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생리, 정말로 특권의 피?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생리에 대한 드립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여성의 한 달은 배란기 한 주,

                     배란이 되고 생리를 준비하는 한 주,

                     생리 한 주,

                     생리가 막 끝난 한 주로 이루어진다.”

 

  생리는 이처럼 대부분 여성의 생활이다. 생활이 불편하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렇게 나온 목소리가 바로 작년의 전국적인 생리대 파동이다. 또, 생리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는 여성들을 위해 생리휴가와 생리공결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은 작년 말, 2018년 1학기부터 도입되는 생리공결제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생리공결제를 실시해야 하는 필요성을 반문하고, 이를 여성의 특권이며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생리는 여성의 생활이다. 이렇게 가까운 “생리”란 정확히 무엇일까? 생리는 여성의 특권이 맞을까? 이번 외대알리에서는 우리가 생리에 대해 알았던 사실과 몰랐던 사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생리가 사실은 그런 거래

  생리는 두 개의 난소에서 달마다 번갈아 내보된 하나의 난자가 일정 시간 이상 수정 및 착상이 되지 못했을 때 자궁내막과 함께 떨어져 나오는 것을 말한다. 자궁내막이란 배란될 때, 자궁에 수정된 태아의 움직임으로 인한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쿠션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이는 자궁에 부착되어 있다가 떨어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때 자궁 내벽에 상처가 생긴다. 이를 응고하기 위해 항응고제가 생성되는데, 이 항응고제와 자궁내막, 내벽의 상처로 인한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 생리혈이다. 생리혈이 덩어리져서 나오는 것은 항응고제가 많이 생성된 경우이다. 이런 덩어리혈의 양이 많은 경우, 자궁내막증일 수 있으니 산부인과를 방문하길 바란다. 자궁내막증은 정확한 치료방법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방치할 경우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자궁내막과 세포가 떨어져 나오기 위해서는 자궁의 수축 운동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때 생성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호르몬의 과잉분비가 생리통의 시발점이다. 생리통의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거의 못 느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생리통이 심한 경우는 스트레스 및 생활 습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생리통이 심한 것 같다, 라고 생각할 경우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진통제 외의 일부 약이나 건강식품에 들어있는 물질이 생리통을 더 유발하는 화학작용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섭취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생리통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듯, 생리혈의 양도 사람마다 다르다. 많은 조사기관과 언론에서 생리 기간 동안 배출되는 생리혈의 양이 30에서 80ml라고 하는데, 이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 또, 생리대 파동 이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생리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생리컵에 차는 생리혈의 양을 다 더해 봤을 때 약 130에서 150ml가 나온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생리혈의 양보다 2배에서 3배 많은 수치이다. 이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생리 상식과는 다른 사실이 많다.

 

 

오늘따라 예민하네? 생리해?

  생리가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자궁 내부에서 일어난다면, 자궁 외 여성의 신체에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여자가 예민한 날은 생리 때문이다, 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생리로 인한 자궁 외 변화는 사람마다 다르다. 흔히 ‘생리전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호르몬의 문제라고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자궁 외 신체뿐만 아니라 정서와 행동으로도 나타난다. 유방통, 신체의 붓기, 소화장애, 두통과 오한 등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신체적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변화로 우울감과 불안, 공격성 증가 등이 보인다. 극단적인 경우로는 도벽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심한 우울감에 우울증 약을 처방받는 사례도 있다. 만약 어느 여성이 자신에게 예민하게 군다면, 생리하냐? 라고 말하기 전에 본인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 일은 없는지부터 생각하길 바란다.

 

 

그날의 이름을 말해서는 안 돼

  그날, 마법, 대자연. 이 단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세 단어는 모두 생리를 뜻하는 별칭이다. 그날이야, 대자연 기간이야, 마법에 걸렸어, 등 생리를 둘러서 표현하는 말들이 많다. 그런데, 왜 생리를 생리가 아닌 다른 단어로 말해야 하는 걸까?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생리’에 대한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여성들끼리, 혹은 남성이 있는 자리에서 생리를 생리라고 말했다가는 누군가의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가 둘에 하나는 나온다.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놀랍게도 위의 핀잔은 기자가 생리를 생리라고 말했을 때 돌아온 말이다. 지구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그 절반의 대부분이 생리를 하고 있음에도 생리라는 단어는 마치 볼드모트처럼 그걸 말해서는 안 돼! 라는 눈치를 받기 일쑤다.

