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화)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내년 등록금도 줄어들진 않겠지_편집장의 편지

2,737만 원. 여태 등록금으로 고지받은 돈이다. 비교적 등록금이 싼 인문계열이긴 했지만, 학교는 매 학기 300만 원 초반의 돈을 내라고 명세서를 내밀었다. 그동안 학업에 소홀했다 보니 계절학기와 초과학기 등록금도 더해졌다. 게다가 아직도 낼 게 남아있다. 학자금 대출도 받았는데, 취업문은 좁고 졸업하려니 앞길이 막막하다.

매년 초 등록금을 심의한다고 학생대표와 학교가 만나지만, 등록금이 낮아질 것이라 기대되진 않는다. 학생대표는 이제 막 뽑혀 업무를 파악하고 있는 상태고, 학생 신분으로 학교 재정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 거기다 등록금 심의에 참여하는 학생위원의 비율이 낮아서, 학생대표 모두가 반대해도 학교 입장대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다. 때문에 한 달 넘게 학교 측과 이야기를 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학교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재단도 학교에 줄 돈이 없단다. 결국, 만만한 게 등록금이다.

학교는 매번 재정이 빠듯하다며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적립금은 점점 늘어간다. 매년 쌓여가던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928억원에 육박한다. 작년엔 148억원이나 쌓았다. 돈이 없으면 좀 꺼내서 쓸 법도 한데, 어떻게든 허리끈을 졸라매 더 쌓아 두기만 하고 있다. 올해는 또 얼마나 더 쌓을지 걱정된다.

재단도 돈이 없다며 학교에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법정부담금조차 절반도 내지 않는다. 재단이 내지 않은 돈은 우리등록금으로 충당한다. 학생은 돈 없어서 등록금 안내면 제적당하지만, 재단은 그런 거 없다. 없어서 안 내겠다고 하면 교육부가 허락해준다. 그런데 우리 재단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2,980억원어치나 가지고 있다. 이는 전국 사립대학 중 6위 수준이다. 가진 재산은 이렇게나 많은데 돈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믿어야 할까.

적립금을 수백억 쌓아뒀지만 돈이 없는 대학, 수천억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학교 줄 돈은 없는 재단 덕분에, 우리의 등록금은 내려갈 수가 없다. 가난한 학교와 재단을 위해 학생인 내가 돈을 더 내야지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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