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2 (금)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EPL 돋보기] 맨시티 VS 리버풀 Preview

[EPL 돋보기] 맨시티 vs 리버풀 Preview

 100점짜리였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승점 100점을 달성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왕좌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지난 시즌 4위였던 리버풀이 선두다. 20경기 중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으며 실점도 가장 적다. 프리미어 리그로 개편된 이후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리버풀. 이번이 기회다. 선두를 탈환하고픈 맨시티에게도, 이번 경기가 기회다. 1월 4일 (한국 기준),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가 열린다. ‘식스 포인터’(Six-Pointer)다. 단순히 승점 3점이 걸린 경기가 아니다. 이긴 팀에게는 우승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진 팀에게는 두 배의 아픔을 안길 경기다. 프리미어 리그 트로피의 행방을 결정하는 경기다.

 물론 아직은 1월, 시즌이 절반 가까이 남았다. 두 팀은 프리미어 리그 외에도 UEFA 챔피언스 리그, FA컵을 병행하며 맨시티는 카라바오 컵까지 한 대회 더 치른다. 전력을 보강할 겨울 이적시장도 열렸고, 부상당한 선수까지 변수는 많다. 하지만 리버풀과 맨시티가 여태 보여준 경기력, 그리고 현재까지의 성과를 봤을 때 이 경기가 ‘챔피언 결정전’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각 팀별 특징을 통해 경기를 미리 분석하고자 한다.

 

사진=ⓒFOX Sports

맨체스터 시티

불안한 최근 성적

 지난 시즌 맨시티는 ‘리그 깡패’였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승점 100점으로 EPL 역대 최다 승점을 기록하는 한편 32승으로 최다승 신기록까지 세웠다. 이번 시즌도 우승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그러나 작년처럼 압도적인 모습은 결코 아니다. 맨시티는 전반기 14승 2무 3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18승 1무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반기 3패를 최근에 기록했다는 점은 더 큰 불안 요소다, 맨시티는 최근 리그 5경기 중 3패를 몰아서 기록했다. 첼시 전 패배는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과의 지략 싸움에서 밀렸다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팀인 크리스탈 팰리스와 레스터 시티에게도 패했다. 더욱 뼈아픈 패배다.

 

많은 부상자

 부상자가 많다. 최상의 기량이 나올 수 없다. 성적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시즌 초반에는 핵심 미드필더 케빈 더브라위너, 시즌 중반에는 주포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현재는 중앙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와 좌측 풀백 벵자멩 멘디가 부상에 허덕이고 있다. 가장 약한 포지션인 왼쪽 풀백과, 주전급 중앙 미드필더의 부재는 경기력 악화의 큰 원인이다. 특히 페르난지뉴의 부상은 치명적이다. 페르난지뉴는 이제 33세다. 기량이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나이다. 백업 선수를 두고 컨디션 관리를 해줘야 하지만 페르난지뉴의 자리를 메울 마땅한 선수가 팀에 없다. 페르난지뉴는 지난 시즌부터 주전으로 뛰며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중앙 미드필더 백업을 영입하라는 팬들의 요구가 많아지는 이유다.

사진=ⓒBetweenThePosts.net 19라운드 레스터 시티 전 맨시티의 패스맵 사진

 1대 2로 패배한 19라운드 레스터 시티 전 패스맵을 보면, 페르난지뉴의 부재가 느껴진다. 페르난지뉴 대신 출전한 귄도안은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지 못했다. 전진 패스 비율은 극히 적으며, 횡패스 비율이 매우 높다. 맨시티의 중앙 미드필더는 적극적인 빌드업이 요구되는 자리다. 뒷쪽에서 양 옆의 두 미드필더를 보좌하고 도와야 한다. 페르난지뉴는 경기장을 활발히 오가며 수비수들을 보호하고, 좌우의 미드필더가 공격 전개에 전념하도록 양질의 전진 패스를 공급한다.

 귄도안 또한 이 역할을 해야 했다. 귄도안은 중원과 수비 라인을 잔뜩 내린 레스터 시티 공략의 시발점이 되어야 했다. 귄도안은 앞의 두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더브라위너가 높은 위치를 오가며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도록 도와줘야 했으나 횡패스만 반복하며 경기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맨시티는 이 경기에서 레스터를 상대로 두 배 가량 많은 패스를 주고 받았으나 (맨시티: 655, 레스터:336) 슈팅수는 11대10로 대등했다. 쓸모 있는 패스가 나오지 못해 공격이 무뎌졌다.

