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2학기 종강을 앞두고, 외대알리는 임기를 마무리하는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임태성 비상대책위원장과 고경화 비상대책부위원장을 지난 12월 6일에 만났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던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느꼈던 소감과 공약 이행 내용, 그리고 학우분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어봤습니다.
고경화 부비대위장(좌), 임태성 비대위장(우) (사진 = 외대알리)
기자: 임기가 끝나가는데, 1년 동안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끈 소감 한마디 해주세요.
임태성 비대위장(이하 임): 연이 닿아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기를 수행했는데, 학우들에게 좀 더 노력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하고 싶었던 한해인 것 같아요. 제가 구상했던 것에 비해 많은 결과를 이뤄내지는 못해 아쉽지만, 그럼에도 한 해 동안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고경화 부비대위장(이하 고): 저는 사실 학교에 큰 관심이 있던 사람은 아니었는데(웃음).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사실 저희가 시작할 때부터 서로 의견이 충돌했던 점이 있었는데, 그래도 배운 것도 많았고 좋은 사람들 많이 알게 돼서 고마웠던 한해인 것 같아요.
기자: 1년 동안 운영하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임: 완벽하게 끝냈다고 생각하는 건 단 하나도 없어요. 다만 기숙사 사생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생회 학칙을 개정한 점. 그리고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졸업준비위원회를 해체하고 해당 업무를 총학생회 담당으로 가져온 점도 있는데, 총학생회가 직접 졸업준비를 담당하는 것이 진정한 자치권 확립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총학생회칙 개정을 비록 마무리 짓지는 못했지만 초안은 만들었는데,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자치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작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고: 저는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와 소통의 창구를 열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사실 총학생회는 학생 자치를 대표하는 것이고 일반 학우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위치인데,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가 오히려 대립하면 서로 피해만 입잖아요. 그런 면에서 상호 간에 소통의 창구를 열었다는 건 큰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반대로 1년 동안 좀 부족하거나, 아쉬웠던 점은 뭐가 있을까요.
임: 올해 학생회는 정말 욕을 많이 먹었던 학생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고 비대위 체제로 출범한 후 구성원들이랑 처음 총학생회실을 왔을 때 첫 느낌은, “아 허허벌판이구나”. 인수인계받은 내용이 거의 없었어요. 다행히 제가 15년도에 총학생회 간부를 해서 당시 학생회 간부들에게 자료를 받았지만, 정말 무지의 상태에서 저희의 경험에 의해서만 일을 하다 보니 불협화음이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행사 진행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점이 그랬습니다. 행사는 저희가 잘못하면 곧바로 학생들의 평가로 나오거든요. 또 정책 실행 같은 경우도 과거 학생회들의 자료가 있었다면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쓰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학생들이 더 이상 학생회의 존재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학생회는 정말 학생들을 위해서 필요한 존재인데 관심이 부족해요. 물론 필요한 부분은 질책도 해야 하지만 그에 반해서 지지는 부족했다고 할까요. 이렇게 되니 학생회 간부 지원율도 떨어지고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 친구들도 스펙이라는 굴레 하에 숨어버리는 거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고: 체전을 비롯해서 동아리, 학과들이랑 알게 모르게 충돌이 많이 빚어졌죠.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여러 부처들과 안 맞았던 것도 있고, 학교 시스템이 저희가 생각했던 거랑 다른 것도 있었어요. 또 하나는 정책을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딜레마가 아닐까 싶은데, 정책을 시행했을 때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게 좀 씁쓸하고 아쉽습니다. 물론 어떤 정책도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지만 그래도 다수의 학생들이 원하는 정책을 진행했다고 생각했거든요. 대표적으로 도서관 게이트 설치한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욕 많이 먹었어요. 고학번들 입장에서는 학생증을 잘 들고 다니지 않고 모바일 학생증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이 좀 아쉽게 느껴집니다.
기자: ‘10대 교육환경개선안’과 관련해서 이야기해보죠. 먼저 학사행정 제도에서, 총장선출권에 대한 진행상황이 궁금합니다.
임: 지금 학교의 고위층은, 학생이 기득권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해요. 그런데 총장도 그렇지만 실무진들의 태도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장선출권을 확립하려면 결국 법인을 설득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모든 것을 김인철 총장만 책임질 게 아니라 관련 실무진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냥 묵묵부답으로 있는 거죠. 지금 노조에서 총장선출제도에 대한 가안을 만들어 놓긴 했습니다. 서울대, 이화여대 등 타 대학 사례를 참고해 교수만 투표하는 게 아니라 교수, 학생, 직원의 투표 비율을 나눠서 모든 학내 주체가 총장 선출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하지만 교수들 입장에서는 (총장선출권이 바뀌면) 자신들에게 돌아올 이익이 많이 줄어드는 만큼 드러나지 않게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지금 노조지부장이 곧 임기가 끝나서 당장 드라이브를 걸기가 어려워요. 내년으로 넘겨야 하는 상황인데, 노조에서 총장선출권에 대한 플랜이 있다는 것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기자: 학사제도개선협의회도 진행되고 있는데, 재수강 횟수 제한 완화와 어문계열 절대평가가 핵심입니다. 어느 정도 진행됐고 학교의 생각은 어떤 지 궁금합니다.
