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6 (월)

대학알리

인권·동물권

[大事] “친구이자 가족같은 이들” 대한민국의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을 돕는 사람

난민 청소년의 역량 강화 사업을 위해 활동하는 대학생 김현빈씨
"난민들과 대화하다보면 제 친한 친구, 아버지 얼굴이 떠올라요"
관심과 이해, 애정 그리고 사랑을 통한 공감


[大事]는 '대학알리의 사람을 만나다'로, 대학청년사회에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을 만나 담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는 큰 일(大事)을 맡고 있는 이들의 삶을 담아냅니다. 기사 마지막에서 이번 이야기의 '대사'도 만나보세요.


저녁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8월의 어느 저녁, 공덕역 근처에서 김현빈씨를 만났다. 해가 떨어져 어두운 저녁에도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한 그는 '아시아평화를위한이주(Migration to Asia Peace, 이하 MAP)'에서 난민 청소년 역량 강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생 활동가다.

 

인터뷰 직전에도 난민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 면접을 보고 왔다던 그는 피곤한 내색 하나 없이 그가 한국에서 난민 지원 활동을 하며 겪은 기쁘고 슬픈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난민이 자신의 친구이자 아버지 그리고 동생이라고 말한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코이카 YP로 MAP에서 7개월 동안 난민 청소년 역량 강화 사업을 맡고 있는 대학생 김현빈입니다. 코이카 YP로서 MAP에서 활동하는 건 이번달까지지만, 다음달부터 자원활동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Q. MAP에서 어떠한 난민 청소년 역량 강화 사업을 맡고 계신지요?

 

난민 청소년 역량 강화 사업 중에서도 난민 청소년 및 청년 대상의 장학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착한 사마리아인 장학금'이라고 하여 착한 사마리아인의 집에서 난민분들이 양초를 팔아 얻은 수입을 후원 받고, 그 금액으로 직업 및 고등교육 등 난민분들이 필요한 분야에 지원하는 식이죠. 난민이 난민을 돕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홍보나 서류심사, 면접 등의 업무와, '사례관리'라고 하여 난민분들과 매주 1-2회 전화하고 장학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논의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어요. 단순 금액 지원이 아닌 앞으로의 로드맵을 같이 고민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장학생으로 선발되지 않더라도 면접을 보며 같이 논의하는 등 컨설팅도 겸하고 있네요.

 

Q. 현빈씨는 어떻게 난민 이슈에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말 그대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봉사동아리에서 제가 살던 지역에 있던 공단의 교회에서 봉사를 했어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거나 한국어 교육을 했죠. 그런데 그 분들이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라 난민 신분이시더라고요. 이때는 '난민'이라는 것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저 친구로서 편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다음해인 2018년에 제주 예멘 난민 사태가 터지면서 난민 이슈에 더 관심을 두게 됐어요. 당시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이 컸는데, 모든 난민이 악한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관련 컨퍼런스에도 나가며 난민 이슈에 관심을 쌓아왔죠.

 

대학을 입학한 후에는 역사를 전공하며 사회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특히 평소에 관심가져왔던 난민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치외교학을 이중전공하기도 했고, MAP에서의 인연으로 이어졌어요.

 

Q. 난민 지원 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나요?

 

저보다 2살 어린 대학생 친구를 만나 이야기했던 날이 있어요. 카페에서 만나 학업이랑 한국에서의 생활 확인차 이야기를 나눴죠. 이야기 중에 그 친구의 가정의 힘든 이야기를 꺼냈어요. 옆에서 얘기를 듣는데 이 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친구의 삶이 공감이 됐는데(울먹이며), 소설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공감이 되는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책이 눈 앞에 놓여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때부터 사람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됐어요. 이후로 나와 다른 이들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찾아보자, 좋아해보자 그리고 사랑해보자를 시작했죠.

 

 

Q. 그러한 일들을 겪으며 느끼는 점들이 궁금해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나요?

 

난민분들과 직접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이들이 피부색과 언어만 다른 친구, 내지 한국사람처럼 느껴져요. 어떨 때는 제 친한 친구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제 할아버지, 아버지 모습도 생각나요. 친구나 지인 등 가까운 이들의 얼굴이 자주 겹쳐보이거든요.