사진=ⓒBetweenThePosts.net 17라운드 에버튼 전 맨시티의 패스맵. 페르난지뉴를 중심으로 빌드업이 이루어진다.

 왼쪽 풀백의 부재도 큰 약점이다. 주전 벵자멩 멘디는 또 다시 무릎 부상을 당했다. 파비안 델프는 징계 때문에 나올 수 없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사우스햄튼 전에서 올렉산다르 진첸코를 투입시켰다. 중앙 미드필더에서 왼쪽 풀백으로 자리를 바꾼 게 아직 익숙치 못한 탓일까, 진첸코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센터백에게 받은 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그대로 공을 빼앗겼다. 그리고 팀은 실점했다. 오른쪽 풀백 다닐루를 왼쪽으로 옮길 수 있지만 리버풀의 발빠른 공격수들을 공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행히 페르난지뉴는 20라운드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복귀했다. 허나 이번 시즌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왼쪽 풀백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용병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버풀

엄청난 기세

사진=ⓒLiverpool Independent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리버풀이 현재 유럽 최고의 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전반기가 끝난 현재까지는 정말 그래 보인다. 리버풀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12월을 보냈다. UEFA 챔피언스 리그 조별리그 6라운드 나폴리 전을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 짓고, 프리미어 리그 7경기를 모두 이겼다. 마지막 경기였던 프리미어 리그 20라운드, 아스날을 상대로 거둔 5대1 완승은 상승세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리그 전체로 봐도 엄청나다. 17승 3무의 리버풀은 승점 54점, 역대 프리미어 리그 20경기 이후 최다 승점 3위다. 확실히 이번 시즌은 1992년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후 리버풀이 우승에 가장 가까운 시즌이다. (참고로 1위는 지난 시즌 맨시티, 승점 58점)

 상승세의 비결은 안정적인 수비력이다. 주전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 네덜란드의 캡틴 버질 판데이크, 수비의 영건 앤드류 로버트슨까지. 많은 언론 매체들이 전반기 베스트 일레븐을 꼽을 때 꼭 들어가는 이름들이다. 부상 전까지 많은 성장을 보인 조 고메즈와 입 터는만큼 실력이 정비례 하는(..) 데얀 로브렌까지. 수비가 안정되었다. 리버풀은 전반기 내내 7실점만 기록했다. 이는 역대 잉글랜드 1부 리그 전반기 최소 실점이다.

 

전술의 변화

 ‘헤비메탈’, ‘게겐 프레싱’으로 대변되는 리버풀의 전술에도 변화가 있었다. 리버풀은 기존 ‘마누라’(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라인을 주축으로 한 4-3-3 전형 대신 살라를 원톱으로 세운 4-2-3-1 전형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BetweenThePosts.net 20라운드 아스날 전 리버풀의 패스맵. 공격수 피르미누가 깊숙이 내려와 동료들과 같이 움직인다.

 20라운드 아스날 전 리버풀의 패스맵이다. 센터 포워드 피르미누가 2선의 중심으로 옮겼다. 최전방에는 살라가, 그리고 오른쪽 윙 포워드에는 세르단 샤키리가 투입되었다. 리버풀은 기존 4-3-3 전형에서 부족했던 미드필더 라인의 전진성 문제를 피르미누가 2선으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했고, 이를 아스날 전에서 증명했다. 이 날 피르미누는 아스날의 미드필더들을 부지런히 공략했고, 팀의 5골 중 무려 4골에 관여했다. 살라도 센터 포워드 자리에 완벽히 적응했다. 살라는 장기인 빠른 발을 살려 상대 수비수들을 무너뜨렸다. 지난 시즌 32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했던 살라는 현재 13득점, 7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 리그 공격 포인트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의 4-3-3 전형은 중앙 미드필더 3명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강한 압박으로 공을 뺏은 뒤 역습하는 전술이었다. 이번 시즌의 4-2-3-1 전형은 보다 유기적이며 공격적이다. 리버풀은 전술 변화 이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동안 상대해왔던 팀과 맨시티의 기량은 다르다. 전반기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는 4-3-3전형을 사용했다. 이번 경기에도 4-3-3전형을 쓸지, 아니면 4-2-3-1 전형을 쓸지 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키플레이어와 경기 키포인트

