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거리를 밝혔다. 2030 여성들이 서랍 속 고이 잠들어 있던, 혹은 방 한켠 고이 모셔두던 응원봉을 챙겨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위한 시위에 나타난 것이다. 이는 지난 80-90년대 여성운동이 활발하던 시기를 지나 여성의 연대를 찾아보기 힘든 지금 여성운동에 있어 특이한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여성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막 대두하고 활개치던 20세기 후반과 여성이슈별로 산발적으로 연대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나타나는 21세기 초반 지금은 여성운동도, 연대하는 여성들도 다르다. 불과 30-40년 전, 지금의 우리 어머니들이 청년이었을 때는 여성인권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누려지는 시기가 아니었다.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개념화되지도 않았고, 강간범에 대한 여성의 정당방위가 쉬이 인정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한국여성의전화 창설을 통한 '성폭력' 개념의 등장과 변월수 사건을 통해 정당방위 논쟁을 살펴보며 지금의 여성들이 지금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데에 어떤 배경들이 있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 사회에서 '매맞는 아내', '아내 구타' 문제가 본격적으로 여성들의 관심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 것은 1983년 6월부터이다. 1980년대 한국 사회는 1980년 광주항쟁을 통해 민중의 저항을 진압한 신군부가 미국의 후원을 받으며 새로운 군부독재체제를 공고화하는 때였으며, 사회운동 또한 잠복기 및 침체기로 들어섰던 시기이다. 당시 여성운동계 또한 체제 순응적인 여성단체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 시기 한국 크리스천 아카데미 여성사회가 아내구타 문제를 심각한 여성 문제로 포착했고, 이들은 성적 불평등의 문제를 운동과제로 세우고 독자적인 여성운동으로 만들어내고자 했다. 1980년의 삼엄한 정치적 상황과 민주화라는 사회운동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여성문제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여성들은 사회민주화운동과 함께 여성억압에 대한 독자적인 대항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남녀 관계의 민주화 없는 사회 민주화는 공허한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민족민주운동과는 별개의 운동을 형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중산층 여성들이 주도하는 이 운동은 '여성의 인간화'*를 기반으로 삼고 대중여성들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여성억압의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이렇게 시작된 아내구타추방운동은 피해여성을 돕는 상담활동과 구타문제해결로서의 대사회운동을 전개했다. 그렇게 1983년 6월 11일 여성의전화가 개원하며 일반여성들이 전화로 상담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의 인간화는 여성의 단순한 지위향상운동이 아닌 일체의 주종 사상, 억압제도를 거부하고 여성의 인간화와 전체가 해방된 공동체사회를 지향하는 운동의 일환이다. 이후 신군부는 체제 안정화를 위해 유화 정책을 택하며 정치지형과 사회운동의 판도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민주화운동 진영은 큰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여성의전화 또한 여성평우회와 함께 1984년부터 정치투쟁에 함께하게 되었다. 이렇듯 민주화투쟁이 점차 격렬해지며 여성의전화는 사회민주화운동세력과의 연대활동에 보다 더 큰 힘을 싣기 시작했다. 이에 여성의전화는 독자적 여성단체로서 가정폭력, 성폭력, 사회폭력을 투쟁 대상으로 중간층 여성들이 벌이는 평화운동단체로 정의되게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여성의전화는 1980년대 말까지 민족민주운동과 연대하는 한편 당시 빈번하게 발생했던 성폭력 추방운동에 더 큰 힘을 쏟았다. 성폭력 개념 논쟁 1990년대 후반까지도 아내구타가 빈번하고 심각하게 발생했음에도 아내구타에 관한 법이 제정되지 않았다. 법이 없다는 것은 아내구타를 허락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며, 일단 결혼하면 여성이 남성의 소유이고 남성이 어떻게 해도 좋다는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이었다. 여성의전화는 개원 때부터 아내구타에 대한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며 1991년 4월 18일 '성폭력(여성에 대한 폭력)특별볍 입법을 위한 공청회'에서부터 '여성에 대한 폭력관련특별법' 논의를 제기했다. 공청회에 이어 여성의전화는 연대를 시작했고 '성폭력특별법 제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결성했다.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한 추진위는 기존의 추진위를 해체하고 1992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 내 성폭력특별법제정추진특별위원회(이하 성특위)를 구성하고 전국적인 제정운동에 착수했다. 그러나 성폭력 개념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졌다. 여성의전화는 성폭력을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의미로서 아내구타를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했으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협의의 개념으로서 성관계 중심의 개념으로 이 말을 사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여성의전화는 아내구타는 대개 아내강간과 아내에 대한 성적 학대를 동반하며, 강간은 물리적 폭력을 동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구 때리는 구타는 성폭력으로 보지 않으면서 슬쩍 만지는 성추행은 성폭력으로 보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성폭력 개념을 넓은 의미의 성폭력으로 채택하면 강간을 성폭력의 전부로 생각하는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다양한 성적인 억압을 성폭력의 개념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 즉 여성의전화는 성폭력의 범주에 여성들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경험하는 남성으로부터의 폭력적 위협, 감정적, 심리적 손상에서부터 성희롱, 성추행, 성관계에 대한 압력과 위협, 성적 모욕, 음란전화, 아내구타, 성기 노출, 강간, 근친 강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관련법은 성폭력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으로 분리 제정되며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다루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또 분리 제정의 결과로서 아내구타가 여성폭력이라기보다 가정폭력 사안으로 인식되고, 가정폭력방지법은 성 중립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변월수 사건과 정당방위 제21조 (정당방위) ①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한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③ 제2항의 경우에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를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급박부당한 침해에 대해 자기 또는 타인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된 가해행위라고 기술한다. 즉 누구도 부당한 침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규정된 것이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이다. 정당방위 논쟁이 불거진 변월수 사건은 1988년 9월 10일 한밤 중 귀가길에 변월수라는 평범한 주부가 달려드는 강간범의 혀를 잘라 자신을 방어한 사건이다. 정당방위 논쟁이 일어난 이유는 변월수가 피해자임에도 가해 남성의 혀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되었고 과잉방어로 징역 1년이 구형되었기 때문이다. 여성운동단체의 비난에도 사법부는 정당방위로서 인정될 수 없는 지나친 행위였다며 변월수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결국 여성운동단체의 투쟁으로 무죄판결을 받아내긴 했지만 이는 성폭력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가해자측의 변호사는 변월수가 사건 당일 먹은 술의 양, 동서와의 불화 등을 계속 거론하며 그를 부도덕한 여자로 몰아세웠다. 또 변월수가 폭행당할 때 가해자 행위의 순서가 바뀌는 것에 대해 검사가 호통을 치는 등 피해자가 죄인으로 취급되는 모습이었다. 1심에서는 여성에 대한 사법부의 편견과 여성의 인권보다 남성의 혀를 더 중시하는 사법부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2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아냄으로서 피해 여성의 음주상태, 식당경영 사실, 밤늦은 시간에 혼자 다닌 점 등이 성폭력을 합리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당연한 비합리화 사유지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었는지 변월수 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다시 한 번 여성의 연대 80년대 아내구타 문제 해결을 위한 여성의전화의 개원과 성폭력법 제정을 통해 '성폭력'의 개념을 성관계 중심의 좁은 개념이 아닌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서 광의 개념으로 여성의전화는 정의하고자 했다. 변월수 사건을 통해 여성의 정당방위에 피해자의 음주상태나 늦은 시간의 귀가가 고려되어선 안된다는 점을 우리 사회는 분명히 했다. 