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0 (일)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고3이 바라보는 4계열 학부제】 입시상담은 처음입니다만

【고3이 바라보는 4계열 학부제】 입시상담은 처음입니다만

 

편집장의 intro

지난 5월 22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인턴십을 통해 2주간 회대알리와 함께하였습니다. 처음 와보는 대학교였고, 처음 체험해보는 대학 문화들이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면에서 새로움을 느끼는 친구였습니다. 저희 회대알리에서는 궁금했습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4계열 융합자율전공 학부제”에 대해, 아직 아무런 선입견이 없는 입시생은 어떻게 바라볼까?” 입시를 앞둔 고3 학생의 솔직한 의견은 현재 성공회대학교 구성원 모두가 알고 싶고,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번 기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본 기사가 가지는 의미가 고3 학생의 솔직한 생각에 있는 만큼, 저희 회대알리 측은 인턴 학생이 입학홍보처와의 인터뷰를 가지기 전에는 4계열 학부제에 관한 어떠한 해석의 틀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개입은 인터뷰 진행 뒤, 부족한 사실관계 보충과 더 생각해볼 부분에 대해 언급한 정도로만 이루어졌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4계열 학부제에 대한 고3 학생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본다는 관점에서 기사를 읽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

 

 

글쓴이는 방년 고등학교 3학년 되시겠다. 이제 6월인데 자소서는 개뿔, 대학도 잘 모른다. 허송세월하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신은 “저 대학에 ‘대’자도 모르는 인턴한테 입시상담이라도 시켜주렴”이라며 편집장님께 계시를 보내셨나 보다. 1시간 반이 넘도록 생전 꿈도 꿔본 적도 없는 상담을 받았다. 성공회대 입학홍보처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고생하셨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인터뷰 내용을 풀어보려고 한다.

입시상담 중인 강은희 인턴과 입학홍보처 이동수 팀장.  ⓒ 김주환 기자

 

주 인터뷰 내용은 ‘4계열 융합자율전공’에 대한 것이었다. 이름이 길어서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그냥 자율전공이다. 먼저 쉽게 설명해보자면 계열을 정해서 입학한 다음 좀 공부해보고 학과를 정하라는 거다. 17학년도까지는 대학에 학과 소속으로 입학했었다. 하지만 위에 설명처럼 ‘학부’개념으로 아래에서 입학하게 된다. 종류는 이름처럼 4계열로 인문, 사회, 미디어, IT로 나뉘어 있다.

아니 근데 갑자기 웬 자율전공일까? 모집단위를 확 바꿔버리니 입시 준비생들은 분명 당황스럽고 낯설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있단다. 다름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에 있다. 이번 대선에서 많이들 들었을 텐데, 4차 산업혁명이라고 알고들 계시려나. 로봇과 인공지능이 개발되면서 원래 사람들이 손수 처리했던 것들을 서서히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 기업들과 나라는 점점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진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복합·융합적 사고가 가능한, 다재다능한 사람을 말이다. 예전에는 한 우물만 파도 된다고 했지만 이젠 직장도, 공부도 하나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만큼 세상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많아진 시대 속에서 대학 역시 변해가는 거라고 한다.

더불어 현재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유형을 극단적으로 나눠보면, 정말 공부하고 싶어 진학하는 유형과 사회에서 대학을 가라니까 가는 유형이 있다. 대학을 못가면 남들이 말하는 번듯한 직장도, 편안한 삶도 누릴 수 없다는 압박감이 많은 학생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에게 뒤처진다는 공포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성적에 맞춰서 학과를 정하고 대학을 가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적성, 흥미와 관계없는 학과 선택은 반수와 편입, 자퇴로 이어진다. 전공 선택 시기가 입학 이후로 미뤄진 것은 아직 전공에 확신이 없는 자들을 위해 일단 입학을 하고 좀 배워본 뒤 결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전공 선택은 빠르면 2학년 2학기 이후, 조금 늦게는 3학년에 할 수 있다. 그 전에는 인문 소양과 적성을 찾기 위해 자신이 입학한 학부 내에서 한 전공을 듣고, 다른 학부에 있는 수업도 하나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인문 학부를 선택했다면 그 중 일본어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사회 학부에 미디어 콘텐츠 전공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입학홍보처의 설명에 따르면 성공회대는 학과 개념이 사라지면서 선·후배를 불문하고 여러 전공을 듣는 학생들이 서로 융합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학생 한 명이 배울 수 있는 교육의 틀이 커지면서 조금 더 성장하길 바란다고 한다.

