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미래가 보여>
신점 편
우리는 가끔씩, 아니 어쩌면 너무 많은 힘든 일에 치이고 상처받고 살아가고 있다. 내 노력이 무시당하고 노력한 만큼 마땅한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내 인생을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아니라면 태어났을 때부터 이런 사주팔자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 운명이었는지. 나조차도 나를 알 수 없고 답답한 순간들이 내 목을 죄여올 때가 있다. 그러다 문득, 신 내림을 받은 사람이 TV에 나와 연예인들의 미래를 알아맞히는 장면을 볼 때면, 너무나 신기해서, ‘나도 점 보러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도 나를 알 수 없는데 그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미래를 본다니. 내 인생이 너무나 비참하던, 답답하던 이 순간에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이라도 털어놓고 싶은 곳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초록색 검색 창에 자판을 친다. ‘춘천 용한 점집’, ‘유명한 점집’.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친한 언니와 같이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니 보이는 0000보살 간판. 왠지 모르게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서 언니와 온갖 호들갑을 떨며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강한 기운에 기선제압을 당해버렸다. 언니가 먼저 신점을 보러 들어갔고 50분쯤 뒤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와 나에게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사실 엄청나게 떨렸지만 용감한 표정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보살님께서 나에게 태어난 날을 물었다. 그는 아무나 해석할 수 없을 것 같은 신기한 책을 펼쳐 자세하게 보더니 갑자기 하시는 말씀. “학교는 언제 다시 가려고?” 소름이 돋았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휴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화를 이어가다, 또 보살님께서 물으셨다. “할머니 돌아가셨니?” 이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보살님은 나에게 무심하게 휴지를 건넸다.
대화를 계속 이어가다 누구든 가장 궁금해하는 나의 ‘미래’에 대해 여쭤보았다. “혹시 제가 하고 싶은 분야를 앞으로 계속해도 될까요?” 보살님은 말씀하셨다. “너 지금 하고 있는 게 너한테 딱이야.” 하시며 그 이유에 대해서 계속 설명해주셨다. 속으로 ‘아, 나는 기자가 천직인 듯.’ 하며 미소를 지었다. 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간, 쓸개까진 아니더라도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도와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나의 성격을 보살님께서 꿰뚫어보셨는지, 이런 성격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다.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남들이 힘들다고 하면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넘겨야 돼. 안 그러면 너한테 엄청난 해가 올 수 있어." 이 말을 듣자마자 너무나 많은 공감이 됐다. 사실 대가를 바라고 도움을 주면 안 되지만 내가 도움을 준만큼 고마움이나 보답을 표현해준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다.
점을 보고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점집에 같이 갔던 언니에게 혹시 내가 휴학한 사실을 보살님께 이야기 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언니 혹시 저 휴학한 거 말했어요?” 언니는 말했다. “엥? 아니? 말 안했는데?” 또 한 번 닭살이 돋으며 내 슬럼프의 탈출구로 신점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상기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출처 ©영화 '만신' 캡쳐
사실 점을 보는 행위에 대해 100% 신뢰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보살님은 용한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로 너무 잘 맞아떨어졌고 계속 소름의 연속이었으니까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삶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사기가 충전되고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나에겐 터닝 포인트로 삼을 만한 일이다. 내 삶에 더욱 애착도 생겼다. 하지만 점을 보러 간다고 하면 다들 이런 말을 한다. “좋은 건 귀담아듣고, 나쁜 건 그냥 흘려들어.” 나는 이 말을 ‘좋은 건 귀담아들으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고, 나쁜 것을 흘려들으라는 말은 자신의 삶을 불안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글은 독자들에게 신점을 추천하는 글도 아니고 맹신하라는 글도 아니다. 신점은 샤머니즘의 일환이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도 없다. 그러므로 신점을 보는 것 자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되고, 단순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것에서 끝내야 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결국 선택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내가 치러야 한다. 누가 뭐래도 인생의 주체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