과거 여성의 연대를 통해 여성의 삶과 인권은 더 이상 사회와 남성으로부터 심각하게 위협받지 않게 되었다. 직므 여성단체의 연대가, 그리고 여성들의 연대가 이전만하지 못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여성들의 연대가 과거만큼 활발하지 못한 것을 단순히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여성문제는 아직 해결의 단계에 있지 못하다. 80년대부터 이어져 온 성폭력의 문제, 아내구타와 이어지는 가정폭력의 문제, 그리고 최근 대두되는 데이트폭력과 디지털성범죄까지 여성이 연대해야 할 부문은 여전히 존재하지 때문이다. [편집자주] 앞으로 대학알리는 여성문제 해결을 위해 힘썼던 여성운동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그리고 디지털성범죄에 이르는 여러 여성문제를 청년과 대학생의 시각에서 다루고, 다시 한 번 여성들이 연대하기 위해 어떤 목소리와 시각이 필요할지 짚어보고자 한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지난 14일 제1차 가톨릭대학교 등록금위원회가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전체 참여자 11인 중 2인을 제외한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오늘 16일 새벽 1시에 올라온 총학생회 ‘너울’ 인스타그램 발표에 따르면 이번 인상안 가결에는 성심교정 총학생회장단을 제외한 나머지 교정의 학생 대표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밝혀졌다. 총학생회장단 ‘너울’은 공식 인스타그램으로 결과를 발표하며 반대한 이유에 대해 “학생들을 위한 사전 설득 과정이 없었고, 인상 후 마련되는 금액의 구체적인 사용 방안의 제시 미비, 기존 아동학과 학생들과 이공계열 학생들에게 불합리한 점에 비해 근거가 미약하다”며 사유를 공개했다. 총학생회장단이 공과대학 학생들의 높은 인상안이 공정한지를 묻는 질문에서 학교 측은 “공학계열만 인상을 안 한다면 타 계열 학생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또 공학계열의 경우 실험·실습비, 교수 인건비와 같은 측면에서 타 계열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입장을 말했다. 추가로 아동학과의 경우 기존 재학생이 생활과학계열에 해당하는 수업료를 납부하면 같은 수업을 듣는데 다른 등록금을 내는 게 옳냐는 총학 측 질문에 학교 측은 “본교는 입학한 계열을 기준으로 납부받고 있기 때문에 신입생만 다른 기준으로 받게 된다”고 답했다. 이번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한 학우는 “우리 학교 환경이 900만 원씩이나 내면서 들을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시설이나 투자는 그렇다 치고 당장 전임교원도 없어 교수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데 이게 맞나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당장 정통은 설비가 없어 명지대 용인 캠퍼스까지 가서 실습하고, 나는 성심여대 설비도 써봤는데 이건 진짜 아닌 거 같다”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현재 16일 오전 기준 약 3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공학계열 학우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밖에 프랑스어문, 국사학과, 음악과의 경우에도 전임교원의 부족과 시설 부족, 장비 부족을 지적하며 “이런 것도 해주지 않는데 인상이 무슨 소용이냐 학생한테 투자한 게 있어야 등록금 인상할 때 끄덕이는 거다”며 인상에 반대하는 학우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가대알리는 후속기사를 통해 총학생회 '너울'과 등록금 인상에 대해 인터뷰 한 내용을 보도할 예정입니다. 조우진 기자(nicecwj1129@gmail.com)
지난 11월 4일 오후 7시, 서울 노원구 염광고등학교 운동장은 서먹함과 설렘으로 가득 찼다. 주인공은 지난달 공식 창단된 ‘신생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여자 축구부 ‘Hufshot’(이하 훕샷). 선수들은 창단 이후 두 번째 공식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작이 가까워지자 운동장은 어느덧 20여명의 선수로 붐볐다. 선수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장이 공존했다. 대부분 선수들에게는 첫 공식 훈련이었다.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했다는 신입 지민경 씨는 “항상 축구를 보기만 했는데, 직접 해보는 건 처음이다. 너무 힘들 것 같아 걱정도 된다”며 축구화를 갈아 신었다. 반면 옆에 있던 이다은 씨는 “초중고 시절부터 축구를 해왔는데, 대학교에서도 해보고 싶었다. 너무 기대된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축구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부터, 이제껏 축구를 즐겨왔던 학생까지. ‘훕샷’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축구를 마음껏 즐기기까지의 길은 쉽지 않았다. 이들은 오직 열정 하나만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열정 하나로 시작한 축구, 전문 코치 갖춘 ‘정식 축구부’ 되기까지 시작은 동대문구 3개 대학(외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연합 체전 ‘트로이카 역동전’이었다. 축구에 관심이 있던 학생들이 모여 2023 역동전 여자 축구에 외대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그러나 축구를 처음 접한 이들이 대부분인 상황, 제대로 된 훈련을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외대 대표팀은 조별 예선 1승 1무로 결승에 진출했고, 준우승 쾌거를 달성했다. 이듬해에도 마찬가지. 초기 멤버들과 새로운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2024 역동전에서도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과정에서 ‘축구부 신설’ 목표가 피어났다. 경희대와 시립대는 여자 축구부가 있어 코치진 주도로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했다. 반면 외대 대표팀에는 전문 훈련을 가르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글로벌캠퍼스 여자 축구부 주장이 플레잉코치로 도움을 주긴 했지만, 전문 축구부를 따라가긴 역부족이었다. 결국 2023년부터 대표팀에 몸담았던 김가민 현 부주장은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축구부를 창설해 축구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축구부 신설을 추진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올해 10월 축구부 정식 창설 이후, 곧바로 전문 코치 섭외에 들어갔다. 이들은 ‘기초부터 가르쳐줄 수 있는 코치’라는 기준을 세웠다. 총 다섯 명의 후보와 면접을 거쳐 체계적 훈련과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홍혁진 코치를 선임했다. 세미 프로에서 활동했던 홍혁진 코치는 “전문 훈련을 받음으로써 대회 출전 도전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외대 축구부와 지향점이 맞았다”며 코치직 지원 이유를 밝혔다. 체력부터 기본기, 실전 훈련까지…서툴어도 빛났던 선수들의 ‘구슬땀’ 훈련은 체계적인 단계를 거쳐 진행됐다. 코치의 주도 아래 선수들은 운동장 세 바퀴를 돌며 몸에 열을 끌어 올렸다. 이후 스트레칭과 런지를 진행하며 굳은 몸을 풀었다. 기본 중의 기본이었지만, 이조차 익숙지 않았기에 몇몇 선수들은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축구의 근간이 되는 ‘움직임 훈련’을 진행했다. 사다리를 펼쳐 놓고 잔발 스텝을 밟으며 공을 받고 차기 위한 기본자세를 배웠다. 다음으로 일정 간격으로 콘을 세운 뒤, 양발을 활용한 드리블 훈련까지 진행했다. 일반 동아리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그간 계속해서 축구를 해왔던 선수에게도, 처음 시작하는 선수에게도 낯선 훈련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코치에게 “천천히 보여주세요”,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여기서 반댓발은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코치 또한 선수 한 명의 동작까지 자세히 관찰하며, 자세 교정에 힘을 쏟았다. 훈련의 마지막은 미니 게임. 좁은 공간에서 공을 컨트롤해 보는 실전 훈련이었다. 아직은 ‘에이스’들이 주도하는 판세로 진행됐지만, 모든 선수가 30분 내내 끊임없이 뛰어다니며 열정을 보였다. 그렇게 약 세 시간가량의 훈련이 마무리됐다. 코치의 총평을 듣는 선수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가득했지만, 눈빛만큼은 초롱초롱 빛났다. 여자 스포츠 불모지서 피어난 훕샷, 더 큰 미래를 그리다 선수들의 목표는 뚜렷했다. 훈련 시작 전 걱정이 가득했던 지민경 씨는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힘들었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게 의미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능숙하게 훈련에 임하던 이다은 씨는 “오랜만에 뛰니 개운했다. 내년 역동전에서 무조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열의에 불타올랐다. ‘훕샷’은 벌써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안소윤 주장은 “축구부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양구 대회 등 다양한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싶다. 한국외대를 대표하는 명문 축구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축구연맹이 주관하며 매년 강원도 양구군에서 열리는 전국여자클럽축구대회 출전 의사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훕샷 신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자 스포츠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 여학우만으로 구성된 팀은 핸드볼부 하나뿐이었다. 절대적인 참여 기회 자체가 부족했다. 남성들이 주를 이루는 과/학부 차원의 축구부에 여성 선수가 참여, 경기를 소화한 적이 있으나 손에 꼽을 정도였다. 훕샷의 신설로 여학우들이 주도적으로 스포츠를 선택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남성 중심으로 진행됐던 학내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한 것이다. 여자 스포츠의 불모지에서 피어난 ‘훕샷’. 열정 하나로 시작한 아마추어 축구가 1년 만에 전문 코치를 갖춘 ‘정식 축구부’로 발전했다. 이를 통해 선수 개인의 성장, 나아가 다양한 종목에서 제2의 훕샷, 제3의 훕샷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없으니까 안 된다’는 통념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훕샷’의 도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진우 기자(ggj05398@naver.com) 문소연 기자(언론정보전공 스포츠 저널리즘 1조) 이예선 기자(언론정보전공 스포츠 저널리즘 1조)
