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1 (수)

  • 구름많음동두천 25.5℃
  • 흐림강릉 19.9℃
  • 구름많음서울 27.8℃
  • 흐림대전 26.7℃
  • 흐림대구 25.0℃
  • 흐림울산 23.7℃
  • 흐림광주 28.9℃
  • 흐림부산 25.0℃
  • 맑음고창 26.4℃
  • 구름조금제주 27.1℃
  • 구름많음강화 26.8℃
  • 구름조금보은 24.8℃
  • 구름많음금산 27.5℃
  • 구름조금강진군 28.9℃
  • 구름조금경주시 23.3℃
  • 흐림거제 24.7℃
기상청 제공

'당신의 집은 안녕한가요?' - 대학생 주거권 이야기(2부)

(사진 - 외대알리)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위한 노력들

 

  1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많은 대학생이 주거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캠퍼스 주변의 치안 실태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은 낮고, 비용은 높은 것이 현재 대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주거상황이다.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새로운 시선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이들을 외대알리가 만나봤다.

 

 

“집은 ‘사는 곳’이지 ‘사는 것’이 아니다” - 민달팽이 유니온 인터뷰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시민단체가 있다. 지난 2011년 연세대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립된 ‘민달팽이 유니온’이다. 주거 취약계층이 되어버린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는 이들은, 시민사회에서 처음으로 비영리 공유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2014년 5월 서대문구에 공유주택 ‘달팽이집 1호’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총 10개의 공유 주택을 운영 중이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이들은 과연 대학생의 주거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청년알리가 민달팽이 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달팽이 유니온 최지희 위원장(사진 - 외대알리)

 

Q. 민달팽이 유니온은 어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A. 민달팽이 유니온은 세입자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직면하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이를 해결해보고자 만들어진 비영리 시민단체이다.

 

Q. 민달팽이 유니온이 창립된 지 햇수로 9년이 되었다. 그동안의 청년 주거 문제가 어떤 변화를 겪었고 얼마나 해결되었다고 보는가?

A.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집이란 사는(Buying) 것이지 사는(Living) 곳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따라서 세입자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년에 대한 문제는 사회적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사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청년 주거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 점에서 ‘청년 주거’라는 이슈가 사회적 논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자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물론 여전히 넘어 야 할 산이 많지만 많은 사람이 문제점을 느끼고 있고, 또 이것이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임계점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지난 5월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서 토론한 내용을 보았다.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청년 주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A.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함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우선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현재 우리 사회는 청년을, 저출산 시대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청년 주거 정책 역시 인구정책으로 쓰이고 있다. 그 때문에 청년을 위한 주택 제도들 대부분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현실은 혼자 사는 청년들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재의 청년 주거 정책은 그 정책이 필요한 청년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청년 정책이라고 나오는 것은 많지만 실상 나에게 와 닿는 것은 없는 것이다. 청년을 하나의 독립한 1인 가구로 바라보고 그들이 정책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보편적 주거권’ 자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주택 임대 시장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즉 집주인과 세입자가 있다. 현재 한국은 세입자의 권리 보호가 취약하다. 주택 관련 제도들은 단순히 집을 거래하는 단계에만 국한되어 있고 그 이후의 상황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안정적인 임대보다는 주거 소유를 중심으로 주거권을 바라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을 촉구하게 되었다. 개정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인데, 계약갱신청구권임대료 상한제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독일은 무기한 임대가 원칙이고 프랑스의 경우 집주인이 계약 연장을 거부할 때 정당성 여부를 심사한다. 하지만 한국은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먼저 요구하는 구조가 아니며, 임대인이 계약금을 올려서 다시 계약하자고 하면 세입자가 이전보다 높은 금액을 내거나, 그럴 여력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대료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표준 임대료나 적정 임대료에 대한 규제조차 없는 상황인데, 독일과 프랑스는 표준 임대료가 규정되어 있다. 재산권의 자유를 매우 중시한다고 여겨지는 미국조차도(주별로 다르지만)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임대차조정위원회도 두고 있다. 임대인이 비용을 올리려고 할 때 왜 비용을 올려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이것이 타당한지를 조정위에서 심사한다. 한국은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리더라도 세입자를 보호할 마땅한 제도가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을 통해 청년들이 세입자로서 정당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우리 활동들의 목표이다.

 

Q. 대학생에게 필요한 주거 정책과 대학생이 아닌 청년들에게 필요한 주거 정책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 자립한 청년들에게는 안정적인 장기 임대를 위한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가 중요하지만, 아직 경제적인 독립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안정적이진 않더라도 주거 비용을 보조해줄 정책이 더 필요할 것 같다.

