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6 (수)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8월 시행 앞둔 강사법, 어디를 향해 가는가

                                   

 

 2018년 11월, 국회에서 강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지난 2010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시간강사의 죽음으로 처음 알려진 강사법은 8년간의 유예 끝에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강사법은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여 강사에게 1년 이상의 임용 기간을 보장하고 정교수와 동일하게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된 강사법이 대학교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그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강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 21곳 중 16곳이 시간강사를 줄이는 안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고려대학교에서는 시간강사 고용의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대외비 문건이 유출되어 파장을 일으켰다. 강사법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흔들리는 현 상황에서 우리 외대는 어떤 입장을 보일까.

 학교의 입장이 어떠한지 들어보기 위해 서울캠퍼스 조국현 교무처장을 찾아갔다. 강사법 시행이 확정된 시점에서 외대의 전반적인 대응 방향과 언론 보도와 관련한 사실확인 등 여러 의문점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강사법, 외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조국현 교무처장은 강사가 영구직이 아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 역할을 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강사법의 취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이 중간 단계에서의 업무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연구 및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강사들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별화가 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교무처장은 강사법을 통해 적정 자격에 미달하는 강사를 제외함으로써 질적 차별화를 추구할 계획임을 밝혔다.

 학교 측에서는 정확한 금액을 말하기 어렵지만 강사법 시행에 대비한 재원을 마련해 둔 상태라고 했다. 학생들의 수요에 따른 강좌 합리화를 통해 강의 일부를 축소 조정하고 여기서 마련된 재원은 강사 퇴직금, 강사의 4대 보험, 방학 중 임금 지급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사 채용 조건을 강화함으로써 질적 차별화를 추구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 외대의 시간강사 채용 조건은 박사 학위 취득자이다.

 인터뷰 날짜(1월 31일) 기준으로 국회에서 시행령을 발포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대알리는 학교로부터 불가피하게 추상적인 계획만을 들을 수 있었다. 학교는 시행령이 발포 되는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강사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교양과목 수는 왜 줄었나

 

 강사법 시행 확정 후 학교에서는 일부 강의의 수를 축소키로 했다. 여기서 조정의 첫 타깃이 교양과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학교는 8월 강사법 시행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교양 강의 수를 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폐강기준을 엄격히 하는 것으로 교양 수 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폐강 기준에 부합하는 강의의 경우, 담당 교수의 재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폐강 기준 강화는 강의 능력이 없으면 도태될 수 있음을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대형강의를 무턱대고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 했는데, 그 근거로 학교 내 강의실 수용인원 제한을 언급했다. 학교 강의실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수강인원의 수를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편집 - 지현희, 방진희 기자)

 교양과목의 수는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각각의 학생 수에 비례하여 산정된다. 하지만 2017년부터 현재까지 학생 수가 1000여 명가량 많은 서울캠퍼스의 교양 강의 수가 글로벌캠퍼스와 비교하여 더 많이 줄어든 상황인데, 이는 글로벌캠퍼스가 강의 수를 산정할 때 학생 수를 제때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무처장은 앞으로 글로벌캠퍼스의 교양강의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지난 12월 서울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서양어대 내 학과 간 공통교양이 신설될 가능성이 언급되었다. 예를 들어 독일 정치, 프랑스 정치를 하나로 묶어 서유럽 정치라는 과목을 신설하는 것인데, 강의 수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교무처장은 공통 교양 논의가 강사법 개정의 영향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통교양 논의는 학과의 전반적 실태를 파악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난 결론에 불과할 뿐 강사법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추가로 교무처장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교양과목 신설에 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고 하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과목을 추가하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더불어 기존 교양과 전공과목 수준의 중간에 위치하는 심도 있는 교양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강의 시간표에는 2017년과 비교하여 서울캠퍼스는 '미래시뮬레이션'과 '시민교육' 과목이, 글로벌캠퍼스는 '대학외국어', '미네르바인문', '디지털교육' 등의 과목이 신설된 상태이다.

 

강의의 수가 변화하는가

 

 강사법 시행으로 전반적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학교는 강의 수 조정에 나서고 있다. 조정은 강의의 수요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교양과 전공 모두로, 교무처장은 강의가 어느 한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면 그 분야의 강의 수를 줄이고,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강의 수는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는 학생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학생들은 교양 과목의 과도한 삭제가 감행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강의 배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수요에 집중하게 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의 폭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하되, 지나치게 수요에 편중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폐강 기준이 강화되는가

 

 앞서 교무처장은 폐강 기준 강화로 강의 숫자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했다. 그리고 이는 폐강 기준은 물론 분반 기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특히 언어 관련 학과의 경우 강의 종류가 줄어들기보다는 분반을 줄여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전반적인 강의 수에는 변동이 없지만, 기존에 적용되던 분반 기준 인원을 늘리거나 분반 적용 기준을 확장해 분반의 수가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기준 강화는 시간강사뿐만 아니라 전임 교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 교수에게 혜택으로 적용되던 분반 기준 완화를 삭제하여 전임 교수 또한 강사법 적용에 함께 노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도 덧붙였다. 폐강 기준 강화가 강의 수를 줄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나 외대는 이를 크게 강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무처장은 폐강 기준의 무리한 강화가 학생들의 강의 선택 폭을 줄일 수 있음을 그 이유로 들었다. 폐강 기준에 해당하는 인원이 커질수록 소규모의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의 수가 줄어들게 된다.

 

시간강사가 다른 교수로 대체될 것인가

 

 일부 대학들은 시간강사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시간강사 대신 전임, 초빙, 그리고 겸임교수의 시수를 늘리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외대는 시간강사를 초빙교수 또는 겸임교수로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초빙교수의 경우 시간강사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겸임교수의 경우는 비용면에서 절약이 가능하나 전문 분야에 유리하기 때문에 인문사회 분야가 다수인 외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외대는 시간강사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무턱대고 강사를 해고하고 다른 교수로 대체할 수 없다고도 했다.