4계열 융합자율전공 학부제에 대해 설명 중인 이동수 팀장.  ⓒ 김주환 기자

 

자, 주구장창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으니 이젠 내 생각을 말할 때가 왔다. 앞에서 밝혔듯이 이제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이니 아주 솔직하게 써보려 한다. 일단 걱정되는 점이다.

만약 인문계열의 학부에 입학한 학생이 자신이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IT학부의 공학 쪽을 수강했다고 치자. 그러나 인문 학부에 들어갔다는 건 상대적으로 고등학교 때 과학 공부에 주력했을 가능적이 적음을 의미한다. 결국,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 그 학생은 남들보다 더욱 머리를 쥐어짜야 할 것이다. 이만큼 큰 모험이 어디 있을까?

최대한 과제가 없고, 편한 수업을 듣기 위해 수강신청에 목숨을 거는 학생들이 과연 순수한 배움에 대한 목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길을 돌아갈까? 고생은 고등학교 이후로 사양하고 싶다. 이미 충분히 경쟁사회에서 피 토하며 공부했을 학생들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자면 학생들이 대학을 들어가는 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이다. 이제 대학을 입학한다는 건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이다. 그리고 대학이 전공 선택 전까지 여러 계열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사회가 원하는 융합적 사고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이다. 대학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일명 ‘성공한 인재’를 많이 발굴해내고 육성해내야 한다. 사회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재를 위해 국가 정책을 바꾸고, 기업들은 직원채용의 기준을 바꾸며, 그에 따라 교육 시장은 변화해간다. 마치 꼬리를 무는 뱀처럼 사회와 대학, 그리고 학생 간의 이해관계가 얼기설기 얽힌 결과가 아닐까 싶다.

4계열 융합자율학부제의 학부구성. 출처:신문방송학과 집행부 울림 페이스북

인터뷰 내용을 설명하는 걸 보며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할 건데?’라는 생각이 든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우려하는 점이다. 편집장님께서도 언급하셨는데 아직 정확한 커리큘럼이 짜여있지 않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18년도 입시에도 불구하고 커리큘럼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건 입시 준비를 하는 고3으로선 그 대학을 선택하는 건 지대한 모험이다. 이건 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신입생인 나는 그렇다고 쳐도 이제 학과가 사라지면서 혼선이 생길 재학생은 과 직속 후배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학과가 학부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학과 행사들을 진행할 시에 역할을 나누는데 차질도 생길 것이다.

쓰면서 하나하나 꼽아보니 문제가 장난 아니다. 더욱이 문제 해결도 대학에서 해주는 게 아니라서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도 충분히 바쁜 대학생들로선 뒷골이 당길만하다.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했나, 글이 좀 쳐진 감이 있다. 이제부터 파릇파릇한 마음가짐으로 기대되는 점을 좀 꼽아보려 한다.

대안학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곧 달게 될 본인으로서는 4계열 융합자율전공은 굉장히 익숙한 광경이다. 애초에 문과·이과로 나눠진 이분법적인 교육도 썩 좋아하지 않았으니 내 마음대로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게다가 정확한 진로 또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을 위해 학과를 정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났다. 대학이란 공간은 나에겐 미지의 공간이다. 어떤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하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러므로 학과에 뾰족하게 확신이 서지 않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다녀보고 선택한다는 일종의 유예기간이 생김으로서 좀 더 미래에 신중해질 기회를 가졌다.

인터뷰하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무래도 초짜구나, 싶은 반응들이 내가 보기에도 어리숙해 보이고 다루기 쉬워 보였다. 기사를 쓰려고 사방팔방 돌아다닐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정말 너라는 대학! 미지의 세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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