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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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4계열 융합자율학부제, 학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4계열 융합자율학부제, 학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학과개편 브리핑

지난 3월 15일, 학교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학과 개편안 “단일학부제”를 학생들에게 설명한지 약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학교는 기존에 설명했던 단일학부제를 3월 22일 “4계열 융합자율학부제”로 바꿔 학칙을 개정했고, 교육부에 제출까지 했다. 이제 성공회대학교는 확실하게 2018년부터 신입생들을 4계열 융합자율학부체제에 따라 선발하게 된 것이다.

4계열 융합자율학부제의 학부구성. 출처:신문방송학과 집행부 울림 페이스북

먼저 설명되었던 단일학부제가 신입생 전원을 성공회대학생이라는 하나의 틀로 선발하는 것이었다면, 4계열 융합자율학부제는 특정 과들을 묶어 계열로 만들고 계열 단위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구조이다. 단일학부제보다는 덜 급진적인 성격의 개혁안이라고 볼 수 있다.

융합학부제는 기존의 단일학부제와 마찬가지로 1~2학년 동안 성공회대가 중요시하는 가치인 인권, 평화, 민주시민, 생태의 교양과목과 다른 기초학문에 관한 기타 교양과목을 배운다. 그 후 3~4학년 동안 전공을 선택하고 공부한다. 다만 신문방송학과 집행부의 말에 의하면 학교 측은 전공 선택 시기가 세부안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다.

융합학부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융합전공에 대해 학교는 알리와의 인터뷰에서 “독립된 전공이다. 현행 자기설계 전공 및 연계전공에 준한다.”고 밝혔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럼 현재 학과구조랑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아니야? 뽑는 거랑 교양과목만 조금 달라지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아니다. 융합학부제로 학부구성이 변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바뀌고, 실무적 대안이 필요한 점도 산적해있다.

 

 

미컨(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으로 융합자율학부제 미리보기

지난 5월 10일 신문방송학과는 내년부터 디지털컨텐츠 학과와 묶여 만들어질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었다. 설명회는 신문방송학과 교수들(김창남 교수, 조은기 교수, 최영묵 교수, 최진봉 교수)과 신방과 회장 및 부회장, 참석한 일부 학생들로 진행되었다. 설명회에서는 개편안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과 학교 측의 입장, 실무적 대안 마련에 관한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알리는 미컨학부의 경우를 통해 4계열 융합자율학부가 실시될 때 학부에 나타날 변화들을 살펴보았다.

 

교양 및 전공과목들의 재조정

융합학부제에서는 교양과목들과 전공과목들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인권, 평화, 민주시민, 생태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교양들이 개편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교양과목들이 필요에 따라 재조정 될 전망이다. 최영묵 교수는 “교양 과목들도 필요한 것은 남겨지고 불필요한건 없애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전공과목들 또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이 1~2학년까지 교양 중심의 공부를 하고, 전공을 탐색하는 기간을 가지게 되다보니 각 학과의 전공과목들 중 일부가 교양과목으로 내려올 수 있다. 조은기 교수는 현재 신방과 전공과목인 “대중문화론”을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이와 같은 일부 전공과목들이 교양과목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사회과학부를 예시로 든다면 “문화정치론”등의 과목들이 교양과목으로 바뀌는 것이다.

커리큘럼 개편 문제에 대해 최영묵 교수는 “학교 측은 열린교양대학, 혹은 자율학부 등의 행정단위를 새로 만들어 커리큘럼과 관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안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융합학부제라는 변화 아래에서 이러한 재조정들은 비단 미컨학부만이 아니라 다른 학부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 선택시기의 변화

융합학부제에서 학생들은 전공을 입학 시점부터 정하는 것이 아니라 3학년 즈음 결정하고 공부하게 된다. 이에 대하여 학생들은 3월 15일 설명회 때부터 줄곧 “과연 2년 정도의 공부로 얼마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해왔다. 교수 측은 “전문성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과목마다 다르다. 정말로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되어 길게 유지될 것이다. 4년인 지금도 전문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전공 몇 학점을 듣고 졸업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내용을 자신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개발하여 듣느냐가 중요하다. 전공의 깊이에 대한 관심은 여러분 자신이 만들고 해결해야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목표의식이 분명하다면 오히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고 답하였다.

 

학생 자치와 정체성의 재구성

기존에 학생들은 학과단위로 MT, 워크숍 등 학교의 여러 행사를 치러왔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소통하며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융합학부제가 실시된다면 이러한 정체성이 애매해질 우려가 크다. 학과의 구분이 사라지고 전공과 학부의 틀만 남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정체성은 결국 실질적 운영 단위인 학부로 귀결될 것이다.

