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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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가치청춘] 건축과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 ‘도시공감협동조합’

5명의 대학원 동기들이 힘을 합쳐 용산구 후암동에 낡은 집을 개조해 사무실을 차렸다고 한다. 이름은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무소’. 건축이라고 하면 흔히 큰 건물의 설계와 인테리어를 담당할 것만 같은데, 이들은 낡은 집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마을을 재생하는 도시재생사업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신들만의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는 그들의 이야기, 도시공감협동조합 이준형 실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도시공감협동조합 직원들, 좌측에서 3번째가 이준형 실장)

-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도시공감협동조합을 “도시의 공감을 꿈꾸며 건축과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함께 느끼고(共感), 함께 나누고(共有), 함께 나아가기(共進) 위한 협동조합”이라고 소개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페이스북에 나오는 내용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큰 지향점을 쓴 것이에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오래된 마을을 재생시키기 위해서 마을 단위 계획을 짜고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주로 서울시라던가 구청의 마을 단위 계획수립에 같이 참여한다든지, 부분적으로 지역의 물리적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건축을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고요, 리모델링과 건축 설계도 진행하고 있어요. 

- 어떻게 도시공감협동조합을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저희는 건축을 전공한 친구들이 모인 회사에요. 학번은 다들 다르지만 건축학과를 나왔고, 같은 대학원에서 연구실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이에요. 대학원 자체가 건물의 디자인이나 설계를 주로 연구하는 데가 아니라 마을이나 지역 차원에서 지역 재생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이었어요. 그 속에서도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5명이 뜻을 모아 2014년 11월 도시공감협동조합이 시작되었어요. 

- 협동조합 형태로 사업을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꼭 협동조합으로 해보자, 혹은 협동조합이 가지는 교유의 가치를 실현하자는 목적은 없었어요. 다들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들이었고, 우리가 배운 것을 실제로 현장에서 써먹고 싶다는 생각에 조직화된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막연하게 있던 차에 당시 서울시에서 협동조합 홍보를 많이 했었고, 누구 한 명이 책임을 지고 회사를 이끌어 나가기도 부담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협동조합 형태를 취하게 되었어요. 그 때는 협동조합 설립절차도 잘 몰랐고, 막연하게 뭔가 쉬운 것 같다 라는 생각도 있었죠.


(도시공감협동조합의 외부/내부 사진, 낡은 집을 개조하여 인테리어를 한 부분이 돋보인다)

- 실제로 협동조합을 운영해보니 어떠신가요?

다 공대출신이라 협동조합은커녕 법인, 개인사업자의 개념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또한 법무사나 세무사 없이 직접 운영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죠. 하지만 이런 문제는 협동조합이라서 생기는 문제라기보다는 법인 사업자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어려움인 것 같아요. 오히려 사람들이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좋게 봐주실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좀 더 공익적인 일을 한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주민들이나 공무원분들을 만날 때 친근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저희 스스로도 협동조합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도 들곤 해요. 반면 어떤 분들은 협동조합 하면 지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협동조합이라서 특별히 지원을 많이 받는다거나 그런 부분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아요.

- 작년에 카카오 같이가치와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함께 진행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도시공감협동조합에서는 ‘너는 모르고 나만 아는 후암동 이야기’라는 사업을 진행하셨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건축가들은 오래된 동네를 보면 잘 꾸미고 기록하고 했으면 좋겠다는 로망이 있어요. 사무실을 후암동으로 정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요. 동네에 오래된 집들이 많아서 그런 집들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었어요. 그러던 차에, 다음과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공모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됐다 싶어서 지원을 했죠. ‘너는 모르고 나만 아는 후암동 이야기’는 오래된 집에 대한 단순한 기록뿐만 아니라 집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에요. 이 사업을 하면서 자기 집에 애착을 갖고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분들에게 집 앞에는 메탈로 된 도면을 붙여 드리고, 집 안에는 그림으로 된 액자를 직접 선물해 드렸어요. 이런 이야기들이 쌓이면 하나의 가치가 되고 역사가 된다고 생각해요.  같이가치 사업은 작년에 끝났지만 자체적으로도 ‘후암가록’은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후암가록’에 선정된 집의 도면들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

- 올해 목표로 삼고 있는 다른 계획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후암가록’이 계속 되려면 살고 있는 주민이 신청을 해주셔야 되는데, 아직은 홍보가 부족한 면이 있어요.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 신청해서 뭐하냐 이런 인식도 있고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주민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잡지를 만들고, 그 속에 ‘후암가록’도 끼워 넣어서 홍보 효과를 높이려고 해요. 아직 잡지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1년에 4번 정도 해서 후암동 이야기, 맛집 소개, 주변에 활동하고 있는 단체 소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실을 예정이에요. 처음에는 도시공감협동조합 이야기 위주로 실리겠지만, 잡지가 좀 더 알려진다면 주변에 주민들이나 용산고등학교 학생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건축 전공한 사람들이 설계나 인테리어는 안하고 기록하고, 잡지 만들고 조금은 생소하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들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도시재생이라는 차원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건축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어요. 이렇게 건축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같이가치청춘’은 획일화된 삶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협동조합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이 콘텐츠는 <같이가치 with kakao>,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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