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1 (수)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교 원어강의 = Global leader로의 지름길? 비어문계열의 영어강의 진단

최근 대학가에 교육 분야 개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외국어대학은 현재 외국인 전임교원을 30% 이상, 원어강의 비율을 35%로 유지하고 있다. 학교 측에서 원어강의를 점점 늘리는 목적은 대학평가의 국제화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내기 위함이다. 이러한 전략의 성공으로 한국외대는 현재 높은 국제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국인 전임교원 30%와 원어강의 35%의 비율이 학생들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1. 배움의 효율성

영어도 딱히, 전공 공부도 딱히

영어강의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영어강의의 가장 큰 전제는 교수는 영어로 전공 지식을 전달할 능력이 되고, 학생은 그것을 영어로 습득할 능력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교수의 영어강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이 대다수다. 교수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원어민이 아니라면 모국어에 비해 효율적으로 강의내용을 전달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이 크게 문제를 삼는 것은 발음의 부정확성에서 오는 이해력 부족과 그에 따른 집중력 저하이다. 언론정보학을 원어로 공부하는 J씨(21,여)은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는 교수님의 수업의 경우 교수님의 해외경험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교수님은 수업을 이끌어가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언어 구사력의 문제로 설명의 깊이가 얕아지는 것 같다.이 때문에 수업의 수준 자체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의 영어강의실력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과연 학생들은 국제경쟁력 강화에 필수인 영어실력을 얻어갈 수 있을까? 앞서 인터뷰한 J씨는 “과연 일주일에 한번 영어 수업을 듣고, 영어로 과제나 팀플을 하는 게 학생의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결국 국내파 학생들에게는 영어향상의 기회보다는 영어실력 격차에 따른 스트레스만 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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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학생의 영어 실력의 문제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전공지식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문제도 나타난다. 영어실력의 문제를 떠나서, 전공 공부를 제대로 배우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L씨(26살,남)는 “경영학을 3년째 배우고 있는데, 영어강의를 하시는 교수님들은 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 교수님이라 해도 우리나라 실정을 모르니 아무래도 한국어수업보다 많이 얻어간다는 느낌이 없다. 한국인 교수님들은 그래도 구체적으로 한국의 기업들을 예시로 들면서 이해가 잘 가게 설명해주시는데, 외국인 교수님들이 아는 한국 기업이라고는 삼성, 현대가 전부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행정학을 공부하는 C씨(21살,여) 또한 “행정학개론과 정책학개론의 경우 우리말로 공부해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개념들이 많은데, 영어로 수업을 들으니 강의 내용을 60%도 못 알아들은 느낌이었다.”라고 지적했다.

# 외국인학생들이 본 원어강의 1

"Most Korean professors whose classes I used to drop on the third week, seem to be challenged with teaching Korean students in English. So, sometimes foreigners were asked if teaching in Korean is okay for them. And looking at this huge crowd of Korean students, you have to say that it is okay."

- k국가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a씨 (22,여,이중경영)

#2. 원어강의의 실용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그렇다면 영어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실제로 학교 밖으로 나갔을 때, 영어강의의 도움을 받았는지 알아보았다. 현재 영자신문사와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고 있는 P씨(남)과 J씨(여,국제학과)은 실제로 필드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취업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공업 대기업에 근무하는 K(남)씨는 "학교 수업 들었을 때는 영어 원서 겨우 읽고, 영어발표와 과제하느라 힘들었는데 막상 취업 시 필요한 영어는 수치화된 점수이고, 또 회사에 오니 법무팀이나 해외영업팀이 아니면 영어 쓸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학교 측의 입장은?

그렇다면 학교는 영어강의의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를 하는 한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도 영어강의가 달갑지는 않지만 대학평가를 고려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행한다. 교수들도 자신의 수업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될까 고민하지만, 지금은 티칭 공급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정해진 조건 하에 겨우 짜맞추는 중"이라고 밝혔다.

"뛰어난 교원들을 초빙하기에는 외대의 재정적 지원에 한정이 있다.또한 교수 임용에 원어강의 능력도 고려가 되지만, 실질적 기준은 자기연구분야의 연구실적이나 권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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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학교 측은 주어진 재정적 지원 하에 최선을 다하는 상태이지만, 아직은 원어강의가 도입된 지 10년도 안된 과도기이기 때문에 외부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2013년도 한국외대 자체진단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육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전임교원뿐만 아니라 모든 비전임교원에게도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중략) 연구 인센티브를 지급함. 교수의 교수역량 강화를 위해 교수법 워크숍, 외국인교원 한국어특강, 영어강의 및 원어강의 특강 등을 제공함. 외국인 전임교원 교내 생활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학회활동 지원, HUFS 강의상 시상, 국내외학술논문 게재 지원 등을 제공함. "라고 나와 있다.

# 외국인학생들이 본 원어강의 2

"Because it is relative new thing in business administration school, not all professors speak fluently in English. Sometimes it seems like most of professors have been forced to appropriate school policy, or, maybe, they just do it because of higher salary. Anyway, it is ineffective for my education because 95% of class is in Korean. (Most of all Korean students take English courses because of absolute grade even they don’t know English. And professor has to explain everything in Korean since the majority of class don’t speak in English) It means that I can understand only 5% and I do other 95% of study by myself. I can understand Korean students but it is very unfair to foreign students. Anyway, it is still better for me to take such classes. Because in Korean classes, I could understand nothing.

-R국가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N씨 (22,여)

그러나 학교 측의 이러한 행정적 지원은 원어강의의 질적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모두가 영어강의 수를 늘리는 상황에 영어강의를 폐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영어 티칭의 역량을 전제 하에 충분히 전공과목 지식을 얻어가는 것이다. 여기에 영어실력까지 얻어 가면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현재 외대의 한정된 재정적 지원으로는 이러한 학생들의 요구를 맞춰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정된 인풋으로 최대의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앞서 인터뷰한 학교 관계자는 "현재 영어강의에서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만 참여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침묵을 지키는, '모두가 민망한' 분위기는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 제도 자체가 입을 떼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막상 학생들은 영어로 참여할 수 있는 '포텐'이 있는데 이를 터뜨리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좋은 방법은 계속 해서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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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교수가 학생들의 '포텐'을 터뜨리도록 하면서 영어강의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학생들이 있다. 회계를 가르치는 L 교수의 수업의 경우, "원어민같은 영어실력은 아니지만, 회계 안의 논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토론을 통해 활발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 또 학생들로 하여금 논리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주신다."는 평이 있다. 경영학의 또 다른 K 교수의 수업에서는 "비록 한국어를 못하시지만 계속 해서 학생들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가게끔 해서 최대한의 소통을 끌어내려고 하신다."는 평이 있다.

결국 교수와 학생이 서로 영어강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교수의 좋은 컨텐츠, 영어 실력, 참여유도 노력과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의지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두가 쉽게 가는 법만 생각하여 제대로 배우는 것 없이 절대평가 방식을 통한 좋은 학점과 대학평가에서의 높은 국제화 지수를 받아가는 왜곡된 상황을 유지할 것인지, 특성화된 교육으로 Global Leader 배출에 힘쓸 것인지는 학교/교수/학생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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