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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화장실, 모두를 위한 논의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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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화장실 관련 논란을 짚어보다

지난 24일 성공회대학교 제36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모두의 화장실이 의결되었다. 17일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되었으며 비대위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기에 진행하고자 한다”며 추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후 학부 학생회를 비롯하여 학내 자치기구와 학내 교수들의 지지 성명문이 올라오면서 모두의 화장실 의결이 가시화되었다. 지지 성명문에 동참한 사회융합자율학부 박경태 교수는 27일 회대알리와의 통화에서 “특별한 시설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만들어져야 하고,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박경태 교수는 모두의 화장실 추진 과정에 관해서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의결을 한 사안이고, 각 단위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 결론이니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형식요건은 갖추었다고 말했다. 다만, 반대하는 학생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에 재학 중인 A학우는 “남자 화장실을 설치하는 데 모두의 의견을 받지 않는다. 여자 화장실도, 장애인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모두의 화장실도 같은 측면이라고 생각한다”며 “공론장을 통한 설득이 이루어져야 하고, 모두의 화장실 진행 과정을 학우들에게 꾸준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회융합자율학부 학생회 ‘온기’의 고영진(사융 21) 학우는 “지지 성명문을 내는 과정에서 학생회가 부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에 있어서 미흡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현재 모두의 화장실 관련 ‘민주적 절차와 학우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총투표를 건의한다’라는 제목으로 연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195명(17시 기준)의 답변이 모였으며 총학생회칙 제2장 제2절 총투표 제19조에 따르면 정회원 1/10 이상의 연서가 모일 경우, 총투표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연서명을 진행하고 있는 학우는 “모든 학생 자치기구에 지지 성명문 요청이 오지 않았다”며 비대위의 선택적 지지요청을 지적했다. 이어 총투표 연서명은 모두의 화장실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대한 정정 요구라고 주장했다.

 

모두의 화장실, 왜 필요할까?

 

회대알리는 28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 박한희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모두의 화장실 관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박한희 변호사는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 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여/성이론>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 화장실의 평등’이라는 학술저널을 등재했다.

 

 

박한희 변호사는 모두의 화장실은 트랜스젠더만을 위한 화장실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머리 짧은 여성들이나 머리 긴 남성들이 화장실에 들어갈 때 외적인 모습으로 불편한 일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장애인 활동 보조인, 노인과 돌봄 노동자, 가족 중 어린 자녀와 동행할 때 성별 분리 화장실만 있다면 불편하다는 이야기다.

 

"여자 선생님 좀 불러주시겠어요? 제 아내가 화장실이 급하다는데 제가 들어갈 수가 없어서 여자 선생님들께 부탁 좀 드릴게요”

 

-한국다양성연구소 2020 모두를 위한 화장실 온라인 토론회 中

 

실제로 올해 2월, 과천시장애인복지관에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되었다. 설치한 이유는 위와 같은 사례가 꾸준히 있어서다. 과천시장애인복지관에는 성별이 달라도 화장실에 들어가는 데에 문제가 없도록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했다.

 

 

박한희 변호사는 누군가가 현실적으로 경험하는 소수자들이 실제로 존재하는데, 불편함에서 벗어난 다수자가 합의를 해야 하는 문제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당연히 모든 화장실을 모두의 화장실로 바꾼다면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성공회대에서 추진하는 모두의 화장실은 한 공간에 관련된 문제다. 선택지가 충분히 있는데 그마저도 다수결의 투표로 부친다면 불편함을 겪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의 화장실에 관한 효율성 질문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수학적으로 연구된 것들이 있다고 답했다. 변기의 개수를 조율하더라도 여성과 남성의 화장실 이용시간이 달라 대기시간에 차이가 난다. 반면, 모두의 화장실의 경우 대기시간 짧다. 이용 효율만 따진다면 모두의 화장실이 오히려 지금 설치된 화장실보다 낫다는 것이다. 성별 분리에 따라 두 개의 공간을 나누는 것도 예산이 더  든다. 물론, 경제학적인 논리만으로 모두의 화장실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회대에서 모두의 화장실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적 있었는데 이번에 재추진을 하는 것에 대해 반갑게 생각한다며 화장실은 실제로 써보고 경험해봐야 그 필요성이 와닿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임 학생회 구성원이 바라보는 지금의 논란들

 

회대알리는 제32대 총학생회 ‘바다’에서 성중립 화장실 공약을 걸고 나왔던 부총학생회장 황도현(사회복지학과 14) 학우와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앞서 황도현 학우는 성중립 화장실 공약 추진 당시 직접적인 책임자가 아니어서 관련 인터뷰를 거절해왔지만 이번에는 비대위의 행보에 문제의식을 느껴 인터뷰를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당시 총학은 모두의 화장실TF 팀을 만들어 거리에서 부스를 열어 홍보하고 세미나, 공청회 등을 진행했다. 황도현 학우는 인권은 절대불가침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여 부총학생회장 활동 당시에도 인권은 좋음과 싫음의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학은 정치기구이기 때문에 인권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을 대표해 대중들의 요구를 수용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황도현 학우는 현 비대위가 어떻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체학생총회와 같은 총투표 이상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총학생회 사업의 정당성을 밝히기 위해서"라며 "학우들의 지지와 협조를 업고 학교와 협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제34대 총학생회 회장, 35대 비대위원장을 지냈던 여현주(사회과학부 15) 학우는 비대위의 대표성 논란에 관련해서 비대위라는 이름 하나로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하는 건 아쉽다고 입을 열었다. "대표성을 학생회인지 비대위인지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며 "비대위가 학우 분들의 투표로 선출되지는 않았지만 학우를 위한 정책, 목소리를 듣는 기구라면 학우 분들을 대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모두를 위한 논의가 되려면

 

올해 서울대학 기준 20곳 중 11곳이 총학생회 구성에 실패했다. 성공회대는 제31대, 33대, 35대를 거쳐 올해도 비대위 체제를 유지 중이다. 아래 사진에서는 전학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인 동아리연합회 부비상대책위원장을 시작으로 전공대표, 반대표 자리가 대거 비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총투표 연서명을 진행하고 있는 학우는 비대위가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당함을 강조했다. 학생들로하여금 충분히 숙의(熟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콘학부 B학우는 "지금 모두의 화장실과 비슷한 규모의 공사를 새천년관에서 진행중인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못하다"며 평소 학생사회에 무관심이 크다는 점을 역설했다.

 

여현주 학우는 아쉽게 투표율 미달이어서 투표로 선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 학생자치 선거 시스템에 대한 논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방의진 기자(qkd0412@naver.com)

취재=오은송, 방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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