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분, 차가웠던 ‘서울의 밤’ 지난 3일 22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1979년 10월 2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을 원인으로 발령된 16번째 비상계엄 이후 45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비상계엄령 선포 이유를 밝혔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육군참모총장 박안수 대장은 포고령 제1호를 발령하여 ▲ 국회, 지방 의회, 정당의 활동 및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정치 활동 금지 ▲ 언론 및 출판 통제 ▲ 파업, 태업, 집회 행위 금지 ▲ 전공의 등 모든 의료인의 본업 복귀 ▲ 포고령 위반자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 구금, 압수수색 가능 등을 고지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즉시 국회로 발걸음을 옮겼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모든 국회의원에게 국회로 집결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계엄군은 국회 본청 출입문을 봉쇄한 뒤 본청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내부로 진입했으나 국회 직원과 보좌진들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여 저지했고, 그 사이에 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인 국회의원 과반수(150명 이상)가 본회의장에 착석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결국 4일 오전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300명의 재적 국회의원 중 재석 190명, 찬성 190명 만장일치로 가결되었고, 이로써 비상계엄령은 선포 약 155분 만에 효력을 잃게 되었다. 국회의 결정에 따라 4시 30분경 대통령실에서는 계엄 해제를 발표하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 심의를 거쳐 전무후무한 대한민국의 21세기 비상계엄령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비상계엄은 종료되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이번 사태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인지,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에서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현재 쟁점이 될 만한 사항은 다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현재 상황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는가 (명분의 정당성) 2. 현재 시점이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때였는가 (시기의 적절성) 3.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하였는가 (절차의 적법성) 명분의 정당성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 내용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비상계엄 선포 사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국회의 탄핵소추 남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재 상황을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각종 장관 등 정부 관료 탄핵 및 탄핵 시도를 통해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회가 발의한 정부 관료 탄핵 소추는 총 22건, 여기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다수의 검사 및 이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포함된다. 특히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날인 12월 2일에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었고, 이르면 오늘 열릴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 감사원의 독립성 부정 ▲ 문재인 전 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 ▲ 현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부실 감사 ▲ 국정감사 자료 제출 거부 등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고,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감사원과 검찰을 탈취하겠다는 시도”라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역시 “특정 사건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처리 결과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탄핵을 소추한 것은 위법하고 부당한 정치 공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민주당의 무분별한 탄핵 남발을 지적했다. 두 번째는 예산 폭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에서 ▲ 재해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돌봄 지원수당 384억 원 ▲ 청년 일자리 예산 ▲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예산 등 총 4조 1천억 원을 삭감한 내용, 군 간부 처우 개선비에 제동을 건 내용 등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총 677조 4천억 원, 올해보다 4조 1천억 원이 줄었다. 대통령실·경찰·검찰 특수활동비은 전액 삭감이, 감사원 특수활동비 및 정부 프로젝트 예비비는 일부 감액이 이루어졌다. 헌법 제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할 수 없지만 감액은 정부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며, 예산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은 정부가 증·감액 심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기에 감액안을 의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감액안은 여야 합의 예산안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 의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고,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두 가지 실태가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과연 현재 상황이 헌법 제77조 1항에서 밝힌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 비상계엄은 총 13회로, 주요 발단 사건으로는 6.25 전쟁, 4.19 혁명,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 등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민생보다 정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 여야의 극한 대립 상황에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이 해결책으로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시기의 적절성 계엄법 제2조에서는 헌법 제77조 1항에서 계엄의 선포 사유로 제시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더욱 세분화하여 제시한다. 계엄법 제2조 1항에서는 계엄을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구분하며, 2항과 3항에서는 각각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계엄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계엄법 제2조 3항에 따르면 경비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결국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의 선포는 사회질서의 교란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 행정기관,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기관, 집행기관(경찰, 소방 등) 등으로 치안이 확보되는 수준 내에서는 헌법상 계엄을 선포해서는 안 된다.