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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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

[같이가치청춘] 7,750원을 300만원으로 불려보자

세상에 이럴 수가!! 통장 잔고가 7,750원이 됐다. 방금 뉴스타파 후원금으로 빠져나간 1만원이 너무 야속했다. 1만원 미만은 현금인출도 안 된단 말이야(...). 알바 월급날은 앞으로 2주나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집중하자 집중, 두뇌풀가동! 청년에게 자율이자로 대출해주는 ‘청년연대은행 토닥’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여기가 자율이자로 대출해준다는 곳 맞습니까?

일단 맞게 찾아왔다. 사무실은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무중력지대 2층이다. 멍하니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는 직원에게 이러 이런 이유로 찾아왔다고 말을 거니, 바로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대출, 재무상담 등 서비스를 받으려면 조합원 가입은 기본이라고. 매월 출자금 5천원 이상, 조합비는 천원 이상 내야 한다. 당장 돈이 없어서 약간 쫄았다. 하지만 다음 달 25일 인출에 체크하고선여유를 되찾았다. 이 돈을 내는 건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니까. 힘내라 미래의 나놈.

가입신청서를 처리하고 나서가장 급한 건 역시 대출이었다. 하지만 막혔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조합원이라고 해도 ‘아무나’ 돈을 빌려주는 곳은 아니다. 고가의 담보 대신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대출을 해주다 보니 일정 수준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사람에게 는 대출 액수가 제한되는 시스템이다. 신뢰의 기준은 ‘토닥씨앗’으로 측정한다.

출자금 납부 기간과 토닥씨앗 개수에 따라서 대출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이 달라진다. 정기총회 참석은 3톨, 교육 참석은 2톨, 독서모임 참여는 1톨, 다른 조합원 이삿짐 날라주기는 2톨 등 다양한 교류행사와 모임에 얼굴 도장을 찍으면 토닥씨앗을 얻을 수 있다. 최대 100만원을 받으려면 ‘출자금 3개월 이상 납부’+‘토닥씨앗 15톨 이상’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번거로운 장치를 해놓으면 조합원들이 씨앗 얻으려고 기다리다 지쳐서 러@앤@시로 달려가지 않을까?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청년이 서로 도우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청년금융생활협동조합’이자 대안적인 ‘사회안전망’, 서로에게 위로를 주는 ‘공동체’를 꿈꾼다고 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

▶ 이런 걸 알아보면 곤란하다. 정말 곤란하다.  

돈 때문에 급하게 왔지만 제대로 돈 쓰는 법을 모르면 빌린 돈도 나중에 다시 갚지 못할 부채로 돌아온다. 토닥 조합원들과 어울리고 공부하며 돈에 대한 개념을 익혀야 장기적으로 청년의 자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사장님의 말씀에, 아! 난 설득당하고 말았다.

 

대출에 대한 마음을 접고, 천천히 재무상담을 받기로 했다. 재무상담 받고 이제 그만 돈 WORRY

재무상담에 앞서 내 재무상태를 공유했다. 월수입은 알바로 받는 정규수입 117만원, 강연이나 원고료 등으로 받는 비정규수입 10~20만원이다. 문제는 월 지출. 일단 얼마나 쓰는지 기억이 잘 안 났다. 초등학교 때 용돈기입장 이후로 가계부를 쓴 적이 없는 탓이다. 다시 한 번 두뇌풀가동! 지난달 지출은 주거비10만원, 식비 40만원, 교통비 10만원, 통신비 5만원, 문화생활 7만원, 기부 2.5만원, 부채상환 55만원 등으로 추산했다.

경조사비, 의복비, 미용 등의 비정기지출은 연간지출로 취급한다. 비정규지출을 12로 나눠 지난달 지출에 합산하면 월 평균 지출을 알 수 있는 것. 나는 무려 145만원을 지난달에 쓴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 덥다고 아이스크림 매일 사먹은 탓일까. 반성해라 나놈아.

지출에 대한 분석이다. 주거비는 착하고 존경스러운 룸메이트 덕에 월 10만원으로 퉁치고 있다. 식비 중 순수하게 내가 쓴 금액은 20만원 안팎이다. 하지만 창업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밥과 술을 사는 일이 많아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 가장큰 액수인 부채상환. 학자금대출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은 역시 사업이었다. 지난 4월~5월에 사업문제로 돈이 급하게 필요해 지인들에게 260만원을 빌렸다. 매월 꾸준히 갚아서 지금은 160만원으로 줄었지만, 너무 빨리 갚은 탓일까? 빠른 부채상환 때문에 내 잔고가 7,750원이 되고 말았다.

내가 재무상담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내년 3월까지 300만원 만들기이다. 내년 1학기는 대학에서의 마지막 학기로, 이후 진로를 준비해야 하는 때다. 고로 알바할 시간이 없으니 최소 5개월 생활비를 미리 챙겨둬야 한다.

내 재무상태를 파악한 토닥의 상담사는 생각의 틀을 깨는 몇 가지 조언을 했다. “더우면 아이스크림 먹어야죠. 인간답게 살기 위한 지출은 상석 씨 잘못이 아니에요”, “빚 갚는데 너무 급할 필요 없어요. 상환액을 줄이고 그만큼 저축하세요.” 그리고 상담사는 내년 2월까지 저축하다가 부족하면 그때 대출받으라며 부담 없는 대출을 몇 가지 소개했고, 그 중 하나는 역시 토닥이었다. 토닥은 자율이자여서 이자 부담이 전혀 없다. 그래도 이자 수익은 1%를 넘는다. 아직까지 돈 떼먹은 조합원도 없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토닥씨앗을 쌓기 위해 꾸준히 모임에 나갈 예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대출액수를 키우기 위함이지만 그 안에서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좋은 곳, 나처럼 발등에 불 떨어져 찾지 말고 여러분은 미리 가입해두셔라!

 

청년연대은행 토닥 홈페이지(바로가기)

 

세줄 요약

1.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자율이자로 100만원까지 빌려준다.

2. 아무나 빌려주지 않는다. 자주 얼굴 비춰라.

3. 떼돈 벌 자신 없으면 사업하지마라

 

* ‘같이가치청춘’은 획일화된 삶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협동조합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이 콘텐츠는 <같이가치 with kakao>,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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