  같은 맥락으로, 생리대를 구매했을 때 검은 봉투에 싸서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생리대는 빛을 쐬면 상한다거나, 내 목숨을 걸고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거나, 그래서 검은 봉투로 비닐의 로고 하나 보이지 않게 감싸야 하는 물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성은 생리대를 숨겨야 한다. 생리대 파우치(대부분 앙증맞고 끔찍한 리본이 달려있는) 속에 넣어서, 화장실에 갈 때면 남들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보물처럼 소중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남들에게 들키면 부끄러우니까. 왜 부끄럽냐고? 그건 모른다. 남들이 부끄러운 게 당연하단다. 생리가 왜 부끄러워야 하는 건지, 대답을 알고 있다면 남한테 알려주지 말고 그대로 무덤까지 혼자 간직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생리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애가 산부인과는 왜 왔대

  2017년,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에서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부인과 방문 경험 여부 조사에서, 20대 여성 중 56 퍼센트가 방문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또, 2012년 여성민우회가 여성 1067명을 대상으로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한 이유 설문에서는 47퍼센트가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산부인과는 산모들을 위한 병원이라는 인식이 공공연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산부인과는 산모를 위한 산과와 여성전문의학을 담당하는 부인과를 합쳐 만든 것이다. 김혜수가 주연한 영화 <굿바이 싱글>에는 미성년자 단지(김현수 분)가 산부인과 엘리베이터에서 심한 말을 듣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니께 요즘 애들이 불임에 걸리는 거 아녀, 몸을 함부로 굴리니까. (사위를 보며) 자네는 복 받은겨.”

 

  해당 장면 속 단지는 임신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산부인과를 자주 방문했을 뿐이다. 실제로 기자의 지인(20대 여성) 중 하나는 질 관련된 질병 때문에 산부인과를 방문했는데, 주변인으로부터 ‘왜 그런 곳에 가냐’라는 말을 들은 바가 있다. 그러나 산부인과는 여성의 삶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다른 질병 없이 스트레스만 받아도 생리불순은 일어난다. 이는 자궁에 어떤 해를 끼칠지, 혹은 이미 어떤 해가 끼쳐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감기에 걸리면 손쉽게 내과를 찾는다. 그런데 감기만큼 자주 걸리는 질병인 질염(수포나 간지러움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냉이 묽고 투명하지 않은 경우는 전부 질염의 증상이다)은 산부인과를 한 번 방문하기도 어려워한다. 단순히 여성들에게 산부인과를 가는 걸 겁내지 마! 라고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개인이 아닌 사회가, 모두가 산부인과를 가는 게 뭐가 어때서? 라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자애가 내과를 가다니! 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여자애가 산부인과를 가다니! 라고 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소아과, 내과처럼 산부인과도 그저 해당 병원에 맞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생리가 특권?

특권 (特權) [-꿘]

「명사」

특별한 권리.

¶ 특권 의식/젊음의 특권/특권을 누리다/특권을 부여하다/회원이 되면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출처: 국립국어원

 

  특권은 긍정의 의미를 가진 명사이다. 생리가 여성에게 특권으로 작용한다면, 여성은 생리를 함으로서 어떤 부분에서든 이득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위에 말한 것처럼, 생리는 매달 신체적, 심리적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권을 가진 대상이 그 특권으로 인해 일생을 불안에 떨어야 한다? 이는 소리없는 아우성보다 더한 모순이다. 혹자는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특권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모든 여성이 아이를 가지기를 원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 더 생각해 본다면,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생리는 여성의 특권이 아니다. 매달 고통을 동반하며 내장에서 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피가 특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면 고통, 안 하면 불안한 것. 그게 바로 생리이다.

 

 

허예진 기자 (adastravv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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