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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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노벨 문학상 수상. 사람들의 반응은?

한강 작가 ‘노벨 문학상' 수상...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라는 영예.
“작가로서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아 기대중"

 

 

지난 10일 목요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한 작가의 수상은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 최초라는 영예를 함께 안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지정하는 노벨상의 한 분야로, "이상적인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작가에게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해마다 전세계의 작가 중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을 지녔다고 평가하며,‘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희랍어 시간’, ‘디 에센셜: 한강’,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를 소개했다.

 

많은 도서관에선 한 작가의 작품이 전부 대출됐으며, 대형 서점은 예약 판매를 진행해야 할 정도로 구매량이 급증했다. 심지어는  한 작가의 책을 사기 위한 ‘서점 오픈런'까지 생겨났다. 한편, SNS에서는 한 작가의 과거 인터뷰들이 조명되고 '#한강'이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는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수상 후 64시간 만에 한강 작가의 책이 교보문고와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만 총 53만 부가 판매됐다. 자세히 말하면 예스24에서는 일요일 낮 2시까지 27만 부, 교보문고에서는 정오까지 26만 부씩, 두 플랫폼에서만 분당 평균 136권이 구매됐다.


한국 인문학에 꽃피는 봄이 오는 것일까? 외대알리는 이와 관련해, 독립 출판사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립출판사들의 반응은?


18일(금)부터 20일(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한 2024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출판 페어다. 2013년부터 시작된 박람회는 독립출판이라는 방식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고, 타인에게 펼쳐질 용기를 내본 모두의 축제로 기획됐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팀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독립출판 제작자와 부산, 대구, 남해, 제주 등 우리나라 전국 곳곳의 230팀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일주일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진행되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자베르 북스'의 출판자이자 작가인 자베르씨는 “원래도 (독립출판 업계) 중 큰 행사였는데, 올해는 특히 더 많이 찾아와 주시는 듯 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주위에서 한강 작가뿐만 아닌 책과 독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번 박람회에서, 도서를 구입한 구매자들에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이라는 문구가 써진 수건을 기념품으로 증정하기도 했다. 

 

자베르 북스 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변화한 독자들의 반응을 체감하고 있었다. 작가 김파카씨 또한 독자들이 찾아와서 관심있게 살펴보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들의 열기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립출판사 측면에선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익명의 독립출판사는 “한강 작가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해도, 책들은 대형 서점에서 거의 독점으로 유통되고 있어 직접적으로 독립출판의 이득이 되지는 않는다"며 책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짚었고, 특히 도서정가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강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베르씨처럼 “유통과정이 불리한 것은 맞지만, 어찌되었든 문학에 대한 관심은 긍정적"이라는 다른 의견도 있었다. 특히 독립출판사 ‘주제'의 작가 주얼씨는 “독립출판계에 직접적인 체감은 되지 않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작가로서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아 기대 중이다"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공통적인 반응은 ‘독립출판 업계' 그자체에서는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체감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혹은 작가를 겸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향후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주얼 작가는 “한강 작가의 소설은 슬픔이 주된 작품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사람들이 한 작가의 책을 찾아 읽으면서,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 한국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 뿐만 아닌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 또한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독립서점의 건강한 상생 방향성


 

그렇다면 대형서점은 독립출판의 위기를 지켜보고만 있는 것일까? 대형서점 중 하나인 교보문고는 독립서점, 지역서점과의 상생을 위해 한강 작가의 책 판매를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독자들이 책을 찾는 열풍이 불었지만, 지역 서점에서는 도서 확보가 어려워지며, 대형서점 독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교보문고는 하루 평균 약 1만 7천 부를 공급받아 왔으나, 이 중 1만 5천 부를 지역 서점에 배분했다. 하루 평균 약 2,900부 정도를 확보하던 지역 서점들은 이번 배분으로 더 많은 책을 받을 전망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오프라인 판매에 국한된 결정이었으나, 대형출판사가 독립서점을 배려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독립출판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보도했다.