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수준에서는 경비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그러나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 혹은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만 선포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적과의 교전 상태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현재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는 긴급 대국민 담화 내용에서 반복적으로 “사법 업무 마비”, “행정부 마비”, “자유민주주의 체제 붕괴”, “체제 전복”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얼핏 적절한 조치로 보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현재 시점이 헌법 제77조 1항에 명시된 계엄을 선포할 만한 시기, 즉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여러 대내외적 상황들로 인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북한이나 기타 외부 세력의 군사적 침략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거나, 혹은 내부 집회 및 정치 활동 등으로 사회가 마비되어 경찰 및 소방 차원에서 통제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어떠한 사유에서든 간에 국민 대다수의 안녕이 보장되지 않거나, 사회 질서가 붕괴에 다다른 수준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계엄령, 심지어 국가비상사태에 선포되어야 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국민들은 뜻을 모으고 있다. 절차의 적법성 계엄법 제2조 5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무회의는 행정부가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으로, 기본적으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들로 구성된다. 국무회의에는 이외에도 대통령 및 국무총리 보좌기관(대통령비서실장, 국무조정실장 등), 서울특별시장, 기타 기관장(법원행정처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배석하며, 이외에도 국무회의 의장(일반적으로 대통령)이 필요를 인정한 중요 직위 공무원들을 배석할 수 있다. 국무회의 규정 제6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현재 국무회의의 기본 구성원은 대통령, 국무총리, 그리고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외한 부처 장관 18명으로 총 20명이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 선포 및 변경에 필요한 것은 국무회의의 ‘의결’이 아니라 ‘심의’이기 때문에 구성원 과반수인 11명 이상이 출석하여 국무회의가 개의되었다면, 반대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더라도 심의를 한 것으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 이전에 국무회의가 개최된 것으로 알려지고는 있으나 정확히 어떤 국무위원이 참석했는지, 누가 찬성 및 반대 의견을 개진했는지 등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후 조사를 통해 만약 적법한 국무회의가 개의되지 않았음이 밝혀진다면, 이번 비상계엄령은 선포부터 과정까지 모두 불법적 행위였다는 결론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다. 현재 국방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건의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계엄법 제2조 6항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경비계엄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따라서 김용현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상황은 적법하다고 볼 수 있으나, 김용현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계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김용현 장관은 지난 9월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대통령경호처장 공관을 방문하여 계엄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선동적인 말씀을 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선포 과정이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사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헌법 제77조 4항과 계엄법 제4조 1항에서 찾을 수 있다. 두 법안은 모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조항이자, 아무리 심각한 국가비상사태가 도래하더라도 하나의 권력체에 모든 국가 권력이 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기본 절차이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에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원식 의장은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이루어진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우원식 의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단순한 불법적 행위의 여지를 넘어선, 반헌법적 행위로 규정될 여지가 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적법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했거나, 우원식 국회의장의 주장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면 이번 비상계엄령은 애초부터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해당 내용 중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계엄령이 아닌 내란죄로 해석될 수 있다. 형법 제87조에서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 행위자로 규정한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할 수 있으며,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한 자, 혹은 중요 임무에 종사한 자 역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할 수 있다. 훼손된 민주주의 앞에서 국회의장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국회의원들을 국회로 집결시키고, 국회의원들이 계엄군에 의해 폐쇄된 국회 정문 대신 담장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고, 총을 든 계엄군을 국회 직원과 보좌관들이 맨몸으로 막아서고, 마치 영화 <서울의 봄>을 연상케 했던 12월 3일 비상계엄령은 결국 국회의 의결로 155분 만에 막을 내렸다. 비상계엄은 해제되었지만 그 여파는 만만치 않다. 국민은 물론이고 양당 국회의원, 심지어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제외한 모든 국무위원들은 사의를 표명했으며,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 역시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고, 이후 국무부 공식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CNN, AP 등 외신들은 연신 충격적이라는 기사를 쏟아냈고, 뉴욕 타임스는 “한미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상계엄발(發) 경제적 혼란도 이어졌다. 긴급 대국민 담화 이후 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한때 1430원을 돌파했다.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주식과 코인 시장은 더욱 심각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97% 내린 2,450.79포인트, 코스닥은 1.91% 내린 677.59포인트로 개장했고, 155분 만에 끝난 비상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1.44% 하락, 코스닥은 1.98%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순매도는 4천억 원을 넘겼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코인 가격은 1억 3,400만 원에서 한때 8,800만 원 선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물질적 훼손보다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설사 비상계엄의 명분이 정당했고, 시기가 적절했고, 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국회에 출입하는 국회의원을 저지하고, 계엄군이 국회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총기를 든 계엄군이 국회 직원들과 대치하는 모습을 감히 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전쟁에 돌입하지도 않았는데 국회와 지방 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이 계엄사의 통제를 받고,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포고령을 내린 국가를 감히 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은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대한민국 헌법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선량한 국민들에게 끼친 가장 큰 불편은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을 걱정과 혼란에 빠트린 선포 그 자체, 그리고 짧았던 ‘서울의 밤’이 가져올 앞으로의 피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탑을 쌓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탑을 무너트리는 데에는 한순간이면 충분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열두 글자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앞선다.