155분, 차가웠던 ‘서울의 밤’ 지난 3일 22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1979년 10월 2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을 원인으로 발령된 16번째 비상계엄 이후 45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비상계엄령 선포 이유를 밝혔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육군참모총장 박안수 대장은 포고령 제1호를 발령하여 ▲ 국회, 지방 의회, 정당의 활동 및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정치 활동 금지 ▲ 언론 및 출판 통제 ▲ 파업, 태업, 집회 행위 금지 ▲ 전공의 등 모든 의료인의 본업 복귀 ▲ 포고령 위반자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 구금, 압수수색 가능 등을 고지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즉시 국회로 발걸음을 옮겼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모든 국회의원에게 국회로 집결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계엄군은 국회 본청 출입문을 봉쇄한 뒤 본청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내부로 진입했으나 국회 직원과 보좌진들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여 저지했고, 그 사이에 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인 국회의원 과반수(150명 이상)가 본회의장에 착석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결국 4일 오전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300명의 재적 국회의원 중 재석 190명, 찬성 190명 만장일치로 가결되었고, 이로써 비상계엄령은 선포 약 155분 만에 효력을 잃게 되었다. 국회의 결정에 따라 4시 30분경 대통령실에서는 계엄 해제를 발표하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 심의를 거쳐 전무후무한 대한민국의 21세기 비상계엄령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비상계엄은 종료되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이번 사태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인지,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에서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현재 쟁점이 될 만한 사항은 다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현재 상황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는가 (명분의 정당성) 2. 현재 시점이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때였는가 (시기의 적절성) 3.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하였는가 (절차의 적법성) 명분의 정당성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 내용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비상계엄 선포 사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국회의 탄핵소추 남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재 상황을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각종 장관 등 정부 관료 탄핵 및 탄핵 시도를 통해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회가 발의한 정부 관료 탄핵 소추는 총 22건, 여기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다수의 검사 및 이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포함된다. 특히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날인 12월 2일에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었고, 이르면 오늘 열릴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 감사원의 독립성 부정 ▲ 문재인 전 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 ▲ 현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부실 감사 ▲ 국정감사 자료 제출 거부 등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고,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감사원과 검찰을 탈취하겠다는 시도”라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역시 “특정 사건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처리 결과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탄핵을 소추한 것은 위법하고 부당한 정치 공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민주당의 무분별한 탄핵 남발을 지적했다. 두 번째는 예산 폭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에서 ▲ 재해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돌봄 지원수당 384억 원 ▲ 청년 일자리 예산 ▲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예산 등 총 4조 1천억 원을 삭감한 내용, 군 간부 처우 개선비에 제동을 건 내용 등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총 677조 4천억 원, 올해보다 4조 1천억 원이 줄었다. 대통령실·경찰·검찰 특수활동비은 전액 삭감이, 감사원 특수활동비 및 정부 프로젝트 예비비는 일부 감액이 이루어졌다. 헌법 제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할 수 없지만 감액은 정부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며, 예산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은 정부가 증·감액 심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기에 감액안을 의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감액안은 여야 합의 예산안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 의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고,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두 가지 실태가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과연 현재 상황이 헌법 제77조 1항에서 밝힌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 비상계엄은 총 13회로, 주요 발단 사건으로는 6.25 전쟁, 4.19 혁명,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 등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민생보다 정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 여야의 극한 대립 상황에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이 해결책으로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시기의 적절성 계엄법 제2조에서는 헌법 제77조 1항에서 계엄의 선포 사유로 제시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더욱 세분화하여 제시한다. 계엄법 제2조 1항에서는 계엄을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구분하며, 2항과 3항에서는 각각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계엄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계엄법 제2조 3항에 따르면 경비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결국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의 선포는 사회질서의 교란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 행정기관,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기관, 집행기관(경찰, 소방 등) 등으로 치안이 확보되는 수준 내에서는 헌법상 계엄을 선포해서는 안 된다.