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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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알리 오피니언] 새내기새로배움터 장기자랑 바람직하게 운영되고 있는가.

새내기새로배움터 장기자랑 바람직하게 운영되고 있는가.

외대알리 이호준기자(allibungbung@gmail.com)

 

 새내기 새로 배움터는 대학에 처음 들어온 우리의 어색함을 풀어준다. 도란도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대학생의 자유를 만끽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순간순간이 즐겁고 설렌다. 장기자랑 시간 전 까지는 그렇다.


 장기자랑은 고된 입시 터널을 지나 새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무대이다. 자신의 끼를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 속에 지나쳐버린 부조리도 있다. 바로 강요된 장기자랑이다.


 장기자랑 연습에 앞서 참석 의사를 묻는 선배는 없었다. 새내기 모두가 해야 했다. 곧이어 선배들 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빠지면 ‘아싸’가 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 말이다. 잠시 쉴 틈도 없이 ‘검사’가 다가온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으로 흩어져 선배의 검사를 받는다.  압박, 부담감, 의무감이 곧 우리를 둘러싼다.


 처음의 설렘은 어디 갔는지 어느 순간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춤추고 노래하는 꼭두각시 인형이 돼 있었다.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말할 새도 없었다. 우리는 어느새 다음 군무로 넘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장기자랑 시간이 왔다. 다른 학과의 남자 학우들은 여장을 하고 바지 없이 후드티로 치마를 만들어 겨우 속옷만 가리고 나왔다. 보는 사람에게 나 하는 사람에게나 유쾌한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그날 밤, 함께 모인 선배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변 명을 늘어놓았다. ‘서로 친해지기 위해서였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따로따로 떨어져서 연습했다. 가사를 암기 못하는 동기에게는 미움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친해지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방식의 장기자랑은 선배와 새내기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굳건하게 한다. 이는 서울대학교 사 회 과학대학 새 맞이 기획단이 밝힌 자보에서도 확 인할 수 있다. 자보를 쓴 학생들은 새내기가 선배 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선배들이 새내기들의 춤과 노래를 평가하는 장기자랑은 평등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대나무 숲’ 에는 이러한 강요된 장기자랑을 원치 않는다는 모 단과대학 학생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하지만 올해 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준비하는 어떤 단체도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장기자랑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무작정 폐 지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강요된 분 위기가 평등한 우리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닌지. 장기자랑이 바 람직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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