(편집 - 방진희 기자)

 외대알리 취재 결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우리 학교는 전체 교원 2,305명 중 대학원 내의 교원을 제외하면 대학교 내에 1,817명의 교원이 근무하고 있다. 크게 전임 교원과 비전임 교원으로 구분되는 대학교 교원 중 교수, 부교수, 조교수는 전임 교원에 해당하고 겸임 교원, 초빙 교원, 시간강사, 기타 교원은 비전임 교원에 해당한다.

 우리 학교 시간강사 수는 950명으로 전체 교원 대비 52.28%에 해당한다. 반면, 고려대학교의 경우 전체 3,307명 중 745명으로 22.52%, 경희대학교의 경우 전체 2,642명 중 804명으로 30.43%에 해당하는 시간강사를 고용하고 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시간강사의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편집 - 방진희 기자)

 또한 우리 학교의 경우 2018년 1학기 전체 10,038학점 중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학점은 4,361.3학점으로, 시간강사는 전체 대비 43.4%에 해당하는 강의에 배정된다. 2학기의 경우 전체 9,753학점 중 4,208.3학점을 담당함으로써 전체 대비 43.1%에 해당하는 강의 비중을 가지게 된다. 평균적으로 시간강사는 전체 강의의 43.25%를 담당하는 셈이다.

 전임 교수의 경우 1학기 5,089.2학점, 2학기 5,005.7학점을 담당함으로써 평균 51%의 강의에 배정된다.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시간강사의 강의 배정 비율과 전임 교수의 강의 배정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를 보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상당한 비중을 시간강사가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강사법이 시간강사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언론은 거짓말을 하고 있나

 

 강사법 시행으로 재정부담이 가중됐다는 대학들의 목소리에 언론은 강사법에 따라 대학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전체 대학 수입의 2%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교무처장은 수치 산출에 적용된 기준값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전체 대학 수입액을 구할 때는 가용자산만을 포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대학 전체 수입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장학금과 교내 시설 설비 및 수업료 등 다양한 지출 사항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강사료의 비중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고정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가용자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무처장은가용자산만을 포함하여 대학 전체 수입을 계산한 뒤 산출된 추가 강사료의 비중은 언론에서 말한 것만큼 적지 않기 때문에 강사법으로 인한 학교 내 변화는 상당할 것이라 말했다. 그 결과 강사법 개정으로 학교는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새로이 정립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 과정에서 강사는 교원의 자격을 얻게 되고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학교와 강사 간의 책임성 또한 커질 것이라 언급하면서 "학교 사정이 어렵다 보니 학교 집행하는 사람들이 교육적 측면에 대한 고려보다 재정적 측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가능한 한 부작용을 줄이고 취지에 가장 부합하게 학교가 움직일 것"이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편집 - 방진희 기자)

 그러나 외대알리가 앞선 산출 과정에서의 모호한 부분을 없애고자 '2018년 학교회계 추가경정자금예산서'를 활용했을 때, 여전히 강사료 적용에서 2%의 추가 재정만이 사용될 것임이 드러났다. 추가경정자금 예산서에 따르면 기존의 2018년 기준, 자금지출총계는 243,244,630,779원, 약 2,432억 원이다. 이 가운데 시간강의료에 해당하는 금액은 13,249,052,832원, 약 132억 원으로 2018년 전체 지출에서 시간강의료 비중은 약 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2018년 12월 서울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에서 '2019년 8월 강사법의 시행으로 학교가 추가로 4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언급을 따라 이를 2018년 시간강의료에 합산하게 되면 대략 172억 원이 나온다. 따라서 2018년 지출총계 대비 시간강의료는 약 7.07%로 앞서 산출한 기존 시간강의료 비중 5.4%에 비해 대략 1.67% 높게 나타난다. 이는 '추가적인 비용이 2%에 불과하다'는 언론 보도에 상응하는 수치이다.

 

다른 변동 사항이 있는가

 

 강사법의 시행으로 인해 추가적인 재정 마련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학교는 그에 따른 등록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강사법 시행 후 약간의 강의 수 조정은 있겠지만 그 수가 크지 않을 것을 강조했으며, 그에 따라 졸업 이수 학점의 변경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 캠퍼스 간 동일학과 개편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과 통폐합과 같은 동일학과 개편에 대한 논의는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가 본교로 통합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왔다. 오랜 기간 학생들의 주된 주제였던 만큼 개편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와중에, 강사법 개정의 영향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일부의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교무처장은 현재 개편 가능성이 나오고 있긴 하나 여전히 구체적인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사안이 큰 만큼 지속적으로 언급될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는 이번 강사법 개정 시행의 예상 결과로, 학생들이 수업 숫자의 감소는 체감할 수 있겠지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강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즉, 시스템 개편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선순환 작용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 학교의 목표라고 했다.

 

 

 

강사법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대형 강의를 활성화하여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려는 법안이 아니다. 따라서 학교가 시장주의적 구조조정을 꾀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목적은 고등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문의 장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 대학이 교수 또는 강사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아까워하고 그 금액을 줄이려고 할 때, 대학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전락하고 만다. '어떻게 잘 가르치는 대학이 될까'에서 '어떻게 하면 더 싸게 가르칠 수 있을까'로 목적의식이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대학의 거룩한 목표가 훼손되진 않도록, 학교는 기업화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은 강사법이 강사에게만 한정된 제도가 아님을 인지하고 자신의 교육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방진희 기자(genie950624@gmail.com)

지현희 기자(gusgml_1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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