임: (한숨 쉬면서) 저랑 안중헌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전병수 서울캠퍼스 부학생회장, 고경화 부비대위장까지 첫 회의 딱 들어갔을 때 느낌은 “아….” 이거였어요. 첫 회의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없습니다. 물론 위원회의 장기적인 진행을 위해 회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잡는 것도 중요한 만큼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첫날 어문계열 절대평가, 재수강 횟수 제한 완화에 대해 아예 언급 자체를 못했어요. 학생들이 불만이 있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다음 회의 때 이거에 대해서 심도 깊게 논의를 하자. 왜냐하면 교무처장이나 학생처장이나 이거에 대해서 데이터를 정확히 갖고 있지 않다”. 저희는 자료를 엄청 준비해서 갔는데 말이죠. 일단 두 개 사안을 한꺼번에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어학강의 절대평가’에 대해서 먼저 심도 깊게 논의할 예정입니다. 어학강의는 우리 학교의 정체성이기도 하고, 외대는 어문계열 특성화 대학인데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상대평가를 적용하면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죠. 따라서 이런 내용들에 대한 자료 조사를 중점적으로 했고, 차기 총학생회에 넘겨줄 생각입니다. 저희가 못한 부분을 내년 총학생회가 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서울캠퍼스의 경우 2학기를 앞두고 생리공결제 전산화를 진행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정책을 철회했는데, 그래도 여기에 대한 개선은 분명 필요합니다. 후속 대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 전산화에 대해서는 우려했던 부분에 대한 해소만 된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할 만해요. 저희가 계획한 것은 전산화 도입을 하려면 생리공결제를 포함한 모든 유고 결시 내용을 전산화에 넣어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고 결시 내에 (하나의 항목으로) 생리공결이 들어가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김인경 사태를 비롯한 유고 결석계 오, 남용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한번 입력하면 교수가 직접 바꿔야 하기 때문인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교수들의 동의입니다. 연세가 있으신 교수님들 중에는 출석부를 들고 다니시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또 한 가지는 학생들이 염려하는 ‘생리주기’ 입력에 대한 문제입니다. 당연히 생체정보를 기입하지 않되 편안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면 전산화를 하지 않고 현행 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기자: 승차장 편의시설 개방은 성공적인 공약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이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합니다.
고: 총학생회장 당선자인 한준혁 학우가 정책소통국장 시절에 정말 지속적으로 총괄지원팀에 방문했습니다. 가건물에서 음식을 판매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말 학생들이 쉴 공간으로만 쓰게 해 줄 수는 없는지 계속 요청을 했습니다.
임: 승차장 개방이 가능했던 것에는 정책국장도 노력했지만 총괄지원팀장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총괄지원팀장님이 작년까지 총장 비서실장을 하시다가 올해 다시 돌아오셨는데, 힘을 많이 실어 주셨습니다. 예전에는 저희가 요청하면 “용인시에서 벌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식으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어요. 하지만 팀장님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학생들이 필요하다면 우선적으로 시행을 하고, 벌금이 나오면 학교에서 논의할 일이지 우리가 학생들의 편의시설까지 못하게 할 이유는 없다”라고 하시면서 원활한 소통이 이어졌고, 그래서 승차장 개방이 이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설 개선에 들어간 예산은 벽지 교체 등 인테리어 관련 작업과 냉난방 시설에 총 880만원 정도 들었고, 그 외에 소파 같은 가구들은 학교에서 활용하던 것들을 가져온 것이었고요. 지출은 적었지만 학생들의 편의는 보장됐던 공약인 것 같습니다.
