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화)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이화여대 총장을 규탄한다!(feat. 세종총학)


▲ 우리 집 개는 많이 짖지만 겁이 많다. 그리고 귀엽다.

고향이 시골이라, 동네 골목에 개들이 많이 묶여있다. 집집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개들은 내가 지나가면 짖어대기 시작한다. 짖는 소리만 들으면 모두가 용맹한 경비원인 것 같다. 하지만 짖는 소리만으로는 용맹함을 모두 알 수 없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들의 민낯이 드러난다.

 어떤 개들은 바로 앞까지 다가가도 잇몸을 드러내며 계속 짖는다. 이런 개에게는 더 다가가면 안 된다. 물린다. 이런 개들은 주인이 아닌 어떤 사람도 집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 집을 제대로 지키고 있다.

 어떤 개들은 내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눈빛이 흔들린다. 짖는 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가까이 다가가면 꼬리를 말고는 개집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내가 등을 돌리고 되돌아가기 시작하면 뒤늦게 나와서 뒤통수에 대고 다시 짖기 시작한다. 자기 때문에 쫓겨나기라도 한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짖어댄다. 괜히 동네만 시끄럽게 만든다. 간혹 가까이 다가가면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친구들도 있다. 이놈이든 저놈이든 집 지키기는 글렀다.

 ‘상아탑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강렬한 문제의식을 담은 문장으로 성명은 시작된다. 우리 총학생회는 성명을 통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 모욕하며 강행된 졸속, 밀실 행정은 절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며, ‘학생들을 무시한 채 소통 없이 졸속, 밀실 행정을 강행’한 이화여대 총장을 강력히 비판했다. 정말 멋진 일침이다.

 그런데 지난 학기 ‘학생들을 무시한 채 소통 없이 졸속, 밀실 행정을 강행’한 세종대에는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 총학생회의 멋짐은 세종대 안을 향하지 못했다.

 프라임 사업을 위해 학과구조조정을 단행해 많은 학생이 당황하고 있을 때 총학생회는 침묵했다. 프라임 사업은 학생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되지 않았고,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총학생회는 학생회 최고 의결기구인 전체학생총회를 성사시켰으면서도, 프라임 사업에 대해선 아무 의결도 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사업 내용을 전혀 모른 채로 프라임 사업 참여에 동의했다. 그리고 결과 발표가 될 때까지, 학생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5월에 사업 결과 발표가 난 이후에야 학생회는 대학본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이 끝난 뒤였다. 학생회의 뒤늦은 대응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올해 초 등록금 책정 때도 마찬가지였다. 총학생회는 등록금을 심의하는 동안 등록금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다가, 등록금 책정이 끝난 다음에야 관련된 입장을 발표했다.

 우리의 입장을 대변해달라고 뽑은 학생회인데, 필요할 땐 조용히 있다가, 뒤늦게 뒤통수에 대고만 짖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답답한 마음이 크다. 마주 보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당당함을 기대하는 건 무리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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