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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주명건] 개방이사 = ‘열림교회 닫힘’?

 

세종대가 ‘비리사학’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는 주명건 이사(전 이사장 및 전 명예이사장)의 113억 회계 부정 때문입니다. 113억 회계 부정, 주명건 명예이사장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요? 사립학교의 의사결정은 학교법인 이사회가 합니다.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이사와 감사들이 주명건 명예이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지 않았다면 113억 비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세종대를 비롯한 사립대학에서 비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폐쇄적인 이사 선임구조입니다. 이사장이 자기 말 잘 듣는 사람들을 이사로 꽂아 넣고 거수기로 쓰기 때문이죠. 이 구조를 방치하는 사립학교법이 사학비리의 핵심 원인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에 포함된 항목 중 하나는 ‘개방형 이사제’입니다. 개방형 이사제는 사립대학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외부인사 참여를 제도화하려는 목적으로 합니다.

 

2007년 개정된 사립학교법 제14조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7인 이상의 이사와 2인 이상의 감사를 둬야 합니다. 총 이사의 4분의 1은 개방이사로 선임해야하고 개방이사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 중에서 선임해야합니다.

대양학원(세종대, 세종고 등을 소유한 학교법인)의 개방이사는 서석호, 박찬혜 씨입니다. 서석호, 박찬혜 개방이사는 2010년 4월,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추천, 이사회 의결, 교육부 승인을 거쳐 개방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임기만료와 재선임을 두 번 거쳤고, 현재는 각각 2020년 7월, 9월까지를 임기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종대 개방이사는 ‘사립대학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외부인사 참여를 제도화’하는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개방이사 두 명의 경력을 살펴보면 ‘외부인사’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서석호 이사는 세종투자개발(주) 이사를 지낸 바 있습니다. 세종투자개발(주)은 대양학원의 수익사업체로,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법인입니다. 세종투자개발(주)의 임원은 대양학원 이사회가 임명합니다. 또한 서석호 이사는 개방이사로 선임되기 직전, 대양학원 이사였습니다.

 

박찬혜 이사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박찬혜 이사는 세종고등학교 교장을 지냈습니다. 세종고등학교 교장도 대양학원 이사회가 임명합니다. 두 명의 개방이사는 경력의 대부분이 대양학원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로 엮여있습니다.

 

현재의 개방이사가 ‘외부인사 참여를 제도화’한다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임은 확실합니다. 그래도 ‘사립대학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한다’는 목표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개방이사는 세종대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시하지 않습니다. 2명의 개방이사는 2010년 6월 이사회에 참석한 이후 회의안건에 반대를 표한 일이 거의 없습니다. 2010년 6월 이후 열린 이사회 회의록 39개를 분석한 결과, 173개 안건 중 개방이사가 공개적으로 반대를 던진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무기명투표로 진행한 안건 중 2건은 반대표가 있었습니다.) 안건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찬성은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더 큰 문제는 비리당사자인 주명건 전 이사장의 복귀에 앞장서서 찬성했다는 점입니다.

 

2010년 8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113억 비리로 인해 사퇴한 주명건 전 이사장을 명예이사장으로 위촉하는 안건이 다뤄졌습니다. 최동호 당시 이사장은 “주명건 종전 이사장 재임시 교원 및 연구분야 등의 평가영역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노하우와 경험 등을 사장시키는 것보다는 명예이사장으로 위촉하여 학교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안건을 상정했습니다.

 

박찬혜 개방이사는 “최동호 이사장의 제안 취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므로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석호 개방이사는 “종전이사장을 대상으로 제기된 불법사실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자격에 문제가 없다”며 찬성 의사를 보였습니다. 더불어 “현 이사장의 판단 하에 제안한 사항이라면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본인이 사실상 거수기임을 인정했습니다.

2013년 6월, 주명건 명예이사장은 대양학원 이사회 공식 구성원으로 복귀를 시도했습니다. 당시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로 단독 추천됐을 때, 가장 먼저 박찬혜 개방이사가 동의하고 서석호 개방이사가 제청해 표결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전원 찬성이었습니다.