지난 22일, 동대문구 3대학 정치외교학과/국제관계학과 교류전 ‘POLITICA(이하 폴리티카)’가 막을 내렸다. 올해 3회차를 맞은 폴리티카는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 정치외교학과,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시립대) 국제관계학과가 교류하고 화합하는 연합 교류전이다. 폴리티카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교류 문화를 다시 활성화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22년 시작됐다. 기존 세 학교의 교류전인 트로이카의 이름에서 착안해, 정치학도들의 교류전이라는 뜻에서 폴리티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외대에서 학과 단위로 타 대학 학과들과 연례 교류전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외대알리는 제3회 폴리티카를 심층 취재하여 세 학과의 건강한 교류 현장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고자 한다. 1일 차 학술교류 ‘정책 해커톤’: 더 나은 청년 세대를 위해, 더 나은 동대문구를 위해 올해 폴리티카는 학술 교류로 막을 열었다. 학술 교류전은 보통 기술, 창업 등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해커톤 방식(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 주로 개발자, 디자이너 등의 직군이 팀을 이루어 제한 시간 내 주제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공모전)을 정치학 분야에 적용한 ‘정책 해커톤’으로 진행됐다. 3개 학과 40명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약 10시간 동안 초청 연사가 제안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동대문구 내 현실 문제와 청년 세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올해 행사에는 안규백 동대문구(갑) 국회의원과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초청 연사로 참석해 논의 주제를 제안했다. 그들은 주제에 대해 소개하고 각 조를 돌며 학생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안 의원은 청년 문제에 집중해 △인구 절벽 현상 진단과 극복 방향 △청년 세대 인식 변화에 따른 남북 관계 및 평화 통일 접근 방향을 주제로 제안했다. 반면 이 청장은 동대문구 문제에 집중해 △동대문구 전통시장 활성화와 탄소 중립 정책의 방향성 △지상철도로 인한 동대문구 분절 해결방안이라는 주제를 내놓았다. 학생들은 총 네 가지 주제 중 가장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10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정책 제안서와 발표 자료를 완성해야 했다. 학생들은 넘치는 열정으로 식사 시간조차 반납한 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짧고도 긴 여정이 끝이 났다. 세 학과 총 네 명의 교수진이 참석해 학생들의 정책 제안 PT를 심사했다. 심사에 앞서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표로 참석한 최현진 교수는 “벌써 3회째인데 나 역시 학생들의 창의로운 아이디어로부터 배울 수 있는 자리이기에 초청될 때마다 늘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참석한다. 오늘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정책 제안을 기대한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 경쟁 끝에 ‘전통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 로드맵’을 제안한 7조와 ‘TIE 전통시장 (Traditional, Influential, Eco friendly)’을 제안한 5조가 동대문구 국회의원상을 수상했다. 동대문구 국회의원 최우수상을 수상한 7조의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이세영 학생은 “정신없고 힘들긴 했지만, 팀원들과 협업해 좋은 주제로 발제할 수 있어서 유익하고 뜻깊었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동대문구청장상은 ‘덤대문시장: 시장에서 덤으로 문화를 얻다’라는 정책을 제안한 1조와 ‘지상 철도로 인한 동대문구 분절 해결 방안’을 제안한 3조가 차지했다. 심사를 마친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한성민 교수는 “사실 처음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정책을 제안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생각도 다 다를 텐데 말이다. 대회로 만나긴 했지만 세 학교가 한데 모여 이렇게 젊은 세대의 생각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심사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 교수는 “‘해커톤’이라는 포맷을 통해서 늘 신선한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재밌다.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대회로 지쳤을 텐데, 올해도 기대 이상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책 해커톤을 맡아 기획한 시립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I:D’의 김도현 문화기획국장에게 기획 소감을 물었다. Q. 3년 째 참여도가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비결이 있나요? 아무래도 작년 선배들의 경험담 덕분인 것 같아요. 행사에 대한 좋은 이야기 많이 전해주셔서 자연스럽게 참여율도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행사를 오랫동안 기획하셨을 텐데, 오늘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어떠셨나요? 사실 그동안 시립대는 주로 폴림픽이나 하나되는 밤을 맡아 기획해와서 정책 해커톤을 기획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초청 연사 섭외 등과 같은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선배들이 남겨준 레퍼런스와 더불어 외대나 경희대 동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 참여율이 저조하진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학우들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2일 차 폴림픽(Polympic)과 하나되는 밤: 대장정의 마무리, 화합의 시작 행사 둘째 날이 밝았고, 경희대 운동장은 이른 아침부터 활기찬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두 번째 프로그램 ‘폴림픽’의 시작이었다. 폴림픽은 체육 교류를 통한 세 학과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행사로, 다양한 종목으로 구성된 올림픽 형태로 기획해 더 많은 학우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일정으로 진행된 축구 예선에서는 경희대가 시립대를 2-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어서 진행된 꼬리잡기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시립대가 1등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축구 결승이 진행됐다. 