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수준에서는 경비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그러나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 혹은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만 선포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적과의 교전 상태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현재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는 긴급 대국민 담화 내용에서 반복적으로 “사법 업무 마비”, “행정부 마비”, “자유민주주의 체제 붕괴”, “체제 전복”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얼핏 적절한 조치로 보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현재 시점이 헌법 제77조 1항에 명시된 계엄을 선포할 만한 시기, 즉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여러 대내외적 상황들로 인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북한이나 기타 외부 세력의 군사적 침략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거나, 혹은 내부 집회 및 정치 활동 등으로 사회가 마비되어 경찰 및 소방 차원에서 통제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어떠한 사유에서든 간에 국민 대다수의 안녕이 보장되지 않거나, 사회 질서가 붕괴에 다다른 수준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계엄령, 심지어 국가비상사태에 선포되어야 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국민들은 뜻을 모으고 있다. 절차의 적법성 계엄법 제2조 5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무회의는 행정부가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으로, 기본적으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들로 구성된다. 국무회의에는 이외에도 대통령 및 국무총리 보좌기관(대통령비서실장, 국무조정실장 등), 서울특별시장, 기타 기관장(법원행정처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배석하며, 이외에도 국무회의 의장(일반적으로 대통령)이 필요를 인정한 중요 직위 공무원들을 배석할 수 있다. 국무회의 규정 제6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현재 국무회의의 기본 구성원은 대통령, 국무총리, 그리고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외한 부처 장관 18명으로 총 20명이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 선포 및 변경에 필요한 것은 국무회의의 ‘의결’이 아니라 ‘심의’이기 때문에 구성원 과반수인 11명 이상이 출석하여 국무회의가 개의되었다면, 반대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더라도 심의를 한 것으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 이전에 국무회의가 개최된 것으로 알려지고는 있으나 정확히 어떤 국무위원이 참석했는지, 누가 찬성 및 반대 의견을 개진했는지 등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후 조사를 통해 만약 적법한 국무회의가 개의되지 않았음이 밝혀진다면, 이번 비상계엄령은 선포부터 과정까지 모두 불법적 행위였다는 결론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다. 현재 국방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건의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계엄법 제2조 6항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경비계엄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따라서 김용현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상황은 적법하다고 볼 수 있으나, 김용현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계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김용현 장관은 지난 9월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대통령경호처장 공관을 방문하여 계엄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선동적인 말씀을 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선포 과정이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사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헌법 제77조 4항과 계엄법 제4조 1항에서 찾을 수 있다. 두 법안은 모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조항이자, 아무리 심각한 국가비상사태가 도래하더라도 하나의 권력체에 모든 국가 권력이 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기본 절차이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에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원식 의장은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이루어진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우원식 의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단순한 불법적 행위의 여지를 넘어선, 반헌법적 행위로 규정될 여지가 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적법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했거나, 우원식 국회의장의 주장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면 이번 비상계엄령은 애초부터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해당 내용 중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계엄령이 아닌 내란죄로 해석될 수 있다. 형법 제87조에서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 행위자로 규정한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할 수 있으며,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한 자, 혹은 중요 임무에 종사한 자 역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할 수 있다. 훼손된 민주주의 앞에서 국회의장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국회의원들을 국회로 집결시키고, 국회의원들이 계엄군에 의해 폐쇄된 국회 정문 대신 담장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고, 총을 든 계엄군을 국회 직원과 보좌관들이 맨몸으로 막아서고, 마치 영화 <서울의 봄>을 연상케 했던 12월 3일 비상계엄령은 결국 국회의 의결로 155분 만에 막을 내렸다. 비상계엄은 해제되었지만 그 여파는 만만치 않다. 국민은 물론이고 양당 국회의원, 심지어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제외한 모든 국무위원들은 사의를 표명했으며,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 역시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고, 이후 국무부 공식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CNN, AP 등 외신들은 연신 충격적이라는 기사를 쏟아냈고, 뉴욕 타임스는 “한미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상계엄발(發) 경제적 혼란도 이어졌다. 긴급 대국민 담화 이후 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한때 1430원을 돌파했다.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주식과 코인 시장은 더욱 심각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97% 내린 2,450.79포인트, 코스닥은 1.91% 내린 677.59포인트로 개장했고, 155분 만에 끝난 비상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1.44% 하락, 코스닥은 1.98%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순매도는 4천억 원을 넘겼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코인 가격은 1억 3,400만 원에서 한때 8,800만 원 선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물질적 훼손보다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설사 비상계엄의 명분이 정당했고, 시기가 적절했고, 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국회에 출입하는 국회의원을 저지하고, 계엄군이 국회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총기를 든 계엄군이 국회 직원들과 대치하는 모습을 감히 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전쟁에 돌입하지도 않았는데 국회와 지방 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이 계엄사의 통제를 받고,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포고령을 내린 국가를 감히 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은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대한민국 헌법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선량한 국민들에게 끼친 가장 큰 불편은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을 걱정과 혼란에 빠트린 선포 그 자체, 그리고 짧았던 ‘서울의 밤’이 가져올 앞으로의 피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탑을 쌓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탑을 무너트리는 데에는 한순간이면 충분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열두 글자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앞선다.
