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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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대 총학생회 선거 정책토론회 톺아보기: 정책토론회는 증명해야 하는 자리

제34대 총학생회 선거 정책토론회 톺아보기: 정책토론회는 증명해야 하는 자리

사진=박희영 기자

"내부에서 논의했다."

"공약으로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논의하겠다."

정책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대답들이었다.

 3월 28일, 제34대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 정책토론회(이하 정책토론회)가 M205 강의실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정책토론회에는 여현주(사회과학부 15) 정후보와 장희정(사회과학부 17) 부후보로 구성된 선거운동본부 '바로'와 많은 학우들이 참여하였다. 정책토론회는 후보자들의 선거 공약을 소개하고, 참여한 학우들과 토론하며 공약의 완성도를 증명하는 자리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공약의 방향성과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보였다.

 선거운동본부 '바로'의 선거 공약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공약 근거 부실, 두 번째는 소수자 관점 부재, 세 번째는 부족한 대안이다. 이는 정책토론회 의논 과정을 톺아보며 확인할 수 있다.

 

1. 공약 근거 부실

교육권 강화

 바로는 강의 수 복구와 교육과정 안정화를 공약했다. 성공회대학교는 학교와 학생 간 의사소통이 부실했으며, 총학생회가 학교와 소통의 장을 만들어 교육권 강화를 이뤄내겠다는 주장이다. 그 예시로 부산대학교 상호 협력서를 제시했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가 학교 본부와 협의의 장을 만들어낸 '가장 안정화된 사례'라 언급했다.

사진=부산대학교

 그러나 부산대학교 상호 협력서는 '소통'의 결과물이 아니다. 부산대학교 학생 교육권 보장은 철저히 투쟁의 산물이다. 부산대학교 상호협력서는 12월 31일에 체결되었다. 같은 달 14일 부산대학교 학생 4200여 명이 운동장에 결집했으며, 학생사회 최고 의결기구인 학생총회를 성사시켜 교육권 보장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같은 달 18일 부산대학교의 비정규직 교수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한겨울에 비정규직 교수들과 학우들이 강의실을 뛰쳐나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교를 압박한 것이다.

 학교와 학생 간 소통 부재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소통의 장 확대로 교육권 강화를 이루겠다는 선본의 실현계획과 부산대학교의 사례는 연관성이 떨어진다. 총학생회와 총장이 만나 협약서를 작성했다는 점 외에는 공통분모가 없다.

 

토닥토닥 장학금

사진=한양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성적과 소득분위와 상관없이 장학금을 지급하는 '토닥토닥 장학금' 공약에서도 준비가 부족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사례로 든 경희대학교의 '생협 장학금'과 한양대학교의 '미생 장학금' 모두 선정기준 1순위가 소득분위다.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 소득분위뿐만 아니라 성적, 통학거리 등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양적 지표만으로 선정한다. 성적과 소득분위와 상관없는 장학금을 만들겠다는 공약에 사용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또한 소득분위를 대신할 에세이 작성이 선정기준으로 적절하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글쓰기 실력으로 뽑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글쓰기 담당 교수가 심사한다면 글쓰기 실력이 선정에 영향을 끼치기 쉽다. 생활을 지원하는 장학금이지만 학교생활 경험을 위주로 본다면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학교생활이 어려운 학우들은 장학금을 받기 어렵다. 선정기준이 모호해 이의제기를 방어할 수단도 없다. '실제로' 생활비가 필요한 학우를 지원하겠다는 장학금의 목적을 이룰 방법을 명확히 찾지 못했다.

 

2. 소수자 관점 부재

바로는 다양한 공약을 선보였다. 임기 동안 공약들을 전부 이행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이 나온 이유였다. 하지만 수많은 공약 중 소수자 복지 공약은 없다. '물품 대여 사업'에 생리대 대여가 있지만 대여 사업에 포함된 공약 중 하나다.

