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1 (토)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무리 벗겨도 아직은 벗길 수 없었던 LT학부

|외대알리| 2014년 4월 29일, 훕스라이프에 ‘LT학부’가 신설된다는 글이 올라오자 소문이 삽시간에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하지만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학생들에게 말해주는 정보는 없었다. 심심했던 누군가의 장난일까? 근거없는 헛소문이었던 걸까? 혹시 소문이 진짜라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을까? 궁금한 학우들을 위해 알리의 신입기자가 소문의 진위를 파헤쳤다.훕스라이프 캡쳐 사진

사진: 훕스라이프 스크린샷

신입기자 취재일지 1

- 알리 기획회의 첫날! 지금 이름만 떠도는 LT학부가 정말 생길 것인지 궁금했다. 학과의 신설·폐지 여부는 학생들에게 마땅히 알려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많은 선례에서 알 수 있듯, 학교는 이러한 내용을 모든 것이 결정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학생들이 신설·폐지 등에 대해 ‘잘’ 알게 될 때에는 이미 새로운 학부가 생겨버리고, 다니고 있던 학과가 폐과가 확정된다. 개설되는 학과가 이미 존재하는 학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학과 신설 기획 단계부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텐데. 비록 학교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LT학부 신설에 대해 조사하고 싶다는 기획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기획안은 통과됐다!

신입기자 취재일지 2

- LT신설 소문의 최초 유포자가, 자신을 외대입학 담당자 조카의 아는 애(?)라고 소개했으므로, 우선 입학처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전화를 받은 입학처 직원은 LT라는 말을 꺼내자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전화받은 직원보다 상관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한참 얘기를 하더니,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어쨌든 일단 입학처와의 통화로 LT학부가 확실히 계획 중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외에 별 소득이 없어 여기서 단서가 끊겨버리나 했는데, 마침 “대학평의원회 정기회의 때 LT학부에 관한 발언이 나왔다.”는 제보를 받았다.

신입기자 취재일지 3

- 각고의 노력 끝에 대평의 회의록을 읽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LT’라는 글자조차도 기록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대평의에 평의원 자격으로 참가한 총학생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알 수 있었다.

∴ 알리가 조사한 결과, LT학부 신설은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 아니라 기획단계에 있었다.

신입기자 취재일지 4

- 총학생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정보로 교수협의회의장님과 통화를 했다.

교수협의회 측에서는 LT학부 기획에 대해 모두 알고 있지만, 이후 회의를 하지 않아 아직까지 통일된 입장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신입기자 취재일지 5

- LT학부가 신설된다면 제일 커리큘럼이 겹칠 학과는 국제통상학과인데, 국제통상학과회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과회장과의 인터뷰에서도 LT학부 신설은 이미 거론된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학교 측에서 제공해주는 정보가 없어 LT학부 신설에 관심이 많은 일부 학생을 중심으로 한 추측성 의견들이 사실처럼 떠돌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입기자 취재일지 6

- 그렇다면 국제통상학과 학우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국제통상학과 전공수업에 들어가 설문조사를 했다. 알리가 국제통상학과 학생 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2014.5.19./오프라인설문조사(서술형 1문항 포함 총 4문항)를 한 결과는 아래 도표와 같다.

K-21

문항_1.

대부분의 학우들이 LT학부에 대한 소문만 들은 상태였다. 그리고 LT학부가 어떤 목적 때문에 만들려는 것인지, 구체적인 커리큘럼이 있는지, 커리큘럼이 나왔다면 어떤 점에서 국제통상학과 차이가 있는지, LT학부를 국제통상학과 따로 신설하는 것인지 혹은 학과명을 변경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K-22

문항_2.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국제통상학과 학우들의 목소리가 왜곡될까 걱정이 된다며 설문을 거부한 학우도 있었다. 본 기사의 기획 의도는 LT학부에 대한 찬반으로 분쟁을 조성하고 아직 기획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불안감을 증식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문으로만 떠도는 LT학부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과, 국제통상학과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에 전달함으로써 학생을 학과개설의 주체적인 위치에 놓고, 신중한 학과개설을 요구하는데 있음을 밝힌다.