지난 22일, 동대문구 3대학 정치외교학과/국제관계학과 교류전 ‘POLITICA(이하 폴리티카)’가 막을 내렸다. 올해 3회차를 맞은 폴리티카는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 정치외교학과,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시립대) 국제관계학과가 교류하고 화합하는 연합 교류전이다. 폴리티카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교류 문화를 다시 활성화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22년 시작됐다. 기존 세 학교의 교류전인 트로이카의 이름에서 착안해, 정치학도들의 교류전이라는 뜻에서 폴리티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외대에서 학과 단위로 타 대학 학과들과 연례 교류전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외대알리는 제3회 폴리티카를 심층 취재하여 세 학과의 건강한 교류 현장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고자 한다. 1일 차 학술교류 ‘정책 해커톤’: 더 나은 청년 세대를 위해, 더 나은 동대문구를 위해 올해 폴리티카는 학술 교류로 막을 열었다. 학술 교류전은 보통 기술, 창업 등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해커톤 방식(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 주로 개발자, 디자이너 등의 직군이 팀을 이루어 제한 시간 내 주제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공모전)을 정치학 분야에 적용한 ‘정책 해커톤’으로 진행됐다. 3개 학과 40명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약 10시간 동안 초청 연사가 제안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동대문구 내 현실 문제와 청년 세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올해 행사에는 안규백 동대문구(갑) 국회의원과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초청 연사로 참석해 논의 주제를 제안했다. 그들은 주제에 대해 소개하고 각 조를 돌며 학생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안 의원은 청년 문제에 집중해 △인구 절벽 현상 진단과 극복 방향 △청년 세대 인식 변화에 따른 남북 관계 및 평화 통일 접근 방향을 주제로 제안했다. 반면 이 청장은 동대문구 문제에 집중해 △동대문구 전통시장 활성화와 탄소 중립 정책의 방향성 △지상철도로 인한 동대문구 분절 해결방안이라는 주제를 내놓았다. 학생들은 총 네 가지 주제 중 가장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10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정책 제안서와 발표 자료를 완성해야 했다. 학생들은 넘치는 열정으로 식사 시간조차 반납한 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짧고도 긴 여정이 끝이 났다. 세 학과 총 네 명의 교수진이 참석해 학생들의 정책 제안 PT를 심사했다. 심사에 앞서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표로 참석한 최현진 교수는 “벌써 3회째인데 나 역시 학생들의 창의로운 아이디어로부터 배울 수 있는 자리이기에 초청될 때마다 늘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참석한다. 오늘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정책 제안을 기대한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 경쟁 끝에 ‘전통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 로드맵’을 제안한 7조와 ‘TIE 전통시장 (Traditional, Influential, Eco friendly)’을 제안한 5조가 동대문구 국회의원상을 수상했다. 동대문구 국회의원 최우수상을 수상한 7조의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이세영 학생은 “정신없고 힘들긴 했지만, 팀원들과 협업해 좋은 주제로 발제할 수 있어서 유익하고 뜻깊었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동대문구청장상은 ‘덤대문시장: 시장에서 덤으로 문화를 얻다’라는 정책을 제안한 1조와 ‘지상 철도로 인한 동대문구 분절 해결 방안’을 제안한 3조가 차지했다. 심사를 마친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한성민 교수는 “사실 처음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정책을 제안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생각도 다 다를 텐데 말이다. 대회로 만나긴 했지만 세 학교가 한데 모여 이렇게 젊은 세대의 생각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심사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 교수는 “‘해커톤’이라는 포맷을 통해서 늘 신선한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재밌다.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대회로 지쳤을 텐데, 올해도 기대 이상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책 해커톤을 맡아 기획한 시립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I:D’의 김도현 문화기획국장에게 기획 소감을 물었다. Q. 3년 째 참여도가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비결이 있나요? 아무래도 작년 선배들의 경험담 덕분인 것 같아요. 행사에 대한 좋은 이야기 많이 전해주셔서 자연스럽게 참여율도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행사를 오랫동안 기획하셨을 텐데, 오늘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어떠셨나요? 사실 그동안 시립대는 주로 폴림픽이나 하나되는 밤을 맡아 기획해와서 정책 해커톤을 기획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초청 연사 섭외 등과 같은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선배들이 남겨준 레퍼런스와 더불어 외대나 경희대 동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 참여율이 저조하진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학우들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2일 차 폴림픽(Polympic)과 하나되는 밤: 대장정의 마무리, 화합의 시작 행사 둘째 날이 밝았고, 경희대 운동장은 이른 아침부터 활기찬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두 번째 프로그램 ‘폴림픽’의 시작이었다. 폴림픽은 체육 교류를 통한 세 학과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행사로, 다양한 종목으로 구성된 올림픽 형태로 기획해 더 많은 학우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일정으로 진행된 축구 예선에서는 경희대가 시립대를 2-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어서 진행된 꼬리잡기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시립대가 1등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축구 결승이 진행됐다. 앞서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한 외대 선수들은 예선에서 시립대를 꺾고 올라온 경희대 선수들을 마주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반전, 외대가 연거푸 두 골을 넣으며 쉽게 승부가 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에 질세라 경희대가 후반전 종료 2분 전 두 골을 완성하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결국 정규 시간에 승부가 나지 않았고,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끝내 승부차기 7-6으로 경희대가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축구 경기의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다음 종목인 3파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3파 줄다리기는 세 팀이 동시에 줄을 당겨 끝에 있는 주자가 바닥에 있는 휘슬을 먼저 두 번 울리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어지는 경기에 학생들은 지친 기색을 표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각자 앞선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고자, 혹은 이전 패배를 만회하고자 끝까지 열정을 다해 폴림픽에 임했다. 치열하게 힘 대결을 이어가던 세 학과는 첫 세 판 동안 나란히 1승씩을 나눠 가졌다. 줄다리기 우승팀을 결정짓는 마지막 휘슬이 울리고, 약 1분이 넘는 대결 끝에 외대가 ‘줄다리기 1등’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마지막 종목은 폴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계주’다. 각 학과당 8명(남녀 각 4명)이 출전해 대결했다. 이때까지 시립대와 외대 총점 100점, 경희대 총점 125점이었다. 계주에는 점수 100점이 배정됐고, 우승팀을 가리는 중요한 경기였기에 경주 레인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삑’ 계주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가 울리자 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치열하게 다음 주자를 향해 달렸다. 