 

또 주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고 느껴요. 어떨 땐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한국 난민계의 동사무소이자 최전방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하며 난민분들께 도움을 주었을 때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난민에 대한 취업 제한에서 제도적인 한계를 많이 느껴요. 대부분 난민신청자거나 인도적 체류자 신분이신데, 이들은 취업 제한 대상자거든요. 그래서 단순 노무직에만 종사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난민 본인이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한국에서 증명하기 힘들기 때문에 취업길이 매우 좁다고 할 수 있어요.

 

2주 전 고려인 마을을 다녀오며 대표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는데 기억에 남더라고요. "고려인 친구가 서울 명문대를 가서 대학원을 졸업하더라도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핸드폰 가맹점을 연다" 그만큼 난민에 대한 취업길이 기술과 고학력을 갖고 있더라도 매우 좁다는 걸 의미해요. 이 때문에 몇몇 난민 청년들은 대학 진학을 단념하기도 해요. 대학에 간다고해서 삶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Q. 난민 지원 활동을 하기 전과 후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난민분들을 돕고 이야기를 나누며 어려운 소식들을 많이 듣기 때문에 신체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활동을 하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학업도, 삶의 목표도 뚜렷하지 않았는데 이들을 돕고 활동하며 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가면서 중심을 찾고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한국에 살고있는 난민과 외국인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서 가려져 있는 이들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한국도 더 잘 사는 나라, 그리고 한국인도 더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현빈씨에게 난민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친구이자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난민 2, 3세 등 어린 난민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난민 2, 3세대 즉 난민 신분인 부모님 아래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난민 친구들은 난민임을 드러내기 꺼려해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들에게는 난민 신분임을 밝히는 게 정체성 혼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류상 난민이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은 한국이니까요.

 

이런 친구들이 한국어를 굉장히 빨리 배워서 가족들 통역을 하기도 하는데, 어린 나이에 가정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어리지만 어른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게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난민 청소년들이 장학금을 받아 어디에 쓰고 싶냐고 물어보면 부모님 빚을 갚는데 쓰고 싶다고 많이 말하기도 해요.

 

Q. 난민 인식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 그리고 인식 개선을 위해 무엇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전에 난민분을 상담하기 위해 대표님과 함께 의정부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난민분과 이야기를 나눠야하는데, 술에 취한 한 아저씨가 계속 공격적으로 대화에 들어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저씨와 따로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가벼운 동네 이야기부터 난민 이야기까지 나눴는데, 아저씨가 난민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셨어요. "저거 다 이주 노동자들이고 그냥 다 돈 벌어서 자기 나라로 뜰 사람 아냐, 왜 도와줘?"

 

난민 이슈에 관심이 없거나,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해 익숙하지 않은 이들. 특히 중장년층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 말을 듣고 문득 들었어요. 이때 무엇보다 선주민들이 난민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인식 변화의 첫 걸음이라고 봐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난민 인권 옹호에 관심이 있고, 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난민분들, 나아가 외국인분들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생히 알고 싶으시다면 MAP에서 코이카 YP나 자원활동 등 여러 통로를 통해 난민을 돕는 동료로 함께 일하면 좋겠어요(웃음).

 

 

난민은 우리와 다른 이들이 아니라 그저 같은 인간, 그리고 우리의 친구이자 가족이 될 수 있다고 김현빈씨는 말했다. 그는 타인에 대한 관심, 애정, 그리고 사랑이 자신과 다른 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길이라 강조했다.

 

난민 청년, 청소년들을 도우며 행복과 에너지를 얻는 김현빈씨의 이야기를 통한 '대사'는 '나와 다른 이들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찾아보자, 좋아해보자 그리고 사랑해보자'이다.

 

다가오는 토요일(2024.08.24) 13시, 한국외국어대학교 모의국제연합 HIMUN 모의UN총회가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소재의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이주민 및 난민에 대한 국제적 차원에서의 논의' 총회는 MAP이 후원기관으로 함께하며, 난민에 대한 의미있는 논의를 나눌 수 있는 기회다.

 

아래의 사전 관람 신청을 통해 현장 관람객보다 우선으로 총회에 입장 가능하다. 총회 관람 인증 시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직인의 공인 참관증이 발급된다. 더불어 HIMUN 굿즈, 당일 럭키드로우를 통해 다양한 상품 당첨에 응모할 수 있다. 사전 관람 신청은 다가오는 21일 마감된다.

 

제48차 HIMUN 모의UN총회 사전 관람 접수 (google.com)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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