앞서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한 외대 선수들은 예선에서 시립대를 꺾고 올라온 경희대 선수들을 마주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반전, 외대가 연거푸 두 골을 넣으며 쉽게 승부가 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에 질세라 경희대가 후반전 종료 2분 전 두 골을 완성하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결국 정규 시간에 승부가 나지 않았고,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끝내 승부차기 7-6으로 경희대가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축구 경기의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다음 종목인 3파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3파 줄다리기는 세 팀이 동시에 줄을 당겨 끝에 있는 주자가 바닥에 있는 휘슬을 먼저 두 번 울리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어지는 경기에 학생들은 지친 기색을 표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각자 앞선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고자, 혹은 이전 패배를 만회하고자 끝까지 열정을 다해 폴림픽에 임했다. 치열하게 힘 대결을 이어가던 세 학과는 첫 세 판 동안 나란히 1승씩을 나눠 가졌다. 줄다리기 우승팀을 결정짓는 마지막 휘슬이 울리고, 약 1분이 넘는 대결 끝에 외대가 ‘줄다리기 1등’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마지막 종목은 폴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계주’다. 각 학과당 8명(남녀 각 4명)이 출전해 대결했다. 이때까지 시립대와 외대 총점 100점, 경희대 총점 125점이었다. 계주에는 점수 100점이 배정됐고, 우승팀을 가리는 중요한 경기였기에 경주 레인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삑’ 계주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가 울리자 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치열하게 다음 주자를 향해 달렸다. 결국 압도적인 격차로 외대가 1등을 차지했고, 마지막 주자를 앞두고 시립대가 경희대를 추월해 2등을 차지했다. 모든 일정 마무리 후 점수 카운트가 시작되고, 그 결과 총점 200점으로 외대가 제3회 우승을 차지하며 1회에 이어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축구와 줄다리기 경기에 출전한 외대 정치외교학과 나민석 학생은 “벌써 행사가 3회를 맞이했는데, 건전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게 참 좋다. 폴림픽이라는 세 학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끝에는 하나되는 밤이라는 행사로 화합할 수 있는 게 인상 깊다. 폴리티카가 오래 갔으면 좋겠다”며 폴림픽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폴림픽이 마무리되고, 마지막 프로그램인 ‘하나되는 밤’을 위해 경희대 오비스홀에 불이 밝혀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학과에서 약 80명의 학생들이 모였고, 공간은 이내 그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하나되는 밤은 세 학과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이틀 간의 교류에 대한 회포를 푸는 행사다. 올해 하나되는 밤에서는 각 학교에 관한 퀴즈, 블라인드 줄 서기, 빙고 게임 등 다양한 아이스 브레이킹 프로그램과 레크리에이션 콘텐츠 진행으로 세 학과 학생들이 친목을 다질 수 있게 도왔다. 취재를 마무리하며 하나되는 밤을 맡아 기획한 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푸름’의 이민지 문화기획국 차장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Q. 행사를 오랫동안 기획하셨을 텐데, 기획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약 3개월 간 준비했는데 사실 준비하면서도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이 끝이 없었어요. 폴리티카는 동대문구 3대학이 모여 진행하다 보니 다른 행사보다 부담감이 정말 커서 기획 과정 내내 확신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렇게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같이 일했던 학생회분들 덕분인 것 같아요. 모두가 각자 맡은 바 이상으로 열심히 임해주었습니다. 좋은 공동체 속에서 행사를 기획했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오늘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어떠셨나요? 준비 과정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어 속상하기도 했는데, 행사가 끝나고 보니 매우 뿌듯하고 값진 경험이었음을 느낍니다. 참여해주신 학우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We’re POLITICA, Aim the world ‘우리는 세계를 목표로 하는 폴리티카’라는 기조로 진행된 제3회 폴리티카는 총 세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책 해커톤에서 제안된 젊은 정치학도들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동대문구의 현안과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며, 참가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정책 제안은 세 학과 간 학술 교류의 성과였다. 또한, 체육 교류인 ‘폴림픽’을 통해 학생들은 경쟁 속에서도 끈끈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고, 마침내 마무리 행사 ‘하나되는 밤’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서로 다른 대학, 다른 배경을 가진 세 학과 학생들이 한데 모여 협력하고 화합하는 모습은 폴리티카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줬다. 외대에서 타 대학과의 연례 교류전은 아직 낯선 경험일 수 있지만, 폴리티카를 통해 본 타 대학과의 교류는 하나의 건강한 대학 문화이자,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청년들에게 원동력을 제공하는 잠재력을 가졌다. 폴리티카를 시작으로 더 많은 학과가 협력하는 교류 문화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화합의 장을 이어 나갈 동대문구 3대학 정치외교학과/국제관계학과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은진 기자 (dldmswls0292@gmail.com)
[토픽알리] 택배 기사들이 명절마다 쓰러지는 이유 [토픽알리]는 키워드로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명절 연휴,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입니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 연휴. 이 시기만 되면 빠지지 않고 들리는 소식이 있는데요. 바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입니다. 2020~2021년 사이에만 25명이 넘는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약 30%가 명절 연휴 전후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상해를 입은 사람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택배 관련 종사자 산재 신청 수는 3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611건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며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기획/제작: 안재현