결국 압도적인 격차로 외대가 1등을 차지했고, 마지막 주자를 앞두고 시립대가 경희대를 추월해 2등을 차지했다. 모든 일정 마무리 후 점수 카운트가 시작되고, 그 결과 총점 200점으로 외대가 제3회 우승을 차지하며 1회에 이어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축구와 줄다리기 경기에 출전한 외대 정치외교학과 나민석 학생은 “벌써 행사가 3회를 맞이했는데, 건전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게 참 좋다. 폴림픽이라는 세 학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끝에는 하나되는 밤이라는 행사로 화합할 수 있는 게 인상 깊다. 폴리티카가 오래 갔으면 좋겠다”며 폴림픽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폴림픽이 마무리되고, 마지막 프로그램인 ‘하나되는 밤’을 위해 경희대 오비스홀에 불이 밝혀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학과에서 약 80명의 학생들이 모였고, 공간은 이내 그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하나되는 밤은 세 학과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이틀 간의 교류에 대한 회포를 푸는 행사다. 올해 하나되는 밤에서는 각 학교에 관한 퀴즈, 블라인드 줄 서기, 빙고 게임 등 다양한 아이스 브레이킹 프로그램과 레크리에이션 콘텐츠 진행으로 세 학과 학생들이 친목을 다질 수 있게 도왔다. 취재를 마무리하며 하나되는 밤을 맡아 기획한 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푸름’의 이민지 문화기획국 차장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Q. 행사를 오랫동안 기획하셨을 텐데, 기획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약 3개월 간 준비했는데 사실 준비하면서도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이 끝이 없었어요. 폴리티카는 동대문구 3대학이 모여 진행하다 보니 다른 행사보다 부담감이 정말 커서 기획 과정 내내 확신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렇게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같이 일했던 학생회분들 덕분인 것 같아요. 모두가 각자 맡은 바 이상으로 열심히 임해주었습니다. 좋은 공동체 속에서 행사를 기획했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오늘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어떠셨나요? 준비 과정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어 속상하기도 했는데, 행사가 끝나고 보니 매우 뿌듯하고 값진 경험이었음을 느낍니다. 참여해주신 학우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We’re POLITICA, Aim the world ‘우리는 세계를 목표로 하는 폴리티카’라는 기조로 진행된 제3회 폴리티카는 총 세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책 해커톤에서 제안된 젊은 정치학도들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동대문구의 현안과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며, 참가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정책 제안은 세 학과 간 학술 교류의 성과였다. 또한, 체육 교류인 ‘폴림픽’을 통해 학생들은 경쟁 속에서도 끈끈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고, 마침내 마무리 행사 ‘하나되는 밤’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서로 다른 대학, 다른 배경을 가진 세 학과 학생들이 한데 모여 협력하고 화합하는 모습은 폴리티카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줬다. 외대에서 타 대학과의 연례 교류전은 아직 낯선 경험일 수 있지만, 폴리티카를 통해 본 타 대학과의 교류는 하나의 건강한 대학 문화이자,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청년들에게 원동력을 제공하는 잠재력을 가졌다. 폴리티카를 시작으로 더 많은 학과가 협력하는 교류 문화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화합의 장을 이어 나갈 동대문구 3대학 정치외교학과/국제관계학과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은진 기자 (dldmswls0292@gmail.com)
[토픽알리] 택배 기사들이 명절마다 쓰러지는 이유 [토픽알리]는 키워드로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명절 연휴,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입니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 연휴. 이 시기만 되면 빠지지 않고 들리는 소식이 있는데요. 바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입니다. 2020~2021년 사이에만 25명이 넘는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약 30%가 명절 연휴 전후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상해를 입은 사람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택배 관련 종사자 산재 신청 수는 3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611건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며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기획/제작: 안재현
서울을 형용하는 화려한 브랜딩과 거대 담론들. 그 뒤안길에 되려 서울을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모습이 존재한다. 그 속에 각자의 서울이 있다. 회대알리는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수집하는 @seoul_soozip을 만나 서울에 대한 이야기와 ‘사람사는 서울’에 대해 물었다. 영상을 보며 각자가 경험하는 ‘서울’에 대해 생각해보자. 출연 : @seoul_soozip (이경민)기획 : 황바우 PD 취재 : 권동원 PD, 정인욱 PD, 장채영 PD, 황바우 PD 촬영 : 권동원 PD, 장채영 PD, 황바우 PD 디자인 : 황바우 PD편집 : 황바우 PD
나른한 주말, 홀린 듯이 들어간 드라이브에서 수많은 사진과 영상을 보다 시간이 휙 지나간 경험이 있나요? 우리 같이 드라이브 속 추억에 대해 이야기해 봐요! 출연 : 이서현, 정인욱, 황새연 기획 : 정인욱 PD 취재 : 고은수 기자, 정인욱 PD 촬영 : 권동원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디자인 : 장채영 디자이너, 정인욱 PD 편집 : 정인욱 PD
하루를 곱씹어 볼 때 몇 시간이나 식물과 함께 있나요? 관심사부터 고향까지 모두 다른 도시청년들이 ‘기후위기’를 주제로 모였습니다. 농사를 통해 자연을 가까이서 지켜본 기후변화 청년단체 GEYK의 도시농업지식인 팀을 만나봅니다. *인터뷰는 10월 중순 진행되었습니다. 출연 : 기후변화 청년단체 'GEYK'(원정혜, 정나랑, 이시현) 기획 : 권동원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취재 : 권동원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촬영 : 권동원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디자인 : 황바우 PD 편집 : 황바우 PD
[휴스쿠] ”사회를 기획하는 꾼, 사기꾼" 김환주를 만나다. 회대알리는 성공회대학교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성공회대판 휴먼스, ‘휴스쿠Humans of SKHU’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휴스쿠가 만난 열 번째 인물은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내고 싶은 '김환주'다. 그는 설득을 위해 당위와 필요, 두 가지를 함께 가져 가야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매력적인 설득이란 무엇일까. 의미를 넘어 설득을 시도하는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획 : 정인욱 PD 촬영 : 정인욱 PD, 권동원 PD 편집 : 정인욱 PD, 권동원 PD 디자인 : 정인욱 PD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지하철 10분 내 재승차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찰구 통과 후 10분 내 재승차 시 환승 처리가 돼 추가 요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입니다. 서울시 설문조사와 지하철 이용자 인터뷰 결과 홍보와 적용 조건 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하철 10분 내 재승차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알아보았습니다. 기획: 유예은 촬영: 유예은 편집: 유예은 도움: 안재현
지난 2023년 5월, 성공회대학교 동아리문화제, <응답하라 나의 청춘>이 성황리에 마쳤다. 길었던 코로나19가 끝나고 다시 시작된 학내 축제인 동문제를 통해 빛나는 청춘의 반짝임을, 뜨겁고도 찬란한 청춘의 목소리를 전달한 제33대 동아리연합회 '온화'의 이야기를 담았다. 출연 : ‘온화’_강민정, 이예은, 조민영, 주현지 기획 : 권동원 PD, 임현장 PD, 정인욱 PD 촬영 : 권동원 PD, 임현장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편집 : 임현장 PD
