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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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민주주의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남은 쟁점은?

 

 

155분, 차가웠던 ‘서울의 밤’


지난 3일 22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1979년 10월 2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을 원인으로 발령된 16번째 비상계엄 이후 45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비상계엄령 선포 이유를 밝혔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육군참모총장 박안수 대장은 포고령 제1호를 발령하여 ▲ 국회, 지방 의회, 정당의 활동 및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정치 활동 금지 ▲ 언론 및 출판 통제 ▲ 파업, 태업, 집회 행위 금지 ▲ 전공의 등 모든 의료인의 본업 복귀 ▲ 포고령 위반자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 구금, 압수수색 가능 등을 고지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즉시 국회로 발걸음을 옮겼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모든 국회의원에게 국회로 집결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계엄군은 국회 본청 출입문을 봉쇄한 뒤 본청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내부로 진입했으나 국회 직원과 보좌진들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여 저지했고, 그 사이에 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인 국회의원 과반수(150명 이상)가 본회의장에 착석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결국 4일 오전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300명의 재적 국회의원 중 재석 190명, 찬성 190명 만장일치로 가결되었고, 이로써 비상계엄령은 선포 약 155분 만에 효력을 잃게 되었다. 국회의 결정에 따라 4시 30분경 대통령실에서는 계엄 해제를 발표하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 심의를 거쳐 전무후무한 대한민국의 21세기 비상계엄령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비상계엄은 종료되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이번 사태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인지,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에서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현재 쟁점이 될 만한 사항은 다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현재 상황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는가 (명분의 정당성)
2. 현재 시점이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때였는가 (시기의 적절성)
3.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하였는가 (절차의 적법성)

 

명분의 정당성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 내용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비상계엄 선포 사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국회의 탄핵소추 남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재 상황을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각종 장관 등 정부 관료 탄핵 및 탄핵 시도를 통해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회가 발의한 정부 관료 탄핵 소추는 총 22건, 여기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다수의 검사 및 이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포함된다. 특히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날인 12월 2일에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었고, 이르면 오늘 열릴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 감사원의 독립성 부정 ▲ 문재인 전 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 ▲ 현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부실 감사 ▲ 국정감사 자료 제출 거부 등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고,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감사원과 검찰을 탈취하겠다는 시도”라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역시 “특정 사건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처리 결과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탄핵을 소추한 것은 위법하고 부당한 정치 공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민주당의 무분별한 탄핵 남발을 지적했다.


두 번째는 예산 폭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에서 ▲ 재해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돌봄 지원수당 384억 원 ▲ 청년 일자리 예산 ▲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예산 등 총 4조 1천억 원을 삭감한 내용, 군 간부 처우 개선비에 제동을 건 내용 등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총 677조 4천억 원, 올해보다 4조 1천억 원이 줄었다. 대통령실·경찰·검찰 특수활동비은 전액 삭감이, 감사원 특수활동비 및 정부 프로젝트 예비비는 일부 감액이 이루어졌다.


헌법 제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할 수 없지만 감액은 정부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며, 예산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은 정부가 증·감액 심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기에 감액안을 의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감액안은 여야 합의 예산안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 의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고,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두 가지 실태가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과연 현재 상황이 헌법 제77조 1항에서 밝힌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 비상계엄은 총 13회로, 주요 발단 사건으로는 6.25 전쟁, 4.19 혁명,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 등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민생보다 정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 여야의 극한 대립 상황에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이 해결책으로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시기의 적절성


계엄법 제2조에서는 헌법 제77조 1항에서 계엄의 선포 사유로 제시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더욱 세분화하여 제시한다. 계엄법 제2조 1항에서는 계엄을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구분하며, 2항과 3항에서는 각각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계엄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계엄법 제2조 3항에 따르면 경비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결국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의 선포는 사회질서의 교란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 행정기관,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기관, 집행기관(경찰, 소방 등) 등으로 치안이 확보되는 수준 내에서는 헌법상 계엄을 선포해서는 안 된다.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수준에서는 경비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그러나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 혹은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만 선포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적과의 교전 상태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현재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는 긴급 대국민 담화 내용에서 반복적으로 “사법 업무 마비”, “행정부 마비”, “자유민주주의 체제 붕괴”, “체제 전복”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얼핏 적절한 조치로 보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현재 시점이 헌법 제77조 1항에 명시된 계엄을 선포할 만한 시기, 즉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여러 대내외적 상황들로 인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북한이나 기타 외부 세력의 군사적 침략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거나, 혹은 내부 집회 및 정치 활동 등으로 사회가 마비되어 경찰 및 소방 차원에서 통제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어떠한 사유에서든 간에 국민 대다수의 안녕이 보장되지 않거나, 사회 질서가 붕괴에 다다른 수준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계엄령, 심지어 국가비상사태에 선포되어야 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국민들은 뜻을 모으고 있다.