 

대형 출판사들이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면한 해외 작가의 중요한 작품들을 발굴하고, 이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은 그동안 독립 출판사들이 맡아왔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강이 처음으로 세계 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소설 ‘채식주의자’는 2015년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를 통해 영어로 번역·출간됐다. 포르토벨로는 케임브리지대 학생들이 창간한 정기 간행물을 모태로 성장한 독립 출판사 '그란타'의 계열사다.

 

독립출판의 중요성은 번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한 작가의 상황을 돌아봐도 알 수 있다. 현재 한작가는 서울 종로구에서 에세이, 소설, 시, 인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서적을 취급하는 지역 서점을 운영중이다.

 

독립출판, 지역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 문화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접근성을 높여 주민들이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다양한 취향과 목소리를 담은 서적을 소개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킨다.

 

이에 더해, 요즘의 지역서점은 각자만의 강점을 지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한 작가의 서점에서는 책마다 추천 이유가 상세히 적혀 있어 방문객들이 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특색을 지녔다. 실제로 많은 독립서점에서 독서 소모임, 작가 강연회 등 살길을 도모하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많은 이들이 '책방 오늘'뿐만 아니라 다양한 독립출판, 지역서점들을 찾고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8억 3100만 원이었던 지역서점 활성화 예산을 올해 1억 6000만 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국내에서 독립서점의 인기가 늘어나고, 해외에서는 갈수록 독립출판의 강조되는 것과 반대의 모습을 띄고 있는 현재다.

 


학생들의 반응, 점점 줄어드는 인문학 지원


 

인문대학 철학과 A 학우는 “당연히 인문학도로서 기쁜 일”이라 평했다. 독자로서 그는 “한국 작품이 국외에서 인정 받은 것 같아서 이번 기회로 한국 작품이 전세계로 잘 유통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또한 “국내 출판계도 이번을 계기로 활성화되기를 바랬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려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종이책을 사고 읽는 문화가 다시금 재정착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문대학 B 학우 역시 한 작가의 수상에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이전 국문학 작가들에 대한 예우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다수 인문대 학생들의 반응은 ‘환호’였다. 노벨문학상 수상과 더불어 한국인들이 인문학에 많은 관심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하지만 현재 한국 인문학의 지원은 매우 암담한 실정이다. 교육부의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은 인문사회기초연구, 인문학진흥, 사회과학연구지원으로 구분된다.
 

이 중 문학 연구자를 지원하는 인문학진흥 예산이 쪼그라들고 있다. 2025년 예산안은 281억 2100만 원으로 올해 374억 8600만 원에 비해 24.9%나 줄었다. 지난 2014년에는 599억 원에 달했고, 2022년에는 422억 원가량이었다. 인문학진흥 사업에는 '번역·저술출판 지원' 등이 포함됐다.

 

2025년 사회과학연구지원 예산규모는 136억 7000만 원으로 올해에 비해 12.2%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297억 원)에 비해서는 53.9%나 감소했다.

 

또 내년 예산안에서 번역출판 지원은 늘었지만 '한국문학번역인력양성' 예산은 22억 원으로 올해(27억 원) 대비 5억 원이 줄었다.

 

제2의 한 작가가 탄생한다 해도, 줄어든 지원 탓에 그가 인문학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또 미래의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에 정상적으로 소개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상황이다.

 

인문대학 C 학우는 ‘명지대학교의 철학과 폐지’와 ‘무전공 제도로 인한 인문대학 정리’를 예시로 들어, “한국에서 인문학을 진지하게 공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며, “기초학문이 있어야 실용학문이 있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물론 한국의 축제가 맞다. 하지만 한 작가 수상과 함께 비춰진 조명 이면에 숨어있는 인문학의 그림자 또한 여전히 짙다. '유일한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타이틀이 아닌, ‘제2의 한강’을 위한 독립출판과 인문학을 위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박찬빈 기자(chan.b2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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