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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의 화려한 변신, 재활용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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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썸머 굿즈 이벤트 진행”(파이낸셜뉴스)

일화, 복고 분위기 살린 ‘맥콜 레트로 에디션’ 한정판 출시(아시아경제)

티켓 사려 영화 본다…극장 이색 굿즈 인기(매일경제)

세빛섬, 환경을 생각한 굿즈 출시(데일리경제)

 

한 포털사이트에서 ‘굿즈 출시’를 키워드로 검색하자 노출된 기사들이다. 식품업계부터 주류업계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굿즈(무언가를 기념, 추억, 기억하기 위한 물품)를 제작하고 있다.

 

그 예로, 스타벅스의 경우 매년 ‘시즌 한정’의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에도 봄과 여름, 화이트데이와 삼일절 등 각 계절과 기념일을 맞아 텀블러를 출시했다. 스타벅스에서 텀블러가 출시될 때마다 텀블러 구매를 위한 줄서기 현상과 되팔기를 지적하는 기사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을 통해 굿즈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굿즈 열풍 속에서 한가지 되짚어볼 문제가 있다. 기업이 이벤트성으로 일 년에도 몇 번씩 출시하는 텀블러가 정말 친환경적인가 하는 것이다. 올해 스타벅스는 2025년 일회용 컵 사용 제로화 프로젝트를 선언하며 최근 소비자들에게 큰 각광받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영문 약자로, 이 세 가지를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 것)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각종 재질의 텀블러와 액세서리를 보면 스타벅스의 녹색 행보에 의문을 갖게 된다. 일례로, 올해 봄 스타벅스가 출시한 ‘SS 벚꽃길 처비돔 텀블러’의 경우 몸체는 스테인리스로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뚜껑에는 고무와 장식이 있어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친환경을 위한 텀블러를 구매하는 순간,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를 동시에 구매하는 셈이다.

 

“마케팅을 위해 예쁜 디자인을 추구하기에 실용성이나 내구성이 떨어집니다. 심지어는 소비 사이클을 빠르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들기도 하죠. 텀블러는 사용하지 않으면 친환경이 될 수 없습니다.”

 

성공회대학교 환경실천 어울림(교수학습센터 주관 자율학습공동체) ‘이지’는 텀블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텀블러가 마치 명품처럼 과시나 전시의 용도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지’는 교내 여섯 명의 학생이 모여 환경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공동체로, 텀블러를 이용해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얻거나 수집 및 전시의 용도로 구매하면서 친환경 측면과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텀블러의 특성상 고무,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 등 복합적 재질이 사용된다. 이에 인천녹색연합의 김지은 활동가는 회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텀블러는 재활용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제품 중 하나인데, 재질별로 분해해야 분리수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테인리스 텀블러같은 경우 고무나 부속품을 전부 제거했다는 가정하에 고철로 분리한다. 플라스틱 텀블러가 재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 “플라스틱에 색이 입혀진 경우, 혹은 플라스틱이 두세 겹으로 되어있고 그 사이에 그림이나 액체 등 다른 재질이 있으면 재활용이 가치가 떨어지거나 재활용 자체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지’ 역시 예쁜 텀블러를 생산하더라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단일 재질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텀블러 하나를 여러 번 써서 쓰레기가 덜 나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다만 텀블러를 구매하는 것이 바로 환경을 해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환경에 해를 가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김지은 활동가는 텀블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회사는 고무패킹같이 쉽게 닳는 부속품만 판매하기도 한다며 “단순한 구조나 단일재질의 텀블러를 사야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구성이 좋은 하나의 텀블러를 사서 오래 사용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라고 하였다.

 

올해부터 환경부는 ‘재활용 등급제’를 시행하여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의 네 단계로 나누고, 겉면에 표기하도록 하였으나 강제되지는 않았다. 김지은 활동가는 “이 등급제가 시행된다면 표식을 보고 재활용 정도를 따져보고 구매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이면 ‘OTHER’같이 복합적 재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이지’는 친환경 제품들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려면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화학약품을 많이 사용하는가?’, ‘유통과정이 긴가?’, ‘정말 재활용이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하여 ‘에코지능’을 키우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지’는 브리타 정수기를 예로 들었다. 30일에 한 번씩 필터를 갈아야 하는 브리타 정수기의 경우 필터 재활용이 불가하고 물통이 플라스틱이기에 완전히 친환경적이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정수기 필터를 재활용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모여 ‘알맹상점’에서는 브리타 필터 재활용 회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올해부터 브리타 코리아는 ‘플라스틱 폐필터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의 온라인 서명운동과 ‘브리타 어택 캠페인’의 결과다. 소비자로서 자신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민하게 알아야 한다는 ‘이지’의 주장대로 에코지능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굿즈를 출시하길 바라냐는 질문에 김지은 활동가는 “지속가능한 공급과 소비가 될 수 있도록 기업이 앞장서서 연구하고 실질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소비자들도 감시 중이니 기업도 진정성 있는 환경적 책임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기업의 자율적 책임을 강조했다.

 

기업들의 변화 측면에 대해 ‘이지’는 텀블러를 만드는 기업들은 다회용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고객들이 텀블러를 세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텀블러를 가져오지 않은 고객을 위해 공유 텀블러 시스템을 운영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혹은 공정무역이나 로컬푸드를 지향하는 것, 미세플라스틱에 주의하여 티백을 만드는 등의 방안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건 소비자들이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친환경적 행동을 할 수 있게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소비자들이 노력하고 선택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그래서 일단 친환경적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부터 기업에서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이지’가 언급한 공정무역은 최근 기업을 넘어 시나 도 차원의 캠페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하남시의 경우 공정무역 홍보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중이고, 화성시는 이미 공정무역 활동가를 배출하여 공정무역에 관한 인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과거엔 기업이 공정무역 커피나 초콜릿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이를 구매했다면, 현재에는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공정무역의 주체가 되며 패러다임의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회대알리는 ‘이지’에게 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상 속 친환경적 행동에 대해 물었다. ‘이지’는 새로운 두 개의 방안을 제시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환경실천을 업로드하기 시작하면서 함께하는 인원이 정말 많아졌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우리를 따라 환경실천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더 나아가 사람들과 환경을 주제로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즉, 친환경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그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무료로 나눠주는 제품이더라도 필요성을 따져보고 필요치 않다면 거절하고, 유행을 따라 소비하지 않는 태도인데 ‘이지’는 이를 ‘거절하기’라고 표현했다. 음식이든 물건이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친환경’, ‘녹색성장’이 기사 지면을 채우는 현재, 진정한 환경 보호란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시작은 국가 차원의 정책이나 제도의 변화처럼 거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작게는 텀블러가 재활용 불가한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똑똑한 발견은 기업과 국가를 변화하게 할 파도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9월에 발행된 회대알리 지면  <조명하다>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면을 읽으시려면 다음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issuu.com/univalli/docs/_vol.14_2021.9_

 

글=이수빈 기자(hongsulsb@gmail.com)

취재=김지수, 길시은, 신민철, 이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