학생자치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학과학생회 또한 학과 개념이 사라짐에 따라 각 학부별로 합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에 대한 학생의 걱정에 교수 측은 “교수들도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문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 학교가 명확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다만 학과가 확장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통합될 학생대표기구가 전공, 커리큘럼, 이용시설 등의 조건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의 의견을 어디까지 대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위와 같은 문제는 많은 학과가 통합되는 학부일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단 두 개의 학과가 통합되는 미컨학부와 달리 인문·사회·IT학부는 여러 학과가 통합될 예정이기 때문에 우려도 더욱 크다.

만일 학생대표기구가 당장 내년부터 학부단위로 구성될 경우, 현재 학과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학생회와 새로 구성될 학생대표기구의 공존, 대표성 문제도 있다. 학과단위 운영과 융합학부제의 운영은 향후 최소 7년 동안(현 1학년 기준 군 휴학 2년+휴학 2년+학교생활 3년)공존해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학과 행정 부분의 개편

실질적인 학과 행정 부분에서의 변화도 예상된다. 학과라는 개념이 사라진 이상, 기존에 학과 단위로 운영되던 활동과 행정의 기준이 변할 것이다. 워크숍 진행, 실습비 산정, 기자재 대여 및 시설 이용 등이 그렇다. 미컨학부를 예로 든다면 매체실 이용과 각종 미디어 기기 대여, 신방과와 디컨과 사이의 실습비 격차 등이 있다. 신방과보다 실습비를 더 많이 내는 디컨과와의 실습비 격차를 어떻게 계산해 신입생들에게 부여할 것인지, 기존 신방과만 대여 가능했던 기기들의 대여 대상을 어디까지 개방할 것인지 등에 대해 실질적 합의책이 필요하다.특히 워크숍에 대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결과물 발표하는 등 비교적 중요히 취급하는 신방과와 그렇지 않은 디컨과 사이의 온도차 해소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은 다른 학부에서도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IT학부의 경우에는 기자재 대여, 실습비 산정 등의 부분에서 미컨학부와 상당히 유사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렇듯 많은 변화와 공동체 내에서 합의가 필요한 안건들이 산적해 있지만, 현재까지 학교는 이에 대하여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학교가 답을 내놓기까지의 과정이다.

 

 

개편안 및 해결책의 마련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는 공식적으로 학과개편과 학과개편에 관련된 세부안의 구조를 구성하는 기구를 설립했다. “혁신교육과정 개발특별위원회”이다. 이곳에서는 학과개편에 관한 실질적 세부안을 구성하고, “더불어숲대학교육혁신원 교육혁신위원회”라는 기구로부터 안건에 대한 의결을 받는다.(이미지 참조)

더불어숲대학교육혁신원의 구조. 출처:성공회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록

 

그러나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세부안을 의결하는 “더불어숲대학교육혁신원 교육혁신위원회”에 학생 측 구성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대단히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건을 의결하는 기관에, 학생 측 인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중앙운영위원회는 5월 8일 학교 측에게 “더불어숲대학교육혁신원 교육혁신위원회에 학생 측 인원 9명을 균등 배치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했고, 현재 부총장과의 면담을 기다리는 중이다.

 

우리가 정말 원했던 것은...

학과개편안이 학교 내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뒤, 교내에는 학교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학생들이 분노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직접 겪을 학과개편안의 구성 과정에서 대다수 학생의 의견이 배제되었기 때문이었다.

학교 측은 예전부터 준비했던 일이고, 진행 과정에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참여도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참여 가능했던 혁신평가지원단의 설명회는 정작 학생들의 참여가 불편했던 지난 2월 9일 겨울방학에 실시되었었다. 더욱이 학교는 3월 15일 설명했던 “단일학부제”를 22일 “4계열 융합자율학부제”로 바꾸어 학칙을 개정했다. 불과 1주일 전 들었던 개혁안이, 어떠한 공개적인 설명이나 학생 측의 의견 수렴도 없이 다른 개혁안으로 바뀌어 통과되어버린 것이다. 설사 어떤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기만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학교 측이 내세우는 중요한 가치들 중 “민주시민”이라는 가치가 있다. 민주시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책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배우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니, 그랬다면 시리도록 추웠던 지난 겨울, 우리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일 필요도 없었다. 최순실, 박근혜가 민주시민이라는 뜻을 몰라서 국정농단을 저지른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민주시민은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참여하고, 바꾸어내고, 의사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달성감이 민주시민을 탄생시킨다.

성공회대학교가 과연 내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민주시민”의 가치를 교육할 자격이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 하다. 학교 측이 과연 중운위의 요구를 수용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kjh101212@naver.com

김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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