기자: 나라사랑 원격강좌와 관련해서 지난 2학기 정기총회 당시 “글로벌캠퍼스 학사종합지원센터는 준비가 됐는데, 서울캠퍼스와 조율이 되지 않아서 안됐다” 이렇게 발표를 했었는데, 학교 쪽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실현 가능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임: 글로벌캠퍼스가 준비됐다고 말씀드렸던 건, 일단 군 원격 강좌이다 보니까 실무 담당자가 국방부에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해요. 그래서 실제로 학종지 담당 선생님이 용산 국방부에 가셔서 교육을 받으셨고 학교에서도 강좌 구축에 대한 절차를 다 밟았습니다. 문제는 예산이죠. 강의를 개설해야 하는데, 지금 학교에서 활용되는 사이버 강의들은 5년 이상 묵은 수업들입니다. 또 전공은 포함할 수 없고 교양 위주로 해야 하는데, 처음 구축할 때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 많이 필요한 시점에서 한정된 예산으로는 진행이 어렵죠. 학교에서 나라사랑 원격강좌 관련해서 실무자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 올해 6월이었어요. 이미 올해 예산안이 잡혀 있고 추경안을 편성할 수 도 없는 상황이라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총학생회장단이 대학평의원회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의견을 피력해서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기자: 도서관 출입 시스템 설치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학생들의 반응이 어떤지, 그리고 앞으로 다른 건물에도 출입 시스템의 설치가 지속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학우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여학우분들이 정말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 주셨는데, 화장실도 그렇고 도서관이 많이 낙후되어 있잖아요. 따라서 학생들이 불안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이 많았고 보람을 느꼈어요.
고: 그리고 짐을 놓고 다니기도 편해졌고, 중학생들이나 어르신들처럼 외부인들이 많이 줄었다는 반응도 나왔고요. 그래서 다른 건물에 대해서도 저희가 설치를 진행하자고 (학교 측에) 이야기를 했는데, 당장은 돈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 출입구도 거의 7~8천만원의 예산이 들어갔으니까요.
임: 교내 건물 출입구 설치에 대해 해당 부서에서는 ‘예산 과다 소요’, ‘학생들 사용에 불편할 것’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또 학생증 도용 같은 문제도 있어 일단 잠정적으로 보류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많은 대학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안이기에 확대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매 시험기간마다 건물 출입시간 연장을 학교에 요청해야 하는데, 모든 건물에 출입 게이트가 설치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모든 건물을 24시간 개방할 명분이 생기는 거죠. 돈은 많이 들지만, 학생들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거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10대 교육환경개선안 중 지속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안은 어떤 것입니까?
임: 10가지 다 중요한 안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적평가는 그동안 망가졌던 제도를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이고, 열악한 통학환경은 글로벌캠퍼스의 고질병인데 저희가 단순히 신규 노선 확충만 요청했던 것은 아닙니다. 용인경전철 연장을 위해 용인시에 여러 번 민원을 넣었지만 단기간에 확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요. 그래서 비교적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광역버스 신규 노선 확충이었습니다. 셔틀버스는 학교 예산 문제 때문에 늘리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경우에는 공과대학이 대부분 IT 계열이고, 판교에 관련 스타트업들이 많기에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공약을 진행하면서 충돌했던 부분은, 공학계열, 자연과학계열과 나머지 단과대 간의 입장에 차이가 있었어요. “대부분 공학 계열에 집중된 내용이잖아. 우리 단과대는?” 이런 반응이었는데, 그렇지만 하나의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자원들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크게 보고 진행하려 했는데 단기간에 끝내기는 어려운 사안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진행하고 싶었던 이유는 산학연계가 말 그대로 학교를 다니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획했던 것입니다.
기자: 대나무숲이나 에브리타임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새터나 정기총회 등의 행사 진행 과정에 서 비대위에 대한 불만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비대위가 여기에 대해서 그동안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해오지 않았는데 어떤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임: 백 번이라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던 부분이나 업무적으로 저희가 미숙했던 점이 문제로 발생했는데, 그래서 새터나 정기총회 때 비대위 구성원들이 많이 힘들어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학생 대표라 겉으로는 표현을 안 했지만, 사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학생들이 즐겨야 될 행사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서 안타까웠고, 진행에 있어서 좀 더 능숙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임기 말에 이렇게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게 되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기자: 1학기 정기총회 때, 기존에 계획되었던 공연 직전에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을 통보해서 논란이 많이 됐잖아요. 당시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된 건가요?
임: 상반기 정기총회 당시 저희가 타임테이블을 짰고 공연 업체 하고도 이야기가 됐는데, 동아리 들에 변경된 내용이 제 때 못 넘어간 겁니다. 변경된 계획은 ‘공연- 정기총회 1부 – 공연 – 정기총회 2부’ 이렇게 됐는데, 큐시트가 제대로 전달이 안돼서 동아리들은 정기총회 시작 전에 공연한다고 생각한 거죠. 동아리들은 공연 후에 다른 일정들도 있었고요. 그래서 급작스럽게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동아리들이 “그러면 우리가 앞에서 다하겠다”라고 했고, 1부 시작 전에 한 팀만 공연을 할 예정이었는데 (참가했던) 세 팀이 다 공연을 한 겁니다. 큐시트를 바로 전달하지 못한 것은 잘못입니다. 비까지 오는 상황이었는데 학생 여러분들께 더 죄송한 상황이 됐고요.
