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3 (일)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유가족과 함께하는 이태원 참사 간담회 개최...꾸준한 관심과 연대 호소

"밤마다 힘들어요. 아내가 밤마다 얘가 왜 안 들어오지?라는 말을 해요"
"아내는 심장이라는 장기가 하나 없어지고 저는 아리고 시린 장기가 하나 생겼어요"

 

한국외대⋅서울시립대⋅한국예술종합학교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 기획단이 지난 17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211호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외대⋅시립대⋅한예종 간담회'를 주최했다. 간담회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故이상은씨 아버지, 故유연주씨의 아버지와 故김의현씨의 누나가 참석했다.

 

지속 중인 유가족들의 싸움

 

故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성환씨는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행보에 대해 "국가가 응답을 하지 않는 상황 속 할 수 있는 게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뿐"이라며 "시민단체와 연대하고 국민청원의 힘을 빌려 국회에 발의하고 지금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故유연주씨의 아버지 유형구씨는 "둘째는 제 껌딱지"였다며 "가족들이 어떻게 버텨야 할지 고민했다"고 울먹였다. 이어 尹정부의 대응에 대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은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유씨는 "정부로부터 아이에 대한,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며 진상 규명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故김의현씨의 누나 김혜인씨도 "벽을 보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의 태도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김씨는 경찰 수사와 국정조사에 대해 "모든 수사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며 "의무를 다하지 못한 윗사람들의 책임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유가족에게 분향소란

 

이씨는 분향소에 대한 질문에 "치유의 공간이자 추모와 연대의 공간"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서울광장 불법 점유로 청구된 2,900만 원의 과태료에 대해 "(서울광장은) 시민의 공간이고 이곳에서 시민들이 같이 공감해주고 있다"며 "이런 분향소를 없애는 건 시민들과의 격리를 의미하고 잊히게 만드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유씨는 "'이름 없는 분향소, 영정 없는 분향소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어 분향소를 차린 것"이라며 "시체 팔이 등 입에도 담지 못할 욕도 들었다"고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는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묻으려고 한다"며 "이태원 참사가 잘 해결되어야 다음에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유가족들이 온전히 추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과의 연대와 응원이 우리 유가족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이라며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특별법과 진상 규명

 

특별법은 독립적 진상 규명 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이태원 참사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는 게 골자다. 발의된 법안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함으로써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씨는 특별법에 대해 "피해자의 권리를 담았다"며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고 진실을 규명할 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게 이루어져야만 재발방지가 당연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대, 그리고 청년들에게

 

유가족들은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씨는 청년들에게 "기억은 힘이 세다"며 "친구나 가족분들에게 전해주시고 기억하는 게 간단하지만 최고의 연대 방법"이라는 말을 전했다. 이어 유씨는 "여러분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참사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씨는 "선한 마음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연대와 봉사의 말을 남겼다.

 

 

이어 현장 질문이 이어졌다. '정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라는 질문에 김혜인씨는 "(이태원 참사를) 사고가 아니라 참사, 재난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예방할 수 있는데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라며 정부에 책임이 있음을 밝혔다. 또 "코로나 이전 이태원 핼러윈 행사 인파 수와 지난해 수는 10만 명대로 비슷했고, 이전에는 '압사'라는 단어를 명확히 기재한 재난 방지 보고서도 작성되었다"며 현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유가족의 심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당연히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제가 예전에는 종교가 없었는데, 이제는 동생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사후세계가 있어야 한다"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덧붙여 "제가 열심히 활동하는 이유는 동생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서 대신하는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은 이태원 참사 200일을 맞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공동 주관하고, 각 대학의 기획단과 대학 자치기구가 공동 주최하는 연속 간담회를 개최한다. 5월 15일 서울대를 시작으로 26일 성공회대까지 총 8번의 유가족 간담회가 진행 중이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김혜중 기자(khj9912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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