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브렉시트가 흔들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이 EU의 집단방위에 참여하는 내용이 담긴 협정서에 조만간 참여한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협정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영국이 EU 회원국처럼 공동 군사 작전과 평화 유지 임무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더하여 영국은 EU와 군수 물자의 원활한 수송을 위한 협정 역시 맺을 예정이다.
한편, 영국과 EU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 식품 및 농산물에 관한 무관세 방안과 에너지 협력 협정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 겉으로 브렉시트를 유지하면서도 세력균형을 위해 EU에 사실상 다시 복귀하는 듯한 상황인 것이다. 영국이 다시 EU에 복귀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러시아의 팽창에 따른 위협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유럽 국가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북대서양방위조약(NATO)에 대한 미국의 헌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대했다. 미국이 유럽에서 안보 부담을 줄인다면 유럽은 홀로 러시아의 팽창에 맞서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EU 국가 중 러시아의 위협에 대항해 핵을 보유하고 흑해 및 발트해로 항모전단을 즉시 파견할 수 있는 국가는 프랑스밖에 없다. 프랑스보다 경제력이 우월한 독일의 경우 국방비를 최근 증액하고, 징병제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러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군사력 증강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사시 즉각적으로 항모전단을 파견할 수 있는 영국의 집단안보 참여에 대한 요구가 유럽 내에서 발생했다.
영국 역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가 흑해를 넘어 지중해로 진출할 가능성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 다시 EU와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뉴 그레이트 게임(New Great Game)’이라 부르며, 과거 19세기 대영제국과 러시아 제국의 패권 경쟁을 연상케 하며 유럽의 새로운 세력 갈등이 심화될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러나 새로운 뉴 그레이트 게임은 이전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에 비해 양상이 다르다. 당시처럼 영국과 러시아가 세계의 패권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패권국이 이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뉴 그레이트 게임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20세기에 영국을 세계 제국으로 유지하던 식민지가 해체되고, 70년대에 경제불황까지 겪으며, 그 영향력은 현재 상당히 축소됐다. 러시아 역시 과거 러시아 제국과 소련 시절의 영향력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확연히 줄어들었다. 더하여 러시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봤을 때 그들의 힘(power)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러한 유럽발 안보 재편은 단순 유럽권을 넘어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경쟁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협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미국 역시 아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으로 있다는 점에서 유럽을 넘어 양 진영의 여러 국가가 ‘연루(entanglement)’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에 여파를 미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유럽 안보의 지각변동은 한반도에도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과연 우리는 세계적 판도 변화 속에서 능동적 외교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가?
조우진 편집국장(nicecwj1129@gmail.com)
편집인: 김단비 부편집국장(국어국문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