서울을 형용하는 화려한 브랜딩과 거대 담론들. 그 뒤안길에 되려 서울을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모습이 존재한다. 그 속에 각자의 서울이 있다. 회대알리는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수집하는 @seoul_soozip을 만나 서울에 대한 이야기와 ‘사람사는 서울’에 대해 물었다. 영상을 보며 각자가 경험하는 ‘서울’에 대해 생각해보자. 출연 : @seoul_soozip (이경민)기획 : 황바우 PD 취재 : 권동원 PD, 정인욱 PD, 장채영 PD, 황바우 PD 촬영 : 권동원 PD, 장채영 PD, 황바우 PD 디자인 : 황바우 PD편집 : 황바우 PD
나른한 주말, 홀린 듯이 들어간 드라이브에서 수많은 사진과 영상을 보다 시간이 휙 지나간 경험이 있나요? 우리 같이 드라이브 속 추억에 대해 이야기해 봐요! 출연 : 이서현, 정인욱, 황새연 기획 : 정인욱 PD 취재 : 고은수 기자, 정인욱 PD 촬영 : 권동원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디자인 : 장채영 디자이너, 정인욱 PD 편집 : 정인욱 PD
하루를 곱씹어 볼 때 몇 시간이나 식물과 함께 있나요? 관심사부터 고향까지 모두 다른 도시청년들이 ‘기후위기’를 주제로 모였습니다. 농사를 통해 자연을 가까이서 지켜본 기후변화 청년단체 GEYK의 도시농업지식인 팀을 만나봅니다. *인터뷰는 10월 중순 진행되었습니다. 출연 : 기후변화 청년단체 'GEYK'(원정혜, 정나랑, 이시현) 기획 : 권동원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취재 : 권동원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촬영 : 권동원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디자인 : 황바우 PD 편집 : 황바우 PD
[휴스쿠] ”사회를 기획하는 꾼, 사기꾼" 김환주를 만나다. 회대알리는 성공회대학교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성공회대판 휴먼스, ‘휴스쿠Humans of SKHU’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휴스쿠가 만난 열 번째 인물은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내고 싶은 '김환주'다. 그는 설득을 위해 당위와 필요, 두 가지를 함께 가져 가야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매력적인 설득이란 무엇일까. 의미를 넘어 설득을 시도하는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획 : 정인욱 PD 촬영 : 정인욱 PD, 권동원 PD 편집 : 정인욱 PD, 권동원 PD 디자인 : 정인욱 PD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지하철 10분 내 재승차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찰구 통과 후 10분 내 재승차 시 환승 처리가 돼 추가 요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입니다. 서울시 설문조사와 지하철 이용자 인터뷰 결과 홍보와 적용 조건 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하철 10분 내 재승차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알아보았습니다. 기획: 유예은 촬영: 유예은 편집: 유예은 도움: 안재현
지난 2023년 5월, 성공회대학교 동아리문화제, <응답하라 나의 청춘>이 성황리에 마쳤다. 길었던 코로나19가 끝나고 다시 시작된 학내 축제인 동문제를 통해 빛나는 청춘의 반짝임을, 뜨겁고도 찬란한 청춘의 목소리를 전달한 제33대 동아리연합회 '온화'의 이야기를 담았다. 출연 : ‘온화’_강민정, 이예은, 조민영, 주현지 기획 : 권동원 PD, 임현장 PD, 정인욱 PD 촬영 : 권동원 PD, 임현장 PD, 정인욱 PD, 황바우 PD 편집 : 임현장 PD
휴스쿠가 만난 일곱 번째 인물은 지난 5년간 실천여성학회 열음, 실천환경학회 공기네트워크, 노학연대 가시, 사회융합자율학부 학생회, 36대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 모두의 화장실 TF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어온 '문봄'이다. 하나의 문제에도 다양한 의제가 교차되어있기에 함께 이야기 할 때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의제와 의제를 '연결'하며 나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5월 23일, 성공회대학교 노학연대 가시(이하 가시), 실천환경학회 공기 네트워크(이하 공기 네트워크), 실천여성학회 열음(이하 열음)이 모여 성공회대학교 적녹보라 연대(이하 적녹보라 연대)의 첫 행사를 열었다. 적녹보라 패러다임이란 노동, 생태, 여성의 패러다임을 교차적으로 사용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다. 공기 네트워크, 열음, 가시에서 모두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녹보라 연대라는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는 성공회대학교 노학연대 가시 대표 문봄 활동가를 만났다. (본 기사의 인터뷰는 23년 7월 4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노학연대 가시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문봄입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최근엔 운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시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어서 서울에서 할 일을 해놓고 본가에 내려가야 해서 조금 바쁘네요. 아무래도 종강한 지 아직 2주도 안 돼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데 아쉬워요. 성공회대학교에서는 그간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처음 입학했을 때는 열음이라는 실천 여성학회에서 활동했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어서 성공회대학교에 진학했거든요. 페미니스트들을 만나서 같이 공부하고, 실천하고 싶은 마음에 들어가서 학회장까지 맡아서 열심히 활동했어요. 공기 네트워크에서도 활동했어요. 고등학교 때 환경운동에 에너지를 많이 쏟아서 환경운동에 잠시 거리 둔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대학교에 오고 난 뒤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다시 실천적인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기 네트워크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그다음에 시작한 게 가시 활동이에요. 최근까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느 날 행복기숙사를 지나가면서 경비 노동자분이 블라인드가 없는 환경에서 주무시는 걸 보게 됐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경비 노동자분이 주무시는 걸 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 소속된 청소, 경비 노동자분들의 고용 환경이 좋지 않다는 소식도 들었죠. 그동안 노동 문제에 너무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에 노동 문제와 관련한 어떤 활동이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가시’를 만들고 활동하게 됐어요. 