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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德(덕)스러운 이야기 – RE: 취미부터 시작하는 커피 내리기

德(덕)스러운 이야기 – RE: 취미부터 시작하는 커피 내리기

 

나는 지난 德(덕)스러운 이야기: 판교 포켓몬 이벤트 기사에서 나왔던 “모든 사람들은 덕질을 한다”는 지론에 동의한다. 무언가에 즐거움을 느끼고 몰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덕질이란 생존을 위한 투쟁에 지쳐갈 때 휴식을 취하고 기운을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아닐까? 뭐 아무말 대잔치는 이쯤하고, 그런 의미에서 내 취미인 커피 드립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맛있는 커피를 직접 내려보고 싶어!

라는 막연한 생각에 시작한 커피 덕질이 어느새 2년째다(아련). 원래 커피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었던 나는 4년쯤 전까지 “커피는 그냥 탄 콩물이지. 뭐 그렇게 무게를 잡고 먹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졌었다. 그래, 집 앞에 새로 생긴 카페에서 신세계를 발견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새로 생긴 카페의 사장님(지금은 커피를 배워 선생님으로 부른다)이 내려주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내게 커피에서 단 맛, 산미, 고소한 맛과 향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 그 이전까지 내가 마셔왔던 커피들은 죄다 쓴 맛만 나는 쓰레기였던 것이다! 그런 맛있는 커피를 직접 내려서 언제든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취미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선생님으로부터 커피에 대해 배우고, 자격증 공부까지 해 지금은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따버린 상태이다.

 

마침 커피 마시고 싶은데 내려볼까?

글을 쓰다 보니 커피가 마시고 싶어져 버렸다. 내가 마실 커피도 내릴 겸, 취미 포교도 할 겸 드립 과정과 여러 팁들도 소개해 드리겠다.

1. 준비물

- 그러나 뭐든지 취미생활을 시작하려면 초기 투자 금액이 들어가는 법... 본인은 가난한 대학생이기에 최대한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기구들을 마련했는데, 여러분들에게도 추천해 드리겠다. 물론 핸드 드립 수업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데 들어간 비용은 별도로 치자. 사실 자격증 따지 않아도 핸드 드립 취미는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

 Ⓒ  김주환 기자

1) 칼리타 드립세트

: 드립 서버(왼쪽 상단의 유리컵 같이 생긴 것), 드립퍼(전자저울에 올려져있는 플라스틱 컵 모양 용기), 여과지(한 가운데에 있는 사다리꼴과 닮은 종이), 계랑 스푼으로 이루어져 있 는 세트이다. 핸드 드립은 드립퍼의 모양에 따라 여과지의 모양과 드립 방법이 달라지는 데, “칼리타”는 초보자도 쉽게 드립할 수 있는 기구이다. 무엇보다 가격과 가성비가 착하다는 것이 큰 장점! 세트 전체를 인터넷에서 2만원이면 살 수 있다.

2) 드립 포트

: CITTA 브렌드의 드립 포트가 좋다. 인터넷에서 2만원 안팎으로 구할 수 있다. 물이 쉽게 식지 않고, 주둥이 모양도 잘 잡혀있어 드립하기 편하다.

3) 핸드밀

: 사진의 오른쪽 하단에 있는 것. 원두용 수동 믹서기라고 보면 된다. 원두를 갈 때 사용하는 데, 핸드밀은 특성상 원두가 기계보다 고르게 갈리지 않고 무엇보다 팔이 아프기 때문에 (...)귀찮은 사람들은 굳이 살 필요 없다. 요즘은 카페에서 원두를 살 때 갈아서 달라고 하 면 갈아서 준다. 그러나 갈아 놓은 원두는 갈지 않은 원두보다 금방 산폐 되어 1주일이면 못 먹게 되기 때문에 주의!

본인은 그냥 개인적 취향 때문에 핸드밀을 이용한다. 사려는 사람들한테는 “하리오 핸드밀 (MSCS-2TB)모델을 추천한다. 분해와 조립이 쉽고 무엇보다 물세척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 다. 가격은 3만원 내외.

4) 전자저울

: 있으면 쓰는데 사실 대단할 정도로 꼼꼼한 사람 아니면 필요 없다. 칼리타 드립 세트에 들 어 있는 10g 계량스푼이 있으니 그냥 그거 쓰면 된다. 가격은... 돈이 아까우니 그냥 사지 않는 것이 좋다.

5) 클립형 온도계

: 사진에서 드립 서버에 들어가 있는 물건이다. 온도를 재는데 필요한 준비물이다. 물 온도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중요한 물건이다. UEI TC100 모델을 추천한다. 온도계와 클립 값까지 합해도 1만원 이내로 구할 수 있다.

6) 원두

: 사실 핸드드립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재료이다. 로스팅 정도나 산지에 따라 맛이 천차 만별이니 취향 따라 고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다만 커피의 고소하고 약간 쌉쓰름한 향, 상큼한 산미들을 즐긴다면 “이디오피아 예가체프”를 추천하고, 쌉싸름 달콤하면서 마 실수록 중독되는 맛을 좋아한다면 “중국 운남”이나 “케냐 AA”를 추천한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로스팅 정도는 둘 다 시티 후반 ~ 풀시티 초반이 좋다. 원두는 인터넷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데, 요즘에는 집 근처 카페를 통해서도 주문할 수 있다. 본 인은 집 앞 카페에서 선생님을 통해 구하고 로스팅 해서 쓴다.

