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개토관 비상계단 복도에 붙여진 실내 흡연자 수배 전단지
이번 학기가 개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개토관 비상계단 복도에는 실내 흡연자 수배 전단지(이하 전단지)가 붙었다. ‘교수, 교직원, 조교가 이들을 추적 중이니 실내 흡연 목격자들의 제보를 바란다’는 문장과 ‘퇴학’, ‘징계’, ‘처벌’과 같은 무시무시한 낱말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이 종이에는 ‘반드시 잡고 말겠다’는 글쓴이의 비장한 각오가 서려있다.
▲ 지난 5월 14일, 페이스북 페이지 ‘세종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게시글
광개토관 비상계단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돈 것이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실제로도 복도에는 각 층마다 재떨이용 깡통이 비치되어 있는가 하면 바닥에는 담배 자국이 흉터처럼 남아있어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건물답게 겉으로는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지만 속으로는 썩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금부터 다함께 확인해보자.
야외 흡연구역 저리 가라 … 타이소(TAISO) 뺨치는 비상계단
5월 17일 밤 9시. 본지 취재팀은 실내 흡연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광개토관 비상계단을 모두 조사했다. 복도와 연결된 철문을 여는 순간 담배 냄새가 진동했고 층층마다 구비된 깡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여기저기 버려진 담뱃갑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일부 층에서는 가래침까지 나왔다. ‘본 건물은 절대 금연구역’이라는 경고문이 무색할 정도였다. 취재 중에도 두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들어가기도 했으며, 어떤 이는 기자가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몸을 복도 입구 쪽으로 틀고 흡연하기도 했다.
의문의 1패
(※ 혐짤이 있으니 주의하시오.)
“이렇게 더러운 건물은 처음”
담배 냄새를 맡는 것도 고역이지만 사실 정말 더럽고 힘든 건 이것들을 치우는 일이다. 60대 중반의 광개토관 청소 근로자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매일같이 재떨이용 깡통을 꽉 채울 만큼 나오는 담배 쓰레기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차라리 화장실 청소가 더 쉬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한다는 이 근로자는 “원래 내 휴식 시간이 오전 10:30부터 오후 12:30까지인데, 담배꽁초를 치우다보면 11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쉴 수 있다”며 “특히 12~14층이 제일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라리 깡통을 없애면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게 되면 계단이 담배꽁초로 난리가 나게 된다”며 “이 정도가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작년 겨울에는 재떨이 대용으로 쓰기 위해 학생들이 먹고 버린 커피 컵을 주워서 모으고 다니기도 했다”며 “이렇게 청소하기 힘든 건물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 광개토관 12층 비상계단 복도에 붙은 공고문. 누군가 ‘네 죄송합니다’고 답글을 썼지만 주변은 여전히 더럽다.
A씨는 또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비단 학생들만은 아니라며 “내가 청소하면서 본 교수만 두 명”이라고 귀띔했다. “항상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담배를 피우는데, 죄송한 줄 알면 그만해야지 왜 자꾸 거기서 피우는지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실종된 준법정신과 타인 배려... 화재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실내 흡연은 당연히 불법이다. 국민건강진흥법 제9조 4항에 따르면 대학교 건물은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동법 제9조 6항은 또 누구든지 해당 장소에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 조항을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실내에서의 흡연은 당연히 지양되어야 할 행동이다. 담배 연기와 냄새가 강의실과 연구실 등으로 유입되면서 간접흡연과 같은 2차 피해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담뱃불로 인한 화재 위험도 반드시 지적할 부분이다. 지난 3월 8일 밤 10시께 용덕관 3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담뱃불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다행히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건물 화재와 같은 유사시에 대피로로 활용해야 할 비상계단에서 화재가 났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 지난 3월 8일 용덕관에 출동한 소방차. 광진소방서는 당시 화재의 원인이 담뱃불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세종대학교 대나무숲’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바깥에 던져 버리는 행위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맞을 수도 있을 뿐더러 해당 지역(광개토관~이당관 골목)이 학교 내에서도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임을 감안한다면 불씨가 다른 곳에 옮겨 붙어 2차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심의 문제... 주인의식 가지고 건물 이용해야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가의 여부는 근본적으로 흡연자들의 양심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개토관 복도에 전단을 붙인 경영학과 이창섭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걸리는 사람은 정말로 퇴학까지 시킬 생각이지만 이런 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학생들의 양심”이라며 “학교를 대표하는 건물인 만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 담당자 역시 “담배 쓰레기만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제발 깨끗하게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TIP] 학교 내 흡연구역 위치 안내
흡연자들을 위하여 학교 내 흡연구역을 안내합니다.
서로 배려하여 깨끗한 건물을 만들어가는 선진 세종인이 됩시다.
[정문에서 가까운 곳부터]
⑴ 학생회관 지하 1층 식당 입구 ⑵ 집현관~모차르트홀 사이 ⑶ 군자관 뒤쪽 ⑷ 광개토관 지하주차장 입구 옆 등나무 ⑸ 광개토관~애지헌 사이 ⑹ 학술정보원 옆 우정당 가는 길 ⑺ 진관홀 옆 ⑻ 율곡관 앞 ⑼ 다산관 앞
(학교 면적 111,676m2 중 총 9곳으로 12,408m2당 1곳 꼴임. 우리 학교 인근 다른 대학교 두 군데를 조사한 결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면적 408,786m2)는 25곳의 흡연구역을 운용하고 있어 16,351m2당 1곳 꼴로 있으며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면적 470,963m2)의 경우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흡연구역을 설치 및 운용하고 있지 않음 → 우리 학교 실외 흡연구역이 적은 편은 아니므로, 정해진 구역을 이용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