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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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WEEK 5일차] 대표자의 품격, 전 부비대위원장 사범대장 시절 추가 횡령 드러나

 

 지난 5월부터 남한결 부비대위원장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왔다. 그간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비대위)에서는 남씨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하는 동시에 탄원서 제출을 위한 서명을 진행했다. 5월 19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는 남씨에 대한 사퇴와 제명이 이뤄졌다. 이어 새 총부비대위원장이 선출되고 총비대위원장은 사과문을 통해 구조의 정상화를 약속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남씨가 과거에도 학생대표자 직위를 가졌던 만큼 과거의 자금운용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사범대는 지난 5월 23일 비리조사위원회(이하 비조위)를 발족하여 남씨의 자금운용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남씨는 2016년 사범대장을 역임했으며 그동안 사범대장 시절 횡령을 한 적은 결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비조위에서 감사한 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다. 비조위는 남씨의 횡령 여부, 횡령 은폐 여부, 그리고 당시에 이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조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의 두 가지 사항에서 드러난 부분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세 번째 사항에도 문제가 있었다. 또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추가적으로 발견된 문제도 있었다.

 

방만한 자금 운용

 남씨의 자금운용에는 문제가 많았다. 첫 번째로 드러난 것은 수상한 통장 분리다. 사범대학교에는 교비를 포함한 공금을 관리하는 통장이 있다. 하지만 남씨는 전대 사범대 학생회로부터 이월 받은 공금과 사범대 집행부원들에 대한 잉여장학금, 자치장학금을 공금 통장에서 자신의 통장 두 개에 나눠 이체했다. 여기에 공금이 들어가면서 공금과 사비가 섞여서 쓰이는 이상한 구조가 된다. 공금이 자신의 통장으로 갔다는 것은 금액이 이체된 순간부터 모든 금액을 혼자 운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금을 사용할 때 공금을 사비 통장에 두어 금액만 맞으면 괜찮다는 식의 방만한 자금 운용은 이미 총비대위 사건에서도 문제가 됐었다. 하지만 공금으로 쓴 내역들이 확실하게 소명이 되고 정확한 금액이 남아있다면 단순히 공금을 잘못 다룬 사례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남씨의 횡령을 조사하던 비조위에서는 남씨의 사비통장으로 들어간 공금의 지출현황을 파악하려 했지만 당시 사용 내역에 대한 정확한 영수증이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남씨의 공금 사용내역을 거래내역서에 나온 이름으로 추측해야 했다. 본인의 소명, 내역서를 통한 추측 모두 정확한 기록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공금이 들어있는 통장의 사용 방식과 남은 금액에서 나타난다. 비조위의 최종 보고에 따르면 남씨의 사비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 공금은 총 1453만 7650원이다. 이는 학교에서 나오는 교비를 제외한 전대 학생회의 이월금과 사범대의 잉여장학금과 자치장학금, 그 외의 부수적인 수입의 총액이다. 이 돈은 1년 동안 사범대의 운영에 사용되며 통상 300-400만원의 금액이 다음 학생회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이월된다. 통장에 돈이 완전히 떨어지는 일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남씨의 통장에 들어간 공금은 달랐다.

남씨는 사적으로 돈을 사용하면서 종종 통장의 잔액이 부족해졌다. 사적으로 돈을 사용하면서 공금까지 다 써버린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남씨의 통장에 돈이 부족해지면 수차례 소액으로 돈을 송금 받는 곳이 있었다. 사범대학의 공금통장이다. 통장의 잔고가 부족해지면 공금통장에서 돈을 가져와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가져온 돈은 대부분 생활비와 유흥비에 사용되었다.

 

어떻게 횡령이라고 확신해?

 여기까지의 내용으로도 이미 횡령으로 볼 수 있다. 공금을 사적인 통장으로 보냈으며 그것에 대한 영수증 처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철저한 감사를 받는 교비와는 다르게 잉여장학금과 공금의 성격을 보이는 자치장학금에 대한 감사는 의무가 아니며 이미 학생사회에서 안고 있는 문제였다.

