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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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인의 명절 나기

알리인의 명절 나기

아 명 절나 기좋다 ^^

 알리 기자들은 명절 나기 좋다며 외칩니다. "아 명 절나 기 좋다!" 그게 정말 좋아서인지, 반어법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알리 기자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추석을 보내고 있습니다. 분량도, 어투도 모두 명절나기의 일부겠지요. 이게 다 추석 탓입니다.

 

1. 삼위일체
 셋이 하나 되면 셋이어야 되는데, 하나만도 못하다. 왜 밀가루, 계란, 동태를 합쳐야 될까. 따로 먹으면 맛있는 걸 왜 굳이. 명절날 마주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 날씨 좋은, 쉬는 날에, 당신의 고나리질을. 전 좀 더 가져와라, 학교는 잘 다니니, 취업은 어떻게 할 거니.
 사업은 잘 되시나요, 집 파신다면서요, 조카한테 이상한 것 좀 시키지마세요.
 이 말을 삼킨다. 언젠가 청학동 전집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뒤집개로 사람을 혼낼 수 있단다. 그 때 배워올 걸, 나는 왜 전 부치기를 배워서. 하지만 내가 안 부치면 누군가는 부쳐야 한다.
 조상님도 피자를 좋아하시지 않을까? 우리집 어르신들은 대대로 단짠단짠을 좋아하셨단다. 그러면 고르곤졸라 피자 드시면 안 될까?
 이 얘기를 했더니 다들 웃는다. 웃으라고 한 얘기 아니라고. 당신들 들으라고 한 얘기라고. 피자 시켜 먹어. 나 시켜 먹을거면 돈 좀 줘.

 

2. 추석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꼭 추석이라고 의미를 둔건 아니지만 
 엄마와 홍대로 갔다. 오붓하게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알리 친구들과 고민했던 옷을 엄마에게 물어봤다. 상의 끝에 사고 싶었던 상의를 샀다. 알리 친구들과 쇼핑할땐 서로 괜찮다하면서도 뭔가 확신이 안 섰던 웃픈 일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옷 보는 안목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방탈출을 했다. 추석이 만들어준 자리라고 할까. 부모님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협동을 하며, 게임을 즐겼다. 기록이 평소보다 더 잘나와서 즐겁게 탈출했다. 보름달처럼 꽉 찬 하루였다.

 

3. 추석은 따뜻한 날이다?
 추석은 따뜻한 날이다.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도 묻고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좋은 기회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에브리타임에는 추석을 맞아 평화로운 소소한 모습들이 전시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과 같은 추석을 보내고 있지 않다. 친척은 커녕 가족과도 유대감을 상실한 내게 추석은 너무 슬픈 날이다. 몇 없는 친구들마저도 시골에 가 만날 수 없고, 우울함을 달래는 방법인 폭식도 음식점이 문을 닫아 불가능하다. 외로움도 우울함도 달랠 수 없는 나는 불구인 상태로 연휴를 견뎌야 한다. 이번 추석엔 환청과 공황장애까지는 겪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땐 훈훈한 글을 쓰려고 했다. 한 줄을 쓰고, 그것은 불가능함을 느꼈다. 행복에도 총량이 있어서 타인이 더 행복한 만큼 나는 더 불행한가보다. 다음 생엔 따듯한 가정에서 태어나야지. 소소한 행복을 전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야지.

 

4. 가족, 가족 울부짖는 세상을 벗어나
 가족, 가족 울부짖는 세상을 벗어나 좋은 사람과 좋은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내 느낌과 감정을, 공감하고 공유해주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큼 마음이 꽉 차는 일이 또 있을까. 비록 5일 중 2일은 출근해야 하는 슬픈 삶이지만, 단 하루의 기억으로 한동안은 마음이 따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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