A.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생들이 당면한 경제적 문제는 알지만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보편적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에게 월세를 보조하는 제도를 만들더라도, 1년 뒤 재계약을 할 때, 임대료를 올려버리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대학생이든 아니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보편적 주거권이라는 초석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Q. 청년들, 특히 대학교에 와서 처음 집을 구하는 학생들이 집을 구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나 참고할 만한 점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전입신고 하기와 확정일자 받기. 이 두 가지는 반드시 하셔야 한다. 민달팽이 유니온에서도 주거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상담 사례를 보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정말 온갖 일이 벌어진다. 그 때문에 주거 교육을 할 때, 많은 사례와 예방법을 알려드리고, 따로 추가적인 자료도 찾아보시길 권한다. 하지만 교육 마지막에는 항상 “다른 건 몰라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이 두 가지는 꼭 기억해주세요”라고 한다. 이 두 개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 않으면 자신의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다.

 

Q.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달팽이집’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 주거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짧게 소개 부탁드린다.

A. 달팽이집은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 공급하는 비영리 주거 모델이다. 주택을 수익모델로 생각하는 기존의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주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열악하다. 주거 비용을 낮추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 형태를 선택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조합원이라면 입주할 수 있다.

 

서대문구 '달팽이집 2호' 전경(출처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Q.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살면 갈등도 많이 생길 것 같은데.

A. 당연히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타인과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달팽이집에 입주 신청을 하게 되면, 함께 지내게 될 다른 사람들과 먼저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는다. 모여서 각자가 생각하는 집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친해질 기회를 만든다. 달팽이집에서는 개개인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한다. 한 달에 한 번 반상회를 열지만 참여를 강제하지 않는다. 다만 3회 연속 빠지면 나름의 벌칙(?)이 있는데, 다른 입주자들과 전화 통화 5분 하기 혹은 영상 통화 3분 하기 같은 것들이다. 의무, 강제를 요구하는 공동체 활동이 아니라 개인들이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그런 공동체를 지향한다.

 

Q. 최근 일어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같은 1인 여성 가구의 치안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건 대부분이 그들의 주택 내 혹은 주택 주변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주거 문제에 포함된다고 보는데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A. 단체 차원에서 ‘주거안전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남녀에 따라 주거비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로 여성들이 치안 때문에 보안 시설이 없는 낙후된 건물이나 1층에서 사는 것을 피하고자 추가적인 비용을 쓰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설보안업체의 보안 장치나 CCTV가 사후적인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범죄의 예방책이 되지는 않는다. 여러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공동체의 상실’ 또한 해결되어야 할 주거 문제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달팽이집에서 사는 조합원 중 한 분이 귀갓길에 자꾸 누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동안 함께 사는 조합원과 같이 귀가한 적이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관계의 형성에서 오는 안정감 또한 주택이 제공해야 할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A.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웃음). 우선 이 문제가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다. 또 주택임대차보호법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사안들이 많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은데, 그래서 저희 같은 시민단체가 있는 것 아니겠나. 처음에 말했듯이 청년 주거 문제는 모두가 실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분명 큰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주거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관심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공동체가 함께하는 치안문제 해결 - 우리동네 치안연구소

 

  우리들이 삶 속에서 직면하고 있는 치안 문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치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우리네 삶이 안전하고 따뜻하다 여길 수 있을까? 이문동에 위치한 ‘우리동네 치안연구소’에서 그 답을 찾았다.

 

(사진 - 외대알리)

 

*'우리동네 연구소’는? 지난 2018년 3월 주민들의 쉼터이자 이문동 지역의 환경을 바꾸어 보자는 취지로 설립. ‘우리동네정화대’를 만들어 쓰레기 무단 투기 지역을 깨끗한 골목으로 만드는가 하면, ‘우리동네정원’ 활동을 통해 작은 녹지를 조성하는 작업도 진행해왔다. 또 이문동 소식지를 제작하고 주민들의 소모임 공간도 제공하는 등 지역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들이 이문동 주민들의 호응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동네 치안연구소’라는 이름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치안연구 프로젝트에 동참할 주민을 모집하는 우리동네 연구소 포스터(출처 - 우리동네 연구소)

 