남씨의 횡령 사실을 더욱 자명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공금과 사비가 섞여 있는 통장에 잔액이 남지 않았다는 것은 공금까지 전부 쓴 것이다. 또한 사적으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지출한 내역이 더 많다. 공금을 빌려서 나중에 갚으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횡령이다. 우리는 이미 서양어대에서 일어난 이슬 사건을 통해 전례를 본 적이 있다. 비리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에 따르면 남씨에 의해 소명된 공금성 지출을 제외하고 임의로 사적 유용한 금액은 717만 8754원이다. 여기서 개인의 대출금과 사적 수익으로 통장에 들어온 돈을 모두 공금에 대한 변제라고 생각했을 때도 309만 9787원이라는 금액이 남는다.

개인이 변제했다는 금액 또한 사적통장에 남은 돈을 모두 남은 공금이라고 계산하고 본인의 불확실한 소명과 대출을 받아 변제한 금액까지 모두 포함하여 산출된 금액인 것이다. 남씨는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돈을 다 쓴 후 약 300만원을 대출 받아 다음 학생회에 넘겨줬다, 앞서 밝힌 것처럼 통상 다음 학생회에 300-400만원의 금액이 이월된다. 이것이 부족하면 금방 자금에 대한 말이 나온다. 횡령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소한으로 금액을 맞춘 것이다. 실제로 이월되어야 했던 금액은 본인도 모르는 상태다.

 

공금 총액
14,537,654원
공적지출 총액
7,358,900원
사적지출 총액
7,178,754원
변제된 금액
4,078,967원
변제되지 않은 횡령금 총액
3,099,787원
(출처: 남한결 비리조사위원회)

 

추가적인 문제 – 그만의 창조경제

비리조사위원회에서 남씨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추가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앞서 나온 잉여장학금에 대한 문제다. 학교 측에서는 각 단과 집행부와 학과회장에 대한 장학금을 배정한다. 단과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이 장학금을 받게 된다. 해당 학기에 배정된 금액보다 활동하는 사람이 적어 배정된 금액을 다 받지 못할 경우 비활동 인원의 명의를 빌려 이 돈을 받는다. 대리수령을 통해 공금을 지급받는 형식이다.

남씨는 이 제도를 악용했다. 사범대에는 다섯 개의 과가 있다. 2016년 당시 중국어교육과는 신생학과로 1학년만 있어 학과회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4개 과의 학과회장에 대한 장학금이 배정됐다. 하지만 프랑스어 교육과회장과 한국어 교육과과회장이 사정에 의해 각각 한 학기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남씨의 창조경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배정되어 있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중국어 교육학과 1학년 대표를 학과회장으로 만든다. 해당 학우에게는 집행부원의 장학금에 대한 대리수령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학과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거짓으로 한 사람을 학과회장으로 만든 것이다. 집행부원이 받는 장학금과 학과회장이 받는 장학금 액수가 다르다.

학과회장의 직위는 선출직이다. 해당 학과를 위해 봉사할 대표자를 학과 학우들이 직접 뽑아서 권한을 이임 받는 대표자들 중 한명이다. 남씨는 자신의 마음대로 한 명의 학우를 학과회장으로 만들고 그 학우에게는 이 사실을 말하지도 않았다. 중국어 교육과, 프랑스어 교육과, 한국어 교육과의 학우들 모두 이 상황을 몰랐다. 공금을 받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잉여장학금은 마찬가지로 횡령이 이뤄진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남씨는 본인이 자초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로 일관했다. 사범대장 시절 횡령을 한 적이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그는 앞으로의 감사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으나 비리조사위원회가 시작되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 감사를 받는 자세도 비슷했다. 다음은 비리조사위원회의 중간보고 자료이다.

 

  • 위증 내용
  1. 사범대 학생회의 공금계좌(우리은행)를 교비 + 잉여장학금을 합한 공금계좌로 운영했다고 증언. 당시 사비와 잉여장학금을 운용하고 있던 농협계좌의 존재를 은폐.
  2. 2016년 5월 26일에 입금된 100만원과 2016/06/02에 입금된 140만원을 사범대 집행부원들의 동의하에 환수한 자치장학금 환수금 + 대리수령금 전액이라 증언. (총 240만원)
  3. 2016년도 1학기 자치장학금 환수금은 80만원이라 증언.
  4. 2016년도 1학기 자치장학금 대리수령금은 차장급 80만원 두 명. 총 160만원이라 증언.
  • 실제 내용
  1. 2016년 5월 26일에 입금된 100만원은 사범대 봄 대동제 행사경비 명목의 교비. 2016/06/02에 입금된 140만원은 2016년도 새로 배움터 추가경비 명목의 교비. (교비로 지급된 금액을 잉여 장학금으로 위증)
  2. 2016년도 1학기 자치장학금 환수금은 총 230만원. (환수금 총액 위증) *그가 말했던 240만원은 학교 측에서 들어 온 교비였다.(본 기자가 추가)
  3. 2016년도 1학기 자치장학금 대리수령금은 중국어교육과 과회장(130만원) + 차장급 1명(80만원) = 총 210만원. (대리수령금 총액 위증)
  4. 2016년도 1학기 자치장학금 환수금 + 대리수령금 전액 440만원을 공금계좌(우리은행)로 전혀 이체하지 않음.
  5. 2016년도 2학기 자치장학금 환수금 + 대리수령금 전액 430만원 또한 공금계좌(우리은행)로 전혀 이체하지 않음.
(출처: 남한결 비리조사위원회)
 

