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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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기사 후속보도] 체험 회대 현장, 전동대회 고구마 농장! - 레인이 동아리가 될 수 없었던 이유들

[레인 기사 후속보도] 체험 회대 현장, 정동대회 고구마 농장! - 레인이 동아리가 될 수 없었던 이유들

지난 6월 7일 전동대회를 기점으로 성소수자모임 ‘레인’의 1학기 신규동아리 승격이 무산되었다. 이와 관련해 한 달 동안 교내가 들썩였고, 회대알리는 이와 관련된 소식을 ‘[알리가 알리줌] 레인 눈에서 비가 내린 이유는?’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한 바 있다. 회대알리는 레인 신규동아리 승격 과정에서 레인이 준비한 서류의 미비함을 지적했다.

Ⓒ [마리와 나, JTBC]

그러나 동시에 레인의 신규동아리 승격을 결정지은 6월 7일 재의결에서 나온 기권, 반대 사유 중에서는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 이외에 황당한 이유들도 많았다. 하나하나 다 짚어서 보다간 속 터져 죽을 수도 있으니 회대알리와 함께 문제가 되는 기권, 반대 사유의 여러 유형들을 살펴보며 어떤 면에서 우리를 당황하게 했는지 알아보자!

 

Ⓒ [낱말풀이. YTN]

유형 1. 5G랖 - 레인이 선택해야 할 사항들을 동아리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해 동아리로 승격에 찬성하지 않은 유형이다.

-명단을 낼 수 없다면 동아리보다 학교나 총학생회와 논의해 독립기구로 인정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으며 (중략) 퀴어 공간이 필요하다면 동아리보다는 독립기구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NUTEE

성소수자 모임 레인이 독립기구가 될지 동아리가 될지는 레인의 선택이다. 동아리 단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사항이 아니다. 내가 배가 고파서 라면을 먹겠다는데 ‘밥이 포만감이 더 좋으니 밥을 먹어야만 한다. 네가 라면 먹는 것은 하면 안 되는 일이야.’라며 불필요하게 강제하는 꼴이다. 조언은 될 수 있으나 선택을 강제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동아리가 언제부터 ‘꼭 동아리가 되어야만 하는 단위들의 모임’이었나? 더 원활한 단체 활동을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동아리 등록이 있는 것이지, 동아리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동아리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논리라면 누티는 미디어센터와 같은 독립기구가 될 수도 있는데 왜 동아리가 되어야만 하는가? 동아리가 누티라는 단위를 유지하기 위한 최고, 최상의 방법이어서 선택했다고 말하려는 것인가?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면 질의응답 시간에 레인에게 건의하지 반대사유로 드러내기엔 적절치 못한 항목이었다.

 

-인권과 성평등을 위한 동아리라면 폭넓은 활동이 이루어져야하는데- CCC

레인이 추구할 인권활동의 범위는 레인이 정하는 것이지, 남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동아리가 농구만 주제로 하던 축구만 주제로 하던 그건 스포츠동아리 마음이다.

 

Ⓒ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tv도쿄]

유형 2. 한 달 동안 전동대회에서 뭐하셨어요? - 레인 동아리 승격 논의는 한 달 동안 이루어졌다. 여러 차례의 발제와 질의응답, 동아리 간 논의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간 오해를 풀고 의견의 격차를 줄이고자 했을 때 필요한 시간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소할 수 있는 의문점을 해소하지 않거나, 한 달 내내 이야기하지 않다가 마지막 의결시간에 꺼낸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장애인 동아리, 이성애자 모임이 없듯 특정 사회 구성원의 모임은 소모임으로 충분하다. (중략) 정기모임의 내용이 특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면 단순 친목도모로 번질 수 있다.-CCC

이 대목을 읽으면서 고구마 삼킨 듯 답답해한 독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CCC는 대학생 기독교 신앙인 모임이다. 종교인 사회 구성원 모임이다. 종교 활동 동호회라는 성격은 소모임으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동아리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인가? 레인은 단순히 ‘성소수자’가 가입자격 조건인 특정 사회 구성원의 모임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성소수자 이슈에 관심 있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열린 단체이다. 이러한 성격이 소모임이면 충분하고 동아리는 될 필요 없는 성격이라는 것은 누가 정해놓은 규범인가? 레인이 단체의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동아리 승격이라는 방법을 택했다고 2주에 걸친 발제 시간동안 외쳤는데,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듣다가 표결에 들어와서 비논리적인 사유를 들이미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기모임의 내용이 특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면 단순 친목도모로 번질 수 있다.’ 대목은 회대알리에서 지적했던 레인 사업계획서의 부실함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기모임에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것은 레인 신규동아리 승인에 관해 단순히 투표하는 시간만 가졌었다면 기권사유로 나온다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레인 사건은 5월 10일부터 6월 7일까지 한 달 동안의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의문점이나 서류의 미비함에 대해서 서로 논의할 시간이 있었다는 변수가 있다. 친목도모의 우려가 있다면 한 달 동안의 논의기간 동안 질의응답 시간에 이야기를 꺼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야 했다. 그런 행동 없이 기권사유로 꺼낸다는 것은 CCC가 레인과 대화를 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전동대회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동대회 시간은 앉아서 멍 때리고 있으라고 만든 시간이 아니다. 한 달 동안 뭐하셨나?