 

대양학원 개방이사는 ‘사립대학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한다’는 목적과 정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개방이사가 선임될 당시부터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서석호 씨가 개방이사로 선임됐을 때 세종대 교수협의회 측은 “개방이사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개방이사 추천과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세종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교수협의회, 총동문회가 참여한 세종대정상화추진협의회는 “개방이사 추천 과정에서 각종 관련 규정과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개방이사 선임은 무효”라며 교육부에 개방이사 선임 무효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개방이사 선임과정은 도덕적 문제는 있을지언정, 법적 문제를 지적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방이사의 법적 조건은 ‘해당 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사립학교법 시행령 제7조의2 2항)로 매우 모호합니다.

 

물론 학교법인 임원 기본 조건에 걸리는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으로서 결격사유가 있는 자,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지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 해임된 총장으로서 3년이 경과하지 않는 자, 파면된 교원으로서 5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등은 제한합니다. 여기에 해당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가 개방이사로 선임될 수 있습니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 구성도 문제입니다. 사립학교법 제14조 4항에 따르면 개방이사추천위원회는 대학평의원회에 두고 그 조직과 운영, 구성은 정관으로 정하라고 합니다. 대학평의원회는 교수, 학생, 직원 등 대학구성원들이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사회를 감시, 견제하는 기구입니다.

참고기사: [주간주명건] 펑! 대학평!의원회 http://univalli.com/view.php?idx=436

 

대학평의원회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의 2분의 1을 추천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학교법인에서 추천합니다. 추천 과정에 학내 구성원 추천인사와 학교 법인 추천인사가 참여해 후보자를 선발합니다. 최종 후보는 학교 법인 이사회가 선택합니다. 학교법인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사람을 개방이사로 앉힐 수 있는 것이죠. 선임과정은 사실상 요식행위에 가깝습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을 포함한 242개 학교법인에 재임 중인 개방이사는 모두 591명입니다. 43.8%의 학교법인이 이해관계자를 개방이사로 선임하고 있습니다. 임원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61명(27.2%)이 이에 해당합니다.

 

해당 대학 법인과 이해관계를 가진 개방이사 161명 중 84명은 해당 법인 전직 이사거나 산하 대학의 총장, 부총장 또는 교수였고, 31명은 동일 학교법인 산하 초중등학교의 전・현직 임원이나 교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의 개방이사는 여기에 모두 해당됩니다. 대양학원 서석호 개방이사는 전직 대양학원 이사였고 박찬혜 이사는 세종고등학교 교장이었습니다.

 

박경미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학교법인 이사회가 다른 이사들에 대한 선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방이사마저도 사실상 이해관계인을 본인들이 선임한다는 것은 개방이사 제도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공공성이 강한 사학재단의 개방이사의 자격은 적어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사외이사 자격 기준으로라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개방이사제는 2005년 12월에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 7월 재개정되면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게 됐습니다. 사립대학들은 사학법 개정에 극렬히 반대했습니다. 그 중 개방이사제를 가장 문제시했고 “개방이사제를 포함한 개정 사학법이 재단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까지 냈습니다. 사립학교와 이해관계가 일치한 한나라당은 국회를 마비시켰고 사학법 반대를 외치며 광장에서 촛불시위(!)까지 했습니다. 압력에 굴한 열린우리당은 다른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을 2007년 재개정하고 맙니다. 이를 계기로 개방이사에 필요한 법적 부분이 심하게 후퇴하게 됩니다.

 

사실 개방이사는 이사 중 4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세종대 대양학원의 개방이사는 이사 8명 중 2명입니다. 개방이사는 과반수가 아니기 때문에 개방이사 전원이 바른 말을 하고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의사결정의 결과를 바꾸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을 들을 기회조차 틀어막는다면 우리에겐 변화의 작은 가능성조차 없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