학생회 활동도 꽤 오래 했는데요. 사회융합자율학부 학생회 ‘공존’에서 활동하면서 인권국장을 맡았었고 2021년에는 제36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인권국장을 맡아 꾸준히 학생회 활동을 했어요. 총학생회에서 ‘모두의 화장실’ 활동을 하며 많은 걸 느꼈어요. 한 단계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활동 영역을 계속 넓혀오셨는데,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요? 사회 문제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아요. 모든 의제가 다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잖아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데 노동 문제를 모르면 여성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기후위기에 대해 활동을 하는데, 페미니즘을 모르면 감수성이 부족한 말을 했을 때 그걸 알아채기가 힘들 수도 있죠. 그것뿐만 아니라 학생 사회 안에서도 문제가 일어났을 때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공부가 필요해요. 그 문제에도 다양한 의제가 엮여 있으니까요. 이런 걸 바로 교차성이라고 하잖아요. 의제들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고, 그 지점에 대해서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의제를 모두 알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활동하면 할수록 모든 문제에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성폭력 피해, 그냥 일상에서 듣는 혐오 발언들에 너무 화가 나요. 또 노동 문제에 조금만 발 담가보면 차별받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얘기에 너무 화가 났어요. 더 많은 부분이 교차하는 걸 깨닫게 될수록 ‘이 부분도 내가 더 알아야 하겠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내가 활동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아요. 최근 지금까지 활동해 온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적녹보라 연대를 기획하는 데 참여하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적녹보라 연대라는 개념은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어요. 진로수업 중에 소개된 지식순환 협동조합 대안대학에서 적녹보라 연대를 주요한 가치로 삼고 있었어요. 그 개념을 처음 듣고 충격받았죠. 진보적인 가치들이 연결돼 있고, 그 가치들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힘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거예요. 그때부터 다양한 의제들을 연결하면서 생기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드는 걸 하고 싶었어요. 처음 입학했을 때는 가시가 없어서 적녹보라 연대를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그때 열음에서 활동했던 졸업생이 페미니스트 연말 파티처럼 학내에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연대하고 힘을 얻는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1학년 때부터 학내에서 생각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뭔가를 하면 좋겠다고 상상해 왔어요. 그러다 가시가 생기고 적녹보라 연대의 요소인 기후위기, 페미니즘, 노동을 다루는 단체가 모두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그 뒤로 언젠가는 이 세 개의 단체를 모두 모을 수 있는 행사나 교류의 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꾸준히 생각했어요. 그 결과로 이번에 적녹보라 연대가 출범할 수 있었던 거죠. (웃음) 이전까지의 활동이 적녹보라 연대를 기획하는 데 영향이 있었나요?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나타난 성공회대학교 지형이 적녹보라 연대를 기획하게 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팬데믹으로 인해서 단절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단절이 되는 것과 동시에 혐오도 많이 커졌던 것 같아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공론장이 아니라 에브리타임이라는 익명 커뮤니티만이 학교의 유일한 공론장인 것처럼 됐는데, 익명인 상태에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쉽게 혐오할 수 있는 거예요. 그 혐오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아마 상처받고 또 고립됐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에 절실하게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 힘을 얻을 수 있는 자리나 공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첫 행사로 윤석열 뒷담회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윤석열 뒷담회는 가시에서 처음으로 낸 아이디어에요. 정권이 바뀌고 나서 답답한 심정을 나누면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랑 막 떠들고 싶은데 그런 장이 없었잖아요. 특히 작년까지도 계속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기가 힘들었어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한번 속 시원하게 좀 이야기하고 위로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노동 이슈뿐만 아니라 여가부 폐지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응도 없이 오히려 더 후퇴하는 공약만 내세우고 있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이랑 기후위기도 분명히 할 얘기가 많을 텐데 가시에서만 하기엔 아쉬웠어요. 그래서 가시가 먼저 해보고 잘 되면 다른 단위들까지 제안해서 같이 이 행사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석열 정부라는 주제가 포괄적이면서도 또 진입 장벽이 낮으니까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연대를 꾸려나가기 적절해서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어요. 윤석열 뒷담회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까요? 코로나19 때문에 사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절돼 있었잖아요. 같은 학번끼리도 단절돼 있고 다른 학번끼리는 말할 것도 없이 서로 교류하기가 어려웠어요. 교류하고 연대하는 게 성공회대의 진보적인 학풍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코로나19로 그 연결이 단절되어 있어서 아쉬웠었어요. 근데 이번에 윤석열 뒷담회를 하면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참여했던 분이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나랑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나도 이제 용기를 내서 이렇게 발언하게 됐다.”