K-23 K-24

문항_3. 문항_4.

찬성에는 언어와 통상분야를 동시에 배우는 커리큘럼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았다. 언어와 무역이라는 비교적 다른 학문을 잘 융합시키는 것이 과제이며, 학교의 지원이 늘어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여러 프로그램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세분화된 전공인 만큼 굉장히 수준있고 체계적인 수업으로 운영되어, L-series 전공을 통해 우리학교가 더 이상 변방의 작은 학교로 인식되지 않길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다.

LD를 알면 LT가 보인다?

* 외대는 이미 자유전공학부를 폐과하고 LD학부를 개설한 바가 있다. 이를 참고해 현재 신설 논의 중인 LT학부가 직면할 문제점을 예측해보았다.

1. 인원 수 충원 문제가 예상된다.

이미 교과부에서 내려온 특성화 정책(*4~6%정원감축을 포함하는 내용. 하지만 외대는 이번에 정원감축을 실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원감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LT학부가 신설된다면 학생정원수와 교수진 확보를 목적으로 기존 과들의 정원이나 교수진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에서 많은 교수님들이 반발을 하고 있고 심한 논쟁이 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극단적으로, LD학부의 선례에서 본다면 국제통상학과가 폐지되고 LT학부만 남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2. 국제통상학과가 학문으로서의 고유성을 침해당할 것.

이는 설문조사에서, 국제통상학과 학우들이 가장 많이 우려한 부분이기도 했다. LT학부의 커리큘럼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국제통상학과의 변경 전 학과명이 ‘무역학과’였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LT학부의 커리큘럼이 국제통상학과와 겹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LD학부와 정치외교학과의 커리큘럼을 비교해보면 LD학부가 정치외교학과에 비해 외교학을 더 비중있게 다룬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상당수 수업이 겹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보아 만약 LT학부와 국제통상학과가 공존하게 된다면, LT학부의 커리큘럼은 무역학을 더 비중을 두고 짜여질 것이라 추측된다.

3. 끝으로 본 기자는 학부신설의 목표를 지적하고자 한다.

상당수의 학우들이 설문조사에서 “LT학부 신설을 단기적인 입시결과 상승을 위한 ‘편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몇몇 학우들은 LD학부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LT학부를 만드는 것은 ‘거품’을 만드는 정책이라 전망했다. 또 LT학부 신설을 반대한 국제통상학과 학우의 대부분이 “국제통상학과 학생들은 이미 대부분 이중전공을 통해 Language를 충분히 습득하고 있어 LT학부가 필요하지 않으며, 역사가 길고 입결이 높은 국제통상학과에 더 투자하는 것이 커리큘럼이 비슷할 것으로 우려되는 LT학부를 신설하는 것보다 경제적”라는 의견을 보여주었다.

학과정책은 학생들에게 크게 영향을 끼친다. 학과개설과 폐지는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교는 학과개설과정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반영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

단순히 근시안적인 ‘입결상승’을 목표로 하는 것은 기존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언제 내가 다니는 과가 폐과가 될지, 다른 과에 병합되어버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는 애교심을 갖기 힘들다. 또 비슷한 커리큘럼의 새로운 과가 생겨버린다면 기존에 받았던 지원들(장학금 지원부터 교수진까지)을 상대적으로 박탈당하게 될 위험이 크다. 입결상승의 거품이 꺼진다면, 외대의 단기적인 입시정책에 대한 불신은 고스란히 입결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학교가 정말 학교의 발전을 위해 학과를 신설하고 싶다면, 그 학과가 장기적으로 아웃풋을 만들 수 있는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또 개설과정을 투명히 공개하고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여 기존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입학‘할’ 학생을 위해 외대에 입학‘한’ 학생을 소홀히 한다면, 인풋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아웃풋은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은빛 기자 chyo55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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