 

-레인은 처음 승격안 부결 당시 성명서와 기사를 올렸는데, 성명서에서 레인측이 정보를 왜곡하고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써놓았다. 1차로 동아리연합회에 사과하고, 성명서를 내리고, 잘못 기술된 사실 관계를 정정한 뒤 서명자들에게 사과해야한다. 신문사에도 오보 정정이나 게시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서로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뒤 논의함이 옳다.- 일도

레인에게 요구할 것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레인에게 공식적으로 항의하거나 안건상정을 통해 전동대회에서 논의할 수 있었다. 일도는 이 문제를 공식적인 논의로 이끌어낼 충분한 시간과 권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뒤 마지막 표결에서 레인에게 ‘너네는 되게 무례한 행동을 했고 이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동아리가 될 수 없어.’라며 기권 표를 행사한 것이다. 이는 고의적으로 레인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행위이며 레인의 1학기 신규동아리 승격에 대한 입장을 바꿀 생각의 여지가 없었음을 드러낸다.

 

-대동제 부스 활동은 가능해도 전동대회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NUTEE

대동제 부스 활동과 전동대회 참석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동제 부스 활동은 레인 구성원 중에서 참여하고 싶은 사람만이 참여하면 되는 자율적인 활동이다. 간단하게 ‘커밍아웃’과 ‘아웃팅’ 중 ‘커밍아웃’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동대회 참석은 참여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얻기 때문에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나와야 하는 공간이다. ‘아웃팅’에 속하는 참여방법이기 때문에 레인 구성원의 전동대회 참석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엄연히 성격이 다른 활동인 것이다. 따라서 레인의 대동제 부스 참여와 전동대회 참석은 무관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 동아리 대표자라고 해서 젠더 담론에 대한 이해도가 충만하리란 보장은 없지 않나? 하지만 이해가 없다면 대화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는 있는 것이다. 누티는 이러한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 동아리 내부에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도, 인권위에 물어볼 수도, 레인에 물어볼 수도, 전동대회에서 물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방법은 많았으나 누티는 그 어떤 대화도 하지 않은 채, 이해하지 못한 채 반대표를 행사했다.

 

Ⓒ [jtbc 뉴스룸, jtbc]

유형 3. 할많하않(할 말은 많으나 하지 않겠다.) - 기권사유 중에는 아무런 이유도 적지 않은 채 기권표를 던진 동아리도 있었다. 알려주지 않으니 더 궁금해지는 법이다. 왜 기권했을까?

 

CSI: (사유를 제출하지 않았다)

CSI: (생략)반대사유나 기권사유를 적지 않으면 효력이 없는 건가요? 권고사항 아닌가요?”

정: 권고사항이 맞습니다.(후략) - 6월 7일 전동대회 속기록 10페이지

현재 학칙 상 기권 표는 사실상 반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CSI의 기권 표는 레인의 신규동아리승격을 막은 한 표가 되었으며,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것을 동연측이 권고했으나 아무 이유도 쓰지 않고 넘어갔다. 사유를 적자고 한 표결이지만 강제로 적게 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아주 능동적으로 행사한 케이스이다. 안 알려주니까 더더욱 궁금해진다. 알려주세요! CSI!!

 

유형 4. 공사 구분 좀 해주세요! - 레인이 신규동아리로 승격을 하지 못한 이유에는 동아리로써의 자격이 부족해서가 아닌 사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함께 살펴보자.

 

-또한 레인의 구성원 중 사람을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비난하고 폭력전과자, 성범죄자로 둔갑시키는, 악질적인 방법을 이용해 사람 하나를 자살 직전으로 몰고 가고 경찰, 학교에 자수했음에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사람이 보였다. 현 레인의 성명서, 공격적인 태도에 앞으로 레인이 어떤 것을 더 요구해오고 다른 사람을 고통에 잠기게 할 것인가 의문이다.- 일도

동아리라는 단체의 성격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쓰인 사유다. 레인 구성원 중 한 사람의 행위와 레인 동아리 승격의 문제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이것을 엮어서 동아리 승격에 기권 표를 행사하겠다는 것은 ‘일도는 동아리 관련 문제를 개인 구성원의 행위와 등치시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동아리 구성원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가 속한 동아리를 같이 처벌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다. 이 얼마나 비논리적인 발상인가? 여러분은 동아리 승격과 구성원간 분쟁을 분리해서 보지 못하는 동아리의 의견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 반대, 기권사유의 일부를 살펴보며 사유들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약하면

1. 동아리가 레인에게 개입해야 할 부분과 개입하지 않아야할 부분을 구분하지 못했으며

2. 구성원의 행위와 공동체의 행위를 구분하지 못 했고

3. 갈등지점을 해소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로 표결에 임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레인 신규동아리 승인 관련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소극적이고 부족했던 동아리 대표자들의 논의 참여이다. 대표자들은 타 단체의 동아리 승격여부를 결정하는 단위로서, 서로 간 긴밀한 의사소통과 문제점에 대한 대안 모색을 할 책임이 있다. 더욱이 대표자들은 충분한 권한과 시간, 기회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레인의 행위에 분노, 혹은 두려움을 느껴 논의에 소극적으로 참여했고, 가지고 있는 의문점이나 의견을 제시해 그것들을 레인 신규동아리 승인 논의기간 동안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동아리 대표자들은 그들의 행동이 가지는 무게와 책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이와 같은 문제점들은 근본적으로 신규동아리의 승인이 기존 동아리들의 주관적 표결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에서 비롯되었다.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음 후속기사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할 테니 기대하고 있으시라!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기사를 보고 있는 독자들은 반대, 기권사유들을 회대알리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며, 기사의 분석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회대알리에게 다가와 이야기해 달라. 논쟁은 환영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안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에 대해 충분히 생각을 표출하고 의논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바로 그 시간이 각자가 느끼고 있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만일 레인이 2학기에 다시 신규동아리 승격 요청을 한다고 해도, 그때까지 아무런 추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회대알리는 지금보다 더 발전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 다음 후속보도에서 다시 만나요! 안녕~

 

 

qkrtkdgur972@naver.com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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