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는 수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하며 대한민국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다. 좁은 골목과 밀집된 인파 속에서 일어난 대규모 참사는 많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150명 이상의 사망자와 200명이 넘는 부상자를 남긴 이 참사는 개인의 비극을 넘어서, 사회적 안전망과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2일 경희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는 10ᆞ29 이태원 참사(이하 참사) 유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번 간담회는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됐다.
다시 돌아보는 10ᆞ29 이태원 참사
2022년 10월 29일, 할로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은 수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과 도로에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150명 이상의 사망자와 2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해당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안전 관리의 미비와 공공의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재난 참사였다.
사고 당시 경찰의 인력 부족과 통제 실패는 사고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며, 이후 책임 문제와 관련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이태원 참사는 재난 대응 체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
사고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즉시 제공하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는 하나의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망과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을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남겨진 유가족들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83인은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 발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사용으로 차질을 겪었으나, 지난 5월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특별법 통과와 특조위 결성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간 잇따른 정치적 난항과 갈등 속에서도, 여야의 합의로 법안이 최종 가결되면서,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공정한 조사와 실질적인 지원이 한층 더 현실화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특조위는 참사 원인 규명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을 목표로 한다. 의료지원, 교육, 건강, 복지, 돌봄, 고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특조위 조사는 이르면 내년 초 시작될 예정으로,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유가족과의 간담회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 후 진행된 간담회는 이태원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번 간담회는 경희대•한국외대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 기획단, 한국외대 생활자치도서관,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 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참사를 돌아보며 정부의 책임, 특별법의 필요성뿐 아니라, 참사 이후 유가족의 삶과 우리 사회가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간담회는 미리 준비된 질문들로 구성됐으며, 이태원참사시민대책의회가 제작한 2주기 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 팔찌, 스티커 등의 나눔도 진행됐다.
한정혁 간담회 기획단원은 “사고 후 남겨진 몫이 왜 피해자들에게 여전히 남겨져 있느냐”고 말하며 다시금 참사의 책임 주체를 묻고 상기했다.
유가족은 참사 당일을 돌이켜 보며, “(할로윈 파티) 잘 갔다오라는 말에 웃어보였던 것이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을 것은 예상했지만, “인파가 몰릴 거라는 뉴스가 이미 많이 나왔고, 용산에서도 주말마다 집회가 있지만 경찰이 와서 관리되는 것처럼 관리가 될 거라 생각해 걱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스에 참사 내용이 다뤄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자 정보가 뉴스에 나오지 않고 간부가 브리핑하는 내용만 나와 병원 영안실에 직접 전화를 돌리며 정보를 얻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딸의 이름이 나오지 않을수록 “부상만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열두시쯤 되었을 때 일산동국대병원에서 시신을 확인하라고 전화가 오는 순간 부인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후 유가족은 “참사가 발생하고 대통령, 행안부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 중 공식적으로 사과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며 분노했다. 책임을 피하기만 급급했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하는 공직자의 태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가결된 특별법에 대해 “안전하게 치러져야 할 할로윈 축제가 왜 참사로 발생되어야 했는지 원인을 밝히는 것을 중점으로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중점을 짚었다. “많은 인파가 예상되었음에도 사전 예방 조치를 간과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현장 경찰은 왜 없었는지와 같이 지금까지 아무런 일 없이 진행되었던 축제가 왜 2022년에만 발생했는지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답해야하는게 많다 생각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참사에 책임이 있는 공직자들을 처벌을 해야 유가족들의 억울함을 풀고, 이후 반복될 수 있는 참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제대로 된 분향소도 만들지 못했던 초기의 이야기를 들을 때 사람들의 감정이 요동쳤다. 유가족은 “녹사평역에 분향소를 차렸을 당시,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분향소를 만드는데 방해하고 ‘시체팔이’와 같은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하며 2차 가해를 해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시의원이 2차 가해적 발언을 했음에도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등의 일로 “유가족들이 심신의 병을 앓기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당시 속사정을 알렸다.
이후 시민연대의 도움을 받아 시청 앞 분향소를 차리게 된 상황에 대해 “분향소가 강제 철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시민연대와 협업해서 24시간 동안 교대로 함께 지켜냈다”고 말하며 기억을 떠올렸다. 그 뒤로는 상황이 조금씩 변해서 “을지로 쪽에 서울시청에 도움을 받아 분향소를 차렸으며, 현재는 서울시청과 협의해서 11월 10일 경복궁역 인근에 별들의 집을 다시 개원하게 됐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어서 “우리 사회가 희생자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안전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원동력이 된다”며 계속된 관심의 가치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시청 분향소, 국회의사당으로의 행진을 응원해주신 시민들에게서 힘을 얻었다”며, “또다른 진실규명을 하기 위한 변곡점에 직면했을 때 함께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이후에는 유가족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참사 기억소통공간의 이름이 ‘별들의 집’인 만큼, 별 모양 포스트잇에 적힌 청중들의 목소리는 하늘에 별이 된 희생자만큼이나 더욱 빛났다.
청중들의 메시지는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를 넘어, 참사의 재발 방지와 책임 있는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이 목소리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하는 간담회였다.
박찬빈 기자(chan.b2an@gmail.com)
채다송 기자(shuangyun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