위증한 내역이 많아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듯 하나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흐름을 통해 왜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숨기고 싶었던 것은 공금이 자신의 사적인 통장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남씨의 통장에 들어간 돈이 천만원이 넘는 다는 점에서 그 많은 돈의 행방이 묘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돈의 행방을 묻는 사람들에게 남씨는 학교에서 들어 온 교비와 사범대에서 부수적으로 생기는 수익들을 그것이라 위증한 것이다. 남씨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짓말을 선택했다.

 

허울뿐인 2016년 감사

이런 문제들이 왜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았을까? 2016년에도 남씨의 수상한 자금 사용내역과 장학금 대리수령에 대한 감사가 진행됐었다. 문제는 이 감사가 허울뿐이었다는 점이다. 2016년 감사는 사범대의 각 학과회장으로 이뤄진 단과대학운영위원회(이하 단운위)에서 진행됐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남씨는 정확한 공금의 규모와 금액을 본인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여러 내역에 대해 속였다. 학교에서 들어 온 교비를 잉여장학금이라고 위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감사에서 정확한 금액 대조나 용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이러한 거짓말을 밝혀낼 수 없었다. 자치장학금이나 잉여장학금에 대한 정확한 영수증처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씨가 숨기기 시작하면 확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확한 금액 대조나 용처에 대한 조사 없이 대부분의 감사는 남씨의 설명으로 진행됐다. 철저한 조사가 뒷받침 되지 않아 이 모든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남씨의 설명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 감사에서는 증인을 요청했다. 남씨와 함께 출석한 증인은 2학기에 새로 집행부원으로 들어와서 1학기의 사정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감사에서는 증인이 남씨의 자금사용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연히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감사에서는 남씨 본인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직접 소명하기를 요구했다. 남씨는 이행하지 않았고 학기 말이 되어 아무도 이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문제는 잊혀졌다.

 

우리가 가야 할 길

남씨는 비리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시작 된 후 외대알리 기자가 횡령 여부를 묻는 질문에 “횡령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미 비조위 측에 횡령이 증명되는 자료를 넘겨 준 상태였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누구나 실수한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고 사죄하는 것이다. 단순히 지나가는 사건으로 남지 않게 외대알리는 늘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언제든지 보도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체계를 바로 잡아 재발을 막는 것이다. 배희진 2017년도 사범대장은 외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임기가 시작한 작년 11월에 이미 취약한 재정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으며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처에서 끝나지 않고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완전히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범대는 재정구조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공금은 그 성격에 따라 분할하고 누구나 볼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 감사를 받지 않았던 공금들을 감사하는 자체적인 기구 발족을 준비하며 기구의 발족 전까지는 자체적으로 감사를 진행한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블로그의 개설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긍정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바란다. 그들에게.

많은 대표자들이 있다. 그들은 국가 혹은 국민을 대표하기도 하며 우리 가까이에 있는 대표자들은 ‘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학생들을 대표한다. 이는 그들이 어떤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목표의 달성을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새로운 대통령의 행보에 기대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대표자에게 기대를 하게 된다. 집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이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규칙과 상식을 지키는 것이 대표자의 품격이다. 그들의 품격이 구성원들의 신뢰와 관심을, 학생사회의 발전을 가져온다.

최근 학생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앞으로의 대표자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한 번 깨진 신뢰와 기대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누군가는 학생들을 대표할 것이다. 그들이 품격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스스로의 노력이 다시 존경받고 인정받는 학생회를 만들 것이다. 오늘도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그들을 응원한다.

 

김홍범 편집장(runner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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