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 교외 이권의 범법행위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가는 길을 붙잡고, 금전을 요구하고, 개인정보를 묻고
ㅂ 씨(인문융합자율학부 · 18학번)는 3월 초 교내에서 이상한 경험을 했다. 컬러 테라피를 해주겠다며 처음 보는 사람이 붙잡았다. 갈 길 바쁜 ㅂ 씨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붙잡은 그 사람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지나가던 선배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라고 제지하면서 ㅂ 씨는 겨우 가던 길을 마저 갈 수 있었다.
학생 한 명이 경험한 단편적인 사례가 아니다. 무허가 방문 판매, 불법적 개인정보 수집이 교내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원래는 개강 전후로 일어나는 일들이었으나, 개강 후 몇 개월이 지난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어 기존의 사례와 결을 달리한다.
사례 1. "제가 방송국 막내 작가인데요.."
그런 작가? 없어! ⓒ 2009. 엠넷, 유쾌한 니콜의 수의학개론.
3월 말, 오후 한 시경. ㅊ 씨(사회융합자율학부 · 18학번)는 운동을 가기 위해 기숙사 밖으로 나섰다. 새천년관 옆 느티나무 앞에서 낯선 사람이 ㅊ 씨를 붙잡았다. 낯선 사람은 자신을 MBC 에브리원의 막내 작가라고 소개한 A 씨였다. A 씨는 '욜로'를 주제로 방송을 만들 건데 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며 ㅊ 씨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후 세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을 이어나갔다. ㅊ 씨는 "건성으로 대답했지만 계속 질문을 이어나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A씨는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했고, 이에 ㅊ씨가 "저는 더 살고 싶은데요."라고 대답했다. 마침내 A씨는 ‘ㅊ씨를 포기했'으며 상황이 종결되었다고 한다.
ㅊ 씨 뿐만 아닌 다른 학생들도 같은 일을 경험했다. 3월 한 달간 교내를 비롯하여 온수역 주변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는 경험담이 여러 차례 나왔다. 당시 A 씨가 밝힌 개인정보를 토대로 해당 방송국에 연락하니 "없는 사람이다. 최근 방송 작가를 사칭하여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주의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슷한 경험을 한 ㄴ씨(사회융합자율학부 · 18학번)은 "유사한 방식에 넘어가 사이비 종교에게 속을 뻔한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가 꽤 많아서 큰 문제다."라고 경고하였다. A 씨는 자신의 직함을 거짓으로 밝혔지만, 사람들에게는 진짜 개인정보를 요구한 셈이다. 그것도 사실이 아닌 명분을 통해서 말이다.
사례 2. 영화를 저렴하게 보게 해줄게요, '15,000원을 낸다면'
5월 11일 오후 1시, 새천년관 2층 복도에서 외부인 B 씨의 강의실 출입이 제지당했다. B 씨는 “수업 전 잠시 학생들에게 홍보 할 것이 있다.”며 강의실에 들어가려고 했다. B 씨를 본 한 교수는 학교 측의 허가를 받았냐고 질문했다. B 씨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고, 해당 교수는 바로 B 씨를 쫓아냈다.
당일 오후 2시 45분경, B 씨는 같은 층의 다른 강의실에서 홍보를 마저 했다. 이번에는 학교 측의 허가를 받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B 씨는 “15,000원을 내면 카드를 발급해주겠다. 해당 카드를 통해 1년에 12편 영화를 볼 수 있고, 시사회를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는 혜택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ㄱ 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거짓말도 아니었고, 설명을 듣고 신청한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ㄱ 씨는 같은 층에서 강의하던 교수에게 문자를 받았다.
교수님의 일침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적지 않은 학생들이 가입한 뒤였다. 사진 = ㄱ씨 제보
'돈 내라거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안 좋은 것임'. 학생들을 현혹하는 행동에 교수가 경고를 날린 것이다.