2. 물 끓이기

Ⓒ  김주환 기자

 - 준비물 소개가 너무 길어진 듯 하다. 이제 바로 물을 끓여주자. 물 온도는 90도로 맞춰야 한다.

3. 원두 갈아주기

Ⓒ  김주환 기자

- 물을 끓임과 동시에 핸드밀에 원두를 넣고 갈아준다. 커피 1인분 100ml는 원두 20g이 필요하다. 2인분은 30g으로 200ml를 내리면 된다. 균일한 속도로 꾸준히 갈아주는게 좋다. 너무 빠르게 하면 안 된다. 원두의 굵기는 보통 0.7~1mm 정도로 맞춰준다. 곱게 간 원두가 뭉쳐서 덩어리지면 안 된다. 사실 그냥 전동 기계로 갈아오는게 편하다...

4. 여과지 접기

1) 여과지 처음 모습 

Ⓒ  김주환 기자

2) 여과지 접은 후. 빗살무늬가 있는 변 한쪽을 그림과 같이 접어주고, 나머지 한 변을 이미 접은 변과 같은 면에 있지 않게 접어준다.

Ⓒ  김주환 기자

3) 접은 여과지를 드립퍼 모양대로 벌려준 후, 바닥을 사진과 같이 조금 접어준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접어준다. 칼리타 드립퍼의 바닥 모양에 맞추기 위해 접는 것이다.

Ⓒ  김주환 기자

5. 드립 세팅

Ⓒ  김주환 기자

- 사진과 같이 드립 서버 위에 드립퍼를 놓고, 여과지를 넣은 후 원두를 부어준다.

6. 뜨거운 물 준비

Ⓒ  김주환 기자

- 이제 드립 포트에 아까 끓여뒀던 물을 넣어준다. 70%정도 차면 충분하다. 물 온도는 90도에 맞춘다.

7. 드립

Ⓒ  김주환 기자

- 이제 본격적으로 드립을 해준다. 물줄기는 최대한 가늘면서도 매끄럽게 떨어지게, 주전자 주둥이는 원두와 최대한 밀접하게 해준다. 드립 방법도 여러 가지지만, 보통 쉽고 간편하게 원두의 중심에서 시작해서 중심점과 바깥 테두리의 중간쯤을 원을 그리며 5바퀴를 돌려준다. 가늘고 빠르게 드립하는 것이 좋다. 골고루 적신다고 너무 바깥쪽을 직접적으로 적실 필요는 없다. 중심과 바깥의 중심 정도 루트를 지나가야 한다.

Ⓒ  김주환 기자

- 처음 물을 5바퀴 드립 해준 뒤, 50초 동안 커피의 성분이 녹아나오길 기다려준다. 그 뒤 물을 드립 해주고 사진처럼 살짝 원두가 평평해지면 다시 드립 해주는 것을 반복한다.

 Ⓒ  김주환 기자

- 위 과정을 반복하여 100ml가 다 추출된다면 드립퍼를 치워준다. 100ml의 원액을 추출하는데 걸리는 이상적인 시간은 2분 30초 ~ 3분 정도이다.

8. 서빙 및 시음

Ⓒ  김주환 기자

- 추출한 커피를 잔에 옮겨 담아 내놓는다. 우리가 추출한 커피는 진한 원액이다. 취향에 맞게 뜨거운 물과 섞어 마시자. 카페에서는 보통 커피와 물을 1:1 비율로 섞어 제공한다. 단 걸 좋아한다면 시럽을 넣어도 된다. 이제 맛있게 마실 시간이다.

음... 이번 커피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로 내린 것인데, 딱 내 취향의 새콤한 맛과 달콤 쌉싸름한 맛으로 잘 내려졌다. 이 맛에 커피를 직접 내려먹는다. 여러분도 직접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마셔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커피 덕후의 비법 메모

사실 핸드 드립을 내리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물을 많이 넣어 처음부터 200ml를 내려 희석하지 않고 마시는 방법도 있다. 방금 말한 것이 가장 대중적인 핸드드립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물로 한 번에 추출하면, 커피의 잡다한 맛이 추출되어 좋지 않은(상한 과일의 신맛, 과도하게 떫은 맛 등) 맛들이 추출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본 기자가 소개한 방법대로 원액을 추출하고, 취향대로 섞어 마시는 것이 퀄리티가 높게 나온다.

아, 커피 맛을 볼 때 쓸만한 팁도 있다. 보통 커핑(커피의 향과 맛을 평가하는 것)을 할 때 에는 ▲원두를 갈아 놓았을 때의 향, ▲내린 후의 커피의 향, ▲첫 모금을 입에 머금었을 때의 맛과 향, ▲다 마시고 난 후에 코로 올라오는 뒷맛과 향(after taste)을 평가한다. 커피를 마실 때 이런 부분에서 느껴지는 ▲쓴 맛, 단 맛, 신 맛, 고소한 맛(향)들에 집중하면 커피를 2~3배 즐길 수 있다! 앞으로 커피를 마실 때 이 점들을 신경써서 맛 본다면 커피를 더욱 풍부하게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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