고 말해주셨던 게 생각이 나요. 이렇게 모이고 서로 존재를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 용기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열음, 공기, 가시 그러니까 성공회대학교 내의 적, 녹, 보라에서 모두 활동해 본 활동가로서 적녹보라 연대가 성공회대학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세 가지 의제가 모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게 지속되면 엄청나게 뿌듯할 것 같아요. 학교라는 공간은 의제를 지속하기가 어렵잖아요. 구성원이 계속 바뀌어서 하나의 주제를 꾸준히 이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녹보라 연대가 끊어질 수도 있겠지만, 끊어진다고 해서 바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어느 순간이 되면 다시 또 연결될 수도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페미니즘과 기후위기를 빼놓을 수 없고, 다른 의제에서도 똑같단 말이에요. 그러니 세 개의 이슈를 연결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와 전혀 동떨어져 있는 의제가 아니라 우리는 사실 서로 연결된 의제이고,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성공회대학교 안에서 더 큰 연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의제가 모이니 좀 더 발전된 활동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활동가로서 문봄의 지향점과 활동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활동하는 게 너무 재밌고 또 제가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저의 인생의 목표에요. 활동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목표로 계속 달려 나가고 싶어요. 활동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버티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은 쉽게 안 바뀌잖아요. 내가 아무리 죽도록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고 아니면 나는 별로 안 했는데 갑자기 바뀌기도 해요. 이게 바뀌는 타이밍까지 우리가 계속 잘 버티고 버티다가 정말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 버틴 힘을 모아서 세상을 확 바꾸는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그 기회가 올 때까지 너무 지치지 않고 무너지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과 꾸준히 의지하고 연대하며 즐겁게 활동해 나갈 거예요. 본인의 활동이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타인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타인을 바꾸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스스로 바뀌어야 하죠.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목표를 잡고 활동하는 순간부터 지치고 힘들어져요. ‘모두의 화장실’ 활동할 때 김순남 교수님께서 ‘활동은 사람을 바꾸려는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모두의 화장실’ 활동을 하며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현장이 TV에 약 3초 나왔어요. 누군가 그 3초를 보고 화장실이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하게 하는 것이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하는 활동을 누군가 우연히 보고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하는 활동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계기가 될 거에요. 고등학교에 제일 친한 친구가 저한테 편지를 써줄 때마다 ‘나도 봄이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편지를 써준다든지, 모두의 화장실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학교에서도 우리 활동을 보고 화장실을 만들기 시작하는 거 같이요. 그분들한테 가서 만들어 달라고 한 거 아니거든요. 우리는 그렇게 그냥 활동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바뀌는,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바뀌는 것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가 문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활동가라면 나서야 할 것 같고 목소리가 커야 할 것 같고 주도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뒤에서 기획하고 서포트하는 걸 잘해요. 그래서 그런지, 전에는 서포트로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서야 할 것 같고 눈에 띄는 사람이어야지 좋은 활동가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적녹보라 연대를 만들고, 윤석열 뒷담회를 기획, 진행함으로써 이렇게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이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인정받고, 나도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 거죠. 그래서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해 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라고 해주고 싶어요.(웃음) 기획: 정인욱 PD 취재: 정인욱 PD 촬영: 정인욱 PD 편집: 정인욱 PD 디자인: 장채영 디자이너, 강성진 기자
[알리고리즘:기후] 1편 벗, 꽃_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회대알리가 우리 일상의 경험을 다양한 시선에 연결하는 '알리고리즘(알리+알고리즘)'을 시작합니다! 첫 기획은 [알리고리즘:기후]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폭우로 인한 기후재난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일상이 된 기후위기 속 청년들은 어떤 경험들을 전해줄까요? 여러분들은 마지막으로 언제 벌을 보셨나요? 벚꽃은 예전보다 이르게 맞이하지는 않으셨나요? [알리고리즘: 기후] 1편, '벗, 꽃_우리가 모르는 사이에'에서는 성공회대학교에 재학 중인 5명의 청년들의 시선을 따라 '일상의 기후위기'를 이야기합니다! *인터뷰는 5월 중순 진행되었습니다. 출연: 김소희, 안해인, 이가현, 오현주, 최민혁 기획: 임현장 기자,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취재: 임현장 기자,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촬영: 임현장 기자, 정인욱 기자, 황바우 기자 디자인: 장채영 디자이너, 정인욱 기자 내레이션: 황바우 기자 편집: 황바우 기자