휴스쿠가 만난 일곱 번째 인물은 지난 5년간 실천여성학회 열음, 실천환경학회 공기네트워크, 노학연대 가시, 사회융합자율학부 학생회, 36대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 모두의 화장실 TF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어온 '문봄'이다. 하나의 문제에도 다양한 의제가 교차되어있기에 함께 이야기 할 때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의제와 의제를 '연결'하며 나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5월 23일, 성공회대학교 노학연대 가시(이하 가시), 실천환경학회 공기 네트워크(이하 공기 네트워크), 실천여성학회 열음(이하 열음)이 모여 성공회대학교 적녹보라 연대(이하 적녹보라 연대)의 첫 행사를 열었다. 적녹보라 패러다임이란 노동, 생태, 여성의 패러다임을 교차적으로 사용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다. 공기 네트워크, 열음, 가시에서 모두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녹보라 연대라는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는 성공회대학교 노학연대 가시 대표 문봄 활동가를 만났다. (본 기사의 인터뷰는 23년 7월 4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노학연대 가시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문봄입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최근엔 운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시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어서 서울에서 할 일을 해놓고 본가에 내려가야 해서 조금 바쁘네요. 아무래도 종강한 지 아직 2주도 안 돼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데 아쉬워요. 성공회대학교에서는 그간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처음 입학했을 때는 열음이라는 실천 여성학회에서 활동했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어서 성공회대학교에 진학했거든요. 페미니스트들을 만나서 같이 공부하고, 실천하고 싶은 마음에 들어가서 학회장까지 맡아서 열심히 활동했어요. 공기 네트워크에서도 활동했어요. 고등학교 때 환경운동에 에너지를 많이 쏟아서 환경운동에 잠시 거리 둔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대학교에 오고 난 뒤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다시 실천적인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기 네트워크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그다음에 시작한 게 가시 활동이에요. 최근까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느 날 행복기숙사를 지나가면서 경비 노동자분이 블라인드가 없는 환경에서 주무시는 걸 보게 됐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경비 노동자분이 주무시는 걸 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 소속된 청소, 경비 노동자분들의 고용 환경이 좋지 않다는 소식도 들었죠. 그동안 노동 문제에 너무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에 노동 문제와 관련한 어떤 활동이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가시’를 만들고 활동하게 됐어요. 학생회 활동도 꽤 오래 했는데요. 사회융합자율학부 학생회 ‘공존’에서 활동하면서 인권국장을 맡았었고 2021년에는 제36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인권국장을 맡아 꾸준히 학생회 활동을 했어요. 총학생회에서 ‘모두의 화장실’ 활동을 하며 많은 걸 느꼈어요. 한 단계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활동 영역을 계속 넓혀오셨는데,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요? 사회 문제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아요. 모든 의제가 다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잖아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데 노동 문제를 모르면 여성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기후위기에 대해 활동을 하는데, 페미니즘을 모르면 감수성이 부족한 말을 했을 때 그걸 알아채기가 힘들 수도 있죠. 그것뿐만 아니라 학생 사회 안에서도 문제가 일어났을 때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공부가 필요해요. 그 문제에도 다양한 의제가 엮여 있으니까요. 이런 걸 바로 교차성이라고 하잖아요. 의제들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고, 그 지점에 대해서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의제를 모두 알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활동하면 할수록 모든 문제에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성폭력 피해, 그냥 일상에서 듣는 혐오 발언들에 너무 화가 나요. 또 노동 문제에 조금만 발 담가보면 차별받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얘기에 너무 화가 났어요. 더 많은 부분이 교차하는 걸 깨닫게 될수록 ‘이 부분도 내가 더 알아야 하겠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내가 활동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아요. 최근 지금까지 활동해 온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적녹보라 연대를 기획하는 데 참여하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적녹보라 연대라는 개념은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어요. 진로수업 중에 소개된 지식순환 협동조합 대안대학에서 적녹보라 연대를 주요한 가치로 삼고 있었어요. 그 개념을 처음 듣고 충격받았죠. 진보적인 가치들이 연결돼 있고, 그 가치들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힘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거예요. 그때부터 다양한 의제들을 연결하면서 생기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드는 걸 하고 싶었어요. 처음 입학했을 때는 가시가 없어서 적녹보라 연대를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그때 열음에서 활동했던 졸업생이 페미니스트 연말 파티처럼 학내에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연대하고 힘을 얻는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1학년 때부터 학내에서 생각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뭔가를 하면 좋겠다고 상상해 왔어요. 그러다 가시가 생기고 적녹보라 연대의 요소인 기후위기, 페미니즘, 노동을 다루는 단체가 모두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그 뒤로 언젠가는 이 세 개의 단체를 모두 모을 수 있는 행사나 교류의 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꾸준히 생각했어요. 그 결과로 이번에 적녹보라 연대가 출범할 수 있었던 거죠. (웃음) 이전까지의 활동이 적녹보라 연대를 기획하는 데 영향이 있었나요?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나타난 성공회대학교 지형이 적녹보라 연대를 기획하게 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팬데믹으로 인해서 단절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단절이 되는 것과 동시에 혐오도 많이 커졌던 것 같아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공론장이 아니라 에브리타임이라는 익명 커뮤니티만이 학교의 유일한 공론장인 것처럼 됐는데, 익명인 상태에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쉽게 혐오할 수 있는 거예요. 그 혐오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아마 상처받고 또 고립됐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에 절실하게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 힘을 얻을 수 있는 자리나 공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첫 행사로 윤석열 뒷담회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윤석열 뒷담회는 가시에서 처음으로 낸 아이디어에요. 정권이 바뀌고 나서 답답한 심정을 나누면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랑 막 떠들고 싶은데 그런 장이 없었잖아요. 특히 작년까지도 계속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기가 힘들었어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한번 속 시원하게 좀 이야기하고 위로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노동 이슈뿐만 아니라 여가부 폐지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응도 없이 오히려 더 후퇴하는 공약만 내세우고 있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이랑 기후위기도 분명히 할 얘기가 많을 텐데 가시에서만 하기엔 아쉬웠어요. 