을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는 “해교”행위를 하는 집단으로 보고 있음을 알려준다.

▶지난 8월 김인철 총장이 교수들에게 발송한 서신

4.   재심 청구권 인정하는 대학 많아

그렇다면 다른 학교의 징계규정은 어떨까? 서울 시내 주요 사립대 중에서는 징계위원회의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만 징계 대상 학생을 입회시키는 경우가 많아, 징계 학생의 소명기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성균관대처럼 징계자의 회의 참석까지 의무화해 학생의 소명기회를 보장하고 있는 대학도 있었다. 외대 징계 규정에는 없는 재심 청구권에 대해서는 꽤 많은 학교들이 관련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5.   민주적이고 공정한 징계 규정 마련 시급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학교가 학생 징계를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있냐는 것이다. 징계 학칙에 재심 청구권과 징계 학생의 소명기회가 보장되어 있다 해도, 학교 본부가 주관하는 징계위원회가 징계 학생의 소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재심 청구도 별다른 이유 없이 기각한다면 징계 대상 학생은 꼼짝없이 징계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학칙을 개정하고 집행하는 권리는 전적으로 대학 본부에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소명 기회와 재심 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학생은 약자로써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징계 이유도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세하게 개정되야 한다. 불명확한 이유로 학생들을 징계하여 징계가 학교 “높은 분”들의 심기를 거스른 대가로 행해진다면, 학생들이 학교의 구성원 중 하나로써 민주적이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모습과는 점점 더 큰 격차가 생길 것이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은, 충분히 무색해졌다.  

 

김종혁 기자 hwas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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