지난 7월 1일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 그곳에서 수많은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부스를 열어 축제를 즐겼습니다. 올해로 네 번째 부스 단위로 참가하는 경희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AKHUA는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과학기술대학교와 합동 부스를 열어 축제 참여자들을 맞이했습니다. 대학교를 비롯한 학교에서 퀴어를 말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여기, 우리는 똑같이 존재한다고 계속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AKHUA에서 국제캠퍼스 회장을 맡고 있는 엄기훈씨가 대학생 퀴어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기획: 반주희, 안재현 촬영: 반주희, 안재현 편집: 반주희
지난해 10월, 서울시 홍대걷고싶은거리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8개월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습니다. 질문 목록 1.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2. 정치 뉴스나 소식을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접하시나요? 3. 평소 어떤 사회 이슈에 관심이 있나요? 4. 알고 있는 공약이 몇 개인가요? 5. 가장 기대되는 공약은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6. 가장 비판하고 싶은 공약은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7. 내가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기획: 최지호 촬영: 김민제, 이래희, 조수근, 차종관, 최지호 편집: 최지호
동덕여자대학교는 지난달 28일, 동인관에서 열린 2023학년도 입학식에서 설립자 조동식의 친일 행위를 미화했습니다. 친일인명사전과 친일반민족행위 704인에 올라있는 조씨의 학교 설립을 애국계몽운동과 구국운동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임세진 교무처장:]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계몽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여성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이라는 시대적소명에 입각하여 우리 동덕이 창립된 것입니다. 같은 달 21일, 새내기 배움터에서 배부된 ‘2023 학교생활 가이드북’ 창학정신에는 학교가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조국과 민족을 구제하고 국가의 사업과 민족적 과업에 기여했다는 내용이 수록되었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동식은 일제 침략전쟁 협력을 위한 여성 교육을 주장한 인물입니다. 대표적으로 1942년과 1944년, 『매일신보』에 조선의 여성들이 징병제도 실시에 부응해 전쟁을 돕고 일제에 소속되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글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동덕여대 제56대 총학생회 ‘파동’은 학교 측에 ‘2023 학교생활 가이드북’에 실린 설립자의 친일 행위 미화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는 통보뿐이었습니다. [김서원 동덕여대 제56대 총학생회장:] 그 자료집이 완성되기 진짜 거의 한 달 전 몇 주 전부터 학교 측 자료 작성되면 "저희한테 미리 보내 달라", "아무래도 서로 검토해서 올리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미리 말씀을 드렸고 자료를 (가이드북 제작) 업체에서 보내기 2~3일 전인가 3~4일 전에 연락을 주셔서 "저희 완성됐다" 이렇게 보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확인을 해보니까 친일 미화 부분이 들어가서 여기에 대해서 "이 내용 삭제해달라" 뭐 이런 식으로 이제 정정 요청을 했었는데 "논의가 어떻게 진행이 되었냐", "내용 삭제되는 거 맞냐"라고 물어봤는데 논의 진행에 대한 답변은 아예 없었고요. "이미 업체에 넘어가서 이 내용을 삭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답변을 해서 저희는 이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이에 총학생회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설립자 동상과 정문에 '친일미화 규탄한다', '역사를 잊은 동덕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부착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지금까지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동덕여대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설립자의 친일 행위를 미화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재학생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을 보입니다. [김서원 동덕여대 제56대 총학생회장:] 네, 그래서 계속 그냥 꾸준히 대응을 해서 앞으로는 이제 더 이상 이게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고 계속 이어진다는 걸 저희도 인식을 하고 있으니까 이걸 이제 올해에 최대한 좀 끊어낼 수 있도록 행동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취재: 안재현, 한지훈 촬영: 한지훈 편집: 안재현
“우린 모두 동물이다! 함께 살자 동물해방!” 지난 8월 27일, 종차별을 철폐하고 모든 동물에 대한 차별과 착취, 살상을 끝낼 것을 외치는 ‘2022 서울 동물권 행진’이 서울 녹사평역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동물해방물결과 국내 비거니즘 확산을 목표로 활동하는 ‘비건클럽’이 함께 주관한 이번 동물권 행진에는 종차별 철폐를 염원하며 모인 시민 300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행진에 앞서, 비건 무당 홍칼리와 함께 12명의 퍼포머들이 하얀 화선지로 만든 동물 넋전을 들고 죽어간 동물들을 추모하기 위한 진혼 춤 퍼포먼스를 펼쳤으며, 동물권과 비거니즘에 대한 참여자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동물해방물결 활동가] “어쨌든 이 육식 중심 문화에서 살다 보니까 동물들이 아픈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생각을 해보지 않았더라고요. 어느 순간 저에게 사고의 전환이 왔고 저는 동물들이 아픈 것도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지금의 종차별을 철폐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동물해방물결은 성명문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나와 너’, ‘우리와 그들’로 구분된 인식의 틀을 깨고 모두를 ‘한 우리’로 여기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열렬히 호소했습니다. [동물해방물결 활동가] “기후 생태위기의 시대다. 생태계가 죽어가고 있다. 기후 생태위기는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맹렬히 덮치고 있다. 죽임으로 일관하는 문명이 위기를 더욱 가속한다. 공장식 축산과 상업 어업의 인위적 행태는 엄청난 죽음을 양산할 뿐 아니라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자원의 비효율을 낳으며 식량 위기를 촉발한다.” 브라질리언 퍼커션 앙상블팀 호레이의 악기 소리에 맞춰 시작된 행진. ‘우리’에 속하는 범주를 인간을 넘어 동물로 확장하며, 모든 지각 있는 존재에 대한 죽임 아닌 ‘살림’을 실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태원 거리를 가득 메웁니다. 대학알리 이래희입니다. 취재: 이래희, 차종관, 조수근 보도: 이래희 촬영: 이래희 편집: 이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