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7 (수)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안녕하세요, 표지모델입니다 : 이새봄 일어일본학과 13

촬영 어땠어요?

낯설었어요. 제가 원래 사진 찍을 때 표정이 되게 어색해요. 그래서 초등학생 때 사진마다 표정이 너무 굳어있어서 별명이 홍콩할매였어요. 그 정도로 어색해요. 어색해서 사진을 원래도 잘 안 찍거든요. 사진 자체가 되게 어색해요. 근데 나름 차려입고 표정 짓고 사진 찍는 게 되게 어색하니까.

집안 내력이에요, 이게. 저는 되게 행복해서 웃어도 남들은 되게 기분 나쁜 줄 알아요. 아빠랑 저랑 언니랑 셋이 똑같아요. 웃어도 남들이 보면 ‘썩소’같아보여서 남들이 잘 오해하고 그러죠.

 

모델이 되는 걸 망설이다가 승낙하셨잖아요?

옛날 같으면 그냥 하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살이 쪘거든요. 그러면서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었고 자존감을 많이 잃었어요. 나를 어디에 내보이는 것에 대해 주눅 들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짜증나는 거예요. 남들이 “너 왜 뚱뚱한데 짧은 바지 입고 가슴을 내놓고 다녀?”그러면 “내 몸인데, 내가 내 몸 사랑하고 나 좋은 대로 입고 다니겠다는데 왜 그래?”라고 말을 하면서 왜 사진을 찍는 거에 대 해서는 내가 이렇게 주눅들어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뚱뚱한 사람들도 충분히 다양한 매력을 갖고 코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스타일, 귀여운 스타일, 댄디한 스타일, 되게 다양한데 왜 뚱뚱한 사람들은 자기 몸을 가려야만 해요? 그런 생각을 하다 ‘나부터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밴드 동아리 보컬로 활동하고 계시죠? 동아리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사실 동아리 얘기를 제가 동아리원들한테 사진 찍는다는 거를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요. 동아리는 락밴드 동아리구요. 엘피스에요. 올해 30주년을 맞아서 우리 학교 밴드 동아리 중에 가장 오래된 밴드 동아리에요.

원래 밴드를 해보고 싶었는데 친한 선배가 자기 동아리 들어오라고 해서 면접을 보고 그대로 들어오게 됐죠. 면접 때 잘 기억 은 안 나는데 하고 아델 노래를 한 곡 더했는데 제목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요.

 

엘피스에 들어와서 제일 좋았던 것은 뭐고, 싫었던 건 뭐였어요?

좋았던 거는 재밌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게 제일 좋았던 거죠. 제일 싫은 건 지금 회장된 거. 다른 동아리들은 2학년을 회장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희 동아리는 2학년이 아니고 조금 고학번을 시키거든요. 회의 참여할 때나 동아리활동 처리할 때 있어서 조금 더 익숙한 사람을 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데 그러다 보니 남은 사람이 저 뿐이라 제가 하 게 됐죠.

최근 페미니즘이 되게 이슈잖아요.

사실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을 때는 오히려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너무 매사가 다 불편하니까. 개그 프로그램도 못 봐, 드라마도 못 봐, 연애도 못 하겠어, 이렇게 되니까. 그런데 불편한 점이 한번 보이기 시작하면 안 볼 수가 없잖아요. 내가 쌓아왔던 뭔가 모를 울화들의 원인을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조금씩 알게 되더라고요. 옛날엔 이 화나는 감정이 나 때문에 생긴 느낌? 그래서 나 스스로를 굉장히 책망하고 자책 했는데 원인을 알게 되니까 제대로 된 화를 표출할 대상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는 참지 않는 거죠.

 

우리 학과가 성폭력 같은 이슈에 있어서 자성이나 개선의 움직임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신뢰 같은 게 있어요?

학과를 떠나서 학교에 대한 신뢰가 생겼던 게 저번 학기에 성폭력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동시에 2차 가해 2차 피해에 대한 논의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에브리타임’ 익명게시판에 오가는 얘기를 보고 모든 신뢰가 다 깨졌어요. 여태까지 논의해왔던 이야기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런 식으로 2차가해 행위들이 다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그렇게 피해자에 대한 원색적 이고 말도 안 되는 비난과 조롱을 할 수 있었는지, 저는 그걸 보고 학교에 대한 신뢰,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졌죠.

학교도 성폭력 전담 상담사를 채용하지 않고 있고요. 저는 이번을 계기로 신뢰가 많이 깨져서 잘 모르겠어요. 자정작용을 해야 하는 것이지만 쉽게 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일어나죠.

 

회장으로서 엘피스에 페미니즘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동아리도 합주를 하는 경우에만 얼굴을 맞대기 때문에 제가 무언가를 설득한다거나 무언가를 할 계기가 그렇게 많지를 않아요. 그렇지만 조직을 떠나서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어느 정도 말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노력하고 있다고는 생각해요.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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