B 씨가 홍보하는 ㅍ 사는 이전부터 대학교를 돌아다니며 홍보를 하곤 했었다. 이번 사례처럼 학교 측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설명 또한 빈약하다. 이전에 ㅍ 사의 카드를 신청했던 ㄴ 씨(졸업생)는 "이용할 수 있는 극장이 한정적이다. 무료로 시사회에 갈 수 있다고 했었으나 막상 다녀오니 부가세를 비롯한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 속은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례 3. 누군데 내 연락처를 물어보세요?
5월 15일 오후 12시경, 자신들을 ㅎ 교회의 청년부 소속이라 소개한 사람들이 새천년관 앞에서 설문지를 돌리고 있었다. 검은색 티셔츠를 착용한 한 무리의 남성들은 지나가는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지를 주며 교회 홍보를 했었다. “유명 가수가 공연하러 온다며 한 번 와 달라”, “설문지를 작성하고 요구르트를 받아가라”는 것이 그들의 홍보 멘트였다.
설문지를 작성했던 학우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설문지. 실제와 다를 수 있음.
설문지에는 이름, 연락처, 현재 관심 있는 분야, 종교에 대한 질문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개인정보 수집 목적, 처리 담당자의 연락처는 전혀 없었다. 학교 측의 허가를 받았냐는 질문에는 받지 않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연이어 연락처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물어보니 교회 행사를 알려주는 데 쓰인다고 한 두루뭉술한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당시 설문지를 작성했던 ㄴ 씨와 ㅂ 씨는 이들의 설문조사가 의심스럽다고 이야기했다. ㄴ 씨는 "개인정보 중 이름만 적어서 건네주었다. 받고 난 교회 측 사람이 꽤나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ㅂ 씨는 "전화번호를 지우고 제출했다.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이러한 전도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야기했다.
사진 = 국가법령정보센터 화면 캡처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이용)의 일부이다. 설문지에는 명시된 질문을 통해 알 수 있는 3번을 제외한 아무것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이외 네 가지 항목은 모두 일일이 조사자에게 물어보아야만 했다. 하지만 조사자를 통해서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5개 조항 중 4개 조항을 어긴 설문지를 학생들에게 건넨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엄연한 개인정보 침해이며, 불법적인 정보 수집이다.
근절되지 않는 교외 이권의 불법 행위들
사진 = 성공회대학교 홈페이지 느티아래 - 알림마당
지난 4일, 성공회대학교 학생복지처에서는 학교 홈페이지 알림마당을 통해 불법 판매행위를 경고하였다. 일부 방문판매 업체의 판촉 행위를 주의해달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방문판매 업체뿐만 아닌,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외부 이권들까지 학생들에게 손을 뻗고 있다. 새내기들을 상대로 하던 불법 행위들은 학생 전체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홍보, 판매는 보통 학교 측의 허가를 받은 것처럼 홍보하거나,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현혹될 가능성이 높다. 교외 단체에서 연락처,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정보 수집 목적, 정보 처리 담당자를 밝히지 않고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엄연한 개인정보 침해다. 하지만 이 모두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행위다.
결국 속는 건 학생들이다. "개인이 조심해야지"라는 뻔한 해답은 무책임하다. 잘못은 잘못을 저지르는 이들에게 있는 것이다. 교외 이권의 불법 행위가 근절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학생이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은?
학교의 허가를 받은 행사였던 하나은행의 국제학생증 발급행사. 사진 = 성공회대학교 홈페이지 느티아래 - 알림마당
학생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예방은 허가를 받은 행사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허가를 받은 업체, 기관 및 시설의 행사는 단체 문자 메시지 혹은 학교 홈페이지 느티아래 - 알림마당에서 공지를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 문자 메시지로 공지 받지 못한 행사라면 학교 측의 허가를 받았는지, 근거 없이 개인정보나 금전적인 것들을 요구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당했다면, 우리가 정의구현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금전적 문제라면 국번 없이 소비자상담센터 1372, 범죄 상담은 110, 범죄 신고는 112. 숫자 세 자리와 네 자리로 학생들을 속이는 몹쓸 짓에 종지부를 찍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