사진=ⓒGoal.com

 맨시티의 키플레이어는 페르난지뉴다. 페르난지뉴는 맨시티 전술의 중심이다. 페르난지뉴가 없는 맨시티는 공이 돌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그랬듯, 페르난지뉴 없이는 의미 없는 횡패스와 단조로운 공격패턴 밖에 없다. 변수는 페르난지뉴의 컨디션이다. 며칠 전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복귀하며 86분을 소화했다. 페르난지뉴는 네 시즌 째 주전 미드필더로 뛰고 있으며, 부담을 덜어줄 마땅한 백업 선수도 많이 없었다. 부상 복귀 직후라는 점은 불안을 더 한다. 하지만 페르난지뉴가 평소처럼 중원을 꽉 붙잡는다면, 맨시티는 중원을 지배하며 경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사진=ⓒExperience Artlife

 리버풀의 키플레이어는 알리송이다. 맨시티는 상대가 누구든, 경기력이 어떻든 기본적으로 공을 많이 점유한다. 상대팀은 섣불리 공을 뺏으려는 것 보다 역습 찬스를 잘 살려야한다. 그 중심에는 골키퍼 알리송이 있다. 이번 아스날 전 4번째 득점 과정에서 보여준 알리송의 킥 한방은 득점의 단초가 되었다. 알리송은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의 역할을 정확히 보여준다. 선방은 기본이고, 골키퍼부터 공격에 참여해야 한다. 역습의 시발점이 된다. 알리송이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도 평소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리버풀은 발빠른 공격수들을 통해 위협적인 역습을 보여줄 것이다.

사진=ⓒPFA 엄청난 활동량과 압박을 보여주는 리버풀의 풀백 앤드루 로버트슨

사진=ⓒManchester City FC SNS에서 엄청난 영향력과 인싸력(..)을 발휘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풀백 벵자멩 멘디

 양 팀의 전술은 공통점이 있다. 풀백이 많이 뛰며 경기장을 넓게 쓴다. 두 팀의 패스맵에서 볼 수 있듯 풀백들이 윙어처럼 전진해있다. 풀백들이 압박을 벗어나 전진할 수 있다면 수싸움에서 유리해지고, 질 높은 크로스와 페널티 박스 근처로 침투하는 모습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 영향력은 자연스레 미드필더진까지 이어진다. 측면 장악은 자연스레 중앙 장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풀백들의 컨디션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승자는?

 여러 부분에서 리버풀의 우세가 점쳐진다. 지난 시즌 맨시티의 리그 무패를 깬 팀도 리버풀이며, 맨시티를 챔피언스 리그에서 탈락시킨 팀도 리버풀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리버풀의 원정 경기 성적이 안 좋다는 점, 반면 맨시티는 홈에서 강하다는 점이 변수다. 리버풀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홈에서 3승을 했지만 상대적으로 약팀인 츠르베나 즈베즈다 원정 경기를 포함해 원정에서 3연패를 하며 매우 어렵게 16강에 올라갔다.

 맨시티는 절박하다. 리버풀은 이 경기를 져도 선두권이지만, 맨시티는 패배하면 리버풀과의 승점 차이가 10점까지 벌어진다. 선두권 경쟁에서 크게 뒤쳐진다.

 

 붙을 때마다 ‘꿀잼’을 보장하던 두 팀의 경기였다. 리버풀의 주장 조던 헨더슨의 몇 안 되는 중거리 슈팅, 야유를 뚫고 골대로 돌진하는 라힘 스털링, 마냥 웃기만 하던 콜로 투레의 얼굴까지. 이 두 팀이 붙을 때만 볼 수 있던 모습들이다. ‘리그 선두와 2위의 맞대결’이라는 타이틀로도 설레는 이 경기. 축구팬이라면 놓치지 않길 바란다.

 

글 = 김영건 기자

사진 편집 = 강성진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