그래서 가시가 먼저 해보고 잘 되면 다른 단위들까지 제안해서 같이 이 행사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석열 정부라는 주제가 포괄적이면서도 또 진입 장벽이 낮으니까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연대를 꾸려나가기 적절해서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어요. 윤석열 뒷담회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까요? 코로나19 때문에 사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절돼 있었잖아요. 같은 학번끼리도 단절돼 있고 다른 학번끼리는 말할 것도 없이 서로 교류하기가 어려웠어요. 교류하고 연대하는 게 성공회대의 진보적인 학풍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코로나19로 그 연결이 단절되어 있어서 아쉬웠었어요. 근데 이번에 윤석열 뒷담회를 하면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참여했던 분이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나랑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나도 이제 용기를 내서 이렇게 발언하게 됐다.”고 말해주셨던 게 생각이 나요. 이렇게 모이고 서로 존재를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 용기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열음, 공기, 가시 그러니까 성공회대학교 내의 적, 녹, 보라에서 모두 활동해 본 활동가로서 적녹보라 연대가 성공회대학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세 가지 의제가 모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게 지속되면 엄청나게 뿌듯할 것 같아요. 학교라는 공간은 의제를 지속하기가 어렵잖아요. 구성원이 계속 바뀌어서 하나의 주제를 꾸준히 이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녹보라 연대가 끊어질 수도 있겠지만, 끊어진다고 해서 바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어느 순간이 되면 다시 또 연결될 수도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페미니즘과 기후위기를 빼놓을 수 없고, 다른 의제에서도 똑같단 말이에요. 그러니 세 개의 이슈를 연결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와 전혀 동떨어져 있는 의제가 아니라 우리는 사실 서로 연결된 의제이고,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성공회대학교 안에서 더 큰 연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의제가 모이니 좀 더 발전된 활동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활동가로서 문봄의 지향점과 활동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활동하는 게 너무 재밌고 또 제가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저의 인생의 목표에요. 활동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목표로 계속 달려 나가고 싶어요. 활동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버티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은 쉽게 안 바뀌잖아요. 내가 아무리 죽도록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고 아니면 나는 별로 안 했는데 갑자기 바뀌기도 해요. 이게 바뀌는 타이밍까지 우리가 계속 잘 버티고 버티다가 정말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 버틴 힘을 모아서 세상을 확 바꾸는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그 기회가 올 때까지 너무 지치지 않고 무너지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과 꾸준히 의지하고 연대하며 즐겁게 활동해 나갈 거예요. 본인의 활동이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타인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타인을 바꾸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스스로 바뀌어야 하죠.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목표를 잡고 활동하는 순간부터 지치고 힘들어져요. ‘모두의 화장실’ 활동할 때 김순남 교수님께서 ‘활동은 사람을 바꾸려는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모두의 화장실’ 활동을 하며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현장이 TV에 약 3초 나왔어요. 누군가 그 3초를 보고 화장실이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하게 하는 것이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하는 활동을 누군가 우연히 보고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하는 활동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계기가 될 거에요. 고등학교에 제일 친한 친구가 저한테 편지를 써줄 때마다 ‘나도 봄이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편지를 써준다든지, 모두의 화장실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학교에서도 우리 활동을 보고 화장실을 만들기 시작하는 거 같이요. 그분들한테 가서 만들어 달라고 한 거 아니거든요. 우리는 그렇게 그냥 활동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바뀌는,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바뀌는 것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가 문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활동가라면 나서야 할 것 같고 목소리가 커야 할 것 같고 주도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뒤에서 기획하고 서포트하는 걸 잘해요. 그래서 그런지, 전에는 서포트로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서야 할 것 같고 눈에 띄는 사람이어야지 좋은 활동가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적녹보라 연대를 만들고, 윤석열 뒷담회를 기획, 진행함으로써 이렇게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이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인정받고, 나도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 거죠. 그래서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해 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라고 해주고 싶어요.(웃음) 기획: 정인욱 PD 취재: 정인욱 PD 촬영: 정인욱 PD 편집: 정인욱 PD 디자인: 장채영 디자이너, 강성진 기자
[알리고리즘:기후] 1편 벗, 꽃_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회대알리가 우리 일상의 경험을 다양한 시선에 연결하는 '알리고리즘(알리+알고리즘)'을 시작합니다! 첫 기획은 [알리고리즘:기후]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폭우로 인한 기후재난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일상이 된 기후위기 속 청년들은 어떤 경험들을 전해줄까요? 여러분들은 마지막으로 언제 벌을 보셨나요? 벚꽃은 예전보다 이르게 맞이하지는 않으셨나요? [알리고리즘: 기후] 1편, '벗, 꽃_우리가 모르는 사이에'에서는 성공회대학교에 재학 중인 5명의 청년들의 시선을 따라 '일상의 기후위기'를 이야기합니다! *인터뷰는 5월 중순 진행되었습니다. 출연: 김소희, 안해인, 이가현, 오현주, 최민혁 기획: 임현장 기자,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취재: 임현장 기자,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촬영: 임현장 기자,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디자인: 장채영 디자이너, 정인욱 기자 내레이션: 황바우 기자 편집: 황바우 기자
지난 7월 1일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 그곳에서 수많은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부스를 열어 축제를 즐겼습니다. 올해로 네 번째 부스 단위로 참가하는 경희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AKHUA는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과학기술대학교와 합동 부스를 열어 축제 참여자들을 맞이했습니다. 대학교를 비롯한 학교에서 퀴어를 말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여기, 우리는 똑같이 존재한다고 계속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AKHUA에서 국제캠퍼스 회장을 맡고 있는 엄기훈씨가 대학생 퀴어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기획: 반주희, 안재현 촬영: 반주희, 안재현 편집: 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