  늦은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7월 26일 저녁, 동대문구 이문동 ‘우리동네 연구소’에는 10여 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이문동 지역에 낙후되거나 인적이 드문 공간을 직접 개선해보고자 ‘우리동네 치안연구소’ 활동에 참여한 이들이다. 그림을 그려가며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말하는 초등학생, 어린 딸과 함께 손을 잡고 찾아온 어머니, 인근 대학인 한국외대와 시립대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동네 곳곳의 치안을 개선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의견도 모두가 귀 기울여 듣고, 실제로 개선을 진행한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동네 치안연구소’는 지역의 환경 개선을 위해 주민들과 동대문 경찰서가 합심하여 진행하는 3년짜리 프로젝트이다. 연구소는 활동에 참여할 주민들을 지난 6월에 모집한 후 7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이문동 내에서 개선이 필요한 지역을 찾기 시작했다. 오정빈 우리동네 연구소장(이하 오정빈 소장)은 “단순히 경찰의 순찰이나 CCTV, 비상벨 설치 만으로 치안과 방범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인적이 드문 지역, 혹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여기는 지역을 ‘위험 골목’으로 낙인 찍기보다는 골목 환경을 밝게 만들고 사람들의 왕래를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프로젝트 진행 배경을 설명했다. 동대문경찰서 생활안전과 나승현 경장(이하 나승현 경장)은 “최근 경찰의 치안활동은 경찰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자, 즉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진행하는 공동체 치안으로 변화하는 추세”라면서 “경찰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해당 지역에 사시는 주민들이 직접 알려주시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주민들과 함께 치안활동을 진행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우리동네 연구소의 활동을 보고 먼저 제안을 부탁드려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면서 우리동네 연구소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사진제공 - 우리동네 연구소)

 

  이날은 외대앞역 - 신이문역 방향의 이면도로와 근처 주택가 골목 지역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철길 옆 방음벽에 담쟁이덩굴을 설치하고 길 곳곳에 작은 화단과 벤치를 두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화단 옆에 지역 내 비상벨과 치안용 CCTV 위치를 알려주는 마을 지도를 놓자’는 아이디어나 ‘차량과 사람이 부딪칠 수 있는 사각지대에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표지판과 안전 거울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 낙후되어 보이는 좁은 골목에는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맨홀 뚜껑에 사과나 파인애플 같은 그림을 그려 밝은 환경을 만드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오정빈 소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정성스레 받아 적으면서 어떤 방안이 좋을지 논의를 이어 나갔다.

 

  회의에서는 어느 하나 소외된 이 없이 모두가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우리 동네가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애정 어린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참여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은 연구소의 아이디어 회의는 다양한 시각들이 한데 모여 해결책을 향해 한 발씩 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사람들은 회의 중간중간에 가벼운 농담들도 던지면서, 자칫 늘어질 수 있는 회의 분위기를 환기했다. 연구소에 모인 한 명 한 명이 모두 조화롭게 녹아들고 있었다.

 

  활동에 참여한 주민들은 그동안 잘 몰랐던 동네의 환경을 실제로 알게 되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마을정화대 활동을 보며 연구소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한국외대생 허재은씨는 “직접 나가서 보니까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하며 “학생 사회에 있다 보니 대학생 외의 시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되는데, 연구소는 활동하는데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아서 여러 시각을 알게 되어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동네에 대해 알아가고 싶었다는 이문동 주민 김경원씨는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천을 한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꼈고 작은 것이라도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고 하며 “이곳에 사는 동안 계속해서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 우리동네 연구소)

 

  일반적으로 대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학교를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하고, 원룸과 다세대 주택이 주변에 밀집된 구조다. 이 때문에 곳곳마다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방범 시설을 설치하고 경찰이 주기적으로 순찰을 해도 모든 곳을 완벽히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관할 지역 내 대학들이 협력해 ‘학생 자율 방범대’를 만들었다. 현재 동국대(동국대 캠퍼스폴리스), 한국외대(외대사랑순찰대) 등에서 학생 참여형 치안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캠퍼스 내부 및 주변 지역을 학생들이 팀을 이뤄 활동하면서 실제로 범죄 예방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경찰과 동행하지 않고 학생들끼리 팀 단위로 움직일 경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어 왔다. 위급한 상황을 맞았을 때 경찰처럼 전문성 있게 대처하기 어렵고, 오히려 순찰에 참여한 학생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안 유지에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는 있으나 범죄를 근절하는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

 

  범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공간을 개선하여 자연스럽게 범죄 심리를 약화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순찰 활동을 넘어 학교 주변의 치안 환경 개선에 학생들이 동참하는 확장된 개념의 ‘참여형 치안 활동’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빠듯한 일상 속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나 봉사활동 시간을 부여하는 자율 방범대 활동처럼 '치안 개선 활동'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만든다면 학생들의 참여를 충분히 끌어낼 만하다. 경찰 및 지역주민, 학생들이 함께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든다면, 경찰은 성공적인 공동체 치안 모델을 확립할 수 있고 학생과 주민들은 직접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높은 효능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동네 치안연구소의 활동은 분명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개개인들이 위험에 노출된 채 불안함만 느끼는 현실 속에서 개별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대신 연대를 통해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연구소 활동은 함께 문제를 개선하고 나아가 파편화되어가는 공동체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치안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치안문제 해결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한달수 기자 hds80228@gmail.com

정성호 기자 tjdgh5424@naver.com

방진희 기자 genie950624@gmail.com

정수현 기자 owesomeo@naver.com

김여원 기자 gch053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