절차의 적법성


계엄법 제2조 5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무회의는 행정부가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으로, 기본적으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들로 구성된다. 국무회의에는 이외에도 대통령 및 국무총리 보좌기관(대통령비서실장, 국무조정실장 등), 서울특별시장, 기타 기관장(법원행정처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배석하며, 이외에도 국무회의 의장(일반적으로 대통령)이 필요를 인정한 중요 직위 공무원들을 배석할 수 있다.


국무회의 규정 제6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현재 국무회의의 기본 구성원은 대통령, 국무총리, 그리고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외한 부처 장관 18명으로 총 20명이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 선포 및 변경에 필요한 것은 국무회의의 ‘의결’이 아니라 ‘심의’이기 때문에 구성원 과반수인 11명 이상이 출석하여 국무회의가 개의되었다면, 반대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더라도 심의를 한 것으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 이전에 국무회의가 개최된 것으로 알려지고는 있으나 정확히 어떤 국무위원이 참석했는지, 누가 찬성 및 반대 의견을 개진했는지 등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후 조사를 통해 만약 적법한 국무회의가 개의되지 않았음이 밝혀진다면, 이번 비상계엄령은 선포부터 과정까지 모두 불법적 행위였다는 결론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다.


현재 국방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건의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계엄법 제2조 6항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경비계엄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따라서 김용현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상황은 적법하다고 볼 수 있으나, 김용현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계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김용현 장관은 지난 9월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대통령경호처장 공관을 방문하여 계엄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선동적인 말씀을 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선포 과정이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사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헌법 제77조 4항과 계엄법 제4조 1항에서 찾을 수 있다. 두 법안은 모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조항이자, 아무리 심각한 국가비상사태가 도래하더라도 하나의 권력체에 모든 국가 권력이 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기본 절차이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에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원식 의장은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이루어진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우원식 의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단순한 불법적 행위의 여지를 넘어선, 반헌법적 행위로 규정될 여지가 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적법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했거나, 우원식 국회의장의 주장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면 이번 비상계엄령은 애초부터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해당 내용 중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계엄령이 아닌 내란죄로 해석될 수 있다.


형법 제87조에서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 행위자로 규정한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할 수 있으며,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한 자, 혹은 중요 임무에 종사한 자 역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할 수 있다.


훼손된 민주주의 앞에서


국회의장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국회의원들을 국회로 집결시키고, 국회의원들이 계엄군에 의해 폐쇄된 국회 정문 대신 담장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고, 총을 든 계엄군을 국회 직원과 보좌관들이 맨몸으로 막아서고, 마치 영화 <서울의 봄>을 연상케 했던 12월 3일 비상계엄령은 결국 국회의 의결로 155분 만에 막을 내렸다.


비상계엄은 해제되었지만 그 여파는 만만치 않다. 국민은 물론이고 양당 국회의원, 심지어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제외한 모든 국무위원들은 사의를 표명했으며,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 역시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고, 이후 국무부 공식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CNN, AP 등 외신들은 연신 충격적이라는 기사를 쏟아냈고, 뉴욕 타임스는 “한미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상계엄발(發) 경제적 혼란도 이어졌다. 긴급 대국민 담화 이후 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한때 1430원을 돌파했다.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주식과 코인 시장은 더욱 심각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97% 내린 2,450.79포인트, 코스닥은 1.91% 내린 677.59포인트로 개장했고, 155분 만에 끝난 비상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1.44% 하락, 코스닥은 1.98%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순매도는 4천억 원을 넘겼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코인 가격은 1억 3,400만 원에서 한때 8,800만 원 선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물질적 훼손보다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설사 비상계엄의 명분이 정당했고, 시기가 적절했고, 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국회에 출입하는 국회의원을 저지하고, 계엄군이 국회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총기를 든 계엄군이 국회 직원들과 대치하는 모습을 감히 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전쟁에 돌입하지도 않았는데 국회와 지방 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이 계엄사의 통제를 받고,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포고령을 내린 국가를 감히 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은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대한민국 헌법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선량한 국민들에게 끼친 가장 큰 불편은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을 걱정과 혼란에 빠트린 선포 그 자체, 그리고 짧았던 ‘서울의 밤’이 가져올 앞으로의 피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탑을 쌓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탑을 무너트리는 데에는 한순간이면 충분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열두 글자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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