고: 한 가지 또 마음 아팠던 건 기획국장이 많이 비난받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학우분들과 동아리분들께도 죄송했고, 무엇보다 실수가 다시 반복됐다는 것에 대해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어요. (차기 총학생회에게는) 인수인계를 확실히 하고 떠나려고 합니다.
기자: 선거 기간 동안 논란이 많았는데, 선거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원인 단과대 학생회장들 중에 선거를 경험한 사람이 저 밖에 없었습니다. 단대장들 대부분이 고학번이라 개인 시간도 필요했고, 그래서 (선거 관련된) 모든 사안들을 직접 모여서 회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카톡 회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놓치는 부분도 분명 있었고 잘못 판단한 경우도 있었고요. 또 “특정 후보를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해 대해서는, 일단 저는 총학생회가 반드시 출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양 후보를 똑같이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도와줬다고 여겨질 수 있었던 것이 선거시행세칙을 잘 모르는 경우 선거본부가 저희에게 질문을 하러 오고,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컨택을 하다 보니 도와주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점에서 아쉬웠던 건 첫 회의에서 양 선거본부한테 “선거시행세칙 명확히 숙지해달라”라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동안) 계속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다 보니, 새벽 두 시에도 전화를 받아서 답변을 해줘야 하는 경우까지 있었고요. 하지만 어쨌든 제가 결정을 잘못 내려서 실수를 한 부분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머리 숙여 사죄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공정한 선거 진행을 위해서는 제가 선거 관리에서 손을 떼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사퇴를 했던 것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선거시행세칙과 관련해서, 내년 총학생회 선거에 보완이 되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임: 선거세칙이랑 총학생회칙은 전면 개정되어야 합니다. 개정이 아니라 새로 쓰여야 해요. 선거세칙 같은 경우에는 조항 간에 말이 너무 안 맞는 것이 많습니다. 자의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죠. 다만 선거가 끝났으니 하나 말씀드리자면 사실 선거세칙이나 총학생회칙을 개정하는 것은 정책소통국에서 담당하는 업무인데, (한준혁 정책소통국장이) 후보로 나왔잖아요. 그래서 제가 “선거 시행세칙 바꾸지 말고 그대로 가라고, 만약 바꾸면 학생들한테 신임 잃어버릴 거라고” 말했어요. 세칙을 개정해서 학우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는 내용은 그대로 두고, 학생들의 투표를 독려하고 총학생회 출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안들만 바꾸자고 해서 나온 것이 연장 투표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학생회칙, 선거세칙 모두 다시 쓰여야 하며, 단순히 총학생회나 확대운영위원회 등 학생 대표들만 의견을 내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반 학우분들이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제 곧 출범할 40대 총학생회에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고: 한준혁 정후보하고 1년간 함께 일해왔는데, 잘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준혁 학우도 학과 학생회를 비롯해서 학생 자치기구에서 많은 활동들을 해왔는데, 경험이 많은 만큼 정책을 시행할 때 학우들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임: 우선 40대 총학생회가 출범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축하한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40번째 학생회의 출범으로 전통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이 격동기라서 많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들의 관심은 줄어들고 그에 반해 바꿔야 할 것들은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준혁 당선자가 많이 들은 비판 중 하나가 “나이가 어려서 결정을 잘 못할 거야”라는 말이었습니다. 성숙한 관점을 가지고 단순히 주먹구구식의 해결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총학생회장이었으면 좋겠어요.
기자: 마지막으로 외대 학우분들께도 한 말씀해주세요.
임: 저는 외대가 제 인생에서 많은 터닝포인트가 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야를 많이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처음 입학해서 마주한 학교의 슬로건을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그런데 적지 않은 학우분들이 학교에 대해 자격지심을 가지시는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물론 외대의 정체성이 많이 흐려졌고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자격지심만 갖지 말고 우리가 먼저 바꿔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그 (변화의) 시작점이 학생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긍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고: 떠나는 입장에서 꼭 드리고 싶었던 말씀인데, 학생회 너무 덮어놓고 비판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리고 아직도 총학생회실 앞에서 서성이시는 학우분들이 많아요. 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하나 하시면서. 총학생회실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본인이 학생회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 활동을 안 한다는 이유로 총학생회에 거리감을 갖지 않으셨으면 해요. 언제든 페이스북을 통해, 전화를 통해, 혹은 직접 오셔서 본인의 좋은 의견 주시면 좋겠습니다.
임: 마지막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했고, 그럼에도 주신 사랑에 너무나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달수 기자(hds802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