사진=성공회대학교 제32대 총학생회 '바다' 페이스북 페이지

 소수자가 학교를 다니며 겪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성소수자와 장애인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화장실', 학내 인권증진을 위한 '인권가이드라인', 보행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려운 건물 개선 등 기존 학생사회가 시행한 소수자 공약들은 실패하거나 개정이 필요한 정책이 많다. 총학생회는 이를 계승해 더 나은 환경의 성공회대를 만들 의무를 짊어지고 있다. 그러나 바로의 공약에서는 해당 정책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성공회대학교 제34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바로' 페이스북 페이지

 소수자 복지 공약의 부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공약을 소수자 관점에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역량의 한계로 소수자 복지 공약을 완성하지 못했다면, 내세운 공약에서 소수자가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 운동회 공약을 내걸었다면, 통상적으로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참여하는 스포츠 종목들에서 성소수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장애로 특정 스포츠 종목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들이 운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종목이 다양하고 신청을 받는 운동회'라는 대답했다. 종목 내의 성별 구분과 신청하기 어렵게끔 만드는 문화에는 충분한 대답이 없었다.

사진=성공회대학교 제34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바로' 페이스북 페이지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바로 랭킹'도 소수자 관점이 부재했다. 소수자 복지 공약이 없어 소수자들이 자기 정체성에 관한 이해관계를 공약 투표에 반영시킬 수 없다. 또한 다수가 투표한 공약들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발언도 소수자를 고려하지 않는 태도다. 필요한 사람은 적지만 당사자에게는 시급할 수 있는 복지 정책들은 배제당하기 쉽다.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한 학우의 말처럼, 소수자에게는 '익숙한' 일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투표 환경도, 정책 시행 방향성도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 내부에서 어떻게 얼마나 논의했건, 실제로 내세운 공약이 소수자에게 폭력적이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부족한 대안

 바로는 많은 공약들을 선보였고, 후보자들은 최선을 다해 이행하겠다 했다. 그러나 공약을 이행하다 보면 계획을 수정해야 할 일이 생기곤 한다. 공약 중엔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점들이 있다.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2017년, 학교 측의 불통으로 일관하는 태도에 반발하여 총장실을 점거한 학우들의 모습. 사진=성공회대학교 제32대 총학생회 ‘바다’

 바로의 주요 공약인 교육권 강화를 위해 후보자들은 학교와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통의 장은 총학생회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요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와 학생 간 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올해라고 크게 달라질 것을 낙관할 수 없다. 때문에 학교 측과 논의가 잘 되지 않았을 때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후보자들은 학생들의 요구 논거를 전달하는 것만 말했을 뿐 그 방법이 문화제인지, 학생총회인지, 점거인지 밝히지 않았다. 17년도 학교에 소통을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 시위가 있었고, 18년도에는 학생총회를 개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후보자들이 모범 사례로 꼽았던 부산대학교 역시 학생총회가 개회된 곳이다. 그러나 ‘바로’의 공약에는 대안이 담겨있지 않았다.

 700여 명의 학우가 교육권 강화를 원한다고 투표에 참여했다. 학우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음을 인지하고 개선하는 공약을 세웠고, 협의의 대상이 오랜 기간 학우들의 의견을 무시한 학교 본부라면 학우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하게 투쟁할 수 있는지, 학우들은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줬어야 했다. 학우들의 열망을 공약화하는 것은 큰 호응을 불렀다. 부푼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토론회에서는 주요 문제점들을 포함해 공약의 부실함에 대한 많은 지적이 나왔다. 후보자들은 '내부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공약으로 보여주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함께 논의해 나가면 좋겠다.'라 대답했다. 좋게 말하면 열린 의사소통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학우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정책토론회는 완성되지 않은 공약을 학우들에게 피드백 받는 자리가 아니다. 정책토론회는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엄선된 공약의 완성도를 학우들에게 직접 증명해 신뢰를 얻는 자리다. 그렇기에 학우들의 걱정을 사는 자리가 아니라, 학우들의 걱정을 더는 자리여야 했다. 후보자들은 정책토론회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수강신청 대란으로 학교에 문제의식을 가진 학우들이 많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의 한계를 느끼며 총학생회의 필요성을 느끼는 학우들도 많으며, 무엇보다도 후보가 하나뿐이다. 공약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차선의 이익을 얻기 위한 학우들의 전략적 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 이 말은 즉, 당선 이후 행동에 따라 지지를 철회하기도 쉽다.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겨우 뽑아 놓은 총학생회', '하는 짓이 영 못 미더운 총학생회'라는 인식 속에서 한 해 동안 고생하는 것은 후보자들도 원치 않을 것이다. 정책토론회로 실망감을 안긴 학우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선 이후 임기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는 온전히 후보자들의 몫이다.

 

글 = 박상혁 기자(qkrtkdgur972@naver.com), 강성진 기자 (helden0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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